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에듀 남윤희 기자 | 검찰이 특수교육대상 학생에 대한 아동학대 혐의로 1심에서 벌금형의 실형을 선고 받았던 특수교사를 징역형에 처해달라고 요청했다. 특수교사 측은 고의성 없음과 몰래 녹음의 증거능력을 부정하며 무죄를 주장했다.
21일 수원지법 제6-3형사항소부(부장판사 김은정, 신우정, 유재광)에서는 웹툰작가 주호민 씨 아들에 대한 아동학대(아동학대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 위반) 혐의로 1심에서 벌금 200만원에 선고유예 판결을 받은 특수교사 A씨에 대한 항소심 결심 공판이 진행됐다.
이 자리에서 검찰은 “A씨에게 학대의 고의성이 있다”며 원심 구형과 같은 징역 10월에 취업제한 3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이 사건은 아동학대 범죄 신고 의무자인 피고인이 오히려 아동의 정서를 학대한 것으로 죄질이 극히 불량하다”며 “피고인은 범행을 부인하면서 반성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피해 회복을 위한 노력도 기울이지 않았고 피해 아동 측으로부터 용서받지 못했다”며 징역형 구형 이유를 설명했다.
정서적 학대 고의, “있다 Vs 없다” 첨예한 대립
첫 번째 쟁점은 정서적 학대의 고의성 여부였다. 이미 1심에서는 고의성을 인정하지 않았지만 검찰은 피해 아동의 특수성을 간과했다며 고의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자폐성 장애 아동은 청각 역치가 낮고 소리 자극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며 “면전에서 짜증 섞인 큰 목소리로 말하는 행동은 피해아동에게 심각한 스트레스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특수교사 A씨는 지난 2022년 9월 교실에서 당시 9세의 주씨 아들에게 “버릇이 매우 고약하다”, “아휴 싫어. 싫어 죽겠어”, “너 싫다고. 나도 너 싫어. 정말 싫어”라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1심 법원은 특수교사의 발언 중 “버릇이 매우 고약하다”, “싫어 죽겠다”고 한 것 등의 위법성은 인정한 반면 “진짜 밉상”, “머릿속에 뭐가 든 거냐” 등의 발언에는 학대의 고의가 없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또 “아동이 반복적으로 누려온 규칙적, 반복적 일상 행동을 갑자기 변경하고 통제하는 것도 스트레스 요인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특히 “피해 아동의 특성을 누구보다 잘 아는 특수교사 임에도 피해 아동이 가장 두렵고 고통스러워 하는 상황을 의도적으로 강조했다”며 미필적 고의에 해당한다고 봤다. 미필적 고의란 행위자가 적극적으로 범죄의 발생을 유도하지 않았지만, 그 행위로 인한 범죄 발생 가능성을 인식하고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
반면 특수교사 측 변호인 B씨는 “학대가 아닌 교육적 지도과정의 일환”이라며 정서적 학대의 고의성을 부정했다.
또 “피해 아동이 피고인을 두려워하거나 거부하지 않았으며, 정서적 피해를 입었다는 객관적인 증거가 부족하다”며 “피해 아동이 언어 이해 능력이 낮아 발언의 의미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몰래 녹음 증거 능력, “있다 Vs 없다” 공방
주 씨는 자신의 아들 가방에 녹음기를 몰래 넣었으며 녹음된 A씨의 발언 내용을 바탕으로 아동학대를 주장했다.
1심은 이 녹음파일의 증거능력을 인정했다. 반면 대법원은 해당 판결이 있기 전인 지난해 1월 자녀 가방 속 몰래 녹음에 대해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 대화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았다. 두 법원의 판단은 장애아동인지 비장애아동인지가 다른 점이다.
변호인 역시 대법원의 판결을 예로 들며 “통신비밀보호법은 제3자 간의 대화를 몰래 녹음하는 행위를 예외 없이 금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피해 아동의 부모는 녹음한 날로부터 약 1주일 지난 후에야 내용을 확인했다”며 “녹음 말고도 학대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들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피해아동 측 변호인은 “피해자들은 녹음하고 나면 너무 끔찍하고 무서워서 녹음파일 바로 못 듣고 그게 오히려 자연스럽다”며 “몇 대 맞는 건 금방 잊어버리지만, 정서적 학대를 받았을 때 마음에 남은 상처를 잊지 못한다. 그 마음을 듣지 못해 안타깝다”고 강조했다.
A씨 "저는 아동학대범이 아니에요"
A씨는 자신이 부끄러울 만한 아동학대범이 아니라고 항변했다.
그는 최후 진술에서 “어느 날 갑자기 아동학대 피고인이라는 끔찍하고도 믿기지 않는 충격적인 단어가 저를 가리키고 손가락질했다”며 “일상으로 돌아가기 힘든 시간들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교직 생활 20년을 돌이켜보면 매 순간 완벽하진 않았지만, 부끄러운 교사는 아니었다고 생각한다”며 “천만번 생각해도 저는 아동학대범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한편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와 소속 2030 청년위원회, 경기교원단체총연합회, 한국특수교육총연합회는 이날 결심공판을 앞두고 기자회견을 열고 ”불법 녹음 인정 말고 무죄 판결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1심 판결에 대해 “제3자에 의한 몰래 녹음이 인정되는 기준은 무엇인지, 장애학생은 모두 허용되는 것인지 혼란스럽다”며 “학부모의 교육활동에 대한 우려는 몰래 녹음이 아니라 합리적 민원 절차를 통해 합법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선고 공판은 2월 18일 오후 3시 30분에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