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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지 또는 더 엄격한 제한"...교내 휴대전화 사용, 전세계적 움직임은?

유네스코, 지난해 7월 ‘2023년도 세계교육 현황 보고서‘ 발간...휴대전화 제한 조치 권고

이후 전세계적으로 더 엄격한 제한 조치 경향 보여

 

더에듀 정은수 객원기자 | 지난 8월 조정훈 국민의힘 의원이 교내 스마트기기 사용 제한 3법을 발의한 데 이어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 10월 휴대전화 일괄 수거 학칙은 인권 침해가 아니라는 결정을 내리면서 교내 휴대전화 사용 금지 여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렇다면 세계의 다른 나라들은 교내 휴대전화 금지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요약하면, 전세계적으로 금지 혹은 더 엄격한 제한 조치를 도입하는 국가가 늘고 있다. 특히 지난해 유네스코의 ‘세계교육 현황 모니터링 보고서’ 발표 이후 이런 추세는 가속하고 있다.


유네스코 권고로 규제 명분 강화


유네스코는 지난해 7월 26일 ‘2023년도 세계교육 현황 보고서(2023 Global Education Monitoring Report)’의 부제를 ‘교육 속 기술: 누구를 위한 도구인가?’로 정하면서 휴대전화 제한 조치를 권고했다.

 

스마트폰이 주의를 산만하게 해 학습을 저해하고 아동의 프라이버시와 안전, 웰빙에 위험 요소가 된다는 이유였다.

 

오드레 아줄레 유네스코 사무총장은 “디지털 혁명은 측정할 수 없는 가능성을 지니고 있지만, 사회에서 규제의 필요성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나오듯이 교육에서도 이를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밝혔다.

 

이런 유네스코의 권고에 따라 그간 위험성을 경고하는 목소리와 미래 사회에 대비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립해 선뜻 규제를 못하고 있던 국가들이 규제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게 됐다.    

 

 

물론 유네스코 발표 이전에도 휴대전화 사용 금지 또는 제한 조치는 확산하고 있었다.

 

이탈리아는 2007년에 이미 수업 중 휴대전화 금지 조치를 시행했으며, 2022년에 조치의 연장과 함께 교육 목적의 사용을 위해서만 허용할 수 있도록 단서를 달았다.

 

프랑스도 2018년 유·초·중학교에서 휴대전화 사용의 원칙적 금지를 법제화했다. 호주는 주별로 2019년부터 금지 조치를 도입하기 시작했다.

 

유네스코 보고서에 따르면 이외에도 나이지리아, 브라질, 캄보디아, 이집트, 뉴질랜드 등 여러 국가에서 이미 제한 조치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이런 금지 조치가 빠르게 늘기 시작하고, 기존 제한 국가도 조치를 강화하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일부는 명시적으로 유네스코 권고를 근거로 들기도 했다.

 


지난해 중순 이후 유럽 확산 가속


네덜란드는 중등은 올 1월부터, 초등은 9월부터 휴대전화, 태블릿, 스마트워치 등을 학교에서 금지하는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의료상 긴급 연락 목적, 장애 학생 지원, 미디어 러터러시 등 교육 목적인 경우에만 허용하고 있다.

 

스페인도 1월부터 초등학교에 휴대전화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스페인 국가교육위원회는 전원 합의로 초등학교 내 휴대전화 소지 금지를 찬성하고, 중등학교에서도 특별한 상황에서 제한적으로만 허용하기로 했다. 허용이 된 경우에도 건물 내에서는 꺼놓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  

 

2월에는 영국 내 잉글랜드에서 금지 조치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직접적인 금지 조치는 아니었으나 이미 기존 학교별 규제에 일관성과 명분을 실어줬다.

 

벨기에는 프랑스어권에서는 2024~2025학년도부터 휴대전화를, 독일어권에서는 2025학년도부터 스마트폰과 연결된 기기를 금지하기로 했다. 이번 조치는 수업시간뿐 아니라 쉬는 시간에도 적용된다.

 

플레미시권에서는 단위학교별 접근을 하고 있지만 정부 차원의 통일된 규칙을 적용해야 한다는 논의가 이뤄지고 있어 향후 금지 조치가 시행될 전망이다.

 

헝가리는 6월에 학교 내 휴대폰전화 사용 금지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로 인해 새 학기인 9월에 이를 거부한 한 교장이 해직되면서 대규모 시위가 일기도 했다.

 

그리스도 9월부터 학교 일과 시간 내 휴대폰 사용을 전면 금지했다. 학생들은 휴대전화를 가방 안에만 둘 수 있게 됐다.

 

6월에는 키프로스가 유네스코 권고를 근거로 들며 휴대전화 사용 금지를 골자로 하는 법령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핀란드도 유네스코의 권고를 근거로 지난해 이미 휴대전화 사용 규제를 위한 법 개정을 하고 올 가을학기부터 시행을 시작했다. 특히 쉬는 시간에도 제한하도록 각급 학교에 권고했다. 이어 10월 말에는 이를 강화할 수 있도록 ‘기초교육법’ 입법예고를 하고 11월 말 의견 접수를 마친 상태다.

 

개정안에 따르면 단위학교별로 수업 시간 이외에도 휴대전화와 휴대용 전자기기의 보관과 사용에 관한 절차와 규정을 마련하도록 했다. 또한 수업이나 학습을 방해하는 경우 압수까지 허용했다. 개정이 이견 없이 이뤄질 경우 내년 8월부터 시행된다.

 

덴마크나 독일, 폴란드, 스위스처럼 단위학교 또는 교육청 자율에 맡겨 전국적으로 적용되는 법령이나 교육부 지침이 없는 국가들도 관련 규정을 둔 학교가 늘고 있다. 특히 덴마크는 총리가 나서 사용 제한을 촉구하면서 대부분 학교가 동참하고 있다. 


찬반 팽팽하던 북미도 금지 대열 합류


이런 흐름에 따라 그동안 금지보다는 휴대폰과 스마트기기 사용을 가르쳐야 한다는 주장이 교직사회에서 우세했던 미국과 캐나다도 유럽 국가들의 금지 조치 대열에 동참하고 있다.

 

캐나다는 주마다 차이는 있으나 온타리오주는 지역교육청이 휴대전화 금지를 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하고 올 9월부터 지역교육청별로 휴대폰 사용 금지를 포함한 규정을 수립했다. 기본적으로는 유·초등은 일과 중 사용을 전면 금지하고, 중·고교는 수업 시간 내 소지를 금지하고, 따르지 않을 경우 압수도 허용했다. 매니토바주는 중학교까지 일과 중 금지, 고교는 수업 중 소지는 교육에 사용할 때만 허용하기로 했다.

 

앨버타주도 9월부터 규제를 위한 주 교육부 기준을 마련했고, 내년 초까지 지역교육청별 규칙 마련을 요구했다. 이에 앞서 브리티시컬럼비아주도 1월 주 교육부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지역교육청별 규칙을 9월부터 적용하고 있다. 일부 지역교육청은 전면 금지를 하고 있다.

 

노바스코샤주, 서스캐처원주는 유·초·중·고 모두 수업 시간 내 휴대전화 소지를 금지했다.  

 

 

미국은 주별 제한 또는 금지 조치가 확산하고 있다. 보건 관련 연구를 하는 비영리재단인 카이저 가족재단(Kaiser Family Foundation) 조사에 따르면, 11월 기준으로 캘리포니아, 플로리다, 인디애나, 루이지애나, 오하이오, 사우스캐롤라이나, 버지니아 등 최소 8개 주 이상이 주 전체에 적용하는 제한 조치를 도입했다. 미네소타주도 내년부터 휴대전화 제한을 위한 법이 효력을 발휘한다.  

 

그 외에도 이미 절반이 넘는 주가 규제 대열에 동참했다. 이들은 관련 지침이나 시범 사업 등을 통해 규제를 시행하면서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지역별 제한 조치가 확산하는 가운데 연방 교육부가 3일 공식적으로 모든 주, 교육구, 단위학교가 휴대전화 관련 규칙을 마련할 것을 미겔 카르도나(Miguel Cardona) 교육부장관 명의로 요청했다.

 

명확히 규제하라고 지시하지는 않았지만, 함께 제공한 자료에는 소셜미디어가 학생들의 정신 건강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이미 제한하던 나라도 조치 강화


기존에 제한 조치를 시행하고 있던 국가들도 더 강화된 금지 조치를 도입했다.

 

프랑스는 지난달 25일 현재 시범적으로 운영하는 ‘디지털 휴식’을 내년 1월부터 보편화해 시행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디지털 휴식은 초·중학교에서 학교 내 휴대전화 사용을 금지하는 정책이다. 금지 방식은 학교 자율이다.

 

이탈리아도 기존 조치를 강화했다. 9월부터 모든 초·중학교에서 태블릿과 컴퓨터만 교육 목적으로만 사용하고 휴대전화는 교육 목적으로도 사용을 중단하기로 했다.

 

아일랜드도 9월부터 기존의 제한 조치를 중·고교까지 사용을 전면 금지하는 방침을 도입하기로 했다. 가족과 연락을 위해 필요한 경우도 학교에 사전 고지하도록 했다. 그 외에는 일과 중 전원을 꺼놓도록 했다.


휴대전화 사용 넘어 SNS 규제 논의도 활발


일찍부터 주별로 휴대전화 규제 조치가 확산하고 있던 호주는 지난달 상원에서 세계 최초로 만 16세 미만 청소년의 소셜미디어(SNS) 사용을 전면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시행은 내년 말로 전망된다.

 

이런 SNS 규제에 대한 요구는 다른 국가에도 이어지고 있다. 캐나다 온타리오주도 법제화는 못 했지만, 9월부터 모든 공립학교 네트워크와 기기에서 소셜 미디어 접속을 차단하고 있다.

 

이와는 별개로 토론토 지역교육청과 오타와-칼턴 지역교육청을 비롯한 대형 교육청들이 소셜 미디어 플랫폼 기업을 상대로 청소년 정신건강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을 했다.

 

교육부는 이 소송에는 동참하지 않았지만, 해당 기업들과 개별적으로 제한 조치 동참을 협의하고 있다.

 

덴마크도 정부와 아동·청소년 단체들이 협약을 맺고 소셜 미디어 기업들에 연령 제한을 강화하고 위험 콘텐츠 노출을 막을 방법을 요구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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