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2.20 (금)

  • 구름많음강릉 5.3℃
  • 흐림서울 3.1℃
  • 구름조금울릉도 5.1℃
  • 구름많음수원 1.0℃
  • 흐림청주 2.7℃
  • 구름많음대전 2.2℃
  • 구름많음안동 2.9℃
  • 구름많음포항 6.3℃
  • 흐림군산 2.3℃
  • 구름많음대구 5.9℃
  • 흐림전주 4.3℃
  • 맑음울산 4.7℃
  • 맑음창원 4.4℃
  • 흐림광주 5.0℃
  • 구름많음부산 7.0℃
  • 맑음목포 4.3℃
  • 맑음고창 3.4℃
  • 구름많음제주 7.9℃
  • 흐림강화 1.6℃
  • 구름많음보은 0.2℃
  • 흐림천안 -0.2℃
  • 흐림금산 1.6℃
  • 맑음김해시 5.2℃
  • 맑음강진군 3.9℃
  • 맑음해남 2.5℃
  • 맑음광양시 4.3℃
  • 구름많음경주시 4.7℃
  • 구름많음거제 7.5℃
기상청 제공
배너

[캐나다 고교학점제 현장을 가다] ⑥성취기준 미달 학생은 어떻게 지도할까?

더에듀 정은수 객원기자 | 2025년도에 고교학점제 전면 도입을 앞두고 여러 우려가 나오고 있다. <더에듀>는 우리보다 앞서 고교학점제를 시행하고 있는 곳은 우리가 걱정하는 문제들을 어떻게 다루는지 살펴보기 위해 캐나다 온타리오주의 고교 학점제 현장 사례를 소개한다.

 

 

최소 성취수준을 보장하겠다는 말은 곧 그 성취기준에 도달하지 못한 학생에 대한 대책이 있다는 말이다.

 

우리나라 고교학점제는 그 방법으로 예방 지도, 보충 지도, 대체 이수를 택했다. 그런데 학교와 교사에게 뭘 하라는 내용은 있어도 보충 지도를 위한 충분한 지원 대책은 없어 미도달 학생 지도에 교육 역량이 소진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보충 지도는 하지 않는다


온타리오주에서는 이 부담을 교과목 담당 교사에게 지우지 않는다. 앞서 말했듯이 교사는 학생이 평가 과제를 하지 않았으면 F를 자신 있게 줄 수 있고, 그 책임은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학생에게 있다고 말한다.

 

그렇다고 교육 시스템이나 교사가 학생의 미이수를 완전히 외면하는 것은 아니다. 예방 지도와 대체 이수에 더해 재수강까지 있기 때문이다.

 

다만, 교과목 교사에게 과도한 부담을 주는 보충 지도 제도는 공식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성취기준 미도달에 대한 궁극적인 책임은 학생 자신에게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관점은 수업 중에 학생 각각의 필요에 대응하는 지원을 충분히 해주고 있기 때문에 아무리 공부를 못하고 기초가 없는 학생이라도 최소한으로 따라오기만 한다면 충분히 미이수 성적을 받지 않을 수 있다는 전제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 생각이다. 


수업 내에서 개별화와 보조 인력으로 예방  


그렇다면 아무리 공부가 어려운 학생이라도 최소 성취수준을 달성하게 지도한다는 건 어떤 모습일까.

 

우선 과정을 계열별로 분리해서 제공하는 데서부터 시작된다. 계열별 과정은 대부분 같은 핵심 아이디어와 포괄적 성취 기준을 제시하고 있지만, 세부적인 성취 기준에서 다루는 범위에서 다소 차이가 나고, 평가할 때 기대하는 수준도 차이가 난다.

 

결국 실용 과정이 진학 과정보다, 취업 과정이 전문대 진학 과정보다, 전문대 진학 과정이 대학 진학 과정보다 같은 내용을 조금 더 쉽게 기본만 배운다.

 

그러다 보니 기회가 제한되는 측면이 있어 요즘은 계열 통합을 진행 중이다. 그렇다고 해도 영재를 위한 심화 과정과 장애 학생을 위한 지역 특색 과정은 유지되고 있다. 현장에서는 계열 통합을 제대로 하려면 더 많은 인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는 계열 통합 결과 학급 구성이 다양해져 지도하기가 어려워졌다는 얘기다. 그만큼 계열화가 그동안 성취수준을 보장하는 수업에 효율성을 더해줬다는 것이다.

 

온타리오주에서는 기본적인 성취수준 보장의 방법이 수업 내 개별화와 보편적 학습 설계인데, 구성이 너무 다양하면 교사 한 명이 충분한 개별화를 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로 교사 혼자서 북 치고 장구 치고 해서는 개별화에 한계가 있다. 특히 차이가 크게 나는 저성취 학생은 누군가가 옆에서 개별적으로 도와줘야 따라올 수 있다.

 

그 역할을 온타리오에서는 특수교육 보조사 격인 교육보조(Educational Assistant)가 담당하고 있다. 이들이 바로 더 필요하다는 인력이다.

 

특수교육 보조사라고 하는 이유는 이들의 배치가 결국 중증 장애 학생 수요에 따라 이뤄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로 그 역할은 단순히 중증 장애 학생 전담 지원은 아니다. 수업 활동 보조부터 해서 혼자 학습이 어려운 비장애 학생들도 돕는다.  


별도 예방 지도는 전담 인력이


물론 개별화 수업을 한다고 해도 교실 안에서 예방 지도가 완벽히 이뤄지긴 힘들다. 그럴 때는 교사가 선별해 학교의 학생 성공 부서(Student Success)에 지원을 요청한다.

 

초등학교에서는 저성취 학생이나 특수 학생 지원 전담 인력이 없어서 교감이 겸임하기도 하지만 대규모 학교인 고교에서는 상주하는 특수 전담 교사가 학생 성공 부서를 이끌고 있다. 

 

이 부서는 특수학생의 개별화 교육 계획 작성과 운영을 지원하는 일도 맡고 있지만, 그 외에 저성취 학생이나 수업 중 학습을 못 따라와서 별도 지도가 필요하다고 교과 교사가 알려주는 학생에 대한 지원도 하고 있다.

 

심지어는 따로 큰 어려움이 없어도 수업을 여러 번 놓쳐서 못 따라오는 경우나 체험학습을 따라가지 못하는 학생, 신념 때문에 특정한 계기 수업이나 성교육 등을 거부하고 대체 교육을 받는 학생 등 개별 지도가 필요한 모든 학생이 이곳에서 지원을 받는다. 

 

 

물론 학생 성공 부장이 모든 교과를 지도할 능력은 안 된다. 예를 들어 기자가 실습한 킹스턴고의 학생 성공 부장은 원래 초등 일반과 중등 체육을 전공한 특수 교사다. 아무리 교과 전문성을 덜 중시해도 12학년 심화 수학을 가르칠 수는 없다. 그 외 두 명의 특수교사가 더 있지만 마찬가지로 자기 전공은 한계가 있다.

 

그래서 협업을 한다. 별도 지도 자료와 계획은 교과 교사가 준비하고 옆에서 지도하는 것은 학생 성공 부서 인력이 한다.

 

특수교육 대상자이거나 특수교육 필요가 의심되는 학생에 대해서는 특수 교사의 조언을 반영해 자료를 만들고, 그렇지 않으면 그냥 교과 교사가 학습할 자료와 계획을 만들어서 대체 교사 수업 계획을 전달하듯 학생 성공 부서에 전달한다.

 

직접 지도가 필요한 학생은 대부분 특수 학생이고 그 부분에 대해서는 특수 교사들로 구성된 학생 성공 부서 인력들이 전문가니까 교과 담당으로부터 내용만 받으면 지도할 수 있다.  


유연한 평가제도를 활용한 보충성 예방 지도


과정이 끝나고 나서 하는 보충 지도는 없지만, 교사에 따라 개인적으로 대단원 총괄 평가 때 일종의 보충 지도를 하는 경우는 있다.

 

물론 최종 학점이 나온 뒤에 하는 일이 아니고 따로 제도적으로 정해진 일은 아니다 보니 우리 제도 기준으로는 보충 지도보다는 예방 지도의 일종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대단원 총괄 평가 이후에 하기에 보충의 의미가 있긴 하다.

 

아예 시험에 충분한 성적이 안 나왔을 경우 관련 내용에 대한 요약 자료를 주고 공부한 다음 재시험을 볼 기회를 제공하는 경우도 있고, 수행평가의 경우 과제에 대한 피드백을 주고, 그 피드백을 반영해 수정본을 가져오도록 하기도 한다.

 

물론 사후 보충을 안 하는 게 원칙인 교사도 있는데, 그런 경우 수행평가 과제 최종 제출일 전에 중간 점검을 하고 피드백을 주기도 한다. 

 

교사가 열정이 있다면 단순히 성취기준 미도달을 벗어나는 걸 넘어서 학생의 진로 목표에 맞춰 원하는 성취 수준을 도달할 수 있도록 일일이 과제물을 상세하게 피드백을 해주기도 한다.

 

기계적 공정에 목숨을 걸고 상대적인 평가가 중요한 문화에서는 공정하지 않게 보일 수도 있지만, 온타리오주 학교에서는 결과적으로 배우는 게 중요하지, 같은 기간에 준비해서 같은 방식으로 시험 보는 것은 덜 중요하다.

 

하지만 이렇게 지도하는 것도 교사 개인의 선택이지 제도적으로 요구하지는 않는다. 하지 않고 미달을 준다고 하더라도 아무도 교사를 탓할 수 없다.

 

그러다 보니 학생 스스로 학습의 의지가 전무하거나 최소한의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미이수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재수강으로 기회는 언제든 열어놔


그래서 우리보다 폭넓은 대체 이수와 재수강을 허용한다. 재수강이 가능한 것도 보충 지도 제도가 필요 없는 이유다.

 

온타리오주의 졸업 학점 요건은 30학점이다. 그런데 온라인 필수 학점이 2학점이라는 점까지 생각한다면 최소로 들을 경우 학기 중 수업 시간에 듣는 학점은 28학점이 된다. 온라인 학점 중에는 방학 중 제공하는 과정도 많기 때문이다.

 

그런데 수업은 매 학기 네 과정을 듣는다. 결국 32학점을 수강할 수 있는 기간에 28학점만 수강하는 셈이다. 이 4학점 어치의 여유는 재수강, 추가 심화, 대체 이수 등에 활용할 수 있다. 보통 11~12학년 때는 수강 신청 요건은 예닐곱 과정이고 나머지 시간은 재수강이나 심화 과목 등에 유연하게 활용 가능하다.

 

우리나라는 보충 지도를 받는 경우 점수는 최저 이수 기준인 E로 한정하고 있지만, 온타리오주에서는 재수강을 통해 성적을 높일 수도 있다. 심지어 필수 학점을 주로 듣는 9~10학년은 재수강 시 재취득한 학점만 성적표에 공개한다.  

 

물론 그렇다고 경쟁적으로 재수강을 하는 일이 발생하지는 않는다. 대부분의 대학에서 요구하는 내신 조건은 관련 영역의 학점 수와 직접적 관련이 있는 몇 과목의 성취평가 최저점이지 상대평가 등급이나 석차가 아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고전학과를 간다고 하면 고전어, 역사 심화, 인문/사회과학 심화 과정에서 각각 1학점 이상 성적은 B 이상을 요구하고 언어 학점은 평균보다 많은 학점을 요구한다거나 하는 식이다. 

 

입시 요구 사항도 이전에 살펴본 졸업 요구 조건도 특정 과정을 지정해 놓지 않고 영역이나 교과군별 학점을 요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보니 같은 영역의 다른 과목을 들어도 된다. 대체 이수라고 볼 수 있겠다.

 

영어나 수학의 필수 과목은 계열별 분리만 돼 있고 기본 과정은 지정이 돼 있어 보통 필요하다면 재수강을 해야 하는데, 이것도 장애, 영어 학습자(ELL 학생), 원주민 등의 경우에는 대체할 수 있는 과정이 제공된다.

 

 

게다가 모두 같은 시기에 같은 단계를 밟아나가야 한다는 강박관념 같은 게 없어 12학년 이후에도 학교에 다니는 학생이 종종 보인다. 학교에서도 12학년 이후를 위한 수강 신청 편람도 별도로 제공한다.

 

예전에는 아예 13학년이라고 운영을 했는데 낙제생 같은 이미지가 있어 지금은 공식적으로 별도 학년을 운영하지는 않지만, 12학년을 마치고 졸업 요건을 못 채운 학생은 일정 나이까지 계속 학교에 다닐 수 있다.

 

고교 졸업 요건 중 하나인 표준 평가로 시행되는 온타리오주 문해력 시험(Ontario Secondary School Literacy Test, OSSLT)도 다음 해에 재시험이 가능하다. 충분한 성적이 나오지 않았을 경우 재시험을 볼 수도 있고, 두 번 실패하면 12학년에 시험 대비 지도를 해주는 과정을 신청할 수도 있다.

 

물론 진학하지 않고 취업에 굳이 고졸이 필요 없는 경우 미이수 과목이나 미합격 시험 결과를 두고 그냥 수료로 고교를 마치기도 한다. <계속>

배너
좋아요 싫어요
좋아요
0명
0%
싫어요
0명
0%

총 0명 참여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