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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고교학점제 현장을 가다] ④교사의 교과 전문성 걱정? "NO"

더에듀 정은수 객원기자 | 2025년도에 고교학점제가 전면 도입을 앞두고 여러 우려가 나오고 있다. <더에듀>는 우리보다 앞서 고교학점제를 시행하고 있는 곳은 우리가 걱정하는 문제들을 어떻게 다루는지 살펴보기 위해 캐나다 온타리오주의 고교 학점제 현장 사례를 소개한다.

 

 

선택 교과가 다양해지면 필연적으로 새로운 심화 교과를 가르칠 교사들의 부담이 언급될 수밖에 없는데, 온타리오주에서는 이런 걱정을 하지 않는다.

 

앞서 설명했듯이 많은 과정이 유사한 교육과정을 진로별로 분화했거나 학년에 따라 나눴을 뿐 교육과정 내용이 비슷한 경우도 있다는 점, 매일 4교시 같은 과정만 반복하는 단순한 체계, 대규모 학교로 동일 과정의 학급이 많고 다양한 교사가 있는 상황 등으로 인해 애초에 한 교사가 너무 다양한 과정을 여러 개 감당할 필요는 없다.

 

우리나라에서는 2021년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의 실태조사에서 대부분 교사가 세 과목을 감당한다고 해서 논란이 되기도 했는데, 애초에 그렇게 될 일은 없다. 대부분은 한 학기에 한두 과정 정도를 담당한다. 

 

그렇다고는 해도 고학년에서는 학생의 진로 선택권을 위해 꽤 다양한 심화 과정을 제공하고 있다 보니 단순한 수업 시간표와 학교의 규모만으로 모든 교사가 전공 교과만 가르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미술 교사가 수학도, 체육도 가르쳐 


그러다 보니 세 과정을 가르치는 경우도 간혹 있고, 전공 교과가 아닌 교과를 가르칠 때도 종종 있는데 아무도 문제라고 여기지 않는다. 교사의 교과 전문성에 대한 관점이 다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교사교육을 할 때, 전공 교과에 대한 전문 지식과 그 교과를 가르치는 방법론을 배우는 데 상당한 시간을 할애한다.

 

반면, 온타리오주에서는 학사 때 전공하거나 전공에 준하게 이수한 교과가 자신의 전공 교과가 되고, 일반적으로 학사 이후에 진학하는 교대의 교사교육은 교수학습, 학생 지도, 학급 관리 등을 중심으로 이뤄진다.

 

그러다 보니 교사의 전문성에 대한 초점이 교과 내용이나 교과교육 방법론보다는 교수학습 전문성에 있다. 별도의 교과교육 방법론까지 배우지 않았어도 해당 교과 내용에 대한 지식만 습득하면 가르칠 수 있다고 보는 편이다.

 

 

이렇게 교과교육 전문성을 덜 강조하는 관점을 갖고 있어, 부전공을 따기도 비교적 쉽다. 학사 때 관련 학점을 충분히 취득했다면 한 달에서 한 달 반 정도 걸리는 온라인 자격연수 한 번으로 부전공을 취득할 수 있다.

 

관련 학점을 충분히 이수하지 않았어도, 부족한 학점을 학점제로 보충할 수도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시험 한 번으로 교과 내용에 대한 전문성을 입증하고 자격연수를 받을 수도 있다. 그러니 부전공을 하나 이상 가진 교사가 대부분이다.

 

기자의 동기 중에는 주전공이 미술인데도 불구하고, 체육과 수학을 부전공으로 한 경우도 있다. 취업에는 같은 계열의 부전공만 가진 것보다는 다양한 역할을 할 수 있는 교사가 유리하기 때문이다. 


과정마다 자격이 필요하지도 않아


심화 과정의 경우나 학교의 수요가 바뀌는 경우, 꼭 해당 교과의 자격증을 갖고 있지 않아도 교사가 가르칠 수만 있다면 수업을 맡는 것에 대해 교사도 학교도 문제가 된다고 여기지 않는다.

 

기자가 실습할 당시, 두 지도교사 중 한 명은 역사와 프랑스어를 복수 전공 교과로 갖고 있었지만, 세계사와 종교학 과정을 가르치고 있었다. 종교학이 세부 과정이라 해당하는 자격이 없어서가 아니다. 종교학을 포함한 인문·사회과학 심화 과목을 가르치는 별도의 사회과학 전공이 있지만, 해당 자격을 갖지 않아도 가르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다른 지도교사는 역사와 지리를 전공하고 있었지만, 국제바칼로레아(IB) 심리학 과정을 담당하고 있었다. 이 경우 IB 교육과정의 요건 때문에 관련 현직 연수를 받기는 했다. 

 

 

이렇듯 교사들은 학교의 교육과정 운영의 유연성과 자신의 취업 가능성 때문에 부전공 하나 이상 또는 복수전공을 갖고 있지만, 실제로는 부전공을 활용하지 않기도 하고, 부전공을 하지 않은 과정을 가르치기도 한다.

 

하지만 대부분은 이렇게 유연하게 운영하지 않아도 개설 과정이 매년 바뀌는 게 아닌 데다, 기본적으로 두세 개의 전공과 부전공이 있으니 대부분 그 범주 안에서 과정을 담당할 수 있다.

 

일부 전공이 없이 과정을 담당하는 경우라도 원하면 자격연수를 통해 부전공을 취득할 수도 있고, 그러지 않더라도 교사로서 충분한 교육 전문성을 가졌다고 보기 때문에 우리처럼 상치교사라고 문제시하지 않는다. 부전공만 가진 것보다는 다양한 역할을 할 수 있는 교사가 유리하기 때문이다. 


업무는 행정실이나 교과 수업이 없는 교사가 


교과 전문성 문제는 아니지만, 학점제와 관련해 또 한 가지 교사들의 부담이 거론되는 부분은 학점제 운영 자체가 주는 업무 부담이다.

 

온타리오주에서는 기본적으로 수업시간 충돌도 과정 개설 취소 사유가 된다. 게다가 시간표와 학점 구조가 한 학기 내내 같은 교시에 같은 과정을 운영하는 방식이므로 시간표 구성과 조정에 큰 어려움은 없다. 

 

교사가 병가를 쓰거나 출장을 가게 되는 등 자리를 비우면 대체 교사를 부르고, 대체 교사를 못 구할 때는 교감이나 교장이 해당 학급을 감독해 이로 인한 수업시간 조정도 없다.

 

대체 교사를 구하는 일도 그 외의 학점제 관련 안내와 문제 발생 시 각종 업무는 주로 행정실에서 처리한다. 아무래도 우리나라보다는 고교에서 담임 학급 개념도 흐리고 (1교시에 가르치는 학급이 자동으로 담임 학급이 된다) 교사의 잡무가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가능하다. 

 

수강 신청 기간에는 학생 문의에 대응하는 전담교사가 있긴 하다. 교과 수업을 담당하는 교사가 아니라 장애 학생과 학업 부진 학생 등 지원이 필요한 학생 관련 업무를 하는 학생 지원 교사(Student Support Teacher, SST) 혹은 학생 성공 교사(Student Success Teacher), 상담실 소속 진로 지도 교사, 외부 협업 과정 실습 전담교사 등이 학년별로 이를 분담한다. 수강 신청 외에 진로 선택에 따른 수강 과정 경로 설계를 상담하는 일은 진로 지도 교사가 담당한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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