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에듀 | 6~21세 학령인구가 2015년 892만명에서 2024년 714만명으로 크게 줄면서 작은학교 역시 큰 폭으로 증가하는 추세이다. 서울 등 대도시 역시 피해갈 수 없는 상황은 작은학교에 대한 이해를 높일 필요성을 제기한다. 이에 <더에듀>는 ‘띵동! 작은학교입니다’의 저자 장홍영 교사(경북교육청 소속 6학급 학교 근무)를 통해 작은학교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탐구해 보고자 한다. 장 교사는 “경험은 적지만 신규의 마음은 신규가 가장 잘 알기에 혼자 힘들어하고 계실 신규 선생님을 응원하며 글을 썼다”며 “선생님들을 존경하는 마음을 담아, 어떤 선생님들께 누가 되지 않으면서, 어떤 선생님들껜 감히 조그마한 위로가 되길 기원한다”고 밝혔다. |

내가 근무했던 첫 근무지에서는 5학년이 되면 야외수련 교실에 참가한다. 두 번째 지역에서는 6학년이 야외수련 교실에 참여해, 지역을 옮기며 지역별 특색을 느끼고 있는 중이다.
작은 학교는 학생들의 수가 적어서 2개 이상의 학교가 함께 수련 활동을 진행한다. 지금은 1박 이상으로 수련 교실을 진행하기도 하지만, 내가 5학년 담임일 땐 코로나 때문에 당일치기로 수련 교실을 체험했다.
점심은 5학년 담임인 내가 주문했어야 했는데, 수련 교실이 산속에 있어서 근처 식당을 찾을 수 없었다. 겨우 근처에 배달이 되는 곳을 찾았으나 배송비가 너무나 비쌌다. 하지만 아이들과 굶을 순 없으니 학교에 양해를 구하고 주문을 해두었다. 수련 교실에서 음식을 제공해 주지 않기에, 학교마다 점심을 챙기는 게 난관이었다.
보통의 아이들은 교과목 중 체육을 제일 좋아한다. 그리고 운동회만큼이나 밖으로 나가는 야외체험학습을 무척이나 기다린다. 아이들은 야외수련 교실 자체를 좋아했지만, 그중에서도 집라인에 대한 기대가 가장 높았다.
수련 교실은 아침 활동, 점심시간, 오후 활동으로 이루어졌는데, 아침엔 넓은 강당에서 도미노를 세웠다. 두 팀으로 나눠 아이들이 도미노를 세웠는데, 무너져도 서로를 다독이며 도미노를 다시 세우는 모습이 기특했다. 그 모습을 보며 아이들이 역경을 겪을 때 도미노를 다시 세우는 것처럼 씩씩하게 일어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양 팀의 도미노 대결 후 장소를 옮겨 ‘탈 꾸미기 활동’을 했다. 미술 활동이라 대부분은 재밌어했으나, 수련 교실이라 더 활동적인 것을 기대한 아이들은 아쉬워하기도 했다. 학교별로 점심을 먹고 오후 활동이 시작되었다.

첫 수련 교실에서 시켜 먹었던 보쌈 도시락은 고기도 신선했고 다른 반찬도 푸짐하게 나와서 만족스러웠다. 당시 8000원의 식비를 만족시키는 메뉴가 이것 하나였는데, 매번 체험학습에서 돈가스만 먹던 나는 참 행복했다.
보통 작은 학교에서 단체 도시락을 주문할 때 가장 많이 시키는 메뉴는 돈가스다. 맵지 않고 대부분 아이가 잘 먹어서 가장 적은 민원을 받는 선택지이기 때문이다. 예산도 정해져 있고, 모두의 입맛을 만족시킬 수도 없기에, 앞으로도 체험학습 날의 점심은 웬만하면 돈가스일 것 같다.
오후 활동은 암벽등반과 집라인이어서 아이들이 가장 기대하는 시간이었다. 밑에서 보니 암벽이 엄청 높아 보였는데도 아이들은 씩씩하게 성큼성큼 끝까지 올라갔다. 나는 나이가 들수록 겁이 많아졌는데, 아이들은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이들이 모두 집라인을 타고 내려온 후 나도 집라인을 탔다. 아이들의 안전 장비를 메어주고 풀어주고를 여러 번 반복한 후 나에게도 기회가 왔다. 점잖은 척했지만, 무척이나 타보고 싶었기에 신이 났었다. 아이들이 보고 있으니 더욱 L자 자세에 신경 써서 멋지게 내려왔다. 반 학생이 “선생님 멋있어요!”라며 영상을 찍어준 덕분에 나에게도 새로운 추억이 생겼다.
학교의 주인은 학생이고 모든 교육 활동은 학생의 성장을 위해 계획되어 있다. 그래서 교사가 주인공이 될 일은 별로 없다. 하지만 교사에게도 학교는 의미 있는 곳이다. 항상 아이들의 안전에 유의하며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선생님들에게도 참여 기회가 주어져서 감사했다.
사실 재밌게도, 그때 내가 학교의 일원으로 존중받는 느낌이 들었다. 다음 해 수련 교실을 갔을 때는 교사는 탈 기회가 없었다. 그러니 선생님들께서도 진심으로 아이들과 함께 하고 싶다면, 기회가 왔을 때 잡으셨으면 좋겠다.
신기했던 점은 이때 만났던 다른 학교 5학년들을 다음 해에 만났다는 것이다. 나는 관내 이동1)으로 근무지를 옮겼는데 작년에 봤던 아이들이 6학년이 된 것이다.
1) 같은 지역 안에서 학교를 이동하는 것을 의미한다. 문경시의 A초에서 B초로 옮기는 것이 그 예이다.
새로운 학교에서 잠깐 봤던 아이들을 다시 만나게 되니 무척 반가웠다. 우리 반 학생들은 아니었지만, 예의 바르고 친구를 배려하던 6학년 아이들이 참 예뻤었는데 그렇게 다시 만나니 신기했다.
종종 선생님들과 “몇 다리 건너면 다 아는 사이예요. 교직 정말 좁아요”라는 말을 자주 한다. 그럴 때마다 죄짓고 살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이야기한다.
“공부는 못해도 되나 인성이 나쁘면 안 됩니다. 혼자 사는 세상이 아니기에, 친구를 배려하지 못하거나 예의가 없고 상식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는 사람은 세상을 살아가기 힘듭니다.”
장홍영 교사 = 경북의 6학급 초등학교에서 근무하고 있으며, 작은학교에서의 경험을 담은 책 '띵동! 작은학교입니다'를 펴냈다. 그는 스스로를 "매일 아이들과 선생님께 배우며 반성하고 사소한 것에 행복해하는 평범한 초등교사"라고 소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