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라온 글이나 사회지도층의 언어를 접하다 보면 아쉬움을 느낄 때가 많다. 배려와 존중, 대화와 타협보다는 자기주장과 편 가르기를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서로에게 던지는 건강한 ‘질문’은 사라지고 내 편의 ‘정답’만 강요하는 문화 때문에 화합은 없고 갈등만 늘어 많은 사람이 화만 내고 있다. 필자는 오랜 교직 생활을 통해 좋은 교육의 출발점에는 언제나 ‘질문’이 있다는 것을 보아왔다. 학생이 질문한다는 것은 단순히 모르는 것을 묻는 행위가 아니다. 알고 싶다는 갈망이자 의심의 시작이며, 스스로 생각하기 시작했다는 증거다. 좋은 학교는 정답을 원하는 곳이 아니라 좋은 질문이 자라도록 돕는 곳이어야 한다. 우리 교육과 사회는 질문에 얼마나 허용적일까. 2010년 서울 G20 정상회의 폐막 기자회견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한국 기자들에게 여러 차례 질문 기회를 주었다. 하지만 질문은 나오지 않았고 결국 중국 기자에게 발언권이 넘어갔다. 이 장면은 우리 사회의 ‘질문하지 않는 문화’를 돌아보게 했다. 우리는 오랫동안 정해진 답을 빨리 찾아내는 학생에게 높은 점수를 주었다. 틀린 질문을 하면 창피당할까 봐 입을 닫았던 아이들이
「'한글날 100돌'을 하루 앞두고 교사들이 체감하는 학생 문해력 저하 실태가 공개됐다. 문해력은 단순히 글을 읽고 쓰는 능력을 넘어 개인의 삶과 사회의 미래를 좌우할 수 있는 중요 역량이다. <더에듀>는 이번 조사를 계기로 문해력 저하의 원인과 교사·학교·가정·국가의 역할, 학생들의 미래에 미칠 영향을 짚어본다. /편집자 주」 [더에듀 윤철순 기자] “사건의 시발점이라고 했더니 선생님이 왜 욕하냐고 한다.” 2024년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실시한 학생 문해력 실태조사에서 한 교사가 소개한 사례다. 어떤 일이 처음 시작된 지점을 뜻하는 ‘시발점(始發點)’을 학생이 욕설로 받아들인 것이다. ‘금일’을 금요일로, ‘족보’를 족발·보쌈 세트로 이해했다는 사례도 나왔다. ‘두발자유화’를 놓고 토론하는데 두발을 머리카락이 아닌 두 다리로 알았다는 교사도 있었다. 웃고 넘길 수도 있는 얘기다. 하지만 학생이 단어의 뜻을 다르게 이해하면 교사의 설명을 잘못 받아들이고, 글에 담긴 내용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할 수 있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났다. 교사노동조합연맹이 ‘한글날’을 하루 앞둔 8일 발표한 조사에서 교사 1356명 중 96.5%는 최근 5년 사이 학생들의
[더에듀 강유정 기자] 인공지능(AI)은 빠르다. 몇 달 전까지 최신이던 기술이 금세 옛것이 된다. 그러나 교과서는 다르다. 교육과정에 따라 내용을 만들고 검토와 심의를 거친다. 학교에 들어간 뒤엔 일정 기간 학생들이 배울 지식의 기준이 된다. 그런데 그 교과서로 AI를 가르쳐야 한다. 빠르게 변하는 기술을 상대적으로 느리게 바뀌는 교과서에 어떻게 담을까. 2028년 AI 교과 인정교과서 도입을 앞두고 학교가 풀어야 할 숙제다. 16개 AI 과목, 교사가 만든다 교육부는 올해부터 초·중·고교 AI 관련 16개 과목의 교과서와 교육자료 개발에 들어갔다. 초등학교 6개, 중학교 2개, 고등학교 8개 과목이다. 현장 교사가 개발에 직접 참여하고 교육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시·도교육청, 대학 등이 협력한다. 2027년 시범 적용과 인정 심의를 거쳐 2028년 3월 학교에 적용할 계획이다. 기존 ‘AI 디지털교과서’와는 다르다. AI 디지털교과서가 AI와 디지털 기술을 이용해 기존 교과의 학습을 돕는다면, 이번 교과서는 AI 자체를 배운다. AI의 개념과 원리, 활용 등을 교육과정에 따라 가르치는 교과서다. 교육부는 AI 중점학교도 올해 1141개교에서 2027년
더에듀 윤철순 기자 | 정부가 중학교 '정보수업'을 두 배로 늘렸다. 인공지능(AI)과 디지털 기술이 일상이 된 시대에 학생들이 반드시 갖춰야 할 역량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작 전국 국·공립 중학교 2657곳 가운데 951곳엔 정보교사가 없다. 그렇다면 정보교사가 있는 학교와 없는 학교에서 배우는 학생들의 68시간은 같을까. 정보교육을 충분히 받지 못한 학생이 당장 잃는 건 무엇이고, 그 차이는 고교 진학과 대학입시, 나아가 AI가 일하는 사회에서 필요한 역량까지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정보교사가 없는 학교가 951곳이라는 숫자보다 학생에겐 이 질문이 더 중요하다. 코딩만 배운다?…데이터·알고리즘부터 AI 윤리까지 우선 ‘정보수업’에서 뭘 배우는지를 볼 필요가 있다. 2022 개정 정보과 교육과정에서 중학교 정보는 디지털 민주시민으로서 갖춰야 할 디지털 소양의 근본이 되고 미래사회가 요구하는 정보교과 역량을 기르기 위한 필수 교과로 설계됐다. 단순히 컴퓨터 사용법이나 코딩만 배우는 게 아니다. 학생들은 컴퓨팅 시스템의 동작 원리를 이해하고 데이터를 수집·관리·구조화·분석한다. 문제에서 핵심 요소를 찾아 추상화하고 알고리즘을 만들며, 프로그래밍을
더에듀 강유정 기자 | 인공지능(AI)이 만든 결과물과 학생 자신의 성취를 어떻게 구별할 것인가. 지난 21일 본지가 던진 질문에 교육부의 수행평가 관리방안이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교육부가 지난해 12월 마련한 ‘수행평가 시 인공지능(AI) 활용 관리 방안’은 2026학년도 시·도교육청 학생평가 자료에도 반영됐다. AI 사용을 일률적으로 금지하는 대신 교사가 과제별 활용 범위를 정하고, 학생의 AI 활용 과정과 실제 수행을 확인하도록 한 것이 핵심이다. 이제 교실의 질문은 AI를 사용할 수 있느냐에 그치지 않는다. 무엇을 학생 자신의 성취로 평가하고, 그 기준을 어떻게 정할 것인가. AI 사용 허용 범위부터 활용 기록까지…교사가 기준 정한다 교육부 관리방안은 AI 활용 범위 설정, 활용 과정 표기, 사전교육, 평가 설계, 개인정보보호 등 5개 영역으로 구성됐다. 교사는 교과별 성취기준과 평가 목표, 과제 유형, 채점 기준 등을 고려해 AI 사용의 허용 범위와 금지 행위를 정해야 한다. AI가 생성한 글이나 이미지를 자신의 창작물처럼 제출하거나 문제풀이 앱이 만든 답안을 그대로 내는 행위 등이 금지사례로 제시됐다. 반면 자료탐색 등 AI 활용을 허용
더에듀 강유정 기자 | 에듀테크 기업 쿨스쿨이 지난 17~19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2026 에듀테크 코리아 페어’에서 인공지능(AI) 기반 교육공간 설계 플랫폼 ‘쿨스페이스(CoolSpace)’를 선보였다고 21일 밝혔다. 쿨스페이스는 학교가 교실 유형과 규모, 예산 등 기본 조건을 입력하면 AI가 공간 구성과 기자재 배치안을 제안하는 플랫폼이다. 쿨스쿨에 따르면 교육공간과 에듀테크 기자재의 관계를 구조화한 지식체계와 자동배치 기술을 활용해 학교가 미래교실 구축에 필요한 공간 구성안을 만들고 관련 기자재와 예산을 함께 검토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이번 전시에서는 ▲표준형 ▲AI중점 ▲메이커 ▲스마트도서실 ▲스마트스포츠실 등 5종의 공간 템플릿을 활용한 자동 설계 과정과 3D·AI 렌더링 조감도를 시연했다. 조달 제품 데이터와도 연동해 설계 과정에서 선택한 기자재를 토대로 견적과 예산을 검토할 수 있도록 했다. 쿨스쿨은 현재 22개 이상 학교의 교육공간 구축에 참여했으며 5건 이상의 등록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7월에는 쿨스페이스에 적용된 ‘AI를 이용한 교육공간 자동 설계 방법 및 시스템’이 특허 결정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학교·교육청·공
더에듀 강유정 기자 | 생성형 인공지능(AI)의 확산으로 학교 수행평가에도 변화가 요구되고 있다. 챗GPT와 같은 생성형 AI를 활용하면 독후감이나 탐구보고서 등 일정한 형식의 결과물을 작성할 수 있어, 제출된 결과물만으로 학생이 실제 학습 과정에 얼마나 참여했는지를 판단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특히 집에서 작성해 제출하는 과제형 수행평가는 학생의 AI 활용 여부와 실제 수행 과정을 교사가 확인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AI가 만들어낸 결과물의 완성도와 학생의 학습 역량이 반드시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도 학교 평가가 풀어야 할 과제로 떠올랐다. 이 같은 변화에 대응해 교육부와 전국 시·도교육청은 2025년 12월 23일 ‘수행평가 시 인공지능(AI) 활용 관리 방안’을 마련했다. 핵심은 AI 사용을 일률적으로 금지하는 것이 아니라 교과와 평가의 특성을 고려해 활용 범위와 기준을 정하고, 학생의 AI 활용 과정을 평가에 반영할 수 있도록 관리하는 데 있다. 시·도교육청은 이를 바탕으로 2026학년도 학업성적관리 시행지침을 개정해 학교에 안내하도록 했다. AI 활용, ‘금지’보다 교과별 기준 설정 교육부가 마련한 관리 방안은 ▲AI 활용 범위 설정 ▲A
더에듀 여원동 기자 | 생성형 AI를 학생들에게 못 쓰게 해야 할까, 아니면 제대로 쓰는 법부터 가르쳐야 할까. 미국 보스턴 공립학교가 후자를 택했다. 2026~2027학년도부터 참여 고교를 중심으로 AI 리터러시 교육을 시작한다. 학생들이 AI를 단순히 사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결과물을 비판적으로 판단하고, 윤리적이고 책임 있게 활용하는 방법까지 배우도록 하는 게 핵심이다. 궁극적으로는 모든 고교 졸업생이 AI 활용 역량을 갖추도록 한다는 목표다. 한국 대학에서는 한 발 더 나간 움직임이 시작됐다. 서울대는 1일부터 학생과 교직원을 대상으로 생성형 AI를 활용한 서비스 개발 경진대회 참가 신청을 받는다. AI로 교육·연구·행정의 문제를 해결할 서비스나 애플리케이션을 직접 만드는 방식이다. 본선 진출팀은 아이디어에 그치지 않고 실제 서비스 개발까지 진행한다. 고교에서는 AI를 제대로 사용하는 법을 가르치고, 대학에서는 AI로 직접 문제를 해결하게 하는 셈이다. 두 사례의 공통점은 AI를 단순히 ‘금지할 것인가, 허용할 것인가’의 문제로만 보지 않는다는 데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학생들의 생성형 AI 사용은 이미 일상이 되고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 7월 학
「AI가 인간 대신 답하고 생각하며 일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학교는 여전히 산업화 시대에 만든 문법 위에 서 있다. 교육은 다시 거대한 갈림길이다. 미래 세대를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 '더에듀'는 10회에 걸쳐 학교의 뿌리부터 AI 시대 교육의 미래까지 추적한다. 그 선택이 대한민국의 다음 100년을 결정한다. /편집자 주」 더에듀 윤철순 기자 | 수만 년 전 어느 날. 한 아이가 어른을 따라 숲으로 들어갔다. 어른은 땅에 남은 흔적을 살폈다. 어느 동물이 지나갔는지, 얼마나 오래된 흔적인지 알아냈다. 먹을 수 있는 열매와 독이 든 열매를 구별했고, 짐승을 발견하면 어떻게 몸을 숨겨야 하는지도 알았다. 아이는 지켜봤다. 그리고 따라 했다. 잘못하면 목숨을 잃었다. 잘 배우면 살아남았다. 아마 인류 최초의 교육은 이런 모습이었을 것이다. 교실도 없었다. 교과서도 없었다. 시험도 없었다. 그러나 가르침은 있었다. 살아남기 위해 먼저 경험한 사람이 다음 세대에게 자신이 아는 것을 전했다. 아이는 그것을 배우고 또 자신의 아이에게 전했다. 그렇게 지식은 쌓였다. 인간이 다른 동물과 달리 문명을 만들어낼 수 있었던 힘 가운데 하나도 여기에 있었다. 그리고 아주 오랜
더에듀 김연재 기자 | “AI, 사용 유무가 아닌 무엇을 어떻게, 왜 배워야 하는가를 물어야 한다.” 정제영 한국교육학술정보원 원장이 신간 ‘인공지능 학습혁명 : 미래를 향한 교육 시스템 재설계’를 통해 이렇게 주장했다. 인공지능(AI)은 교육에 큰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이에 맞춰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지부터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지 그리고 이 상황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까지 교육에 대한 적용법의 다각도 접근이 시도되고 있다. 저자 정 원장도 AI를 교육의 위협으로만 바라보지 않길 강조한다. 특히 오히려 교육의 본질을 비추는 거울로 해석하며, 더이상 외면할 수 없는 상황임을 주지시킨다. 그러면서 ‘학습하는 인간’에 초점을 맞춘다. AI 기술을 넘어 AI에 대한 근본적 이해를 중시하며, 지식전달 중심에서 자기주도적 학습과 메타인지, 문제정의 능력 등 인간 고유의 역량을 기르는 교육으로의 전환을 제안한다. AI 시대가 발전할수록 인간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질문하는 능력 ▲비판적 사고력 ▲공감과 협업능력에 더해 ▲자기주도적 학습 역량과 ▲책임 있는 기술 활용 능력을 키우는 교육으로의 재설계 필요성을 제기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신간 ‘인공지능 학습혁명’에서는 주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