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에듀ㅣ출산율 하락으로 줄어드는 학생 수는 배움의 장인 학교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학교교육활동에 큰 장애물로 등장했다. 관계를 통한 상호작용 등 사회를 처음으로 경험하는 본격적 시기이지만 제반 환경은 반대로 흘러가고 있기 때문이다 . 반대로 기술은 큰 발전을 이루고 있어 전세계 어디에서든 직관적 소통이 가능한 시대에 살고 있다. 이와 함께 현실을 완벽하게 구현해 주는 가상현실은 분리된 공간을 초월하게 해주어 직접적 관계 경험 환경이 축소된 현실의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이에 <더에듀>는 가상현실을 활용한 교육활동에 도전장을 내민 ‘XR메타버스교실협회’ 소속 교사들의 교육 활동 사례 소개를 통해 교육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살펴보고자 한다. |

필자는 현재 전국에서 가장 교육열이 높은 대도시에 위치한 초등학교에서 근무하고 있다. 그러나 처음 교직을 시작한 곳은 전체 학생이 100여명이 채 되지 않는 면단위의 6학급 소규모 학교였다. 근무지를 옮기면서 도시와 농촌 간의 다양한 자연환경적, 문화적 배경의 차이와 격차를 경험하였다. 이러한 격차는 그곳에서 삶을 영위하는 학생들의 교육적 격차로 이어지곤 했다.
도시는 다양한 문화적 경험을 제공하는 박물관, 미술관, 공연장 등이 밀집해 있어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역사와 예술을 접할 수 있다. 반면, 농촌 지역 학생들은 이러한 문화적 경험을 직접 접할 기회가 적다.
자연 환경 또한 도시와 농촌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도시는 녹지가 부족하고, 자연을 직접 체험하기 어려운 반면, 농촌은 다양한 생태계를 접할 기회가 많다.
교육 환경의 차이 또한 무시할 수 없다. 도시는 상대적으로 다양한 영역의 교육기관과 다양한 체험학습, 문화시설을 갖추고 있지만, 농촌은 교육 자원과 문화시설이 제한적인 경우가 많다.
이렇게 다른 환경에 기인한 교육 격차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이 있을까를 고민하던 중 한 학회에서 우연히 VR기기를 경험하게 되었다.
처음 VR을 경험했을 때 전율 같은 것이 느껴졌다. 이제까지 만들어 왔던 학습자료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그런 혁신적인 도구가 나타난 것이다.
어떠한 도구도 ‘공간’이라는 자료를 제공해 주지 못했는데 VR은 내가 속해있는 곳이 어디든 무관하게 완전한 다른 ‘공간’으로 데려다준다.
VR 콘텐츠는 활용한다면 지리적 한계를 뛰어넘어 어디에서나 동일한 수준의 학습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최신 과학 실험을 직접 수행하기 어려운 농촌 학생들도 VR 실험실을 통해 다양한 실험을 체험할 수 있으며, 도시 학생들 역시 직접 실습하기 어려운 농업이나 환경 관련 교육을 VR을 통해 배울 수 있다.
결국, 실감형 VR 콘텐츠는 교육의 격차를 줄이고, 도농 간 교육 격차를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특히 ‘공간지각능력’이 필요한 학습 내용의 이해도 제고를 위한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필자는 당시 과학을 가르치고 있었는데 특히 지구 과학의 천문 영역에서 머릿속으로 우주공간을 그려내고 그 위에 천체들의 움직임을 구성해야 했는데, 모두 그 부분을 어려워했다. 영상과 교구로 가르친다 하더라도 각자 이해하는 그림이 달라서 학생들도, 심지어 교사들도 오개념이 상당했다. ‘바로 이거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러 영상이나 삼구의와 같은 전통적인 학습 자료를 보고 만들면서 이해하는 것보다도 우주 공간으로 직접 나가서 직접 보고 오면 바로 이해될 터! 이러한 우주 공간을 VR로 구현하면 되겠다!!
VR기술을 처음 접했던 2019년에는 초기 단계로 콘텐츠가 다양하지 않았다. 우주공간과 달의 위상변화를 제대로 이해할 앱이 없었다. 없다면 만들자!
필자가 원하는 ‘달의 위상변화’를 구현할 수 있는 앱을 개발하기 위해 수백 만 원의 사비를 들여 기기를 구입하고 관련 업체와의 협업을 통해 ‘달의 위상변화’ 콘텐츠를 두세 달을 밤을 새워 직접 제작했다.
영혼을 갈아 넣어 개발한 ‘달의 위상변화’ 앱을 탑재한 VR기기(오큘러스 GO)를 맨 처음 학급 수업에 적용했을 때 학생들은 그저 탄성을 지르느라 교실이 떠나갈 것 같았다. 어떤 때는 탄성이기도 했고, 어떤 때는 겁에 질린 소리이기도 했다. 또 일부 학생은 초기 적응단계에서 VR 멀미를 호소하기도 했다.
‘달의 위상변화’라는 주제를 전통적인 방법(ICT와 시각자료를 활용한)과 VR콘텐츠를 적용한 수업 중 어떤 수업이 학생들 개념 이해에 효과가 있을지 궁금해 이후 6학년 9개반 전체에 4차시씩 수업에 들어가 적용한 후 결과를 보고서를 작성하기도 했다.
VR활용 ‘달의 위상변화’ 교육이 학생들의 개념 이해에 확실한 효과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드러났다.


이후 다양한 앱이 출시되며 여행 앱 같은 경우 사회과 세계 지리 영역에 적용하여 수업을 설계하였고, 신체의 움직임을 요하는 음악 게임이나 스포츠 앱 등은 체육이나 PAPS와 융합하여 지도하기도 하였다.
요즈음은 빠르면 4학년 보통은 5학년이면 사춘기가 시작되고 2차 성징이 발달하기 시작하기에 신체활동에 소극적이거나 다른 친구들의 시선이 부담스럽고 신경 쓰여 역량 발휘를 못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VR기기는 이런 상황을 근본적으로 개선해 준다. 비록 외부에서 VR기기를 착용한 이의 움직임을 볼지언정, 기기 착용자는 VR에 몰입돼 그것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느린 학습자를 대상으로 한 VR수업도 의미 있었던 점은 경도 지적장애나 지체장애 아이들이 완전히 몰입된 세계에서 외부의 시선으로부터 단절된 몰입형 VR 콘텐츠에서 자기만의 속도로 자유롭게 채색을 하거나 여행을 할 수 있다.
종이와 물감으로 미술활동을 한다면 신체를 제어하지 못하거나 서툰 동작으로 인해 사방에 물감이 튀고 옷을 버릴 일이 생길 수도 있지만 VR색칠공부는 원하는 면적에 원하는 색을 클릭만 하면 되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금방 되돌릴 수 있기에 마음의 부담감 없이 채색 활동과 색의 조화로움을 찾는 활동 그 자체에 집중할 수 있다.
아직 VR·메타버스 산업이 개화했다고 볼 수 없다. 기술은 더욱 발전하여 지금 VR기기의 단점을 극복하여 더욱 가볍고 저렴한 고기능 디바이스가 출시될 것이다. 또 VR과 AR, MR까지 다양한 기술의 무궁무진한 교육적 활용 방법은 지금 이 순간에도 전국에 뛰어난 교사들에 의해 연구되고 있다.
필자도 기술이 불평등을 줄일 수 있고 그것이 공교육의 책무라고 믿으며 계속 도전하고 연구하는 교사가 될 것이다.
XR메타버스협회소개 = XR메타버스교사협회는 XR과 메타버스에 관심을 가진 전국의 교사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만든 비영리 단체다. 초·중·고등학교 현장에서 직접 학생들을 가르치며, 교육에 접목할 수 있는 XR·메타버스의 다양한 가능성을 연구하고 실험해 보고 있다. 단순히 이론적 분석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교재를 개발하여 수업에 투입하고, 교사 연수 프로그램을 운영하여 더 많은 동료 교사들에게 노하우를 확산하고 있다. 또한 기업과 협업해 기술적 자문과 지원을 받고, 이를 교실 현장에 검증하는 과정도 거치며, 각종 학회나 박람회 부스를 통해 교육 혁신을 적극적으로 홍보해 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