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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지현 SK경영경제연구소 부사장 "AI 시대의 역설, 멈출 수 있는 힘 길러야 할 적기"

AI는 모든 기술의 총화… AI를 이해하고 잘 활용해야 경쟁력 보유

메타버스 재도약?...디바이스 혁신·풍부한 콘텐츠·고성능 AI로 승부봐야

AI 반도체 강국?..."메모리 고도화와 비메모리 개척, 국가 차원 투자 필요"

AI 디지털 교과서 도입?..."학생들 디지털 조절 능력부터 키워야"

 

더에듀 지성배 기자 | AI 시대가 본격 도래했다. 2016년 알파고가 처음 등장했을 때 AI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기술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후 AI는 빠르게 발전했고, 2023년 챗GPT 등장 이후 생성형 AI 서비스들이 대거 쏟아지고 있다. 이렇게 AI가 우리의 일상과 산업에 깊숙이 스며들고 있다. 이제 AI를 이해하고 대응하는 능력은 개인과 기업 모두에게 필수 과제가 됐다.

 

이런 흐름 속에서 김지현 SK경영경제연구소 부사장은 지난해 10월 ‘IT 트렌드 2025’라는 책을 출간했다. 김 부사장은 이 책에서 AI를 비롯한 블록체인, 메타버스 등 기술 트렌드가 개인의 삶과 산업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고, 이에 따른 대응과 경쟁력 강화 방안을 제시한다.

 

김 부사장은 <더에듀>와의 인터뷰에서 “AI는 모든 기술의 총화”고 강조했다. 여타 다양한 기술과 결합해 혁신을 가속화 하고 있다는 뜻이다. 인터뷰에서는 AI가 인간의 삶에 미치는 영향, AI 반도체 산업의 발전 방향, 메타버스와 AI의 결합, 디지털 리터러시의 필요성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특히 그는 기술을 이해하고 활용하는 능력이 미래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요소라며 국가 차원에서 기술 인재 양성이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래는 김 부사장과의 일문일답

 

 

▲ 재직 중인 SK경영경제연구소는 어떤 일을 하나.

 

SK그룹의 싱크탱크라고 보면 됩니다. 주로 경영, 글로벌, 바이오, 에너지, IT, Technology 등 다양한 분야를 연구하고 SK그룹 경영진에게 보고하는 일을 합니다.

 

▲ 지난해 10월 출간한 ‘IT 트렌드 2025’에는 어떤 이야기를 담으려 했나.

 

기술 트렌드 즉 매년 새롭게 떠오르고 사라지는 기술의 흐름을 조망하고 산업과 기업, 더 나아가 우리의 일상과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다뤘습니다. 이에 맞춰 어떻게 대응하고 혁신해야 하는지에 대한 내용도 담았습니다.

 

▲ IT가 인간의 삶에 중요한 이유는.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죠. 2007년 아이폰, 2008년 앱스토어 등장 이후 모바일 시대가 본격적으로 시작됐고, 오늘날 대부분의 일상은 스마트폰과 디지털 기술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택시 호출, 음식 배달, 금융 서비스, 검색, 메시지 주고받기까지요.

 

스마트폰 이전에는 컴퓨터와 웹 기술이 있었고, 이후에는 전기자동차 등 다양한 기술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기술을 이해하지 못하면 현대 사회에서 일상을 영위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기업도 이를 활용한 사업 혁신에서 뒤처져 경쟁력을 잃을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 ChatGPT 등 AI는 인간의 삶에서 빼놓을 수 없는 기술이 됐다.

 

AI는 한마디로 말해 ‘모든 기술의 총화(總和)’입니다.

 

AI는 2016년 알파고의 등장을 시작으로 주목받기 시작해 2017년 라스베가스에서 열린 CES(소비자 가전 전시회)에서 본격적으로 화두가 되었으며 지금까지 매년 CES에서 빠지지 않는 핵심 키워드가 되었죠. 이는 AI가 갈수록 인류 문명과 일상을 더 편리하게 만들어 줄 것임을 의미하죠.

 

AI 가능성의 1차 증명은 알파고였어요. 다음으로 ChatGPT가 2022년 12월 출시되면서 2023년과 2024년 동안 뜨거운 화두가 되었죠. 이를 계기로 퍼플렉시티(Perplexity, AI 기반 검색 엔진), 라이너(liner, AI 기반 자료 조사 엔진), 클로드(Claude, AI 기반 챗봇 및 텍스트 생성 도구) 같은 수많은 AI 응용 서비스들이 등장했죠.

 

때문에 AI를 잘 이해해야 우리가 일상에서 AI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기업은 어떻게 사업 혁신을 꾀할 수 있을지 고민할 수 있게 됐습니다.

 

▲ 부작용은 없을까.

 

모든 기술에는 장점과 단점이 공존하듯 AI도 마찬가지입니다. AI 기술 그 자체가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이를 악용하거나 오용하는 인간에 의해 기술이 잘못 쓰일 수 있죠. 예를 들어 AI가 피싱에 쓰일 수 있고, 더 나아가 전쟁과 무기 개발에 활용될 수도 있습니다.

 

기술을 적절하게 사용하는 교육이 필요합니다. 디지털리터러시 교육 같은 것이 중요해지는 이유입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사회 규범을 잘 지키는 선한 인간을 기르는 게 본질적 목표가 되어야 합니다.

 

 

▲ 코로나19 이후 확장된 메타버스 생태계가 현재는 큰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메타버스는 이제 끝난 것인가.

 

혁신적 기술은 잠깐 주목받다가 숨겨진 후 보편화하는 시점까지 시간이 좀 걸려요. 예를 들면 스마트폰의 대명사인 아이폰은 2007년에 처음 등장했지만, 사람들이 본격적으로 사용한 건 2012년부터죠.

 

AI도 지난 몇 년 간 원천 기술 개발에 집중하다가 이제 응용 프로그램들이 본격적으로 등장하면서 확산하기 시작하는 단계를 맞이한 것입니다.

 

메타버스도 디바이스와 콘텐츠 생태계가 발전하고, 특히 AI와 결합하면서 본격적으로 확산할 것입니다. 저는 그 시점을 2026~2027년 정도로 보고 있어요.

 

▲ 그렇다면, 메타버스 활성화에 필요한 조건은.

 

우선 AR(증강현실), VR(가상현실), MR(혼합현실) 같이 메타버스를 사용할 수 있는 디바이스가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아직 우리 주변을 둘러봐도 그 디바이스를 끼고 돌아다니는 사람들이 거의 없어요. 그게 한 2~3년 걸릴 거예요.

 

그 다음은 콘텐츠와 사용 편리성이에요. 메타버스 디바이스에서 활용할 수 있는 콘텐츠와 서비스가 많아야 해요. 유튜브도 스마트폰 카메라와 동영상 편집 소프트웨어가 있어야 편리하게 영상을 편집해서 올리잖아요. 메타버스도 똑같아요. 메타버스에서 콘텐츠가 쏟아져 나오려면 크리에이터들이 콘텐츠를 쉽게 제작할 수 있어야 하는데, 생성형 AI가 중요한 역할을 할 것입니다.

 

AI 에이전트의 역할도 중요해요. 현재 메타버스 디바이스는 손가락으로 허우적거리며 제스처로 조직하는 방식인데, 이는 매우 불편합니다. 스마트폰이 터치 스크린 덕에 대중화할 수 있었던 것처럼, 메타버스에도 챗GPT, 퍼플렉시티, 클로드처럼 사용자의 말을 알아듣고 즉각적으로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시스템이 적용되어야 합니다.

 

무엇보다, 메타버스와 AI의 확산을 지원할 AI 전용 데이터센터가 필요합니다. 기존 데이터센터는 주로 파일 저장과 간단한 데이터 처리를 담당했지만, AI 모델은 더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하고 처리해야 하기 때문에 더 대규모의 인프라가 필요합니다.

 

▲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 특히 AI 반도체 분야의 현 상황은 어떤가.

 

우선 반도체의 분류에 대해 알 필요가 있습니다. AI 시대에 필요한 반도체는 크게 두 종류로 나뉩니다. 첫째는 서버 단에서 가동되는 슈퍼 컴퓨팅 반도체로 데이터센터 등에서 사용됩니다. 둘째는 로컬 디바이스용 반도체로 노트북, 스마트폰, TV 등에 탑재됩니다.

 

이 두 가지는 다시 메모리 반도체와 비메모리 반도체로 나뉩니다. 메모리 반도체는 삼성전자의 D램, SK하이닉스의 HBM처럼 우리가 잘하는 분야입니다. 반면 AI 작동에 필요한 비메모리 반도체에 있어서는 약한 상황입니다.

 

▲ 비메모리 반도체에서 뒤처진 이유는.

 

메모리 반도체를 집중해서 육성했기 때문입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오랜 기간 열심히 투자하고 키웠죠.

 

반면 미국은 실리콘밸리의 빅테크 기업들이 비메모리 반도체에 집중적으로 투자해 왔기 때문에 경쟁력을 갖고 있는 거죠.

 

비메모리 반도체에서 경쟁력을 가지려면 국가적 정책 지원과 자금, 인재 등 엄청난 자원이 오랜 기간 필요합니다.

 

▲ 그렇다면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먼저 잘하고 있던 메모리 반도체를 AI 시대에 맞게 고도화해야 합니다. HBM2가 나와야 하고, 차세대 D램 같은 고성능 제품이 나와야 하며, 이를 위한 기술 투자가 필수적입니다. 핵심 역량을 가진 인재들이 공대에 입학해서 열심히 공부할 수 있도록 지원도 해야 합니다. 그러면 한국의 반도체는 제2의 전성기를 누릴 수 있습니다.

 

비메모리 반도체 분야에 도전을 포기해서 안 됩니다. 차세대 비메모리 반도체인 MPU(추론용 AI칩셋) 같은 새로운 시장이 열리고 있으며 많은 스타트업이 도전하도록 해야 합니다.

 

AI 응용 서비스도 중요합니다. 배달의민족, 쿠팡, 마켓컬리 같은 서비스들은 제조가 아니라 소프트웨어잖아요. AI도 마찬가지입니다. 원천 기술을 기반으로 응용 서비스를 만들어야죠. 현재 도전에 나선 많은 국내 기업들의 성장을 기대해야 합니다.

 

▲ 앞으로 AI 반도체 시장은 어떻게 변화할까.

 

AI 반도체는 크게 학습용과 추론용으로 나눌 수 있고요. 지금까지는 GPU 같은 학습용 반도체가 중심이었어요. 앞으로는 실시간으로 새로운 데이터를 받아들이고 추가 학습을 하는 추론용이 중요해질 겁니다. 현재 미국에서는 브로드컴 같은 기업들이 집중 투자에 나서고 있죠. 국내에서도 스타트업들이 개발에 나서고 있습니다. 이 스타트업들이 제2의 삼성전자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 블록체인, 양자컴퓨터도 신기술로 떠오르는데.

 

블록체인은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같은 암호화폐를 통해 상용화된, 실제로 구매나 송금 같은 서비스가 가능한 이미 증명된 좀 지난 현재의 기술이죠.

 

반면 양자 컴퓨터는 미래의 기술입니다. 아직 실험실 단계에 머물러 있죠. 상용화까지 시간이 더 필요합니다. 특히 상용화에는 새로운 프로세서인 QPU(Quantum Processing Unit)가 필요합니다. CPU, GPU 다음이 QPU 시대인데, 이 시대가 오기까지는 최소 4~5년이 더 걸릴 겁니다.

 

결론적으로 지금 가장 중요한 기술은 여전히 AI입니다. 기술 트렌드를 이해할 때 90%는 AI이고, 나머지 10%는 메타버스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 딥페이크가 사회적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AI의 올바른 사용을 위해 제언한다면.

 

컴퓨터, 스마트폰을 올바르게 사용하는 방법을 배웠는지 생각해 보면 그렇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은 컴퓨터나 스마트폰으로 남에게 해를 입히지 않아요. 사회적 규범을 임의로 위반하는 악한 사람이 아니니까요.

 

AI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사회적으로 약속된 규범을 지키고 사회의 이익에 해가 되지 않게 해야 한다는 근본적인 개념을 가르치는 데 더욱 집중하는 게 필요합니다.

 

▲ 학교에 AI 디지털교과서를 도입하는 것은 어떻게 생각하나.

 

교육학자가 아니라 조심스럽지만, 기술의 시대에는 역설적으로 기술과 멀어질 수도 있어야 합니다.

 

똑같은 콘텐츠를 책으로 읽는 것과 유튜브 등 디지털 기기로 보는 것은 다릅니다. 디지털 기기의 가장 큰 문제점은 사용자가 본인 의지대로 멈출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반면 책은 잠시 덮어두고 쉴 수 있죠.

 

또 주변에서 내가 무슨 책을 읽고 있는지 알 수 있으나 디지털기기는 그렇지 않아요. 그걸 멈추게 하려면 기술과 멀어져야죠.

 

AI 디지털교과서의 학교 도입에 대한 좋고 나쁨을 따지는 것 보다 어떻게 하면 디지털에 빠져들지 않고 스스로 멈출 수 있는 힘을 기르게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게 훨씬 근본적이라 봅니다.

 

▲ 전세계를 상대로 삶을 펼칠 아이들이 어떤 시각을 가지고 성장하길 바라나.

 

청동기 시대에서 철기 시대로 넘어가면서 철기를 잘 다루는 부족이 힘을 갖고 생활 반경을 늘릴 수 있었습니다. 디지털 기술이 현대 사회의 핵심 도구가 된 만큼 AI, 블록체인, 클라우드, 컴퓨팅, 빅데이터, IoT, 스마트홈, 메타버스 같은 수많은 기술이 어디에 어떻게 쓰일 수 있는지를 인지하고 있으면 좋겠습니다.

 

또 이 같은 기술이 어떤 사회적 문제와 맹점을 갖고 있는지 이해를 바탕으로 학업과 업무에 잘 활용할 수 있다면 미래인재가 될 것이 자명합니다.

 

▲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기술의 시대입니다. 2025년부터는 AI 시대가 될 것입니다. 앞으로 모든 산업과 일상에 AI가 스며들 것입니다. 개인과 기업 모두 AI와 관련된 상식을 많이 배우고 학습해야 합니다. 그렇게 배운 지식은 향후 성장하는 데 밑거름이 될 것입니다.

 

# 정리 : 남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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