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에듀 지성배 기자 | “도덕률이 작동해야 할 부분을 형식법 논리로 재단한, 혀가 끌끌 차지는 사건이다.”
변호사 출신 이호동 경기도의회 교육기획위원회 부위원장이 전동킥보드를 타고 무단횡단하던 학생을 경찰에 인계한 후 아동학대로 피소된 A씨 사건을 두고 “사회의 도덕이 사라졌다”고 아쉬워하며 이같이 밝혔다.
지난 11일 광주지법 형사8단독 김용신 부장판사는 아동복지법 위반(아동학대) 혐의로 기소된 운전자 A씨에 대한 첫 공판을 열었다.
A씨는 운전하던 중 전동킥보드를 타고 도로 중앙선을 넘어 무단횡단하던 학생과 교통사고가 날 뻔했다. 이에 차량을 세우고 후진해 학생에게 다가갔으며, 차에 태워 300m 떨어진 경찰서로 인계하고 떠났다. 그러나 학생 측이 아동학대를 당했다며 고소장을 제출했고 검찰은 법원의 판단을 구했다.(관련기사 참조 : '이게 아동학대?'...전동킥보드 무단횡단 학생 경찰에 인계한 50대, 첫 공판 열려/ https://www.te.co.kr/news/article.html?no=25603)
이호동 의원은 이 사건을 두고 법적으로 아동학대의 고의가 부인되어야 한다면서도 법적으로 다툴 문제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표했다.
형사소송법 제212조에 따르면, 현행범인은 누구든지 영장 없이 체포할 수 있다. 이는 사법경찰관리 등 수사기관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체포행위에 나설 수 있음을 의미한다.
또 킥보드는 도로교통법 상 ‘차마’에 해당하며, 차마는 중앙선을 넘어서는 안 된다. 이를 어길 경우 도로교통법 위반으로 벌금 또는 범칙금 처분을 받을 수 있는 범죄로 규율된다.
이 의원은 <더에듀>에 “위 사안은 현행범인을 체포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누구라도 범죄를 인지한 경우 신고할 수 있다. A씨의 경찰 인계 방식은 신고의 한 유형으로 볼 수 있어서 아동학대의 고의가 부인되어야 할 것”이라고 해석했다.
다만, A씨의 행위 역시 통상적이지 않았다는 것은 문제로 봤다.
그는 “통상의 사람들은 이런 경우 훈계하거나 그 정도가 심각할 경우 수사기관에 신고하는 방식을 사용할 것”이라며 “직접 차량에 태우고 인계하는 것은 과도하다고 볼 수도 있다. 또 그 과정에서 통상의 범주를 벗어나는 다른 행위 등이 있었다면 그 부분의 부적절함에 대해선 지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즉, 차량에 태우고 인계하는 과정에서 물리력을 행사하거나, 강요·협박 등이 있었다면 문제가 될 수도 있다는 의미이다.
그럼에도 이번 일을 법으로 재단하려는 인식에는 동의하지 않았다. 도덕이 작용할 부분에 법 원리가 투입되는 것은 부적합하다고 본 것.
이 의원은 “도덕률이 작동해야 할 부분을 형식법 논리로 재단한 것”이라며 “훈계로 마무리할 일을 경찰에 인계한 운전자도, 아이를 계도하고 마무리할 일을 고소장을 제출하는 방식까지 나아간 학부모도 선을 넘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수사기관 역시 사회상규상 용인되는 정당행위로 보거나 혹은 구성요건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보고 불송치, 불기소했어야 했다”며 “기소라는 결정은 무관심이 팽배한 사회에 서로 관여하지 말 것을 더욱 조장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혀가 끌끌 차지는 사건”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A씨는 법정에서 학생을 경찰서에 데려간 것은 교통사고 위험을 알리고, 잘못한 것은 본인보다 경찰이 훈육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취지로 항변, 아동학대의 고의가 없었음을 적극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 공판은 5월 13일로 예정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