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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더하기-신남호] 조희연 서울교육감을 대법원에 세운 '공권력의 3가지 잘못'

 

더에듀 | 조희연 서울교육감에 대한 3심 판결을 이틀 앞둔 시점이다. 조 교육감이 받는 혐의는 전교조 해직교사 4명 등 모두 5명에 대한 특별채용 관련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국가공무원법 위반’이다.

 

금세기에도 여전히 영향력을 행사하는 철학자 니체는 철학을 이렇게 정의한다. “언어의 연막을 뚫고 들어가 진실을 캐내는 작업”이라고.

 

그러면 법은 정의에 도달하기 위해 얼마나 선입견과 편견의 언어들을 헤치고 들어갈 수 있을까?

 

일단 시민의 상식에 기초해 볼 때, 이 사건은 3가지로 공권력의 잘못을 지적할 수 있다.

 

첫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큰 사건과 작은 사건을 혼동했다.

 

공수처의 설치 취지는 ‘판검사, 경무관 이상의 경찰만 기소대상이 된다’(2024.1.18. 교육플러스). 국민이 바라는 것은 한국의 오랜 폐단인 정경유착과 같은 고착된 비리를 캐내는 것이 아니었던가?

 

넷플릭스 시리즈 ‘돌풍’을 보라! 교묘하게 얽힌 권력층과 재력가들의 야합은 결혼을 통한 혈연관계까지 맺어지면서 그 뿌리가 매우 깊다. 이들은 고액의 변호사 수임료를 거뜬히 부담하면서 유무죄를 쉽게 넘나든다. 공수처는 바로 이런 고착된 비리를 캐내라는 국민의 명령의 산물이었다.

 

비유컨대 필자에게 이 공수처와 1,2심 법정은 빅토르 위고의 ‘레미제라블’에서 장발장만을 평생 쫓다가 자살한 자베르 경감의 허무함을 떠올리게 한다.

 

한마디로 공수처와 사법기관은 큰 사건과 작은 사건을 혼동한 것이다. 물론 작은 사건도 부당하다면 수사대상에서 제외될 수는 없다. 그러나 내막을 보니 법적인 하자도 큰 맥락에서 문제 될 것이 없다고 본다.

 

특채된 교사들의 정치기본권 혹은 선거법 관련 표현은 헌법적 권리에 따라 오히려 권고될 수 있는 사안으로, 이 교사들을 법적으로 제재한 정부가 오히려 제재대상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마땅히 구제할 교사들을 구제한 것이 사건의 주된 성격이다. 대법원이 이 사건 판단에서 주요 맥락을 짚고, 지엽적인 것에서 합법과 불법을 판단하지 않기를 바라는 것은 당연하다.

 

둘째, 특별채용과 공개채용을 혼동했다.

 

요컨대 공개경쟁 선발을 절대선으로 간주한 결과 특별채용을 특별한 것으로 간주하지 못하고 선입견을 갖고 접근했다고 본다.

 

관점에 따라서는, 민주주의와 능력주의라는 두 가지 기본 가치에 충실하다 지나쳐 공개경쟁 시험 곧 기회를 균등히 주고, 능력자를 선발한다는 원칙을 고수한 결과 선입견과 편견의 지배를 받은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특별채용을 공개채용의 예외사항으로 간주하지 못함으로써, “조 교육감 비서실장의 지인 변호사를 심사위원으로 채용한다든가, 해직교사 5명을 특별채용 한다고 심사위원들에게 노출했던 것”(2024.1.18. 한국 NGO신문) 등을 쟁점의 본질적 과오로 인식한 것으로 생각된다.

 

물론 채용과정에서 흠결이 없을 수는 없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본질적인 과오와 지엽적인 것을 혼동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셋째, 특정 단체 즉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에 대한 편견을 현실화한 것이라는 의구심을 떨치기 어렵다.

 

특채된 교사들 5명 중 대부분이 전교조 출신이라는 점은 그간 진보교육단체에 대한 정부의 지속적인 탄압의 역사를 경험한 입장이 아니더라도 객관적으로 합리적인 의심을 살 만하다.

 

백승영 철학교수는 법과 관련하여 니체의 관점을 이렇게 정리한다.

 

법을 보복기제로 쓰는 것은 “판관에게서도 확인된다. 판결을 내리는 자 역시 처벌과 보상이 효과를 가질 것이라 전제하고 피해자의 손실에 주목한다. 그래서 그는 가해자를 존엄한 존재가 아니라 일반 예방이나 특수 예방 같은 효과를 위한 ‘수단’으로만 간주하는 것이다”(니체, 철학적 정치를 말하다, 412쪽).

 

니체는 이렇게 말한다.

 

“나는 그대 판관들의 냉혹한 정의(cold justice)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대들의 눈에는 형리(刑吏.)와 그의 차가운 칼날이 엿보인다”(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영문판 50쪽).

 

우리가 사법부에 대해 편견을 뚫고 들어가면서 피해자와 가해자에 대해 공정한 균형추 역할을 기대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즉 보복기제로 법의 칼을 사용하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다. 이에 더해 쟁점이 된 행위가 그 이전에 사회적으로 결정원인을 갖는다는 점도 법의 판단이 매우 신중해야 할 것을 주문한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짚을 것은, 판사들에게 친숙한 개념으로 ‘엄벌탄원서’와 피의자의 ‘반성여부’다. 대체로 하급심 재판부에서 좀더 보이는 오류로, 사건의 경위가 가해자에게 일방적으로 책임을 전가할 수 없는 미묘한 지점까지 파고들기보다는, 피해자의 입장에서 엄벌탄원서에 무게를 두고 또 피의자가 진심으로 반성하는가의 여부 만을 중시한다는 점이다.

 

대법원은 이러한 피상성을 넘어설 것으로 기대한다. 그래서 사건의 본질적 성격을 인식하고 법철학적 관점에서 진실을 캐내는 깊이 있는 명판결을 내림으로써 국내외에 귀감이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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