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5.24 (토)

  • 맑음강릉 20.3℃
  • 구름많음서울 18.2℃
  • 맑음울릉도 16.4℃
  • 맑음수원 17.4℃
  • 맑음청주 18.1℃
  • 맑음대전 18.5℃
  • 구름조금안동 18.5℃
  • 맑음포항 19.5℃
  • 맑음군산 17.8℃
  • 맑음대구 19.0℃
  • 맑음전주 19.1℃
  • 맑음울산 20.0℃
  • 맑음창원 20.6℃
  • 맑음광주 18.4℃
  • 맑음부산 19.1℃
  • 맑음목포 18.7℃
  • 맑음고창 18.4℃
  • 맑음제주 21.3℃
  • 구름많음강화 15.3℃
  • 구름조금보은 17.3℃
  • 구름조금천안 17.8℃
  • 맑음금산 18.1℃
  • 맑음김해시 19.6℃
  • 맑음강진군 18.7℃
  • 맑음해남 19.5℃
  • 맑음광양시 19.4℃
  • 구름조금경주시 20.7℃
  • 맑음거제 19.7℃
기상청 제공
배너

[생각 더하기-신남호] 이재명 후보와 민주시민교육- 한국에서 삶을 위한 ‘민주시민교육’이 배제된 이유

 

더에듀 |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의 교육공약에 시민의식 관련 두 가지가 우리의 시선을 끈다. 교육계의 오랜 열망이 담긴 이것은 ‘민주시민교육’과 ‘교원의 참정권 보장’이다. 무엇보다도 12.3윤석열 내란사건이 이 두 정책의 필요성을 제기하는 가장 강력한 이유가 아닐 수 없다.

 

청년들의 시민성 권리보장과 관련하여 2025.5.22. 국회의원 회관에서 민주당 모경종 의원이 주최하고, 오세제 교수가 주재한 토론회가 있었다. 다룬 주제가 2가지로 '모병제'와 '민주시민교육'이었다. 

 

모병제는 징병제가 청년들의 민주적 시민성의 발달을 심대하게 제약한다는 문제의식에 따른 것으로, '모병제추진시민연대' 김민준 대표가 발제하고 최기일 상지대 교수가 토론했다. 시민교육에 대해서는 성공회대 민주주의연구소 김원태 연구위원이 맡았다. 이 모임에 토론자로 참여했던 필자가 시민성 교육을 좀더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먼저 우리나라에서 왜 그렇게 오랫동안 민주시민교육이 공교육의 틀 내에서 실종되었던 것일까? 

 

첫째, 역대 독재정권의 방해 때문이다.

 

김원태 연구원이 헌법교육과 정치교육이 실질적으로 배제되었다고 언급한 것은 매우 타당하다. 헌법교육 관련, 이번 내란사건을 통해 우리는 헌법이 사문화된 것이 아니라 살아 움직이는 생물과 같다는 것을 느꼈을 것이다. 헌법재판소에서 헌법을 무기로 내란범 대통령을 파면시키는 것을 전 국민이 똑똑히 보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전에 박근혜를 파면시키고도 헌법적 가치를 실생활과 연결짓는 살아있는 교육을 하지 못했다. 

 

다음으로 정치교육 관련, 지금 고등학교 교실에서 ‘김구와 이승만에 대한 역사적 평가, 정치적 평가’를 주제로 열린 토론을 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해 최근에 결성된 ‘학교시민교육노조’의 현직교사 정유진 위원장은 주저없이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국가보안법 때문이다.

 

국보법은 표방하는 목적과 달리 역대 독재정권이 권력을 공고히 하기 위한 욕망의 표현이다. 김구와 이승만의 정치적 토론은 현재까지 이어지는 한국 정치와 정치인들의 계보를 시작하는 인물들에 대한 평가라는 점에서 상징성을 갖는다. 그리고 이 주제는 남북분단의 문제 뿐만 아니라, 한국의 근현대사에 깊이 관여한 미국의 실체까지 바로 알 수 있는 계기도 된다. 그러면 수구집단에서 성조기를 들고 미국을 모국처럼 맹목적으로 섬기는 숭미주의는 사라질 것이다. 국보법이 존속하는 한 시민교육은 미숙아의 상태에 머물 것이다.

 

 

이 법이 시민성교육을 결정적으로 방해한 결과, 정치의식과 헌법의식의 성장이 저해되었으며 이는 다시 내란범 출현의 계기로 작용하지 않았는가? 내란으로 국가가 국제사회에서 도태되고 역사가 퇴행하는데 여/야, 진보/보수가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이번 토론회의 의의는, 12.3 내란 사건이 헌법적 가치와 정치교육의 결핍에서 비롯되었음을 좀더 구체화시킨데 있다. 이것이 국보법 폐지를 이재명 후보에게 기대하는 이유다. 

 

둘째, 문화적으로 교육의 대중화 때문이다.

 

철학자 니체는, 1800년대 독일과 유럽에서 민주주의가 확산될 때 드러난 교육의 대중화 현상에 대해 ‘교육의 확장성과 편협성’이라는 두 가지 개념으로 당시 상황을 진단한다.

 

교육의 확장성은 교육의 목적을 공리성(Utility)에 둔다. 더 구체적으로는 더 많은 소득을 올리는 것이 목적이다. 지식과 지혜를 최대한 많은 행복과 수입으로 바꾸도록 한다. 여기서 지능과 소득의 연결은 사실상 도덕적 힘(ethical demand)을 갖는다. 이런 관점을 지닌 사람들은 황금을 넘어서는 교육의 목적, 시간을 요구하는 교육을 증오한다.(니체, ‘교육제도의 미래에 대하여” 영문판, 뉴욕리뷰북스, 2016, 27쪽)

 

교육의 확장성은 욕망의 대중화 나아가 욕망의 세속화를 가져왔다. 그 결과가 바로 의사와 변호사를 꿈꾸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대와 법대 진학의 열기는 지금도 한국에서 한창 진행중이다. 무기경쟁 같이 비장한 입시경쟁에서 성교육, 양성평등 교육, 정치교육, 환경교육 등 시민성 교육은 설 자리를 잃었다. 

 

한편, 저출산의 심각한 위기도 ‘제도’의 결핍 이전에 민주시민 관련 ‘의식’의 부재와 무관하지 않다. 남녀를 갈라치는 차별과 배제의 정치, 혐오의 정치 그리고 이를 조장하는 시민의식의 부재가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뉴욕타임지는 이렇게 한국을 진단한다. 

 

“한국의 문화적 ‘보수주의’와 사회경제적 ‘현대화’ 사이에 부조화가 존재한다. 오랫동안 한국에서 성의 혁명은 전근대성에 의해 좌절되었는 바, 혼외 출산율이 매우 저조한 것이 그 예다. (경제적 강자로 떠오른) 여성들은 이에 페미니스트 운동으로 반발했으며, 남성들은 반페미니스트로 응수하면서 정치사회적으로 양극화되었다. 결국 혼인율도 최저로 떨어졌다.”(Ross Douthat, “Is South Korea Disappearing?”, nytimes, 2023.12.2.)

 

이화여대의 근래 상황은 이렇다. “학업과 육아를 병행하는 학생 엄마들은 임신, 출산, 육아뿐만 아니라 여성성에 가장 기본적 권리인 모성권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우리 대학은 여자대학임에도 학생들이 쉽게 이용할 수 있는 모유수유실이 부재하다.”(이유민 기자, “학생들 쉽게 접근 가능한 모유수유실 부재, 부모학생 위한 권리 어디에”, 2024.10.6. 이대학보).

 

교육의 편협성은 학자들(scholars. 교육자들)로 하여금 학문의 노예로 전락시키고 있다. 어느 한 분야에서 전문성을 키우지만 삶의 전반(everything else)에 무관심해지기 때문이다. 이런 학자는 전 생애를 하나의 나사만을 조이거나, 하나의 기계만을 만지는 공장 노동자와 다를 바 없다. 이들은 자기 분야에서 대중들 보다 나을지 몰라도 삶의 전반에 대해서는 대중들 보다 나을 게 없는 존재다.” (니체의 위 책, 28쪽)

 

교육의 편협성은 ‘전문성을 갖춘 바보’로 만들었다. 이러한 대표적인 인물이 또 현재 재판을 받고 있는 전직 대통령 윤석열과 그 부역자들이다. 심지어 윤석열 전 대통령은 검찰의 ‘전문성’과 건강한 ‘시민성’ 모두 결핍된 양상을 적나라 하게 드러내고 있다. 결국 한국 교육의 확장성과 편협성이라는 이중의 장치, 여기에 독재정치에 의해 한국의 시민성 교육은 철저히 배제되어 온 것이다.

 

그럼 우리 국민이 이번 12.3 내란사태를 막아내고 탄핵시킨 저항의 힘은 어디에서 온 것인가? 그것은 광주민주화 항쟁의 기억에 더해, 혁신학교 및 일반학교의 의식있고 용기있는 일부 교사들에 의한 것이라고 본다. 이는 시민교육이 이른바 ‘고귀한 우연’에 맡겨진 산물이다. 상황이 이런 데도 앞으로 계속해서 시민성 교육을 우연에 맡겨야 할까? 우리는 늦었지만, 공교육이 지식교육과 가치교육(시민교육)의 두 축으로 굴러가는 것임을 알게 되었다.

 

그렇다면 이제 할 일은 명확해졌다. 이재명 후보가 시계공장의 노동자로부터 일국의 가장 유력한 대통령 후보로까지 생의 진화를 거듭해 오는 과정에서 느꼈을 ‘인간의 벽’을 허물고 이 땅에 진정한 자유와 평등을 실현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검찰개혁을 포함한 사회개혁과 더불어 교육개혁을 새로 시작해야 한다. 이에 모든 공교육의 기초를 이루는 시민성 교육부터 치밀하게 설계하고 실행해주길 기대한다.

배너
배너
좋아요 싫어요
좋아요
6명
100%
싫어요
0명
0%

총 6명 참여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