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에듀ㅣ출산율 하락으로 줄어드는 학생 수는 배움의 장인 학교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학교교육활동에 큰 장애물로 등장했다. 관계를 통한 상호작용 등 사회를 처음으로 경험하는 본격적 시기이지만 제반 환경은 반대로 흘러가고 있기 때문이다 . 반대로 기술은 큰 발전을 이루고 있어 전세계 어디에서든 직관적 소통이 가능한 시대에 살고 있다. 이와 함께 현실을 완벽하게 구현해 주는 가상현실은 분리된 공간을 초월하게 해주어 직접적 관계 경험 환경이 축소된 현실의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이에 <더에듀>는 가상현실을 활용한 교육활동에 도전장을 내민 ‘XR메타버스교사협회’ 소속 교사들의 교육 활동 사례 소개를 통해 교육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살펴보고자 한다. |

“세계 건축물을 만든 건축가도, 그 속을 탐험하는 여행가도 모두 우리가 되어보자!”
교실 속에서 학생들의 배움은 대부분 ‘수용’과 ‘이해’를 통해 일어난다.
조선시대의 한옥을 사진으로 살펴보며 한옥의 건축 구조를 이해했고, 지구 반대편 남극의 모습을 동영상으로 살펴보며 영상 속 이미지와 소리로써 혹독한 추위를 눈으로 체험했다.
하지만 진짜 배움이란 손끝에서 시작되어 몸으로 직접 경험하며 다른 사람과 공유하는 확장된 경험 속에서 이루어지기에 우리는 학생들이 더 넓고 깊은 세상을 이해하도록 하는 더 큰 ‘공간’을 제공해야 한다.
특히 빠르게 변화하는 미래 사회에서는 문제를 스스로 발견하고, 협력과 소통을 통해 해결해 나갈 수 있는 사고력과 실천력이 필수적인 역량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런 역량은 단지 지식 암기로는 길러지지 않는다. 학생 스스로 몰입하고, 의미를 발견하고, 능동적으로 움직이는 수업이 필요하다.

이러한 교육 철학을 기반으로 시도했던 것이 바로 학생들이 전 세계의 유명 건축물을 ‘직접 코딩하여 짓고’, 그 건축물 속을 ‘함께 탐방하는’ 메타버스 기반의 프로젝트형 수업이었다.
‘수용자’를 넘어 ‘생산자’로 그리고 그 속에서 진정한 배움을 불러일으키고자 했던 해당 수업은, 학생들에게 익숙하고도 친근한 게임형 메타버스 플랫폼을 활용해 이루어졌다.
교과서 사진에서 현실감 있는 공간으로
전통적인 교실 수업에서는 세계 건축물이라는 주제를 다룰 때 대부분 교과서 속 사진이나 영상에 의존한다. 에펠탑의 모습을 보여주며 그 높이를 수치로 설명하고, 자유의 여신상이 너무 커서 분해해 운반했다고만 이야기한다.
그러나 사진과 설명만으로는 공간의 질감이나 크기를 상상하는 데 한계가 있다. 아직 질감과 양감이 완벽하게 형성되지 않은 학생들에게 자유의 여신상 손가락 하나가 2.4m라는 교사의 설명에 그 크기를 실감 나게 이해하며 까무러치게 놀랄 학생은 많이 없을 것이다.
그래서 해당 수업을 전개했다. 학생들이 각자 모둠별 나라들을 조사한 후, 해당 나라의 랜드마크를 건축해 보며 우리 반 안에 6개의 여행사가 각각 활동을 전개해 나가는 일련의 프로젝트를.
각 모둠별 정한 랜드마크의 구조와 건축 방식, 문화적 의미를 조사한 뒤, 메타버스 내에서 직접 재현해 보는 활동을 통해 학생들은 단순한 블록 쌓기를 넘어 코딩을 통해 반복되는 구조를 효율적으로 제작하고 그 과정 속에서 협력과 성취의 과정을 경험했다.

설계자이자 여행자로서 배우는 학생들
수업이 진행될수록 학생들의 몰입은 눈에 띄게 깊어졌다. 하나의 건축물을 완성한 뒤에는 각자의 건축물에 대한 ‘가상 전시’를 열고, 친구들이 그 안을 탐방하도록 안내하는 시간도 가졌다.
다양한 건축물들이 제작되었다. 어느 모둠은 영국의 빅벤을, 어느 모둠은 베트남의 수상인형극장을 또 어느 모둠은 이집트의 피라미드를.
그리고 여행박람회를 통해 각 모둠은 그 공간을 어떻게 설계했는지, 어떤 의미를 담았는지 스스로 설명했다.
학생들은 더 이상 수업의 수동적인 참여자가 아니라, 그 안의 ‘설계자’이자 ‘가이드’였고, 동시에 ‘탐험자’였다. 교과서에 제시된 정보를 그대로 외우는 것이 아니라, 그 정보를 바탕으로 ‘자신의 세계’를 만들고, 다른 사람과 그 세계를 공유하는 과정은 그 자체로 유의미한 학습이었다.

메타버스, 디지털 메이커 교육의 창
이번 프로젝트에서 메타버스는 단순한 학습 교구, 에듀테크가 아니었다. 학생들에게 있어 그것은 ‘표현의 도구’였고, ‘경험의 확장기’였다. 메타버스라는 익숙한 환경은 오히려 창의적 설계에 대한 두려움을 낮추었고, 디지털 환경에서 문제를 해결하고 구현하는 ‘디지털 메이커’로서의 역량을 길러주었다.
특히 코딩 요소를 통해 학생들은 알고리즘적 사고를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었고, 친구들의 작업을 탐방하며 공간 감각, 시각적 표현력, 문화에 대한 이해력까지 함께 넓혀 나갔다.

기술보다 앞서는 건 결국 ‘사람’
이 수업에서 가장 중심에 있던 것은 메타버스도, 코딩도 아니었다. 바로 ‘학생’이었다. 학생이 스스로 세계를 해석하고, 만들어 보고, 다른 사람과 공유하고 싶어 하는 마음. 메타버스는 단지 그 여정을 돕고, 학생들의 상상을 현실로 만들어 준 도구일 뿐이었다.
교사는 그 여정이 가능하도록 설계하는 디자이너이며, 학생은 스스로의 경험을 통해 성장하는 탐험자이다.
그리고 이 수업을 통해 분명히 확인할 수 있었다. 교실은 한정된 물리적 공간이지만, 그 안에서 학생이 만들어 내는 세계는 무한하다는 사실을. 또 그것을 가능케 해주는 도구로써 ‘메타버스’는 교실이라는 공간의 제약을 허물어 주는, 학습을 실생활과 연계해 주는 역할을 톡톡히 해낼 수 있는 유의미한 학습 도구라는 사실을 말이다.
이러한 메타버스라는 유의미한 도구가 학생과 교사가 배움으로 연결되는 교량적 역할을 톡톡히 할 수 있도록, 우리의 교실의 교육을 위한 환경 조성과 교육공동체의 관심이 앞으로 더더욱 확대되기를 바란다.
김은서 = 천안 쌍정초등학교 교사이자 XR메타버스교사협회 홍보팀장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학생들의 '깊이 있는 배움'이 일어나는 수업을 만들기 위해 교실 현장에서 끊임없이 고민하며 실천하고 있다. 충청남도교육청 신규 교사 연수, 교실혁명 컨퍼런스 나눔 연수 강사, 충청남도 온수업 한마당 및 AI 정보교육 콘서트에서 에듀테크 활용 초등 대표 수업을 운영하며 디지털 기반 수업의 실천 모델을 제시해왔다. 교실 현장에서 디지털 기술을 교육적으로 의미 있게 활용하는 방법을 지속적으로 연구하고 실천하고 있으며, 학생들의 사고를 확장시키고, 협력적 문제 해결력과 자기 주도성을 키울 수 있는 방향으로 수업을 설계하고 적용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