2024.09.19 (목)

  • 흐림강릉 26.8℃
  • 구름많음서울 31.9℃
  • 흐림울릉도 27.9℃
  • 구름많음수원 31.7℃
  • 구름많음청주 ℃
  • 구름많음대전 31.6℃
  • 흐림안동 29.6℃
  • 구름많음포항 30.3℃
  • 구름많음군산 34.0℃
  • 구름많음대구 33.6℃
  • 구름많음전주 32.3℃
  • 구름많음울산 30.5℃
  • 맑음창원 32.0℃
  • 맑음광주 33.3℃
  • 맑음부산 31.5℃
  • 맑음목포 33.3℃
  • 구름조금고창 34.9℃
  • 제주 28.1℃
  • 구름많음강화 28.4℃
  • 흐림보은 30.0℃
  • 흐림천안 30.9℃
  • 흐림금산 31.7℃
  • 맑음김해시 33.6℃
  • 구름조금강진군 32.6℃
  • 구름조금해남 32.1℃
  • 맑음광양시 35.2℃
  • 구름많음경주시 32.0℃
  • 구름많음거제 31.5℃
기상청 제공
배너

[생각 더하기-이범희] 대안학교 적극 지원으로 '모든 아이는 우리 아이' 실현해야

[더에듀] ‘대안(代案)’의 사전적 의미는 ‘어떤 안(案)을 대신하거나 바꿀 만한 안으로 대체할 수 있는 다른 방안을 말한다. 즉, 기존의 방법이나 계획을 대신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이나 계획으로 ‘대안을 마련하다, 대안을 내놓다, 새로운 대안을 찾다’ 등의 의미로 사용한다.

 

‘대안(代案)’이라는 의미는 ‘고기를 먹지 않는 사람들이 단백질과 영양분을 얻기 위해 ‘대안’으로 콩류와 유제품을 통해 해결한다고 할 때, 원안 입찰과 함께 따로 입찰자의 의사에 따라 대안이 허용된 공사의 입찰 등에 사용된다.

 

교육계에서는 공교육에서 사용하는 교과서의 내용이나 시각이 잘못되었다고 판단하고 이를 바로잡기 위해 발간한 교과서를 대안 교과서라고 하고, 기존 제도교육의 한계를 극복하고 새로운 교육 패러다임을 모색하며 정부의 교육과정에 대한 통제를 벗어나 각 학교의 특색에 맞게 민주적이고 자유로운 교육 환경을 제공하는 다양한 교육 방식으로 운영되는 학교를 대안학교라고 한다.

 

여기서 ‘대안(代案)’의 공통적인 영어 표기는 ‘alternative’다.


대안학교의 등장


스위스의 페스탈로치는 1769년 돈 많은 부자나 귀족들만 교육받을 수 있었던 당시 농민 학교 '노이호프'를 세우며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교육 운동을 시작했고 이후 이베르돈 초등학교를 통해 교과서를 사용하지 않았고, 체벌을 하거나 무조건 암기하는 교육을 지양하고 실제 체험하며 스스로 공부하는 새로운 교육방법을 실천해 유럽교육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

 

이후 유럽에서 대안학교는 여러 역사적, 사회적, 교육적 요인에 기반을 두고 출현하게 되었다. 산업혁명 이후, 유럽에서는 급격한 사회적, 경제적 변화가 일어나 기존의 전통적인 교육 시스템이 더 이상 현대 사회의 요구에 부응하지 못한다는 인식을 강화시켰고 20세기 초, 마리아 몬테소리, 루돌프 슈타이너, 존 듀이 등의 교육자들은 아동 중심의 교육, 전인 교육, 경험 중심의 학습 등을 강조하며 기존의 권위주의적· 암기 중심의 교육에서 벗어나, 새로운 형태의 교육 방식 필요성을 제기하며 자발성, 창의성, 개인적 성장을 강조하였다.

 

두 차례의 세계대전과 냉전 시대를 거치며 학생들에게 일률적으로 교육과정이 적용되는 기존 교육 시스템에 대한 성찰과 반성을 통해, 평화 교육과 민주주의 교육, 개인의 관심사를 고려하여 개인 맞춤형 교육에 대한 필요가 제기되며 각 학교별 교육철학과 방식을 가지고 전통적 학교에 대한 대안으로 교육 실천을 하고 있다.

 

대표적인 대안학교로는 독일에서 학생의 지적, 예술적, 신체적 발달을 모두 중시하며 학생의 전인적인 발달을 중시한 루돌프 슈타이너 (Rudolf Steiner)의 발도르프 학교가 있으며 영국에서 A.S. 닐에 의해 설립된 서머힐은 자율성, 자기 결정권, 민주적인 학교 운영을 강조하여 학생들의 자유와 자기 결정권을 중시하는 교육 철학으로 수업 참여를 강제하지 않았고, 학생들은 자신의 관심과 욕구에 따라 학습 활동을 선택할 수 있다.

 

학생들과 교사들이 함께 참여하는 민주적인 학교 운영 시스템을 가지고 있어, 학교의 중요한 결정들은 학교 회의를 통해 이루어진다.

 

이탈리아의 몬테소리 학교는 자신의 속도로 학습하고, 자신의 관심사를 탐구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여 독립적이고 자기 주도적인 학습을 장려한다.

 

몬테소리 교육은 전 세계적으로 널리 확산되었으며, 유아부터 초등학교 고학년까지 아동들을 대상으로 개별화된 학습, 자율성, 감각적 학습, 평화와 존중의 교육을 특징으로 한다.

 

우리나라에서 대안교육은 제도권 교육에 대한 보완 형태로 6.25 전후 천막학교를 시작으로 1960년대의 야학과 고등공민학교 형태로 진행되었고, 1970,80년대는 빈민지역 중심의 야학과 공부방을 통해 학습지도와 시민의식을 함께 교육하며 제도권교육에 대한 문제제기로 구조적 변화를 시도하였다.

 

당시 개교한 ‘풀무농업고등기술학교’와 ‘거창고등학교’, ‘영산성지고등학교’ 등은 이후 다양한 대안학교들이 출현하는데 많은 상상력을 제공하였고 공교육의 변화에도 기여한 바가 크다.

 

1990년대 공교육에 대한 불만이 높아지고, 표준화된 교육 시스템에 대한 비판이 커지면서 대안적인 교육 방식에 대한 수요가 본격적으로 생겨나기 시작하였는데 공동체적 삶과 생태적 관점에 기반한 다양한 캠프형 대안교육이 활성화되다가 1997년 전일제 산청간디학교가 개교하며 본격적인 대안교육운동이 시작되었고 대안학교라는 개념도 등장하게 되었다.


대안교육기관법 제정됐지만...행정 절차 복잡, 인식 부족과 철학의 차이 절감


우리나라에서 대안학교의 이름으로 초기에는 전원형, 작은 학교 중심에서 최근에는 종교형과 규모가 다소 커진 학교 형태로 학교들이 생기고 또 사라지고 있다.

 

또 여러 이유와 사연을 가지고 아이들이 대안학교를 선택하고 있기에 대안학교를 하나의 범주로 묶어내는 것은 가능하지 않아 정확한 학교 수도 파악하기 어렵지만 정부 추산 대략 600여 개의 인가·미인가 대안학교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학교 밖 학생들의 안전한 학습권을 보장하기 위해 「대안교육기관에 관한 법률」이 제정됨에 따라 2022년부터 등록제를 실시하고 있는데 대안교육기관을 설립ㆍ운영하려는 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시설 및 설비의 서류를 갖추어 교육감에게 등록하여야 한다고 의무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2023년 12월 현재 시도교육청에 등록된 대안학교의 수는 236개로 일부 법적 요건 미충족으로 등록을 못 하는 대안학교도 있지만 여전히 행정절차의 복잡성이나 인식 부족과 철학의 차이로 미등록 상태로 남아있다.

 

이 법률안이 갖는 기본적 취지는 모든 대안학교들이 등록하여 학생들의 안전한 학습권을 보장하는 데 있으므로 좀 더 적극적으로 등록을 유도하고 재정적·정책적 지원을 하여야 한다.


대안학교에 어려움을 가중하는 왜곡된 인식


대안학교들이 겪는 어려움은 인구절벽 시대에 급감하는 학생 수를 피해 갈 수 없는 것이 가장 큰 요인이지만 코로나 시절 공동체 생활을 금지했던 여진의 지속과 각 시도교육청이 만든 공립형 대안학교들과의 교육비 차이, 집 근처에 있는 대안학교와 흡사하게 운영되는 혁신학교, 학부모들이 갖고 있는 교육관의 변화, 미디어에 익숙해진 아이들의 문화생활과 공동체 생활을 경험하지 않고 자란 아이들의 사회성 등 복합적인 요인을 갖고 있다.

 

대안학교에 대한 이해부족으로 귀족학교 또는 제도권 교육에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다니는 학교라는 왜곡된 인식이 일부 존재한다. 또 학습 경험이나 성취도를 동등하게 인정받지 못해 별도의 검정고시를 통과해야 하는 이중부담, 무엇보다 학부모들이 전적으로 학교설립과 운영에 대한 비용을 부담하므로 재정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이는 학교 운영, 교육 프로그램 개발, 교사 채용 및 유지와 학습 자료 구입 등에 어려움을 초래하고 있다.


다양한 아이들, 복잡한 시대..."제도권 교육과 대안교육의 보완과 상생의 길을 찾아야"


대안학교는 어느 시대이건 제도권 교육이 가지고 있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학교 별로 다른 철학을 가지고 교육목적, 학생 수준 등에 따라 자유롭고 다양하게 교육과정, 학습방법 등을 운영하며 제도권 교육이 소홀히 다루었던 인간과 인간, 인간과 자연의 협력과 조화를 지향하며 학생들 개개인의 요구와 특성이 중시되는 교육을 통해 대안적인 교육, 대안적인 사회를 꾸준히 지향하여 왔다.

 

요즘 아이들은 다양성을 중요시하고 포용적인 태도를 보이며 기후 변화와 환경 보호에 대한 인식이 높아 지속 가능한 소비, 재활용에 대한 관심이 높다. 또한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스스로 학습하는 능력이 강해 누구의 통제보다 자기 주도적 학습력이 강하다. 아울러 새로운 사고방식과 창의적 접근을 중요시하는 특징이 있는데 이는 대안교육의 현장에서 늘 강조되던 교육의 가치들이다.

 

제도권 교육과 대안교육이 서로 문제를 보완하며 상생한다면 우리의 아이들이 더 건강하고 미래지향적인 아이들로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 한 아이도 포기하지 않아야 하는 것이 우리 사회, 우리 교육의 과제라면 더 적극적으로 대안학교에 대한 정부의 재정적 지원과 정책적 지원이 시급하고 절실한 이유이다.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