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에듀 지성배 기자 | 학생의 성희롱으로 질병휴직에 들어간 교사에게 교육청이 부당한 요구를 해 또 다른 상처가 되고 있다는 호소가 나와 제도 개선 필요성이 제기됐다.
10일 서울교사노동조합(서울교사노조)에 따르면, 초등교사 A씨는 지난 2022년 학생으로부터 성희롱을 당했으며 이듬해 11월부터 올 9월까지 질병휴직에 들어갔다.
A씨는 2022년 당시 학생으로부터 섹X하자는 내용의 메시지를 받았으며, 특정 부위 사이즈에 대한 희롱도 함께 포함돼 있었다. A씨는 당시 받은 충격을 극복하고자 노력했지만 결국 심각한 불안과 우울 등의 스트레스를 호소하며 질병 휴직에 들어갔다.
A씨는 올 9월 7일 복귀를 추진하고 있었으나, 복귀할 경우 성희롱 가해 학생을 가르쳐야 한다는 사실을 접하고 다시 증세가 심해져 질병휴직 연장을 결정했다.
교육청은 지난 6월 24일 A씨에게 휴·복직 여부를 알려줄 것과 휴직을 연장할 경우 진단서 제출을 요구했다.
이에 A씨는 지난 4일 6개월 이상의 요양이 필요하다는 내용이 담긴 진단서를 교육청에 제출하자, 교육청은 진단서 제출일로부터 6개월이 포함된 12월 31일까지만 휴직이 가능하다고 답변했다. 학교 학사일정이 2025년 2월 28일 끝난다는 점에서 A씨는 결국 가해 학생을 만나야 하는 상황이 생긴 것.
A씨는 9월 6일까지 이미 휴직 허가가 되어 있는 만큼 6개월의 추가 질병 휴직 기간의 시작점은 9월 7일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교육청은 진단서를 추가 제출한 7월 4일이 기점이 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2025년 1월 1일부터 2월 28일까지 치료가 필요하다는 내용이 명시된 진단서 추가 제출을 요구했으며, A씨는 진단서 제출과 함께 어길 시 어떠한 불이익이나 처벌도 감수하겠다는 서약를 제출했다.
A씨는 “질병 휴직 만료 2개월 전부터 지난서를 제출하라고 종용하는 것부터 이상하고 질병휴직의 불가피한 사유를 쓰라는 것도 매우 슬펐다”며 “교권침해 피해 당사자를 못 지켜주는 구조적 문제를 이제야 알 것 같다”고 밝혔다.
박근병 서울교사노조 위원장은 과도한 행정이 교사들을 다시 어렵게 만드는 점을 지적하며 제도 개선을 요구했다.
그는 “질병 휴직을 선택하는 교사들은 그나마 아직 교실에 희망이 있다고 보는 사람들”이라며 “행정적인 이유로 과도한 입증 서류를 요구하는 것은 교사들을 또 한 번 낙심하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이어 “교육청은 질병 휴직 제도 운영의 원칙을 교원 보호로 가져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인사혁신처의 ‘2023년 공무원 총조사’에 따르면, 교사의 질병휴직율은 4%로 국가공무원 중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