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에듀 | “헌법은 살아있는 약속이다.” 최근 계엄에 대한 역사적 판결을 내린, 헌법재판관 임기를 마치고 퇴임한 후 현재 부산대학교에서 석좌교수로 재직 중인 이미선 대법관이 한 말이다. 이미선 대법관은 이 말을 통해 헌법은 단지 책 속의 문장이 아니라,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현재 삶과 선택을 지탱하는 기준임을 일깨워 주고 있다. 그렇기에 헌법교육은 성인이 된 후에야 비로소 접하는 어려운 법 지식이 아니라, 배움의 길에 있는 어린 세대들에게 가능한 빨리, 자연스럽게 스며들어야 할 약속의 언어라 할 것이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민주국가의 헌법은 최고 규범이자 민주주의의 설계도이다. 그러나 현실에서 각 교실의 헌법교육은 종종 시험 범위의 일부, 혹은 암기해야 할 조항으로만 다뤄지고 있다. 그 결과 많은 학생은 자신이 국민의 한 사람으로 헌법의 주체라는 사실을 체감하지 못한 채 학교를 졸업한다. 헌법교육이 초·중·고 교육 현장에 뿌리내려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미 일부 학교 현장에서는 작은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 서울교육청은 2021년 ‘민주시민교육 활성화 계획’을 통해 밝힌 바와 같이 학생자치, 토론 수업, 학교 규칙 만들기를 헌법 가치와 연결하는
더에듀 | 현직을 떠난 지 벌써 3년이 되었다. 필자는 더 이상 교장실에 앉아 있지 않다. 몇 해 전과 같이 매일 아침 교문 앞에서 아이들의 얼굴을 확인하지도 않고, 생활기록부와 회의 자료에 둘러싸여 하루를 시작하지도 않는다. 그러나 교육계를 떠났다고 해서 아이들에 대한 관심과 걱정까지 내려놓을 수는 없다. 오히려 학교를 떠난 지금, 우리 교육의 현실이 더 또렷이 보인다. 아이들은 여전히 바쁘고, 여전히 외롭다. 성취를 요구받기만 하지 실패할 권리는 허락되지 않고, 연결되어 있지만 깊이 고립되어 있다. 수십 년간 학교에서 아이들의 웃음과 눈물과 고통을 지켜본 사람으로서, 오늘의 교육이 너무 오래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만을 가르쳐 왔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 돌이켜보면, 정작 ‘왜 살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에는 충분히 응답하지 못했던 아쉬움을 간직하고 있다. 그래서 늦었지만 이제는 꼭 말하고 싶다. 청소년에게 삶(well-being)을 가르치려면, 죽음(well-dying)에 대해서도 함께 말해야 한다고 말이다. 죽음을 교육의 영역으로 들여오는 일은 여전히 불편하게 여겨진다. 아직 어리다고 아이들을 평가절하하기 전에, 아이들은 이미 죽음을 알고 있다. 뉴
더에듀 | “선생님은 아이의 성적만 책임지는 사람이 아닙니다. 아이의 ‘삶’을 함께 고민하는 사람입니다.” 몇 해 전 교장단 연수에서 한 강사가 한 말이 오래도록 필자의 가슴 속에 남아 있다. 교육이란 단지 지식을 전달하는 일이 아니라, 아이 한 명 한 명의 인생에 ‘책임’을 지는 것임을 다소 에둘러 표현한 것이었다. 그러나 오늘 우리의 교실을 돌아보면, 교사들이 그 숭고한 사명을 실천하기에는 현실이 결코 녹록지 않다. 최근 한국교육개발원(2023)의 조사에 따르면, 교사의 72%가 “학생 생활지도 과정에서 심리적 부담을 느낀다”고 답했다. 교육부 ‘2024 교원 인식 실태조사’에서는 교사의 10명 중 6명이 “문제행동 학생 지도를 주저하게 된다”고 응답했다. 교권 침해 사례는 2022년 3000여건에서 2024년 6000건 이상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이러한 수치는 교사들이 책임교육의 본질인 ‘학생 지도와 성장 지원’에 집중하기 어려운 환경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실제 한 중학교 교사의 사례가 주요 언론에 소개된 적이 있다. 수업 중 한 학생이 친구에게 폭언을 하고 물건을 던지는 일이 발생해 교사가 이를 제지하자 학부모는 “우리 아이를 가해자로 몰았다
더에듀 | 교수신문은 올해의 사자성어로 ‘변동불거’ 즉, 끊임없이 흘러가며 머무르지 않는 세태를 반영하는 표현을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이 말은 단순한 철학적 명제가 아니다. 올해 한국 사회가 겪은 격렬한 진동을 정직하게 표현한 문장이다. 특히 교육 분야는 그 변동의 중심에서 정치 못지않은 큰 파장을 일으키기도 했다. 올해 초 한 대학에서는 AI가 작성한 학위논문이 심사 과정에서 뒤늦게 발견돼 커다란 파문을 일으켰다. 학생은 “AI를 쓰지 않으면 경쟁에서 뒤처진다”는 절박함을 토로했고, 교수들은 “기술이 아니라 교육이 먼저 무너지고 있다”는 위기의식을 드러냈다. 올해 초부터 실시한 인공지능(AI) 교과서 채택은 제동이 걸려 교과서의 지위를 잃고 참고 자료로 전락했다. 2025년 전격 의무적 시행에 들어간 고교학점제는 현재 수많은 반대에 부딪혀 향후 거취가 불투명한 상태다. 이런 사건들은 변화의 파도를 타고 귀추가 주목되고 규정 위반은 아닐지라도 배우는 방식 자체가 근본적으로 흔들리고 있다는 신호탄이다. 또 다른 사례도 있다. 지방의 한 중학교에서는 학령인구 감소로 한 학년 전체가 ‘10명 이하’ 로 떨어졌다. 교사는 “이 아이들이 서로 경쟁 상대조차 없어 성취
더에듀 | “교육은 삶을 위한 준비가 아니라, 삶 그 자체이다.” 100년 전, 미국의 철학자 존 듀이는 이렇게 말했다. 그의 말은 당시에도 혁명이었고, 지금의 한국 교육에도 깊은 울림을 준다. 여전히 교실 안의 학생들은 문제를 ‘풀고’ 있지만, 현실 문제를 ‘해결’하진 못한다. 여전히 시험을 잘 보는 법은 가르치지만, 삶을 잘 사는 법은 배우지 못한다. 2025년 현재, 우리는 매일 아침 학부모 단톡방의 한숨, 교사의 탈진, 학생의 무기력 속에서 교육의 위기를 체감하고 있다. 매 정부마다 수능 체계 개편이 반복되고, 정시·수시 논란이 끊이지 않지만, 정작 질문해야 할 것은 제도의 형식이 아니라 교육의 본질이다. 그 질문에 가장 명확히 답할 수 있는 철학자, 바로 존 듀이다. “배움은 살아있는 경험이어야 한다” 듀이는 교육을 ‘정보 전달’이 아니라, 학생이 실제 삶 속에서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해 나가는 경험의 과정으로 보았다. 그는 아이들이 교실 안에서 책만 보는 것이 아니라, 실험하고, 토론하고, 질문하는 과정에서 비판적 사고력과 시민적 책임감을 길러야 한다고 믿었다. 그의 철학을 한국의 한 교실에 적용한 사례가 있다. 경기도 고양의 한 중학교에서 실시된
더에듀 | 12월 초, 수능 결과가 발표되면서 또다시 익숙한 구호가 등장했다. “초등학교부터 수능 영어 제대로 공부해야”, “영어유치원 보냈다고 안심하면 실패” 등 동아일보(2025.12.8.)가 내놓은 유명 학원들의 홍보 문구들은 단지 현장을 소개하는 취재 언어라기보다, 불안과 조급함을 자극해 두려움 마케팅을 자행하고 있다. 이는 ‘지금 시작하지 않으면 뒤처진다’는 노골적인 압박을 부모에게 주입하는 것이다, 한국 사교육 시장이 오랫동안 반복해 온 전형적인 패턴이다. 올해는 그 악역을 수능 영어가 도맡았다. 하지만 매년 그렇듯이 특정 시험 한 회분의 난이도가 즉각적으로 ‘초등 때부터 수능 ○○를 시작해야 한다’는 주장을 정당화할 근거는 설득력이 약하다. 수능은 본래 절대적 지식의 양을 겨루는 시험이 아니라, 교과 교육과정 속에서 기초 역량을 평가하는 시험이다. 그럼에도 일부 학원들은 그런 기회를 놓치지 않고 ‘불수능 → 불○○ → 조기 사교육 확대’라는 공식을 재빠르게 전파한다. 그러나 교육에서 불안과 두려움은 결코 생산적인 동력이 아니다. 그런 심리에 기반한 선택은 장기적 학습 동기를 약화하고, 무엇보다 아이들의 삶을 미래의 점수를 위한 현재로 축소할 수
더에듀 | “AI가 알려준 답을 그대로 쓰지 말고, 왜 맞는지 자신의 말로 설명해 보세요.” 최근 한 중학교 수업에서 교사가 던진 질문이다. 많은 학생이 AI가 내놓은 결과를 아무런 의심 없이 받아들였지만, 그 과정을 설명하라는 수업 교사의 요청에는 쉽게 말을 잇지 못했다. 이 사례는 오늘의 교육이 직면한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AI가 제공하는 학습 효율성과 학습자가 스스로 사고를 점검하는 메타인지 능력, 이 두 가지가 함께 작동하지 못할 때 학습의 깊이는 확보되지 않는다는 우려가 존재하는 이유이다. AI 교육에 있어 이 두 요소의 조화, ‘양자(兩者) 균형’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한쪽은 AI가 만들어 주는 학습 속도와 편의성, 다른 한쪽은 인간이 직접 사고하고 검증하며 스스로 배우는 힘이다. 이 둘 중 하나만 강조할 때 학습은 흔들린다. 즉, AI만 믿으면 사고력은 약화하고, AI를 경계하며 배제하면 시대가 요구하는 역량을 놓치게 된다. 따라서 균형이 핵심이자 관건이다. 한 고등학생의 사례는 이 균형이 무너졌을 때의 문제를 잘 보여준다. 그는 AI 기반 문제풀이 앱으로 하루 수십 문제를 빠르게 해결했다. 초반에는
더에듀 | 가을걷이가 끝난 들판 한편에는 유난히 붉게 남은 감 몇 알이 바람에 흔들리고 있다. 농부는 마지막까지 알뜰히 챙길 수 있었음에도 일부러 감을 남겨둔다. 겨울을 버티는 산새들을 위한 작은 배려, 혹독한 계절 속에서도 생명의 숨을 잇게 하려는 지혜이다. 이 ‘까치밥’은 단순한 잔여물이 아니다. 자연의 순환을 이해하고 타자를 향한 온기를 잃지 않는 농부의 여유와 통찰이 고스란히 스며 있다. 그리고 이 오래된 관습은 오늘 우리의 교육, 특히 미래 인재를 키우는 ‘인재교육’의 방향을 비추는 비유가 될 수 있다. 지금의 교육은 효율과 성취를 쉼 없이 요구한다. 학생들은 치열한 경쟁 속에서 스스로를 증명해야 하고, 학교는 결과 중심의 체제로 끌려가며, 교사는 지식 전달 이상의 여지를 마련하기 어려울 때가 많다. 그러나 농부의 감나무가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모든 것을 다 거두어 버리는 교육은 생태를 무너뜨린다는 사실이다. 여유를 지닌 교육만이 지속가능한 미래의 성장을 낳을 수 있다. 까치밥의 정신을 교육에 적용한다는 것은 학생 안에 남겨둘 ‘성장 여지’를 인정한다는 의미이다. 아이들은 아직 익지 않은 감과 같다. 결점처럼 보이는 부분도 사실은 시간이 필요할
더에듀 | 최근 서울대 교육과혁신연구소장인 이혜정 교수의 ‘한일 IB 역사 공동수업이 보여준 미래’라는 기고(서울경제, 2025.11.29.)는 향후 한일 관계와 미래 세대인 학생들에게 어떤 교육이 필요한지를 제시해 주었다. 여기에는 11월 15일, 서울대학교에서 열린 한국IB교육학회 학술대회에서 제주 표선고, 일본 나가노 요가다 고교 학생들이 화상으로 역사 공동수업을 진행했던 사례를 전달하고 있다. 두드러지는 사실은 같은 주제를 다루면서도 서로 다른 교과서 기술 방식, 강조점, 서술 배경을 직접 비교·질문하는 과정에서 학생들은 그간 교실에서 접하지 못했던 ‘타자의 시선’을 생생하게 경험한 것이었다. 짧은 대화와 토론이었지만 그 안에는 정답을 가르치는 역사 수업이 아니라, 현재와 미래를 함께 그려보는 배움의 형식이 존재했다. 한국 학생들은 일본 교과서에서 식민지 지배를 축소하거나 모호하게 기술한 대목에 의문을 제기했고, 일본 학생들은 한국의 역사교육이 일제강점기 중심 서술로 협소하게 보인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때로는 감정이 오가는 순간도 있었지만, 바로 그 지점에서 ‘외교의 언어’가 도달하지 못하는 교육의 현실이 드러났다. 서로를 비난하는 대신, “왜 이렇게
더에듀 |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탐구 영역 응시 학생 가운데 사회탐구 과목 선택 비율이 역대 최고 수준인 것으로 집계됐다. 전체 탐구 응시생 중 약 77%가 사회탐구를 선택하고, 반대로 과학탐구 과목만을 선택한 학생은 20%대에 불과하다는 분석에 기반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 같은 ‘기형적인’ 현상은 단순히 과목 선택의 문제를 넘어 우리 교육체계의 구조적 모순과 학생들의 진로 의식, 대학입시 제도의 영향을 복합적으로 드러낸다고 할 수 있다. 우리 교육이 추구해야 할 이상—학생 각자가 가진 흥미·적성에 맞추어 다양한 탐구 선택권을 갖고 미래를 설계하는 것—과 현실이 괴리되어 있다는 신호라 할 것이다. 이 글에서는 이러한 현상이 ‘왜 발생했는가’를 되짚고, ‘이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를 실질적 사례와 함께 논의하고자 한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졌나? 우선 세 가지 주요 원인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첫째, 입시에서의 ‘등급 경쟁’이 과목 선택 행태에 영향을 미쳤다. 학생들에게 사회탐구 과목은 상대적으로 준비하기 쉽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이공계 희망자마저도 과학탐구 대신 사회탐구로 ‘안전하게’ 이동하는 ‘사탐런’ 현상이 생겨났기 때문이다. 둘째, 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