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9.20 (금)

  • 흐림강릉 25.6℃
  • 흐림서울 30.1℃
  • 흐림울릉도 27.0℃
  • 흐림수원 28.7℃
  • 흐림청주 ℃
  • 흐림대전 29.3℃
  • 구름많음안동 26.7℃
  • 구름많음포항 28.9℃
  • 구름많음군산 30.4℃
  • 흐림대구 30.5℃
  • 구름많음전주 30.4℃
  • 구름많음울산 27.2℃
  • 맑음창원 28.4℃
  • 구름많음광주 30.9℃
  • 구름조금부산 28.9℃
  • 목포 28.0℃
  • 구름조금고창 30.2℃
  • 제주 26.8℃
  • 구름많음강화 25.6℃
  • 구름많음보은 26.7℃
  • 흐림천안 27.4℃
  • 구름많음금산 25.5℃
  • 맑음김해시 29.0℃
  • 흐림강진군 25.0℃
  • 흐림해남 25.0℃
  • 구름조금광양시 30.0℃
  • 구름많음경주시 27.9℃
  • 구름조금거제 28.2℃
기상청 제공
배너

[인터뷰] “28년 교직을 작은학교에서만”...김미영 용대초 교사가 ‘작은학교 전용교사’를 꿈꾸는 이유는?

 

더에듀 지성배 기자 | 2023년 합계출산율은 0.72명으로 OECD 국가들 중에서 압도적 꼴찌를 기록했다. 올해 초등학교 입학생도 40만명을 채우지 못하는 역대 최저를 기록하는 등 인구절벽은 대한민국을 강타할 가장 큰 위기로 꼽힌다.

 

이 같은 상황에 농산어촌이 많은 일부 지역에서는 전교생 60명 미만의 작은학교가 50%를 넘어서는 등 학교교육의 패러다임에도 변화 필요성은 이미 가속화하고 있다.

 

이 상황에서 28년의 교직 생활을 모두 작은학교에서만 근무한 교사가 있어 화제를 모으고 있다. 그 주인공은 강원도교육청 인제 용대초등학교에 근무하는 김미영 교사이다.

 

김 교사는 왜 작은학교 근무를 고집할까.

 

“작은학교 아이들은 학교 교육에만 의존하는 경우가 많아요. 제가 좀 더 부지런히 배우고 나눠주면 아이들은 스펀지처럼 받아 들이며 성장하더라고요. 다리가 끊어졌을 때 업고 넘어가는 교사의 모습은 이런 게 아닐까요?”

 

이렇게 첫 발령지부터 맺은 작은학교와의 인연은 어느덧 28년, 6개 학교에 닿았다. 김 교사는 올해 38세가 된 첫 제자들과도 꾸준히 만남을 이어 오면서 자신이 가르친 아이들을 선후배로 묶어 함께 교육활동을 이어 가고 있다. 다른 학교 졸업생들 간에 멘토링이 자연스레 이뤄지면서 선배들은 재능기부를 통해 후배들에게 교육을 넘어 삶을 대하는 생각을 전수하는 단계까지 발전했다.

 

김 교사는 “아이들에게 평생을 A/S 하는 교사가 되고 싶다”고 한다. 단순히 1년의 가르침을 넘어 평생을 함께 하며 부족한 것을 채워주고, 또 아이들로부터 채움을 받는 관계가 진정한 스승과 제자의 관계라는 믿음에서이다.

 

‘더에듀’는 작은학교에서 자신의 교육 철학을 정립하고 발전시키고 있는 김미영 강원 인제 용대초 교사를 만나 ‘왜 작은학교를 고집하는지, 작은학교 근무의 장단점은 무엇인지, 인구절벽 시대를 맞아 작은학교는 어떤 가치를 갖고 있는지’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아래는 ‘작은학교 전용교사’로 기억되고 싶다는 김미영 교사와의 일문일답.

 

 

▲ 간단히 소개한다면.

 

강원 인제 용대초등학교에 근무하고 있는 올해 28년차 교사 김미영입니다.

 

지금까지 농산어촌 ICT활동, 스마트교육, 디지털교과서 연구학교, 소프트웨어와 인공지능 선도학교 등을 운영하였고, 올해는 행복AI코딩스쿨 운영과 함께 농어촌유학 연구학교 활동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저는 호기심이 많은 편이고 다른 교육자들과 협력해 새로운 활동을 추진하는 것을 매우 즐기는 성격입니다. 그래서 지금도 즐겁게 활기차게 학교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 교직 생활을 작은학교(전교생 60명 이하)에서만 보내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춘천교육대학교 4학년 졸업 전에 도서관에서 책을 읽다가 ‘비가 와서 다리가 끊어졌을 때, 국가는 다리를 놓아주면 되지만, 교육은 그 아이를 등에 업고 강을 건너가는 것이다’라는 문구를 본 적이 있어요. 이 글을 여러 번 읽으면서 나중에 제가 교사가 되면 나는 이런 교사가 될 수 있을까?라고 생각했었어요.

 

그러다 보니 1997년 임용 이후 전교생 60명 이하, 작은학교라 불리우는 농·산촌 소규모학교 5개교에서 모두 5년 만기 근무를 한 후, 3년 전 역시 작은학교인 용대초등학교에 왔습니다.

 

첫 발령을 받았을 때 막연하게 ‘학생 수가 적으니 이 아이들이 커서 어른이 되었을 때, 서로 의지할 사람이 부족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근무하는 학교에서만이라도 저를 매개체로 하여 공동체를 만들어 주면 특별한 관계로 서로를 이어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

 

요즘도 가끔 제 자신에게 물어봐요. ‘비가 와서 다리가 끊어졌을 때, 국가는 다리를 놓아주면 되지만, 교육은 그 아이를 등에 업고 강을 건너가는 것‘이라는 마음을 가지고 있느냐고요.

 

특히 작은학교들은 시내권과 거리가 멀어 학생들 대부분은 학교 교육에만 의존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제가 조금만 더 부지런히 배우고 아이들에게 나눠주면 아이들은 스펀지처럼 받아들이고 성장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고, 그 점이 저를 계속 작은학교에 근무하게 하는 원동력이 된 것 같아요.

 

▲ 6개의 작은학교를 거치고 있다. 가장 기억에 남는 학교와 아이들이 있다면.

 

2021년, 인제 귀둔초등학교에서 마지막 근무년의 6학년 학생들이 기억에 남습니다. 이 친구들과는 중학교에 진학한 후 매년 10월 9일 한글날이 되면 저와 엠티를 가는데요. 제작년에는 1박 2일로, 작년에는 당일로 모임을 했습니다. 올해는 어디에서 즐겁게 지낼까 벌써부터 신나는 고민을 합니다.

 

이 제자들은 6명이 똘똘 뭉쳐 무엇을 해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도전하는 면에서 저와 성격이 매우 잘 맞았습니다. 제가 “이런 일이 있는데”라고 말하면 벌써부터 “이렇게 하면 어때요? 저렇게 해도 좋겠는데요?”라고 말을 할 정도입니다. 자기들끼리 바로 실행 계획을 세워서 추진하기 일쑤라 우리들의 교실은 항상 새로운 호기심으로 가득찼지요.

 

특히 이 학생들과 함께 한 ‘사서 하는 쌩고생 프로젝트’가 기억에 남아요. 1년 내내 마을의 토마토 하우스에서 토마토를 가꾸고, 팔아서 200만원 수익금을 냈어요. 아이들은 수익금으로 마을노인회관에 감사의 마음을 담은 선물과 음식을 대접하더라고요. 정말 기특하죠. 제가 평생 만나기 어려운 제자들일 것 같아요.

 

 

▲ 가르친 학생들을 기수로 묶어 함께 추억을 만들기도 하는데.

 

6학년으로 저를 만난 반을 특별하게 1기, 2기처럼 이름을 붙여주었어요.

 

1기는 1997년 첫 발령 때 만난 첫 제자들이에요. 벌써 38세가 된 이 친구들과는 28년째 만남을 이어가고 있네요.

 

1기들과의 가장 감동이었던 경험은 제 11번째 담임반이었던 아이들의 졸업식 때였어요. 1기 졸업생 2명이 대표로 와서 그해 졸업하는 11기 5명의 후배들에게 장학금을 주더군요. 그 당시 1기들은 33세 성인이었고 11기는 13세였는데 이들에게 새로운 인연이 생겨서 정말 의미가 컸죠. 또 1기와 11기는 지역이 다른데요. 두 지역의 또 다른 선후배 관계로 발전하는 모습이 따뜻하고 아름다웠어요. 학부모님들, 교직원들, 마을 주민들께서도 평생 본 적 없다는, 신기한 장면을 보면서 감동 받으셨다며 다들 너무 좋아하셨죠.

 

이 외에도 마술사가 된 2기 제자는 후배의 학교에 와서 마술 공연을 해주는 등 다른 기수 학생들에게 재능기부를 몸소 실천하면서 교육 기부에 대한 이야기까지 나누게 되었어요.

 

제 제자들이지만 다른 학교 졸업생이잖아요. 이들이 서로 친하게 잘 지내는 모습을 보니 많이 흐뭇하고 기분이 좋아요. 저와 연결된 제자들이 그들끼리도 잘 연결되어서 나중에 무슨 일을 하더라도 서로 의지할 수 있는 관계가 되면 정말 좋겠어요.

 

▲ 작은학교 근무, 선생님의 교육 철학과 관련 있을까.

 

평생을 제자들에게 A/S하는 선생님이 되고 싶어요. 항상 아이들의 삶 속에서 함께 나란히 따라가 주는 선생님이 되고 싶다는 의미입니다.

 

더 나아가 제 삶과 아이들의 삶을 서로 A/S하는 관계를 맺고 싶어요. 1년의 담임으로는 다 줄 수 없는 것들이 있거든요. 그래서 학생들이 행복을 찾고 긍정적인 생각을 하는 것을 계속 연습할 수 있도록 저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고 또 저 역시 아이들에게서 여러 긍정적 시그널을 얻을 수 있어요.

 

제가 나이가 들어 오랜만에 제자를 만났을 때, “누구였더라?” 하고 묻는 제 모습을 상상해 보았어요. 그러고 싶지 않더라고요.

 

담임으로 만난 아이들과의 인연을 소중히 간직하고자 합니다. 아이들이 졸업하고 중학교, 고등학교에 가더라도 계속 만나며 스승과 제자의 관계를 구축해 가려고요. 물론 아이들이 성인이 되면 제가 일방적으로 아이들과 놀아달라고 졸라야 해요.

 

▲ 급훈인 열정과 배려, 어떤 의미인가.

 

저는 늘 ‘자신에게는 열정을, 타인에게는 배려를’이라는 급훈을 사용합니다. 무슨 일이든 적극성과 열정을 가지고 도전하되, 그 과정에서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배려의 생활을 하자는 의미에요.

 

규칙을 이야기할 때도 일일이 언급하지 않고 아이들이 스스로 열정과 배려라는 단어를 기억하면 행동을 선택하게 할 수 있도록 노력 중입니다.

 

아이들에게 모든 일은 열정을 갖고 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달리기를 할 때에도 열정을 갖고 최선을 다하라고 하죠. 그러나 배려는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가르칩니다.

 

만약 복도에서 최선을 다해 열정적으로 뛰었을 경우 자신에게는 뿌듯함이 있겠지만 다른 친구들은 불편함이 없을 것이냐는 질문을 던지죠. 다행히 제가 가르친 아이들은 열정과 배려가 함께 가야 한다는 말의 뜻을 잘 이해하고 평소 행동에서 간직하려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 작은학교 교육활동을 위해서는 지역사회와의 협업이 필수로 보인다. 대표적으로 소개할 협업 사례가 있다면.

 

앞서 말씀드린 ‘사서 하는 쌩고생 프로젝트’는 지역 사회의 협조가 없이는 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토마토 재배 과정과 관리, 판매와 홍보 등 마을 속에서 1년 내내 살았던 프로젝트였습니다. 아이들이 마을을 큰 배움터로 만들어서 새로운 공동체를 인식하고 마을 노인회관을 방문하면서 어르신들과 친구가 되는 과정은 보람 있고 흐뭇한 활동이었습니다.

 

 

최근 8년 전부터는 마을교육공동체 활동을 많이 진행했는데, 대표적으로 아버지학교가 기억에 남습니다. 아버지들 간의 유대를 높여 아이들의 교육에 지원을 받는 경험을 했는데요. 교직원들과 아버지들이 함께 운동하고 대화하는 시간을 보내다가 점차 소프트웨어 교육 활동과 상담하기 연수 등으로 진화해 학교 교육과정 운영에도 많은 지원을 받았어요.

 

▲ 현재 근무하는 용대초에서는 어떤 활동을 하고 있나.

 

용대초 학부모님들은 4월에 지역사회에서 실시하는 ‘솔방울들의 소풍’이라는 체육대회를 자체적으로 기획하고 진행해 주셨어요. 학교 입장에서 아이들에게 좋은 추억을 만들어 주셔서 감사한 마음입니다.

 

용대초는 농어촌유학 연구학교를 진행 중인데요, 올 3월에 23명의 지역 인사와의 교육 협력 방안을 위한 협의를 마쳤고 인제 북면마을교육협의체, 지자체 관계자, 학부모, 생태환경 교육기관 전문가 등과도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는 중입니다.

 

오는 6월 3~4일에는 지역사회와 함께 하는 1박 2일 가족캠핑 준비를 하고 있고요. 학부모들과의 프로그램 기획 협의도 원만히 진행 중이에요.

 

또 지역사회 북면마을교육협의체의 도움도 많이 받고 있습니다. 북면마을교육협의체는 초등학생들 특히 6학년들만 대상으로 같은 중학교를 진학하는 학생들이 서먹하지 않도록 미리 당일 프로그램이나 1박 2일 프로그램, 제주도와의 지역 학생과의 교류 활동 등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어 학교에서 진행하기 어려운 활동에 대한 역할 분담을 해 주고 있습니다.

 

▲ 작은학교에서 할 수 있는 특색사업들을 추천한다면.

 

작은학교마다 지역 여건이나 상황, 확보할 수 있는 인적 자원 등이 다르기 때문에 작은학교의 특색사업 또한 다른 모습으로 진행될 것입니다.

 

용대초의 경우 다양한 체험학습이 진행되어 학생들과 학부모의 만족도가 높은데요. 현재 생태환경 기반의 농어촌유학 연구학교 운영으로 체계적인 체험학습 진행이 가능해진 점이 큰 효과를 주었습니다.

 

학생 수 감소로 폐교 직전에 몰린 학교들은 대부분 농산어촌 벽지 지역에 속한 경우가 많을 텐데, 이러한 곳은 일반적으로 생태환경 자원이 우수한 경우가 많지요.

 

당면한 위기인 생태 환경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교육 활동이나 학생 개별 특성과 발달에 관련된 특기적성 방과후 프로그램 운영, 학생 개인이 희망하는 특별 프로그램 운영, 디지털 전환 시대를 준비할 수 있는 정보화 교육 프로그램 적용, 외부 전문가를 활용한 온・오프라인 수업 진행 등 다양할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학생, 학부모와 사전 협의가 충분히 이루어진다면 작은학교 각각의 특색교육 프로그램 개발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 교사에게 작은학교 근무의 장점을 꼽는다면.

 

작은학교 근무의 장점은 단점과 바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특히 학생 수가 적은 부분은 좋은 점이기도 하지만 불편한 점이기도 해요.

 

1학년부터 아니 유치원이 있다면 유치원부터 매년 같은 학생들로 반이 구성되기 때문에 학급 분위기가 한 번 형성되면 변화가 적습니다. 긍정적인 방향으로 형성되면 매우 즐겁고 유쾌하게 교사가 수업을 이끌어 갈 수 있죠.

 

작은학교는 보통 1개 학년이 1개 학급이기 때문에 동학년이 없어서 담임교사가 시도할 수 있는 일들의 범위가 더 넓고 결정이 빠른 장점이 있어요.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다른 동학년 교사가 많을수록 마음을 맞추어 어떤 교육 활동을 기획하고 진행하기가 어려울 수 있겠지만요. 작은학교는 학년별로 활동이 진행되기 때문에 담임교사의 결정권이 매우 크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저는 이 점이 좋았어요. 동학년 교사가 없다 보니 제가 생각하는 교육활동을 더 자유롭게 진행할 수 있었어요.

 

또 여러 가지 외부 지원이 많은 편이라서 교육 활동에 필요한 기자재나 활동 필요 물품 등이 충분하게 갖추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교사가 원하는 방향으로 다양한 교육 활동을 진행하는 데 대규모 학교보다는 유리한 점이 많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제가 동학년이 있는 큰 학교에서 근무한 경험이 없다 보니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임을 알아주셨으면 해요.

 

▲ 반대로 단점 등 어려운 일은 무엇인가.

 

동학년 교사가 없는 것은 장점이면서도 단점이기도 해요. 어떤 교육 활동을 기획하더라도 업무를 혼자 처리해야 하기 때문이죠. 예를 들어, 어디 체험학습을 가더라도 누구는 계획을 세우고 누구는 준비물을 챙기고 누구는 교육 활동 자료를 만들고 등 역할 분담이 가능할 텐데 작은학교는 모두 담임교사가 처리해야 하죠.

 

또 학교에 근무를 하다 보면 각종 점수를 받아야 할 때, 곤란한 상황이 생기기도 합니다. 저는 초임부터 20년차가 될 때까지 부장 업무를 대행하면서도 부장 직위는 받지 않았습니다. 경력이 낮은 교사가 상대적으로 취할 수 있는 점수가 많지 않다는 점도 작은학교의 단점이 될 수 있습니다.

 

도시 지역의 문화적 혜택 등과 비교했을 때, 벽지 지역의 열악한 주거 환경이나 근무 지역의 낙후된 문화적 혜택, 도시와의 접근성 불편, 의료 시설 부족 등은 작은학교에 근무하는 선생님들에게 큰 고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관사가 있는 학교는 그나마 관사를 얻어 생활하지만, 여전히 지금도 교원 개인이 월세를 얻어서 자비를 내며 생활하는 분들도 계십니다. 교육청에서 전세 금액을 지원하기도 하지만, 아파트가 아니면 안 되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시골 벽지에 아파트도 거의 없어서 물량 자체가 없는 경우가 많아 그림의 떡인 경우가 있죠.

 

또한 관사 시설이 많은 경우 노후돼 추위와 곰팡이 등의 문제로 건강에 고민이 많은 분들도 계세요. 도시에 거주하는 가족과 떨어져 살아야 하는 어려움도 있죠. 작은학교에 근무하려면 이러한 불편함과 어려움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 아쉽습니다.

 

▲ 이 같은 애로점을 개선하기 위한 방안을 제안한다면.

 

근본적으로 작은학교 정책을 다시 검토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과중한 업무 처리는 작은학교의 장점을 살리기 어려운 가장 큰 걸림돌이 될 수 있어 근무를 고민하게 만듭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현재 작은학교와 큰 학교의 업무 처리 과정 시스템이나 방법, 애로 사항 등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한 연구가 필요해 보이고 개선책을 찾는 혁신에 적극 나서야 합니다.

 

동학년이 없어서 담임교사 1명이 모든 교육활동을 결정하고 추진해야 하는 부담도 덜어줘야 합니다. 이와 연계해 업무 부담도 줄여줘야 합니다. 작은학교와 큰학교에서 교사가 해야 할 업무 숫자는 크게 다르지 않아요. 작은학교라고 해서 안 해도 되는 교육활동은 없으니까요. 작은학교만은 위한 업무 매뉴얼 등이 따로 있다면 쓸데없이 행정력을 낭비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제가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지만 결국은 수업 지원, 업무 지원, 교직원 복지 등에 대한 전수조사를 통해 정확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정책을 만들어 주세요. 작은학교 교사들의 의견을 많이 반영한다면 작은학교 만의 시스템이 구축될 것이고 어려움이 많이 해결될 것 같습니다. 업무 지원에 대해서는 실제적인 지원이나 통합 처리 등의 과정이 빨리 수립되어 현장에 시행되기를 바랍니다.

 

저는 작은학교 정책이 더욱 촘촘하게 진행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강원도의 경우만 해도 작은학교 비중이 50퍼센트를 넘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앞으로 작은학교는 점점 더 늘어날텐데 교원들이 싫든 좋든 작은학교로 가야 하는 경우가 늘어나겠지요. 작은학교마다 경쟁력을 키워서 작은학교마다의 목소리가 다 다르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하려면 획일화된 폐교 정책으로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작은학교는 큰 학교가 담당하기 어려운 일들을 담당하는 파트너의 개념이 되면 좋겠습니다.

 

▲ 작은학교를 통폐합해야 한다는 주장과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선생님은 어떻게 생각하나.

 

작은학교니까, 학생 수가 몇 명이니까 무조건 통폐합하자는 것은 무리가 있는 것 같습니다. 작은학교라고 해도 특색프로그램을 잘 유지하고 지역사회와 학교 발전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학교와 그렇지 않은 학교를 동일하게 생각하면 안 되겠죠.

 

일본의 작은학교 정책 이해를 위해 돗토리현을 방문했던 경험이 있어요. 돗토리현은 우리나라보다 20~30년 앞서 인구 감소의 길을 걸었는데요, 초기에는 작은학교 살리기 활동에 많은 힘을 쏟았는데, 결국 인구 소멸 앞에서 학생 수가 줄어드는 것을 막을 수가 없었다고 합니다. 결국 일본은 작은학교 정책의 방향을 완전히 바꿨어요. 학생 개개인의 행복과 발전에 힘을 쏟는 쪽으로요.

 

특히 인상적인 부분은 일본의 특정 현에서는 학교가 폐교되더라도 교실 1칸은 완벽하게 보존을 해 두고, 그 마을에 학생이 전학오면 교사를 즉시 파견해 교육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이었어요. 이사하려는 가족이 학교 문제로 이사를 포기하는 일이 없도록 대비하는 거죠.

 

▲ 2024년, 이 시대 작은학교는 어떤 가치를 담고 있을까.

 

저는 올해 용대초의 슬로건을 ‘가・마・솥’이라고 붙였어요. ‘가정과 마을이 함께 끓여주는 솥단지 학교’의 앞글자를 뽑았죠. 이 학교에서 저는 국자샘이 되었어요. ‘가・마・솥’ 학교의 국자샘, 아주 딱 맞는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작은 학교는 가마솥같아요. 무슨 활동이든 다 끓여내고 녹여낼 수 있거든요. 큰 학교에서 하기 어려운 활동을 상대적으로 더 많이 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입니다. 큰 학교는 큰 학교대로의 매력이 있겠지만, 작은 학교는 원하는 활동을 더욱 적극적으로 펼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담임교사의 의지에 따라 시도할 수 있는 활동이 많고, 학생 수가 적아서 학생마다의 요구 사항이나 발전 가능성에 대한 교육과정을 구성하기에 적합합니다.

 

 

▲ 어떤 교사로 기억되고 싶나.

 

저는 ‘작은학교 전용교사’이고 싶습니다. 교사보다는 선생님으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제가 담임한 아이들과 계속 함께 가고 싶고 아이들과 함께 나이 들어가면서 삶을 이야기하는 동료이자 벗이 되면 좋겠습니다.

 

제가 근무한 곳이 작은학교였기 때문에 가능한 일들도 많았다고 생각합니다. 간혹 지인이 평생 작은학교에서 지낸 나에게 ‘작은학교 전문교사’라는 장난을 치기도 하셨는데요. 그때마다 나의 웃음 띤 대답은 한가지입니다.

 

“저는 작은학교가 진짜 좋거든요! 작은 학교가 왜 좋은지는 아직까지도 모르겠어요. 뭐 특별하게 원하거나 바라는 것들도 없습니다. 심지어 지금도 매일 출근할 때마다 학교 앞산을 보고 감탄을 해요.”

 

가끔 큰 규모 학교에서 근무하는 생활이 궁금하기도 하지만, 작은학교 만이 가진 역동성과 아이들이 가족처럼 서로를 챙기고 도와주면서 조금씩 변화할 때의 마음 떨림이 좋습니다. 제가 언제까지 작은학교에서 근무하게 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교직 생활에서 내 마음의 고향은 언제나 작은학교라고 생각합니다.

 

교사와 아이들이 서로 공감하고 믿을 때 교육의 힘이 발휘된다고 생각합니다. 교사와 아이들은 서로에게 감동 받고 감사할 때 함께 행복해진다고 봅니다. 교사는 아이 옆에서 함께 걷어가야 하고 아이가 넘어지면 손잡아 일으켜 주는 그림자 같은 존재이지요.

 

아직도 많이 부족하지만 언제까지나 ‘비가 와서 다리가 끊어졌을 때, 아이를 등에 업고 강을 건너가는’ 그런 선생님이 되고 싶습니다.

 

▲ 마지막으로 동료 선후배 교사들에게 하고픈 말이 있다면.

 

작은학교에 근무하시는 선생님들에게 힘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래도 작은학교에서만 느낄 수 있는 보람도 크실 거라 생각합니다. 작은학교의 발전이 지금 작은학교에 근무하시는 많은 선생님들의 노력 때문이라고 생각하고요.

 

작은학교 근무를 희망하시는 선생님들께는 꼭 작은학교에서 근무해 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큰 학교 체제와는 다르겠지만, 담임교사의 자율성과 추진력 등을 확실하게 느끼실 겁니다. 학생들과 함께 하고 싶은 교육 활동을 작은학교에서 근무할 때 더욱 펼칠 수 있는 면이 있기 때문입니다.

 

작은학교만의 매력을 느껴보시면 큰 학교 근무가 고민되실 수도 있을걸요?

 

어쨌든, 작은학교이든 큰 학교이든 규모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요즘 힘든 시기이긴 하지만 교사로서 가지는 보람과 긍지를 잃지 마시고 늘 행복하셨으면 합니다.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