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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의날-인터뷰] "곪은 게 터진 것일 뿐"...곽노근·권이근의 '무기력 교사의 탄생'

 

더에듀 김승호 객원기자 | 신간 <무기력 교사의 탄생>은 ‘저는 무기력 교사’라는 고백에서 시작한다. 무한한 책임을 가진 스승이 되길 기대하는 사회의 요구에, 교사들은 점점 무기력해지고 가르침에서 멀어진다고 말한다. 그래서 저자인 곽노근·권이근 두 교사는 ‘교사가 슈퍼맨과 공공의 적 사이에 있다’고 표현한다.

 

학교는, 교실은 어떤 공간이 되어가고 있는 것일까. 교사는 그 속에서 어떤 존재가 되어가고 있을까. <더에듀>는 스승의날을 맞아 <무기력 교사의 탄생>의 두 저자에게 왜 이런 제목의 책을 세상에 선보이게 되었는지, 학교 현장의 현실은 어떠한지 또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지 등을 들어 보았다.

 

 

▲ 책 제목을 ‘무기력 교사의 탄생’으로 정한 이유는.

 

곽) 지금 교사들이 처한 현실을 너무 잘 나타내 준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서이초 사건 전후로 무기력하지 않은 교사가 있나요? 크기만 다를 뿐 모두 조금씩은 무기력함을 갖고 있습니다. 왜 교사들이 이렇게 무기력하게 됐는지 그 뿌리를 조금이나마 더듬어 보고 싶었습니다.

 

▲ 곽노근 선생님은 전작은 <거침없이 교육>이다. 거침없는 논평을 하던 분이 어쩌다 스스로 무기력 교사로 지칭하게 되었을까.

 

곽) <거침없이 교육>에서 그렇게 거침없이 논평을 한 까닭이 어쩌면 제 안에 있는 답답함을 풀어내려고 그랬는지 모르겠습니다. 그 답답함은 무기력과 연결되겠지요.

 

▲ 책은 두 저자가 서로 주고받은 편지 형식으로 구성했다. 실제 이 편지들이 서로에게 어떤 의미였을까.

 

권) 주고받은 편지 형식이 아니었다면 서이초 문제에 집중하며 1년 가까이 혼자서 글을 써 내려갈 수 없었을 겁니다.

 

중증 외상 전문의로 유명하신 이국종 선생님께서도 어느 강연에서 “꽉 막힌 듯한 현실에서 그나마 버틸 수 있는 건 오로지 동료애”라고 말씀하셨어요.

 

왜 멀리 경기도에 근무하는 교사에게 보냈냐고요? 우린 같은 경인교대 음악과 동기생이고, 그 당시 제 답답함을 가장 잘 들어준 유일한 친구가 곽노근이었지요.

 

▲ 책은 서이초 사건에서 출발한다. 많은 교사 서이초 이후 함께 분노했는데.

 

권) 서이초 사건 이전엔 그냥 어쩔 수 없다고 치부하며 부당한 현실을 애써 외면할 수 있었지만, 서이초 사건 이후로 드러나지 않았던 수많은 교사로서의 기본적인 인권 침해 사례가 봇물 터지듯 쏟아지고 전국 교사들에게 전파되었습니다. 애써 외면하려고 해도 외면할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린 거지요.

 

곽) 서이초 사건이 선생님들에게 무기력을 느끼게 해준 결정적 계기인 걸 부인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보통 어떤 한 사건이 크게 팍 터졌다고 해서 크게 반응하지 않습니다. 그 사건과 비슷한 사건이 쌓이고 쌓여 곪을 때쯤, 큰 사건 하나가 사람들에게 깊숙이 와 박힙니다.

 

사실 선생님들은 훨씬 전부터 서이초 사건과 비슷한 일들을 자기 주변에서 무수히 보고 들었고 곪을 대로 곪은 게 서이초 사건으로 터져 나왔다고 볼 수 있겠죠.

 

▲ 곪게 되는 원인은 무엇이었을까.

 

곽) 내 새끼 문제라면 학교에 도를 넘는 민원을 제기해도 용인해 주는 지금의 학교 시스템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은 누울 자리 보고 눕습니다. 학교에 드러누워도 되니 눕는 겁니다. 이 시스템 아래에서 내가 보호받을 수 없구나 하고 느낀 교사는 무기력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 서이초 사건 이후 ‘교권 보호’ 입법이 이어졌다. 그런데 현장에선 체감하기 어렵다는 반응들이 나온다. 왜 그렇다고 보나.

 

곽) 여전히 학부모가 교사를 상대로 고소하는 데 제약이 없기 때문입니다.

 

‘아동학대처벌법’이 ‘정당한 교육활동은 아동학대로 보지 않는다’로 개정됐다고 해서 학부모가 고소를 못 하지 않습니다. 여전히 고소가 가능하죠.

 

나중에 재판을 가면 저 조항으로 인해 아동학대 판결이 덜 날 가능성은 있겠죠. 하지만 최종 판결이 날 때까지의 고통은 그대로 감수해야 하는 겁니다. 무죄가 나더라도 그동안 나에게 닥친 스트레스는 어쩌며, 변호사 비용은 어떻게 합니까. 나한테 현실적으로 오는 고통은 그런 부분이 큰데 말이죠.

 

권) 그런 의미에서 교사로서 올곧게 서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교사에 대한 법적 보호 장치와 가르침에 집중할 수 있는 제도의 필요성을 계속 주장해야만 하지 않을까요? 그래야 남아 있는 우리들이 그나마 존재할 수 있는 정당성을 부여받을 수 있을 것 같아요.

 

▲ 어떤 변화가 필요할까.

 

곽) 저는 여전히 ‘의심’만으로 아동학대 신고를 할 수 있는 조항을 손질해야 합니다.

 

‘가정 내 아동학대’는 은밀히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의심만으로 신고할 수 있게 하는 게 맞지만, 비교적 열린 공간인 학교에서도 의심만으로 고소, 고발을 할 수 있는 상황은 교사의 교육활동을 심하게 위축시킵니다.

 

무책임하게 고소를 남발하는 이들에겐 ‘무고죄’가 더 용이하게 적용될 수 있도록 법령이 바뀔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은 아동학대 고소는 무고죄가 나오기 어려운 것으로 압니다.

 

▲ 책에서 교사를 ‘슈퍼맨과 공공의 적 사이’에 놓인 존재로 묘사했다. 이중적 이미지가 만들어진 배경은 무엇일까.

 

권) 과도한 행정업무입니다.

 

교사가 도대체 왜 해야 하는지 납득할 수 없는 무수한 업무들을 아주 잘 해결하니 ‘슈퍼맨’이지요. 하지만 안 해도 되는 업무를 잘 해내느라 가르침과 아이의 성장에 온전히 집중할 수 없는 교사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교사로서의 권위를 상실한 채 ‘공공의 적’으로 전락하고 말았다고 생각합니다.

 

사교육 시장의 강사들을 보세요. 그들은 진정으로 오로지 아이들의 성적 향상에만 집중합니다.

 

▲ 교원 양성 체제에 대해 날카롭게 비판했다.

 

곽) 교대 교육과정 문제는 심각합니다. 교육학과 교과교육론 위주의, 즉 이론적인 수업으로 도배돼 있습니다. 이론은 분명 필요하지만 그게 도배가 돼 있다는 게 문제입니다. 이론과 실제가 적절히 균형을 찾아야 하는데 한쪽으로 심하게 기울어져 있습니다.

 

아니 정말, 교대 교육과정에 ‘학급운영’ 과목이 없다는 게 말이 됩니까? 학급운영은 담임교사로서 활동의 ‘꽃’입니다. 학급운영에 대한 내용을 배우지 않고 학교 현장에 들어온다는 건 말이 되지 않습니다.

 

통합교육도 그래요. 현재 학교에서는 통합교육 문제가 이곳저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특수교육대상 아동이 예전과 비교하면 눈에 띄게 늘었습니다. 그 아이들은 학교에서 교육받을 권리가 당연히 있습니다. 그런데 학교는 준비되지 않았습니다. 교사들은 특수교육이나 통합교육에 대해 교대에서 기껏 ‘특수교육학개론’ 2학점 들은 게 다인 상황이죠.

 

생활지도 관련 내용 역시 마찬가지죠. 학부모 민원과 아이들 생활지도가 어찌 보면 현 교권 사태에서 가장 중요한 사안일 겁니다. 그와 관련한 내용이 교대 교육과정에는 ‘생활지도와 상담’이라는 과목으로 있고 역시 2학점입니다. 그마저도 저 배울 때는 이론적인 내용 위주로 했습니다. 현장 사례를 중심으로 아주 실제적인 코칭이 들어갈 필요가 있습니다. 그것도 딸랑 2학점 말고 더 많은 시수로요.

 

절망적이었던 건 이 모든 교육과정이 제가 교대 다니던 20여년 전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겁니다. 제가 2024년에 찾아본 제 모교 교육과정은 정말 거의 비슷했어요. 현실은 바뀌었는데, 교대 교육과정은 어떻게 그대로일 수가 있는 겁니까.

 

▲ 제안한 ‘1년 현장 실습 후 2년 연구형 석사 체제’는 매우 흥미롭다.

 

곽) 이근이 형이 2년 연구형 석사 체제를 얘기해서 저는 그건 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애기했었죠. (웃음)왜냐면, 누가 석사까지 6년이나 공부해서 교사를 하려 하겠어요. 지금도 가뜩이나 교사 인기가 뚝뚝 떨어지고 있는데.

 

1년 현장 실습은 너무 좋고 찬성합니다. 다만 지금 몇 교육청에서 진행하고 있는 ‘인턴 교사’ 형식은 반대합니다. 인턴 교사는 임용 합격 교사 중 뽑아서 하잖아요? 저는 이렇게 몇몇만 뽑아서 하는 거에 반대합니다. 모든 예비 교사가 수습 과정을 거치는 것에 찬성합니다. 웬만하면 교대 교육과정 중에 포함됐으면 합니다.

 

▲ 학교 구성원 간 불명확한 역할과 책임으로 인한 혼란도 꼬집었다. 어떻게 재설계할 수 있을까. 표준화가 가능할까.

 

곽) ‘교사는 가르치는 사람’이라는 정의에서, ‘가르치는 일’과 관련된 업무만이 교사 업무라는 원칙을 세워둘 필요가 있습니다. 그 밖의 일들은 점점 쳐내는 방향으로 가야겠지요. 이 얘기가 사실 너무 추상적인 것 같지만, 그래도 큰 원칙은 너무 중요한 거 같아요. 이 큰 원칙 하나도 동의하지 못하는 이들이 많으니까요. 심지어 교사들 중에서도요. 옛날 어떤 한 교장 선생님은, 우리 교사가 업무를 너무 모르면 행정실 직원한테 무시 받을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말도 안 되는 얘기지요.

 

‘학교 내부자들’이라는 책을 쓴 박순걸 교장 선생님 연수를 들은 적이 있어요. 작은 학교라 가능했을지 몰라도 굉장히 인상적인 부분이 있었어요. 학교 구성원 모두, 그러니까 교사뿐만 아니라 실무사, 행정실 직원까지 모여 업무를 나눈다는 거에요. 붙임쪽지 붙여가면서요. 교사가 해야 할 일, 행정실이 해야 할 일 등등으로 머리 맞대고요. 굉장히 인상적이었어요. 관리자가 해야 하는 역할이 저거구나, 싶었죠.

 

권) 업무와 관련된 관리자 책임 부분이야말로 가장 쉬운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학교장은 말 그대로 학교 기관의 대표입니다. 그런 자리임에도 불구하고 학교의 문제를 책임지지 않으려는 소극적 자세 때문에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고 봐요.

 

어느 교장은 학교에 정수기 설치는 법적으로 안 되니까 음수기를 설치하라고 지시하고, 어느 교장은 학부모들이 원하시니 학교에 사설 코디네이터가 관리해 주는 정수기를 설치하도록 지시합니다.

 

여기서 제가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은 기준이 없다는 겁니다. 아니 기준이 있긴 하지만 그걸 꼭 지키지 않아도 큰 문제가 없다는 겁니다. 그만큼 교장의 권한이 있다는 얘기지요.

 

이런 현실에서 관리자인 교장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는 게 말이 됩니까? 책임지는 학교장으로서 학생의 건강한 성장을 가장 중심에 두고 모든 교직원을 대상으로 의견을 경청한다면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까요? ‘그런데 나 혼자 이러면 교장 사회에서 손가락질 당하지 않을까’하는 두려움이 문제입니다.

 

그래서 연대가 필요하다는 얘기를 썼어요. 교장, 교감 선생님들이 제발 서로 손잡고 학교가 되살아나도록 머리를 모아주셔야만 해요. 사실 교사는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습니다. 모든 공직사회의 하위 공무원들이 그렇듯이, 하라면 할 수밖에 없어요.

 

 

▲ 스승의날이다. 전국 교사들에게 하고픈 말은.

 

곽) 무기력한 시절입니다. 스승의날이라고 뭘 바라겠습니까. 어차피 바란적도 없지만, 암것도 바라지 말아요. 그러다 아이 한 명이라도 편지 하나 수줍게 들고 오면 슬쩍 웃어 보아요. 그래도 그 정도 웃음 정돈 지었으면 좋겠어요 우리. 스승의 날, 자축해요.

 

권) 스승의 날이 언제부턴가 축하받는 날이 되어버린 게 문득 신기해요. 스승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던 예전과 달리 무슨 데이(day)처럼 이벤트를 해야만 하는 날 같아서 어색해요. 생일도 아닌데 선물 같은 거 없으면 어때요! 스승의 날은 먼 훗날 역사의 시간에 맡기고, 우리 있는 그대로의 나에게, 서로에게 쓰담쓰담 해주며 오늘도 애썼다고 위로해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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