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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더하기-김현섭] "최초 아닌 최적으로"...AIDT 활용 수업과 AI 교육생태계 구축 방안

 

더에듀 | 소위 디지털 혁명, 인공지능 시대로 넘어오게 되면서 디지털 및 인공지능을 교육 분야에 적극적으로 활용하려는 흐름은 시대적, 사회적 요구라고 할 수 있다.


AIDT 정책을 둘러싼 정치적 갈등 문제


현 정부에서는 주요 교육정책으로 인공지능(AI) 디지털교과서(DT)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하였다. 하지만 야당과 여러 교원단체는 현 정부의 AIDT 정책의 문제점을 비판하면서 AIDT 정책 방향의 전환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작년 11월 28일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AIDT를 ‘교과서’가 아닌, ‘교육자료’로 사용하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을 올리자 바로 다음날 교육부는 적용 대상에서 국어과를 제외하고 사회과와 과학과 도입 시기를 1년 늦추는 수정 방안을 제시하였다.

 

작년 12월 26일 초중등 교육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으나, 올해 초 정부가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AIDT 논란을 의식한 교육부는 올해 1년을 의무 도입이 아닌 학교 자율 선택에 맡기는 절충안을 제시했다.

 

2025년 1학기 AIDT를 도입한 학교는 전체 학교의 평균 32.3% 정도가 된다. 하지만 지역 편차가 심해서 세종의 8%부터 대구의 98%까지 지역마다 적용하는 참여 학교 규모가 다르다. 교육부는 2학기 선정 비율이 70~80%로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이미 도입한 학교들의 성과와 반응에 따라 확산 정도가 달라지리라 생각한다.

 

디지털 및 인공지능 소양 교육 강화라는 미래 교육의 기본 방향에 대하여 진보와 보수를 넘어 모두가 공감하지만, 추진 방향과 속도 문제는 정치적 입장에 따라 상반된 입장이 충돌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상황은 AIDT와 관련하여 일부 부족한 부분이 있더라도 수정 보완하면서 강력하게 추진하고자 하는 정부와 여당의 입장과 교과서 대신 교육자료로 개념을 전환하고 시범학교 운영 등을 통한 점진적 도입을 주장하는 야당과 일부 교원단체의 입장이 충돌하고 있다.

 

새 학기가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 많은 학생이 AIDT에 동시다발적으로 접속하게 되면서 AIDT 서비스 운영 상의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고, 해당 교과서 출판사에서 이러한 문제점들을 수정 보완하는 과정에 있다.

 

이미 AIDT를 개발한 교과서 출판사의 경우, 막대한 개발비를 투자했고, 앞으로 유지비를 지출해야 하는 상황에서 추후 정부의 AIDT 정책의 방향에 따라 AIDT 출판사 입장에서는 막대한 손해를 볼 수도 있는 상황이 되었다.

 


AIDT 특성과 AIDT 활용 수업


AIDT 문제는 정치, 경제, 사회, 교육 등 다양한 관점에서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서는 교육적 차원에 국한하여 이야기하고자 한다.

 

이미 개발된 AIDT를 살펴보면, 기존 디지털 교과서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인공지능 기술을 적극 도입하였고, 개별화 수업에 맞게 개발하였다. AIDT 세부 기능으로 진단 평가 및 수준별 수업을 위한 자료 제공, 다양한 학습 관련 이미지 및 영상, 디지털 학습 도구 등 콘텐츠 제공, 실시간 피드백, 학생 학습 이력 관리 등이 있다. 이러한 기능들은 기존 서책형 교과서에서 제공하지 못한 것들이기에 일단 교사들이나 학생들의 반응은 좋은 편이다. 지난 1월 대한민국교육박람회에 참여한 교사들이 AIDT에 대하여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AIDT 특성상 근본적인 한계점도 있다. AIDT가 개별 학습에 최적화되어 있기에 개별 학습의 장점뿐만 아니라 단점도 그대로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개별학습은 개인맞춤형 교육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교육의 이상(理想)에 가깝지만, 학생 상호 간의 상호작용이 거의 없고, 예산이 많이 들고, 학습 효과가 제한적이다.

 

상위권 학생 입장에서는 수준별 과제를 풀면 더 높은 수준의 과제를 풀어야 한다. 예컨대, 어떤 학생이 4단계까지 갈 수 있어도, 적당히 2, 3단계에만 머무르고 멀티테스킹(multitasking) 방식으로 딴 짓을 할 가능성이 생긴다. 학생 입장에서 AIDT 벽을 허물고 인터넷 게임이나 SNS를 접속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다. 나머지 다른 학생들은 1, 2단계에 머무르고 있는 상태에서 상위권 학생이 그 이상의 수준 과제를 무리하게 수행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 수 있다.

 

반대로 하위권 학생 입장에서는 처음에는 AIDT의 신박함과 혁신성으로 인하여 집중하겠지만, 시간이 갈수록 점차 학습 흥미를 잃어버릴 가능성이 높다. 학습 콘텐츠의 특성상 기존 일반 콘텐츠에 비해 재미를 줄 수 있는 것이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학습 분량이 많은 중고생의 경우, 학력 양극화 현상이 클수록 이러한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즉, AIDT가 학습 수준이 각기 다른 모든 학생들에게 동일한 교육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개별학습의 문제점을 극복하려면 협동학습을 적극적으로 도입할 필요가 있다. 학생 상호 간의 상호작용을 극대화하여 공동의 학습목표를 이루기 위해 함께 협업하는 교수전략이 필요하다.

 

현재 AIDT 자체로는 협동학습을 적용하기 애매한 부분이 있다. 결국 협동학습은 교사의 수업 운영 방식을 통해 구현이 가능하다. 그런데 코로나19 이후 상당수 교사들의 협동학습에 대한 관심과 경험이 줄어들었다. 그래서 교사가 AIDT를 협동학습 차원에서 적용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 되었다.

 

AIDT 활용 수업은 자칫 일부 초등학교의 아이스크림 서비스에 의존한 소위 ‘클릭 수업’처럼 될 수 있다. 교사와 학생 모두 노트북이나 태블릿만 쳐다보고 각자 알아서 과제만 수행하거나 딴짓하는 모습으로 나타날 수 있다. 그리고 또 다른 형태의 획일화된 수업 풍경을 만들 수 있다.

 

이러한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AIDT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수업 방식보다는 기존 서책형 교과서 중심의 수업에서 구현하지 못한 부분을 AIDT를 통해 보완하는 방식이 필요하다. AIDT 활용 수업은 AIDT 활용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수업 목표를 도달하기 위한 수단으로 AIDT를 활용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AIDT 활용 수업은 활동 중심, 도구 중심 수업이 아니라 깊이 있는 학습을 위한 도구로 되어야 한다. 카훗이나 띵커벨처럼 디지털 온라인 방식으로 퀴즈 게임을 진행하는 것과 기존 대면 수업에서 활용하고 있는 도전 골든 벨 퀴즈 게임 수업을 비교해 보면 사용하는 도구만 다를 뿐, 수업 운영 방식 자체는 본질적으로 큰 차이가 없다. 오히려 모든 학생이 불편하게 태블릿을 활용하는 것보다 기존 PPT와 개인칠판을 활용하는 것이 더 실용적이라고 볼 수 있다.

 

AI 활용 수업에 접근할 때 먼저 사람이 잘하는 것과 인공지능이 잘하는 것이 다르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정보를 찾고, 정답을 생성하는 것은 인공지능이 사람보다 더 잘할 수 있다면, 문제를 설정하고 프롬프트에 질문을 입력하는 것은 사람이 인공지능보다 더 잘할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AIDT 활용 수업도 기존 수업 방식이 AIDT보다 좋은 것과 AIDT 활용 수업이 기존 수업 방식보다 더 좋은 것을 비교하고 구분하여 수업에서 이를 적절하게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예컨대, AIDT의 장점이 개별학습과 인공지능 피드백이라면 해당 부분에 활용하고, 기존 수업의 장점이 협동학습과 교사 피드백이라면 해당 부분에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현재 AIDT 활용 수업 모델 개발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이다. 천재교육에서 AIDT 활용 수업 모델을 몇 가지 제시하고 있지만, 세부 내용은 충분하지 않아서 교실에서 활용하기 힘들다.

 

그래서 AIDT를 성급하게 도입하는 것보다는 AIDT가 교과 특성과 해당 수업 목표 도달을 위해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에 대하여 연구하는 AIDT 실행연구가 선행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 AIDT 선도 학교를 운영하고 다양한 AIDT 활용 수업 모델 개발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AIDT 활용 자체가 교육적 목표가 될 수는 없다. AIDT는 교육목표, 교육과정을 교실에서 구현하기 위한 도구에 불과하다.

 

정준용 교사는 초등 사회과 AI 활용 수업을 통해 놀이공원 데이터 분석을 통한 마케팅 전략 세우기 수업을 진행하였다. 교사가 학생들에게 놀이공원 이용 실태 데이터를 제시하고 학생들이 데이터 분석을 하였다. 학생들이 그 결과를 토대로 자유 질문을 만들어 가설을 만들고, 이를 검증하는 과정을 통해 마케팅 전략을 만들었다. 이에 따라 캔바를 활용하여 홍보 자료를 제작하여 발표하고 교사가 이를 피드백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이 수업의 핵심 활동은 캔바를 활용하여 홍보물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데이터를 분석하여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다. 이 수업의 주안점은 인공지능 기술 활용 자체가 아니라 ‘자료를 수집하고 분석하여 해결 방안을 제시하는 것’이다. 이 수업 사례는 깊이 있는 학습을 위한 좋은 AI 활용 수업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여기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AIDT 기능을 사용하는 것보다 사회과 수업 목표 도달을 위해 AI를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가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AIDT가 교실에 안착하려면 교사 입장에서는 기존 수업보다 활용하기 좋고, 기존 수업 방식에서 할 수 없었던 기능을 구현할 수 있어야 한다. AIDT는 교사를 통해 학생이 활용하는 것이므로 교사 입장에서 AIDT 활용 수업이 불편하면, 교실에서 외면될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AIDT 기능이 다양하다고 해서 교사들이 모든 기능을 활용하는 것은 아니고, 오히려 다기능으로 인하여 교사가 사용하기 복잡해질수록 AIDT 활용도는 떨어질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인공지능의 혁신성과 교과서의 보수성 충돌 문제


AIDT(Artificial Intelligence Digital Textbook)는 인공지능과 교과서가 결합한 형태이다. 인공지능은 성격상 기존 교육적 접근을 뛰어넘어 새롭게 학습할 수 있는 혁신적인 도구이다. 그에 비해 교과서는 성격상 매우 보수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다. 교과서는 성격상 학문적 체계에 따라 논리적으로 서술되어야 하고, 오개념이 없어야 한다. 정치적, 종교적 중립을 지켜야 하고, 다양한 사회집단으로부터 비판을 받지 않도록 무난해야 하고, 활용하기 손쉽고, 경제적이어야 한다. 그래서 기존 교과서 심의 기준이 까다롭다.

 

AIDT는 인공지능의 혁신성과 교과서의 보수성이 충돌할 수밖에 없다. 인공지능의 핵심 기능 중의 하나가 생성형 인공지능을 통하여 누구나 손쉽게 양질의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AIDT에 생성형 인공지능을 도입하기 힘든 현실적인 문제들이 있다.

 

대표적인 생성형 인공지능 서비스는 챗 GPT, 제미나이, 딥시크 등인데, 대부분 해외에서 개발한 AI 엔진들이다. 생성형 인공지능 서비스는 특성상 오답이 나올 가능성이 있고, 정치적, 종교적 중립이 힘들 수 있고, 경제적이지 않다. 해외에서 개발한 생성형 인공지능을 활용하면 국내 정보가 해외에 유출될 가능성이 높고, 국내 인공지능 서비스가 자체적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줄어들 수 있다. 그래서 AIDT에 생성형 인공지능을 결합할 수 있지만, 이 경우, 교과서 심의기준과 충돌할 수밖에 없다. 그 결과 현재로서는 AIDT에 생성형 인공지능 기술을 접목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생성형 인공지능 서비스를 빼버린 AIDT는 반쪽짜리 인공지능 교과서가 될 수밖에 없다. 증강현실 등 체험활동을 강화한 형태로 AIDT를 보완할 수 있겠지만, 기존 디지털 교과서에 일부 기능만 추가한 형태로 머물 수 있다. 서책형 교과서에 미디어 기능과 퀴즈 활동을 좀 더 강화한 기존 디지털 교과서 수준에서 인공지능 피드백과 학습 이력 관리 기능 정도가 좀 더 추가된 형태의 AIDT가 될 수 있다.

 


AI 교육생태계 구축을 위한 방안


이러한 AIDT의 문제점을 극복하려면 일단 AIDT 활용 수업과 AI 활용 수업을 구분해야 한다.

 

AI 활용 수업은 생성형 인공지능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AIDT 활용 수업에 비해 혁신적인 수업이 가능하다. AI 활용 수업을 발전시키려면 국가 차원에서 별도의 AI 교육플랫폼을 만들어 지원할 필요가 있다. 즉, 정부 차원에서 구글 클래스룸처럼 AI 교육플랫폼을 만들고, 다양한 교육 관련 기업들이 교육용 AI 도구들을 만들어 자유롭게 올려놓으면 교육청이나 학교에서 저렴하게 해당 교육용 AI 도구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AI 교육플랫폼을 만들면 중소기업도 교육용 AI 도구를 만들어서 유통하기 좋고, 교육청이나 학교 입장에서는 필요한 교육용 AI 도구만 저렴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AI 교육플랫폼이 활성화되면 AIDT 플랫폼과 연계하여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도록 하면 좋을 것이다. 그러므로 AI 활용 수업을 위한 AI 교육생태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보다 인공지능 기술이 발달한 미국이나 중국이 AIDT를 서두르지 않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최초’에 초점을 두지 말고, ‘최적’에 초점을 두어 교육적인 차원에서 AI 교육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노력해야 한다.

 

정치적 입장과 형국에 따라 AIDT 정책이 흔들리는 것보다 국가교육위원회 등을 통해 사회적인 합의를 도출하고, 이를 기반으로 점진적으로 AIDT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AIDT 출판사들이 손해 보지 않고 상생할 수 있는 방안도 마련해야 할 것이다.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도 AI 교육플랫폼을 구축하여 AI 교육생태계 구축 방안을 연구해야 한다. 그리고 AIDT 출판사와 함께 AIDT 활용 방안을 연구하고 AIDT 활용 단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들을 구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연구와 지원을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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