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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띵동! 작은학교입니다] 아무래도 저는 학교를 좋아하나 봅니다

더에듀 | 6~21세 학령인구가 2015년 892만명에서 2024년 714만명으로 크게 줄면서 작은학교 역시 큰 폭으로 증가하는 추세이다. 서울 등 대도시 역시 피해갈 수 없는 상황은 작은학교에 대한 이해를 높일 필요성을 제기한다. 이에 <더에듀>는 ‘띵동! 작은학교입니다’의 저자 장홍영 교사(경북교육청 소속 6학급 학교 근무)를 통해 작은학교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탐구해 보고자 한다. 장 교사는 “경험은 적지만 신규의 마음은 신규가 가장 잘 알기에 혼자 힘들어하고 계실 신규 선생님을 응원하며 글을 썼다”며 “선생님들을 존경하는 마음을 담아, 어떤 선생님들께 누가 되지 않으면서, 어떤 선생님들껜 감히 조그마한 위로가 되길 기원한다”고 밝혔다.

 

 

나는 예민하다. 아이들 생활지도와 학습지도를 고민하며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는다. 하지만 이렇게 투덜대면서도 아무래도 나는 학교를 싫어하지 않는 것 같다. 일찍 학교에 도착하면 기분이 좋고 설레는데, 그럴 때마다 나는 ‘왜 이렇게 상쾌해?’라고 생각하며 씩 웃곤 한다.

​​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은 정말 빠르게 지나간다. 체력이 약한 나는 아이들과 생활하는 것이 매일 운동회를 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만큼 에너지 소모가 심하다. 그래서 아이들이 하교한 후 안도의 한숨을 쉴 땐 입에서 영혼이 빠져나가는 것 같다. 그럴 땐 다크 초콜릿이라도 입에 넣어 억지로 집 나간 집중력을 붙잡아 업무를 시작한다.

 

나는 아이들도 좋아한다. 물론 예의 없는 행동을 하는 아이는 예외다. 아이들이 좋은 방향으로 변화하며 나에게 감사함을 표현하고 쑥쑥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보람을 느낀다.

 

아이들이 있으면 나도 숨겨진 능력들이 발휘되기도 한다. 아이들이 도움을 요청하며 옆에서 기다리면 처음 해 보는 일도 어떻게든 해냈기 때문이다.

 

반짝이는 눈망울로 쳐다보는 아이들의 시선은 햇살처럼 뜨끈하다. ‘실패하면 어떻게 하지’라는 마음과 ‘꼭 성공시켜서 아이를 기쁘게 해주고 싶다’라는 마음이 공존하는데, 속은 얼마나 떨리는지 모른다. 그러다 아이들이 부탁한 일을 해내면 나도 나에게 놀란다. 혼자였다면 성공하지 못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내가 학교를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을 그나마 따라갈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얼리어답터의 정반대에 있는 사람이다. 아날로그가 좋고 옛것이 편해서 새로운 기술을 배우는 것이 귀찮게 느껴진다.

 

하지만 학교에서 일하기에 아이들로부터 요즘 유행하는 것들을 배우고, 아이들의 사고방식도 알 수 있다. 아이들이 아니었다면 시시각각 변화하는 흐름을 놓쳤을 거고, 더욱 꼰대가 됐을 것 같다. 불만을 말하면서도 사실 학교를 좋아한다는 글을 쓰게 되니 마치 학교와 밀당하고 있는 것 같다.

 

‘사실 나, 너 좋아해. 내가 힘든 게 네 탓이 아닌데, 미워하고 싶을 땐 대상이 너밖에 없었어, 미안. 그리고 고마워 학교야….’

 

나는 학교를 좋아하는 만큼 동료 선생님도 좋아한다. 그래서인지 아이들과 헤어지는 날만큼 선생님들과 헤어지는 날도 소중하다.

 

나는 모든 사람에게 좋은 사람이 될 생각은 없다. 하지만 감사한 선생님들이 나보다 먼저 학교를 떠나실 땐 마음을 꾹꾹 눌러 담아 편지를 드리곤 했다. 편지는 버려질 수도 있는 종이 쪼가리일 수도 있지만, 정성이 담겼기에 값을 매길 수 없는 선물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좋아하는 분들과 이별할 때 종종 편지를 쓴다.

 

 

책 『GRIT』에서 ‘열정은 강도가 아니라 지속성’이란 문장을 읽었다. 나는 이것저것 배우는 것을 좋아하지만, 부끄럽게도 꾸준히 하고 있는 활동은 없다. 그래서 꾸준한 것이 열정이라는 말이 새삼 와닿았다.

 

책에 따르면 열정은 잠깐 확 불타오르는 것이 아니라 지속해서 오랜 기간 하는 것이었다. 나는 ‘내가 6년 이상 같은 일을 하고 있다니 웬일이야…. 교사를 계속하는 것도 열정이네!’라고 생각하며 긍정 회로를 돌렸다. 끈기 있게 무언가를 해 본 적이 없었기에 이렇게 생각하니 스스로가 자랑스러웠다.

 

어느 날, 지역 행사 덕에 첫 학교에서 함께 했던 아이들을 오랜만에 만났다. 담임을 맡았던 아이뿐만 아니라 옆 반이었던 아이들도 나를 보고 반갑게 다가와 주었다. 신기하게도 아이들은 하나같이 못 볼 걸 본 듯 눈이 똥그래져서 뒤로 넘어지려 하며 소스라치게 몸을 떨었다.

 

“꺅!!! 선생님!!!”이라고 외치며 너무 좋아하는 아이들을 보니 교사로서 보낸 과거의 시간이 가치 있게 느껴졌다. 자리에 앉아 있던 ‘알록달록 4학년’은 “선생님 제자예요? 언제 제자예요?”라며 멀뚱멀뚱 우리의 만남을 신기하게 바라봤다.​

 

몇 가지 이유로 교사라는 직업이 불안하고 불만족스럽기도 하다. 하지만 1년을 무사히 보내고 시간이 흐른 후 당시 학생들을 만나면 그렇게 뿌듯하고 보람찰 수가 없다. ‘다른 선생님들도 잘 자란 제자들을 만날 때마다 힘을 얻어 교사 수명을 1년씩 연장하시는 게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다.

 

나는 점점 늙어가지만, 아이들은 계속해서 몸과 마음이 자랄 것이다. 자기 분야에서 열심히 정진해 청춘을 반짝반짝 빛낼 아이들의 미래를 상상하면 조금 더 교직에 있고 싶다.

 

 

담임교사로서의 1년은 학생들이 성장하는 순간을 실시간으로 함께할 수 있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 매년 3월엔 또다시 새로운 학생들과 지지고 볶으며 1년을 살아갈 것이다. 그 와중에 과거의 제자들이 날 반겨주면 ‘그래도 내가 나쁜 교사는 아니었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어른도 완벽할 수 없기에 아이들에게 항상 좋은 모습만 보일 수는 없다. 하지만 가정이나 학교에서 어른들이 실수를 통해 노력하며 극복하는 모습을 보면 학생들도 잠재적으로 많은 것을 배울 거라 믿는다.

 

교사 일을 처음 시작할 땐 내가 마냥 긍정적인 사람이라 생각했다. 아이들을 보면 칭찬할 것만 보이고 좋은 말만 해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교실에서는 그럴 수가 없다. 다른 학생에게 피해를 주거나 위험한 상황이 생길 땐 제지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이가 눈에 뻔히 보이는 거짓말을 할 땐 실망스러워 큰 충격에 빠지기도 했다.

 

하지만 나도 어린 시절, 친구들이 기분 상하는 말을 했었고 어른들에게 거짓말도 했었다. 그때의 자신이 너무 부끄럽고 왜 그랬는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나로 인해 상처받으신 분이 있으시다면 지면을 빌려 사과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 이랬던 나도 반성할 줄 아는 어른으로 성장했다. 그래서 아이들도 그럴 거라 믿고 조금 더 너그럽게 대하게 되었다.

 

아이들에게 상냥하게 말할 땐 내 표정이 밝을 것이다. 하지만 아이들의 잘못을 지도할 땐 얼굴에 주름이 자글자글한 마귀할멈처럼 보일 것 같다. 교직 경력이 많아질수록 인상이 험악해질까 걱정이다. 하지만 귀여운 아이들 덕에 웃는 일도 많다. 그렇다면 내 인상은 더 나빠질지, 더 좋아질지, 혹은 유지가 될지 궁금하다.

 

모든 사람은 그 자체로 존귀하다지만 나는 쓸모 있는 인간이 되고 싶었다. 그래서 교육대학교에 가기 위해 4번째 수능 공부를 하던 수험생 시절, 매일 밤 도서관을 나오며 하늘에 있는 달님에게 질문을 던졌다.

 

‘저는 대체 세상에 어떤 쓸모가 있어서 태어났나요?’

 

교사가 되고 나니 학생의 존재가 그 질문에 대한 답이 되었다. 아이들이 내 존재를 가치 있게 만들어 준 것이다. 아이들은 과연 그걸 알까. 본인들 덕분에 내가, 세상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인간이 되어 기쁘다는 것을.

 

장홍영 교사 = 경북의 6학급 초등학교에서 근무하고 있으며, 작은학교에서의 경험을 담은 책 '띵동! 작은학교입니다'를 펴냈다. 그는 스스로를 "매일 아이들과 선생님께 배우며 반성하고 사소한 것에 행복해하는 평범한 초등교사"라고 소개했다.

 

# 연재 '띵동! 작은학교입니다'를 마칩니다. 그동안 연재해주신 장홍영 경북교육청 소속 교사님과 애독해주신 독자분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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