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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더하기-정재석] "IB는 알고 썼나?"...교사 칼럼 표절 천호성 교수, '대필' 의혹 제기

천 교수 칼럼 ‘IB(국제바칼로레아)교육 도입에 대한 기대와 우려’에 대한 반론

 

[더에듀] 천호성 전주교대 교수의 교사 칼럼 베껴쓰기 의혹이 사실로 드러났다. 천 교수가 즉시 인정하고 수습하는 형태를 띄고 있지만, ‘대필’이라는 해소되지 않은 궁금증은 남아 있다. 또 그는 IB를 주제로 잡고 칼럼을 썼지만, 깊이 있는 학습이 되지 않은 것으로 보여 그에 대한 반론도 함께 제기하고자 한다.

 

논란이 된 글은 천 교수가 6월 23일 전북도민일보에 기고한 ‘IB(국제바칼로레아)교육 도입에 대한 기대와 우려’로 이 글은 광주의 한 교사가 한 달 전인 5월, 한 교육언론에 기고한 글과 똑같은 문장을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천 교수는 <더에듀>와의 전화 통화에서 “모임을 하면서 IB 도입 관련 여러 자료를 다른 사람들로부터 받았고, 그 안에 해당 칼럼이 있었던 것 같다”며 “칼럼을 쓸 때는 저의 생각과 동일해 어느 교사의 글인지 전혀 모르고 썼다”고 설명했다.(더에듀, 지성배, 2024.7.17.)

 

천 교수의 “칼럼을 쓸 때는 저의 생각과 동일해 어느 교사의 글인지 전혀 모르고 썼다‘라는 해명이 석연치 않다.

 

A교사의 칼럼인지 몰랐다는 의미는 이미 다른 사람이 A교사의 글을 보고 여러 문단을 표절해서 IB에 대한 글을 쓴 후 천 교수에게 전해줘야 천 교수가 원작자를 모를 가능성이 매우 높다.

 

즉, 천 교수 칼럼의 대필 의혹을 제기하고자 한다. 이는 표절을 넘어서 대필 가능성에 대해 천 교수가 학자적 양심을 걸고 적절한 해명을 해줘야 한다.

 

칼럼은 특정 주제에 대한 짧은 평의 자신의 생각을 쓰는 것이지 다른 사람의 생각을 베껴 쓰는 것이 아니다.


IB 교육 도입의 기대와 우려에 대한 반박


나는 작년에 IB 월드스쿨인 경북대사대부고 IB반 수업을 참관한 적이 있다. 그날의 충격은 잊을 수가 없다.

 

고등학교 2학년 대상으로 한 TOK(Theory Of Knowledge) 수업을 들었는데, 학생들은 ‘편견’이라는 주제로 모둠별로 노트북을 이용해 조사했고, 공유 문서를 통해 발표할 내용을 정리하였으며 활발하게 발표하고 토론했다.

 

교사는 학생들이 조사한 ‘지식’을 통해 ‘개념’을 구성하고 ‘빅 아이디어’를 도출할 수 있도록 지속해서 발문했다. 대학원에서의 수업 수준을 고등학교에서 실현하는 모습에 충격을 받았다. 그래서 천 교수의 IB교육에 대한 비판적 칼럼에 대해서 공감하기 힘들었다.

 

최근 IB 교육과정이 미래지향적인 교육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이를 도입하는 데 있어 충분한 논의와 검증이 부족하다는 주장에는 몇 가지 반박할 점이 있다.

 

 

첫째, IB의 검증 및 논의 부족 주장에 대한 반박

 

IB 교육과정은 이미 세계적으로 검증된 프로그램으로, 약 50여년 간 약 160여개 국에서 운영되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천교수는 ‘제대로 된 검증과 논의가 불충분한 상황에서 ‘대구, 제주, 경기, 전북 등’에서 교육감 주도로 공교육에 도입하려 한다는 것이다’라는 주장을 하고 있다.

 

각국의 다양한 교육환경에서도 성공적으로 적용된 사례들이 많아 검증 부족의 우려는 과장해서 IB의 학문적 성과에 대해서 축소하려고 한다. 그리고 대구와 제주에서 수년간 검증 과정을 거쳤다.

 

둘째, 교육청 주도의 도입에 대한 비판에 대한 반박

 

교육청 주도의 도입은 일방적 결정이 아니라, 미래교육의 필요성과 학생중심 교육을 실현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다.

 

서거석 전북교육감의 교육감 후보 시절 슬로건이 ‘학생중심 미래교육’이었다. IB 자체가 ‘학생중심 미래교육’이라는 교육철학에 부합하기 때문에 본인이 내세웠던 철학을 구현하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다만, 교육청에서 주도하는 이유는 한국어화 DLDP(Dual Language Diploma Program)때문이다. 한국어화를 학교단위로 진행하기는 어렵다. 기본적으로 IB는 학교별로 직접 승인해서 운영하지만 한국어화를 지원하기 위해 교육청이 개입되었고 이는 학교의 내실 있는 운영과 조기 안착을 지원하기 위함이다.

 

그리고 공교육 내 혁신을 촉진하고 국제적 경쟁력을 갖춘 인재를 양성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IB는 프로그램 자체를 IBO와 학교에서 관리하기 때문에 IB 프로그램을 배우는 학생들은 사교육이 아니라 공교육 내에서 배우고 있다.

 

셋째, IB와 기존 교육과정의 유사성 주장에 대한 반박

 

IB 교육의 철학과 방법론은 기존 혁신학교의 교육방식과 유사하다고 주장한다. 이는 일정 부분 인정하는 바이다. 그러나 프로그램 운영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시스템(수업, 전개, 요소 등)과 평가(assesment) 부분은 기존의 혁신학교와는 많이 다르다.

 

혁신학교에서 추구하는 광의적인 의미의 학생주도성과 교사주도성은 유사하나 이를 운영하는 방식에서 IB의 시스템이 훨씬 체계적이고 과학적이다.

 

IB는 교육학과 교육심리학에 기반한 과학적인 학습과 ‘글로벌 스탠다드’를 갖추고 있기 때문에 평가 시스템과 교사 연수 등이 체계적으로 마련되어 있다. 교사연수의 대부분은 평가 방법과 수업의 세부사항에 관한 것이다.

 

특히 전북의 혁신학교 같은 경우에는 학교별로 혁신학교상이 다르고 교사의 주관적 평가와 재량적인 수업에 의존하고 성장평가 시스템도 체계적으로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에 ‘로컬 스탠다드’도 갖추고 있다고 하기 힘들었다.

 

IB는 학생의 전인적 성장과 국제적 사고력을 배양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어 기존 교육방식과는 차별화된 장점이 있고 ‘지식의 구조’와 ‘과정의 구조’를 중시하고 있는데 혁신학교에서 이러한 점을 강조했었는지 의문이다.

 

넷째, 대학 서열화 및 입시 경쟁 문제에 대한 반박

 

대학 서열화와 입시 경쟁 문제는 중요한 사안이지만, 이는 IB 도입과는 별개의 문제로, IB 교육 도입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IB는 단순한 지식 전달을 넘어 학생의 비판적 사고와 창의적 문제 해결 능력을 키우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어, 장기적으로 수능 중심의 대학 입시 경쟁의 변화를 유도할 수 있다.

 

특히 2028 대입에서는 내신 5등급 체제가 되기 때문에 ‘생활기록부 세특’, ‘심층 면접’, ‘논술 및 구술’등이 입시를 좌우할 여지가 있다.

 

IB에서 ‘개념기반학습’과 ‘탐구학습’을 강조하고 ‘평가’ 시스템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학생들의 생활기록부에 내용을 풍성하게 써줄 수 있다. 끊임없이 조사하고 근거를 가지고 발표하는 기회를 많이 갖기 때문에 ‘학생부종합전형’과 ‘논술전형’에 유리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실제로 대구와 제주의 IB 학교 학생들은 성적 최상위권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학생부종합전형에서 입시 실적이 잘 나오고 있는 것으로 보아 국내 입시에서 IB는 어느 정도 검증됐다고 판단한다.

 

IB를 찬성할 수도 있고 반대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적절한 주장과 논거를 제시했으면 좋겠다. 수업 전문가인 천 교수가 IB 수업을 한번이라도 보고 비판을 하는 것인지 궁금하다. 그리고 ‘표절’ 논란과 ‘대필’ 의혹에 대해서는 천 교수가 학자로서 명확히 해명하길 기대한다.

 

# 이 글은 정재석 전북교사노조 위원장의 기고문으로, <더에듀>와 생각을 달리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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