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에듀 | 디지털리터러시 교육은 이제 모든 교육 현장에서 필수적이다. 그러나 이를 실제 수업에 적용하는 과정에서 많은 교육자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디지털리터러시협회>는 지난 9년간의 교육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효과적인 디지털리터러시 교육을 위한 실질적인 인사이트를 제공하고자 한다. ▲디지털 교육 편견 극복 사례 ▲교과 및 다양한 활동과의 융합 속에서 디지털 도구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방법 ▲학생들의 능동적인 참여를 이끌어 내는 노하우 등을 담을 예정이다. 또 교육 현장에서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실천 가이드와 문제 해결 방안을 제공해 현장 교육자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한다. |

인터넷의 발달로 악플, 허위 정보뿐만 아니라 장애인, 인종 등 각종 차별 문제와 세대, 젠더, 종교 등 다양한 집단 간 갈등이 증가했다. 혐오경제라는 새로운 용어도 생겨났다.
문제의 원인으로 익명성을 꼽지만, 사실 익명성은 표면적인 이유일 뿐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사람에 대한 존중하는 마음의 부족이다.
버지니아 셰어 교수는 1994년 온라인에서 지켜야 할 기본 예절(네티켓)로 10개의 원칙을 발표하고, 첫 번째 원칙으로 ‘인간임을 기억하라(Remember the human)’고 제시하며 인간 존중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직접 마주하지 않고 네트워크상에서 소통하다 보면, 화면 너머에 존재하는 상대가 살아있는 사람이란 사실을 잊기 쉽다. 익명성이 대표적인 문제의 원인으로 꼽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어떻게 하면 존중하는 마음을 갖도록 할 것인가? 해답은 의외로 가까운 곳에 있다.
필자는 디지털리터러시 교육을 위해 다양한 학교를 방문한다. 초중고 할 것 없이 전국에 안 가본 곳이 없을 정도이다. 그중 유독 기억에 남는 선생님과 학생들이 있다.
또래 친구들 사이에는 자연스럽게 반말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고 너무나 당연한 화법이다. 그런데 이 학급 학생들은 서로 존댓말을 사용하고 있었다. 심지어 호칭도 ‘OO님’이라는 존칭을 사용했다. 어린 학생들에게 찾아보기 힘든 낯선 광경이다.
담임 선생님 역시 학생들에게 존댓말을 사용했다. 학생들에게 반말을 하지 않는 선생님은 종종 볼 수 있지만, 놀라운 것은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OO님, 이리 와 보실래요?” 하며 존칭을 사용하는 것이었다.
이 낯선 모습은 작은 감동과 함께 여러 가지 생각할 거리를 안겨주었다. 이 학급에서는 왜 존칭과 존댓말을 사용하기 시작했을까? 담임 선생님은 이것을 통해 학생들에게 무엇을 알려주고 싶었던 것일까?
존칭과 존댓말을 단순히 말의 형식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형식 그 이상의 힘을 갖고 있다.
‘존칭’은 말의 ‘형식’이고, ‘형식’은 ‘내용’을 표현하기 위한 수단이다. ‘존중하는 마음(내용)’을 표현한 것이 ‘존칭(형식)’인 것이다. 내용(존중하는 마음)에 의해 형식(존칭)이 정해지지만, 때로는 형식(존칭)에 의해 내용(존중하는 마음)이 영향을 받기도 한다. 쉽게 말해서 존중하는 마음을 표현하기 위해 존칭을 쓰지만, 반복적으로 존칭을 쓰다 보면 실제로 존중하는 마음이 생긴다는 뜻이다. 이러한 인과관계는 여러 연구를 통해 입증되었다.
개인적으로도 여러 차례 이와 같은 경험을 했다.
존칭과 존댓말은 단순히 곱게 말하는 것을 넘어, 학생들의 태도와 행동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존칭과 존댓말이라는 형식은 학생들의 태도와 행동에 변화를 만든다. 존칭과 존댓말을 쓰면, 학생들은 모둠 토의 시간에 더 경청하는 태도를 갖게 된다. 비판적인 의견을 제시할 때에도 상대방의 감정을 배려하며 조심스럽게 표현한다. 격려와 칭찬도 늘어난다. 협력하는 역량에도 영향을 미친다. 공동 작업을 할 때에는 더 적극적으로 정보를 공유하고, 동료 학생들을 신뢰하며, 어려움을 겪는 친구를 돕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일상생활에서의 이런 존칭과 존댓말은 온라인 예절로 이어진다. 존칭과 존댓말을 사용한 학급의 학생들은 온라인 공유 플랫폼을 이용한 수업을 할 때에도 존칭과 존댓말을 사용하며 토의, 협력 수업을 훌륭하게 수행한다. 수업에서 이러한 경험을 통해 이 학생들은 나중에 인터넷과 SNS를 사용할 때에도 건강한 디지털 시민으로서 상대를 존중하며 활동하게 될 것이라 확신한다. 역으로 온라인에서 익힌 바른 예절은 오프라인에서의 행동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최근 생성형 AI의 사용이 늘면서 인공지능에게 반말을 해도 되는지, 존댓말을 써야 하는지를 묻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일각에서는 인공지능은 기계일 뿐 인격체가 아니기 때문에 굳이 존댓말을 사용할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대부분의 AI 모델이 영어 기반으로 개발되다 보니 번역 과정을 고려하여 최대한 프롬프트를 반말로 간략하게 작성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의견도 있다.
설사 반말이 효과적일지라도 성장기 아이들에게 교육적으로는 좋지 않다. 반말에 익숙해지면 인격이 없는 기계라 할지라도 함부로 대하기 쉽다. 기대하는 답변을 얻지 못하거나 말귀를 알아듣지 못할 때 화를 내거나 욕을 할 수도 있다. 그리고 이러한 행동은 일상생활로 이어지고 사람을 대할 때도 나타날 수 있다.
인격체가 아니더라도 강아지나 고양이와 같이 생명이 있는 동물을 함부로 대하지 않도록 교육하고, 생명체가 아니더라도 물건을 함부로 다루지 않고 곱게 쓰도록 가르치는 것도 같은 이유이다.
바늘 도둑이 소도둑이 되고, 세 살 버릇이 여든까지 간다는 말처럼 작은 습관 하나가 큰 문제가 되고 일생의 버릇이 될 수 있다. 미래를 책임질 우리 아이들이 오프라인과 온라인 세상에서 건강하게 활동하고 훌륭한 시민이 되기를 바란다면, 작은 것부터 실천해 보자. 존칭과 존댓말을 쓰며 타인에게 존중을 보인다면 존중 문화에 이바지할 뿐 아니라, 자기 자신도 타인으로부터 존중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작은 실천은 예상치 못한 큰 변화를 가져올 수도 있다. 이를테면, 한 사람이 존칭과 존댓말을 통해 존중하는 모습을 보이면, 주변 사람들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친구와 가족에게로 자연스럽게 존중하는 문화가 퍼지며, 더 넓은 사회로 확산할 수 있다. 마치 나비의 작은 날갯짓이 지구 반대편에 거대한 폭풍을 일으키듯, 작은 습관 하나가 거대한 문화를 만드는 나비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한 사람 한 사람이 존중을 실천하는 순간, 세상도 조금씩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해 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