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에듀 남윤희 기자 | 서울교육청의 휘문고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지정 취소에 대해 법원이 부당하다고 판결한 가운데, 교육부가 시행령 개정을 통해 교육청의 자사고 지정 취소 권한 축소 시도에 나서 시교육청과 갈등을 빚고 있다.
서울교육청은 지난 2020년 휘문고의 52억원 대 회계 비리를 적발하고 자사고 지위를 취소했다. 그러자 휘문고는 자사고 지정취소 처분 취소 행정소송을 제기, 지난해 10월 2심 법원은 1심 판결을 뒤집고 휘문고의 손을 들어줬다.
교육부, 자사고 수시 지정 취소 요건 삭제...서울교육청 “교육감 관리감독권 약화” 반발
갈등은 교육부가 지난 6일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입법예고하면서 발생했다. 개정안의 핵심은 교육청이 자사고 지위를 수시로 취소할 수 있는 사유(부정 입학, 회계 부정, 교육과정 부실 운영)를 삭제하고, 5년 단위 평가를 통해서만 취소하도록 한 것.
교육부는 입법예고를 통해 “자사고 지정 및 운영에 관한 사항을 법률의 위임 범위 내에서 명확하게 규정하기 위함”이라고 시행령 개정 이유를 설명했다.
이에 서울교육청은 교육청의 자사고 관리감독 권한을 약화하는 조치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사실상 교육감의 권한을 박탈했다는 것.
이에 13일 입장문을 내고 “교육부는 초중등교육법 개정 없이 시행령 내에 있는 자사고 수시 지정 취소 요건만을 삭제하는 편의적 방법으로 교육청의 자사고 관리감독권을 약화시켰다”고 주장했다.
초중등교육법의 위임 범위 초과했나?
서울교육청은 위임입법 한계를 무시했다는 지적도 함께 했다. 교육부는 입법예고를 통해 5년 단위 운영성과 평가로 지정을 종료(취소)하도록 했다. 그러나 앞서 법원은 휘문고의 자사고 지정취소가 부당하다는 판결을 하며, 위임입법 한계를 벗어나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이유를 댔다.
즉,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통해 자사고 지정을 취소하는 것은 초중등교육법의 위임 범위에 속하지 않는다고 본 것.
서울교육청은 “시행령 개정안에서 지정 종료는 가능하게 했다”며 “이는 현행 시행령이 위임입법의 한계를 벗어났다고 하는 법원 판결에도 배치된다”고 지적했다.
교육부, 5년 주기 평가로 취소 가능...서울교육청 ‘비현실적’
특히 5년 주기 운영 성과 평가가 실질적으로 지정 종료까지 이어지기는 어렵다는 현실적 문제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서울교육청 중등교육과 학교체제개선팀 장학관은 <더에듀>에 “현재 5년 주기 평가에서 심각한 문제가 발생해도 감점 폭이 제한적이어서 실질적인 제재로 이어지기 어렵다”고 밝혔다.
실제 2025년 3월부터 2029년까지 진행되는 자사고 운영성과평가에서 시도교육청은 감사 등의 결과로 항목당 최대 5점만 감점이 가능하다. 이번에 교육부가 시행령에서 삭제한 요건 3가지 모두 최하점을 맞아도 15점 밖에 되지 않아 지정 취소 요건인 65점을 크게 상회한다.
결국 교육청은 설립 목적에 맞는 교육과정의 운영, 투명한 회계 관리, 교육의 질과 학생의 안전한 교육환경 보장을 위해 자사고를 관리감독할 책임과 의무가 있지만, 이번 시행령 개정안은 이를 실질적으로 무력화 한다는 주장이다.
서울교육청은 “초중등교육법에 자사고 지정 및 취소 등을 포함한 운영 조항을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며 “교육부가 법령에 근거한 시행령 정비를 통해 자사고에 대한 교육청의 관리감독권을 확실히 보장해 줄 것을 거듭 요청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시행령 개정안에 의견이 있는 기관 및 단체, 개인은 오는 2월 17일까지 온라인(국민참여입법센터) 또는 교육부 학교교수학습혁신과(서면 의견서)에 제출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