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에듀ㅣ출산율 하락으로 줄어드는 학생 수는 배움의 장인 학교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학교교육활동에 큰 장애물로 등장했다. 관계를 통한 상호작용 등 사회를 처음으로 경험하는 본격적 시기이지만 제반 환경은 반대로 흘러가고 있기 때문이다 . 반대로 기술은 큰 발전을 이루고 있어 전세계 어디에서든 직관적 소통이 가능한 시대에 살고 있다. 이와 함께 현실을 완벽하게 구현해 주는 가상현실은 분리된 공간을 초월하게 해주어 직접적 관계 경험 환경이 축소된 현실의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이에 <더에듀>는 가상현실을 활용한 교육활동에 도전장을 내민 ‘XR메타버스교실협회’ 소속 교사들의 교육 활동 사례 소개를 통해 교육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살펴보고자 한다. |

미술 과목만큼 ‘경험의 확장’이라는 지향점과 잘 어울리는 영역도 드물다고 생각한다. 미술은 원래부터 인간의 내면세계를 표현하고 다른 시각을 공유하며 소통하는 데에 강점을 지닌 과목이기 때문이다. 만약 여기에 메타버스라는 공간이 더해지면, 학생들이 미술을 대하는 태도나 미술을 통해 소통하는 방식도 한층 다양해질 수 있지 않을까?
그동안은 메타버스 플랫폼 위에 구현된 전시장에 학생들의 작품을 업로드해서 작품을 감상·공유하는 방식의 메타버스 전시회 개최가 가장 흔한 방식이었다. 물론 이러한 시도 자체만으로도 학생들에게는 상당히 흥미로운 경험이 될 수 있다. 특히나 코로나 시기에는 온라인으로 서로의 작품을 감상하며 피드백을 나누는 기회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었다.
다만, 조금 더 적극적으로 ‘경험의 확장’이라는 관점에서 생각해 보았을 때, 단순 전시 및 공유하는 활동 외에 오직 메타버스만이 해낼 수 있는 요소가 더할 수는 없을까 하는 고민의 결과로 새로운 형태의 미술 수업을 고안했다.
메타버스 미술관 도슨트 투어
보통 학생들이 미술관을 견학하는 활동은 나름대로 호응이 좋지만, 여러 가지 제약이 따르는 게 사실이다. 물리적인 거리, 입장료나 이동 비용, 안전 문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은 물론이고 막상 유명한 미술관은 멀어서 직접 가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메타버스 미술관이 이러한 한계를 어느 정도 해소해 줄 수 있으리라 판단했는데, 이왕이면 실제 미술관 투어에서 현장감을 느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요소인 ‘도슨트와의 소통’까지 가상 공간에 구현해 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고 했던가. 충북교육문화원에서는 오프라인 전시장인 ‘예봄갤러리’를 메타버스로 구축해 특별전시를 진행한다는 반가운 소식이 있었다. 즉 실제 도슨트가 학생들과 메타버스 충북교육문화원에 동시에 접속하여 그곳에 전시된 여러 작품을 설명해 주는 프로그램이었다.
가상 전시회라고 하면 학생들이 1인칭 아바타로 자유롭게 돌아다니기만 하는 방식을 떠올리기 쉽지만, 그와는 달리 도슨트 선생님이 실제 목소리로 작품에 얽힌 배경 이야기부터 작가의 기법과 의도 등을 찬찬히 풀어주셨다.
학생들은 처음엔 아바타가 움직이는 모습이 신기해 뒤에서 우르르 쫓아다니거나 장난스러운 모션을 취하기도 했지만, 도슨트의 목소리가 작품 설명과 함께 어우러지고 집중하는 학생들이 하나 둘 생기면서 순식간에 진지한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교사로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도슨트가 학생들과 중간중간 질의응답을 가지는 장면이었다. 오프라인이라면 손을 들고 질문하기 쉽지 않은데, 오히려 메타버스 안에서는 음소거를 해제하고 과감히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어떤 학생은 “이 그림의 의미가 뭐죠?”라고 묻자 도슨트가 답변을 주기도 했고, 또 다른 학생은 그림의 의미에 대한 자신만의 의견을 말하기도 했다. 물론 오프라인에서도 분명 가능한 장면이겠지만, 메타버스 공간 안에서는 학생들이 더 대담하고 더 자유롭게 발언한다는 걸 새삼 다시 깨닫는 부분이었다.
실제 작품을 눈앞에서 보지 못한다는 아쉬움을 어느 정도 상쇄해 줄 만큼 새로운 경험과 지식의 확장이 이뤄졌다는 점이 이 수업의 가장 큰 장점으로 여겨졌다.
'장애 학생과 비장애 학생'의 따로 또 같이, 메타버스 드로잉
한 번은 장애 학생과 비장애 학생이 함께 팀을 이루어 그림을 그린 뒤, 이를 메타버스 드로잉 대회에 출품했다.
사실 미술 시간에 협력 작품을 만들어 보거나 그 결과물을 전시회에 출품하는 기회는 흔치 않다. 대체로 학생 개개인의 작품 활동이 주가 되는 경우가 많고, 팀 활동이라 해도 교실 안에서 이루어지는 소그룹 수준에서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이번 활동은 처음부터 메타버스 드로잉 대회라는 장을 목표로 두고 진행되었다. 특히나 주목할 점은, 이 대회가 전국의 장애 학생과 비장애 학생이 구분 없이 함께 참여할 수 있도록 마련된 것이었다는 점이다.
그래서 필자가 근무하던 학교에서도 장애를 지닌 학생과 비장애 학생이 함께 여러 팀을 꾸렸고, ‘따로 또 같이’ 그림을 그리게 되었다. 두 학생이 한 팀을 이루어 함께 도안을 선택한 후에, 도안을 반으로 나누어 각자 한 쪽씩 맡아 색칠하는 방식의 활동이었다. 어떤 팀은 직접 모여서 동시에 그리기도 했고, 어떤 팀은 한 명이 먼저 색칠을 한 후 다른 한 명이 작품을 이어받아 원래 색칠되어 있던 분위기를 살려 작품을 마무리하기도 했다.

이렇게 완성된 작품을 대회 개최 측에 제출하였고, 우리의 작품이 메타버스 전시장에 무사히 전시될지 조마조마하게 기다렸다.
드디어 메타버스 전시장이 열린 날, 문이 열리자마자 접속해서 확인해 보니 본교에서 제출했던 작품들이 한쪽 벽면에 나란히 멋지게 걸려있는 것이 아닌가! 학생들은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더 즐거워했다. 특히 ‘우리가 직접 그린 그림을 전국 어디에서든 들어올 수 있는 공간에 전시한다’는 사실이 주는 설렘과 자부심을 크게 느꼈다.
이 부분이 드로잉 대회가 지닌 진정한 의미라고 느껴졌고, 메타버스라는 공간이 단순한 놀이나 전시회 차원을 넘어 전국의 다양한 학생들이 함께 참여하는 사회적 통합의 장으로 기능할 수 있다는 점도 매우 인상적이었다.

위의 두 수업 사례가 보여주는 것은 메타버스라는 기술 자체가 주는 새로움보다도, 그 공간에서 ‘사람과 사람이 어떤 방식으로 만나고 소통하게 할지를 설계’하는 교사의 역할이 훨씬 더 중요하다는 점이다.
단순히 디지털 전시장에 작품을 전시하는 단계를 넘어, 실제 사람들 간의 상호 작용이 가능한 기회를 마련함으로써 학생들이 어디에서 어떻게 협력하고 소통하며 작품에 몰입할지를 고민하도록 교사가 의도한 부분 말이다.
도슨트와 질의응답을 주고받으며 미술관 투어를 실감 나게 경험하고, 장애 학생과 비장애 학생이 서로 도우며 하나의 작품을 완성해 전국의 관람객 앞에 내놓는 과정에서 학생들은 교실과 교과서라는 울타리를 넘나드는 확장된 학습을 실제로 체감할 수 있었다.

앞으로 더 많은 교사와 학생이 메타버스를 포함한 XR 기술과 만나, 교실 밖으로 확장된 예술 체험을 누리길 기대한다.
미술이든 다른 과목이든, 결국 핵심은 ‘학생들의 경험을 어떻게 새롭게 바꾸고 확장해 줄 것인가’이다. 우리는 그 방법 중 하나로 기술을 선택한 것이고, 그 기술이 사람과 사람을 더 가깝게 이어 주는 기제가 될 수 있다면 과감히 시도해 보는 것이 옳다.
비록 새로운 시도에는 시행착오가 따를 수 있고 결과가 늘 성공적이진 않더라도, 그 과정에서 쌓이는 고민과 성찰이 더 나은 교육을 만들어 가리라 믿는다.
XR메타버스협회소개 = XR메타버스교사협회는 XR과 메타버스에 관심을 가진 전국의 교사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만든 비영리 단체다. 초·중·고등학교 현장에서 직접 학생들을 가르치며, 교육에 접목할 수 있는 XR·메타버스의 다양한 가능성을 연구하고 실험해 보고 있다. 단순히 이론적 분석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교재를 개발하여 수업에 투입하고, 교사 연수 프로그램을 운영하여 더 많은 동료 교사들에게 노하우를 확산하고 있다. 또한 기업과 협업해 기술적 자문과 지원을 받고, 이를 교실 현장에 검증하는 과정도 거치며, 각종 학회나 박람회 부스를 통해 교육 혁신을 적극적으로 홍보해 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