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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띵동! 작은학교입니다] 성숙해진 제자들을 만나다

더에듀 | 6~21세 학령인구가 2015년 892만명에서 2024년 714만명으로 크게 줄면서 작은학교 역시 큰 폭으로 증가하는 추세이다. 서울 등 대도시 역시 피해갈 수 없는 상황은 작은학교에 대한 이해를 높일 필요성을 제기한다. 이에 <더에듀>는 ‘띵동! 작은학교입니다’의 저자 장홍영 교사(경북교육청 소속 6학급 학교 근무)를 통해 작은학교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탐구해 보고자 한다. 장 교사는 “경험은 적지만 신규의 마음은 신규가 가장 잘 알기에 혼자 힘들어하고 계실 신규 선생님을 응원하며 글을 썼다”며 “선생님들을 존경하는 마음을 담아, 어떤 선생님들께 누가 되지 않으면서, 어떤 선생님들껜 감히 조그마한 위로가 되길 기원한다”고 밝혔다.

 

 

학교생활에서 빠질 수 없는 이야기는 바로 아이들에 관한 것이다. 책 출간이 결정된 후 옛 제자들이 보고 싶어서 오랜만에 아이들과 연락을 했다. 학부모님께 동의를 구한 후 제일 처음 만난 학생은 6년 전 첫 제자 명근이다. 둘 다 태어난 곳은 도시였으나 시골에서 함께 학교생활을 했는데, 몇 년 후 도시에서 만나게 되니 감회가 새로웠다.

 

어느새 훌쩍 자라 190cm가 넘은 명근이에게 “사실 너희와 함께했던 해가 정식으로 처음 선생님을 했던 해였어. 더 잘해주지 못해서 아직도 미안한 마음이 많이 남아있어”라고 고백했다. 내 이야기를 들은 명근이는 “전혀 처음이신 줄 몰랐어요”라며 쿨하게 대답했다.

 

6학년 졸업을 앞두고 운동선수의 길로 나갈지 다른 길을 찾을지 고민하던 게 엊그제 같은데, 명근이는 어느새 청소년 육상 국가대표가 되어 있었다. 운동 뿐 아니라 공부도 열심히 하고 반장까지 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이렇게 멋진 제자와 함께했던 과거가 영광스럽게 느껴졌다.

 

명근이는 작은 학교에서 텃밭을 가꿨던 일과 음악 동아리를 했던 추억을 떠올렸다. 내가 운영했던 음악 동아리는 3~6학년에서 학년별로 1명씩 모여 총 4명으로 구성되었다. 우리는 BTS의 ‘Answer : Love Myself’를 무수히 반복해서 불렀고 멜로디언으로 연주도 했다. 가사가 좋아서 아이들에게 들려주고 싶던 노래였는데, 명근이는 이 노래가 좋아서 아직도 듣는다고 했다. 반복 학습의 힘을 느꼈다.

 

6학년 때 특별한 활동을 많이 못했음에도 명근이는 나와의 추억을 즐겁게 간직하고 있었다. 아마도 초등학교 마지막 담임이라는 특권 덕분인 것 같다.

 

현재 명근이는 국가대표 상비군이 되었고. 본인이 가진 신체조건의 장점과 재능을 살려 높이뛰기 기록을 갱신하기 위해 노력중이다. 명근이가 한국 신기록을 깨고 국제 시합에 출전하겠다는 목표를 이루기를 나 또한 간절히 바란다. 앞으로는 6학년 담임교사 외에 한 명의 팬으로서 후배들이 ‘제2의 오명근’을 꿈꾸게 되기를 응원하려 한다.

 

 

두 번째로 만난 아이들은 처음으로 반 이름을 지었던 ‘하하호호 5학년’이다. 5학년이 끝난 후에도 태양이와 영희에게 가끔 연락을 받았지만, 완전체 6명과 밥을 먹는 건 처음이었다. 오랜만에 아이들을 만나니 ‘하하호호 5학년’ 담임을 했던 시절로 돌아가는 기분이 들었다.

 

감기에 걸렸음에도 예쁘게 꾸미고 온 영희는 여전히 해맑았고, 내가 좋아하던 간식을 사기 위해 마트에 들렀다 온 제희도 사랑스러웠다. 독특한 사고방식으로 항상 날 웃게 해주던 민호는 여전히 의젓했고 예의가 발랐다.

 

다른 두 남학생은 “주말에 학교까지 나오기 귀찮았지만 치킨 먹으러 왔어요”라고 말했지만, “선생님께서 주신 샤프를 학교에 두고 와서 다시 가지러 갔다 왔어요”라며 내가 준 선물을 소중히 간직해 주었다.

 

밥을 먹고 아이들과의 추억을 간직하기 위해 폴라로이드 사진을 찍었다. 정자로 또박또박 쓴 편지를 건네주던 태양이는 “부모님께 사진 자랑해도 돼요?”라며 예의 있게 나의 의사를 물어보았다. 그 모습이 참 대견했다.

 

밥만 먹고 헤어지기는 아쉬워서 학교 근처에 유일하게 있는 카페에 갔다. 다방을 개조한 것 같기도 한 이곳에는 아이들이 먹을 메뉴가 하나 정도밖에 없다. 그래도 아이들은 무한 리필을 해주던 강냉이와 함께 음료를 맛있게 먹었다.

 

아이들은 담임 선생님이 무척 좋은 분이라며 일과 후에 모여 생신 선물도 준비했다고 말했다. 이렇게 아이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계신 담임 선생님께서도 나처럼 아이들 덕분에 행복하실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하하호호’ 아이들의 주된 고민은 고등학교 진학이었다. 면 소재지에 고등학교가 없어서 어떤 학교로 진학할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시골과 작은 학교의 현실을 마주하니 안타까운 마음도 주제 넘는 것 같아 어떠한 말도 해줄 수가 없었다. 학교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통학버스를 타고 등교하는 아이들이 그저 기특하게 느껴졌다.

 

담소를 나눈 후 4명의 아이를 집까지 차로 데려다주었다. 어느새 덩치가 커져 내 차를 꽉 채운 아이들을 보니 내가 낳은 자식도 아닌데 흐뭇했다. 자기 나이에 맞게 잘 자라고 있는 아이들을 보면 계속해서 현재의 아이들을 지도할 힘이 난다. 내가 지은 이름처럼 ‘하하호호’ 아이들이 늘 웃을 일만 가득했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만난 아이들은 처음 연구부장을 맡았던 두 번째 학교에서 만난 ‘비타민씨 5학년’이다. 6명의 아이들은 3곳의 중학교로 흩어져서 다 함께 모이는 것이 오랜만이라고 했다. 그래서 그런지 음식이 나왔는데도 아이들은 묵혀 두었던 이야기를 쏟아냈다.

 

“너희 화장해도 돼?”라고 묻는 친구의 말에 “선생님께서 체험학습 갈 땐 화장해도 된다고 허락해 주셨어”라고 말하는 아이를 보며 외모에 관심이 커진 아이들의 모습이 신기했다.1)

1)  아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나이 많은 선생님과 놀아주는 제자들에게 고마웠다.

 

여자 7명은 결국 치킨 3마리를 다 먹지 못하고, 학교 근처에 생긴 프랜차이즈 카페에 갔다. 다윤이는 혹시나 해서 챙겨왔다며 학급문집 출판 기념회 때 사용했던 사진 초대장과 ‘김다윤’ 자석 이름표를 꺼냈고, 미리 써온 편지도 건네주었다. 글솜씨가 좋던 혜빈이도 이에 질세라 편지를 꺼냈다. 지나간 담임을 생각해 주는 아이들의 마음이 너무 소중해서 약간은 먹먹해졌다.

 

요즘 아이들의 관심사가 궁금해서 “좋아하는 거 있어?”라고 물어보았다. 정말로 이 대답을 원한 건 아니었는데 대부분 아이가 “선생님이요”라고 말했다. 또 한 번 이런 사랑을 받을 수 있음에 감사했다. 교사가 아니었다면 이런 순수한 사랑을 알지 못했을 것이다.

 

알파 세대에게 스트레스를 주고 싶지 않지만, 나이를 먹어버린 MZ 선생님은 아이들의 꿈이 궁금했다. 진희와 혜빈이는 초등학교 때와 마찬가지로 각각 초등학교 교사, 가수가 되고 싶다고 했다. 예랑이는 전교 1등, 다윤이는 펫고등학교 진학과 더불어 인테리어 디자이너, 채영이는 경찰이 되고 싶다고 했다. 그런데 지은이는 꿈이 없는데 어른들이 자꾸 꿈이 뭐냐고 여쭤보셔서 부담감이 생겼다고 한다. 지은이의 말을 듣고 또 한 번 반성하게 되었다. 아이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말하려고 노력하지만, 내가 아이가 아니기에 좀처럼 쉽지가 않다.

 

초등학교 때 기억에 남는 것을 물으니 아이들은 ‘6학년 졸업식 축하 공연, 사회 시간, 수학여행, 현장 체험학습’ 등을 꼽았다. 덧붙여 아이들은 “선생님 덕분에 5학년을 잘 보낼 수 있었어요”, “뜬금없지만 더 예뻐지셨어요”, “선생님, 사랑하고 재밌고 행복했어요!”라며 나에게 달콤한 말들을 선물해 주었다.

 

처음으로 학교를 이동한 곳에서, 처음 연구부장을 맡고, 시수가 가장 많은 5학년 담임을 했지만 ‘비타민씨 5학년’과 함께했던 해는 행복 그 자체였다. 아이들과 다시 만나니 그때의 감정이 되살아났다. 밝고 사랑스러운 ‘비타민씨’ 아이들은 많은 사람에게 긍정적인 기운을 전달해 줄 것이다.

 

아이들은 자라면서 여러 가지의 좌절과 시련을 겪게 될 것이다. 그 과정에서 단단하게 성장하게 되겠지만 사랑하는 나의 제자들은 조금만 아파했으면 좋겠다. 그러곤 언제 그랬냐는 듯 훌훌 털고 일어나 씩씩하게 세상을 살아내기를 소망한다.

 

“나는 믿어! 너희는 무조건 잘 될 사람이란 걸!”

 

장홍영 교사 = 경북의 6학급 초등학교에서 근무하고 있으며, 작은학교에서의 경험을 담은 책 '띵동! 작은학교입니다'를 펴냈다. 그는 스스로를 "매일 아이들과 선생님께 배우며 반성하고 사소한 것에 행복해하는 평범한 초등교사"라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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