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에듀 | 디지털 기기가 아이들의 일상과 교육의 중심에 자리 잡은 시대, 부모의 디지털 리터러시는 자녀의 건강하고 균형 잡힌 디지털 생활을 위한 필수 역량이다. 그러나 많은 부모는 자녀의 디지털 기기 사용을 허용하거나 통제하는 과정에서 갈등을 겪고, 디지털 기기 과용, 중독, 부적절한 사용과 같은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더에듀>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고 부모의 역할 재정립을 위해 ‘디지털리터러시협회’(CDL)와 '부모를 위한 디지털 리터러시' 연재를 시작 ▲자녀의 디지털 기기 관리법 ▲디지털 활용 학습법 ▲디지털 시대 자녀의 진로 교육법 ▲디지털 디톡스 실천법 등 부모가 알아야 할 핵심 내용을 소개한다.
디지털 시대 진정한 조력자가 되고싶은 부모들에게 꼭 필요한 나침반이 되어 자녀와 부모 간 신뢰와 소통을 강화하고, 자녀가 디지털 기술을 긍정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 동시에, 디지털 세상에서도 홍익인간의 가치를 실현하는 인재 양성의 꿈을 꿔본다. |

AI는 도구인가, 대체자인가
“OO야. 이제 그만 놀고 숙제해야지.”
“엄마. 숙제는 AI가 금방 해줘요. 조금만 더 놀게요.”
SF 영화 속 대사처럼 들리지만, 이미 현실의 이야기이고, 부모로서는 당황스러움을 감추기 어렵다.
아이들이 AI의 편리함을 먼저 익히고, 그것이 자신의 공부를 대신해 줄 수 있다고 믿는 순간, AI는 더 이상 유용한 도구가 아니다.
디지털리터러시협회와 경기도교육연구원이 공동 주최한 ‘2025 GIE 미래교육포럼’에서 참석자들을 대상으로 AI 활용 교육에 대한 인식 조사를 진행하였다.
그 결과, AI 활용 교육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72.6%로, AI의 교육적 활용에 대해 대체로 긍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흥미로운 점은 교원과 교육행정 관련 종사자들은 평균에 가까운 반응을 보였지만, 학부모들은 52.6%로 반신반의하는 태도를 보였다는 것이다.
AI 활용 교육이 학생별 맞춤 학습을 가능하게 하고, 정보 역량과 창의력을 확장시킬 수 있다는 의견도 있지만, 지나친 의존으로 인해 학생의 역량이 저하될 수 있다는 우려 또한 적지 않았다.
AI를 사용하면서 스스로 사고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 약화되며, 창의력 또한 떨어질 수 있다는 걱정이 뒤따른다.
이제 AI 없는 세상은 상상하기 어렵다. 이미 신기한 기술에서 익숙한 기술이 되어가고 있다. 한때 신기했던 TV, 컴퓨터, 인터넷처럼, AI 역시 빠른 속도로 일상 속에 자리 잡고 있다. 아이들은 AI로 공부하고, 고민을 상담하며, 때로는 친구로부터 얻지 못한 위로와 공감, 우정까지 AI를 통해 채운다.
이에 발맞춰 학교 현장도 AI 디지털 교과서를 도입하고, 교사의 AI 역량 향상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교육계에서는 AI 활용 교육의 필요성과 현재 정책 방향에 대해 대체로 공감하는 분위기다. 다만, 도입 속도와 구체적인 실현 방식에 대해서는 의견 차이가 있다.
반면 학부모들의 경우 아직 온도 차를 보인다.미래 기술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이들도 있지만, 아직은 낯설고 학습에 해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문제는 AI가 제공하는 정보가 때로는 부정확하거나 편향될 수 있고, 과도한 의존성뿐 아니라 딥페이크 같은 기술적 남용의 위험도 함께 내포되어 있다는 점이다.
그렇기에 아이들이 AI를 단순한 도구로 받아들이는 것을 넘어서, AI와 올바르게 소통하고 판단하는 방법을 배우도록 어른이 먼저 안내해 주어야 한다. 어른들이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고 언어와 문화를 가르치듯, AI를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도 직접 보여주고 가르쳐야 한다. 어떻게 질문할 것인지, AI가 생성한 결과를 어떻게 평가하고 수용할 것인지를 알려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아이들은 AI가 제공하는 모든 정보를 사실로 받아들일 위험이 있다.
생성형 AI가 제공하는 답변은 정보 검색 결과가 아닌, AI가 학습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만들어낸 ‘그럴듯한 문장’이기에, 반드시 검증 절차가 필요하다.
부모는 AI의 편리함뿐만 아니라 그 한계와 위험성까지 균형 있게 바라볼 수 있도록 아이를 이끄는 안내자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부모 자신도 AI를 적극적으로 경험하고 활용해 보아야 하며, 어떻게 하면 유용하게 쓸 수 있는지, 어떤 점을 경계해야 하는지를 먼저 익혀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AI가 아이의 일을 대신해 주는 존재가 아니라, 아이 스스로 사고하고 배우도록 돕는 든든한 조력자로 자리 잡도록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AI를 교육에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아이와 함께 배우는 ‘AI 시대 학습법’
첫째, 암기 내용을 노래로 만들어 반복해서 듣기
인공지능 중심의 디지털 시대에는 암기식 교육을 지양하고, 사고력을 기르는 교육을 해야 한다.
하지만 지식을 배우고 사고력을 키우기 위해 기초단계에서 외우지 않으면 안 되는 것들이 있다.
고학년일수록 국어, 역사 과학 등 외워야 할 양은 많고 시간은 부족하다. 아이마다 암기력도 차이가 있다. 이때 AI를 활용하면 암기를 쉽고 즐겁게 만들 수 있다.
예를 들어, ChatGPT에게 조선 시대 주요 사건을 이야기 형식의 노래 가사로 만들어 달라고 요청하고, SUNO 같은 AI 작곡 도구를 활용해 K-POP과 같이 아이가 좋아하는 장르의 노래로 만들어 MP3로 저장한다.
이를 아침 준비 시간이나 이동시간, 식사 시간에 반복해서 듣게 하면 억지로 외우지 않아도 오래 기억에 남는다.
둘째, 수학 문제 출제와 맞춤형 연습 문제 풀어보기
수학은 다양한 문제를 풀어보고 반복 학습이 필요한 과목이다.
시중 문제집은 평균적인 수준을 기준으로 제작되어 있어 각 아이의 수준이나 취약 영역을 반영하기 어렵다. 이럴 때 AI는 개인화된 학습 파트너가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Gemini에게 ‘초등 6학년 2학기 수학 - 원의 넓이에 관한 문제를 수학능력 수준 5단계로 나눠 수준별로 3문제씩 출제해 달라’고 요청하면, 친절한 해설과 함께 맞춤형 문제를 제공받을 수 있다.
이 문제들을 ‘PDF로 저장해서 출력할 수 있도록 제공해 달라’고 요청하면 우리 아이만을 위한 맞춤형 문제집을 만들 수 있다. 국어 독해, 사회, 과학 문제도 같은 방식으로 응용할 수 있다.
문제 풀이 중, 모르는 것을 물어보면 친절하게 설명해 주고, 100번을 물어봐도 한결같이 친절하게 알려준다.
몇백만 원짜리 과외 선생님을 무료로 쓸 수 있는 셈이다. 이러한 이유로 최근에는 아이가 먼저 유료 AI 서비스를 사용하게 해달라고 부모에게 조르는 경우도 점점 늘고 있다.
셋째, 수행평가 과제에 AI 활용하기
수행평가는 단순 암기보다 탐구 능력, 표현력, 사고력을 평가하는 데 초점을 둔다.
그러나 아이 입장에서는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한 경우가 많다. 이때 AI는 구조를 잡아주는 가이드 역할을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초등 고학년 자녀가 기후 변화 주제의 보고서를 작성해야 할 때, Gemini의 딥리서치 기능을 활용해 ‘초등 고학년 수준에 맞는 수행평가 기준표를 만들어 달라’고 요청하면, 평가 항목, 채점 기준, 권장 분량까지 체계적으로 제시해 준다.
보고서를 작성하도록 한 뒤, Gemini와 ChatGPT를 활용해 필요한 정보를 묻고, 확인하고 싶은 가설들을 질문하며 내용을 구성한다.
이후 최종 보고서에 담긴 정보를 Google 검색을 통해 검증하고, Perplexity를 활용해 출처를 찾아 정리한다.
주의할 점은 AI가 작성한 내용을 아이가 그대로 받아들이거나, 복사해 붙이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부모는 “AI는 이렇게 정리했는데 너는 어떻게 생각하니?”, “다른 의견은 어떤 게 있을까?” 와 같은 질문을 통해 아이가 생각의 폭을 넓히고 스스로 판단, 정리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
이제 AI는 현실이 되었다. 기술을 두려워하기보다, 어떻게 활용하고 기술을 통해 어떻게 성장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한다.
아이들이 AI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AI를 어떻게 활용할지는 부모의 태도에 달려있다. 디지털 시대의 부모는 모든 답을 알고 알려주는 사람이 아닌, 아이와 함께 배우며 성장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AI는 아이에게 정보와 지식을 알려줄 수는 있어도, 대신 판단해 주거나 올바른 가치관과 태도를 알려줄 수는 없다. 그것은 부모의 역할이다. 아이들이 미래 기술을 배우며 미래를 이끄는 창의적 인재로 성장하길 바란다면, 부모가 먼저 앞장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