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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도 언제나 책봄] 독후감과 서평사이

나민애 교수의 <책 읽고 글쓰기>를 읽고

18년간 기자 생활을 하다 소위 말하는 어공(어쩌다 공무원)이 되어 교육감을 보좌하는 비서관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인생의 반절 가량을 글쓰기란 업을 갖고 살아왔는데, 새 옷을 입고 여러 가지 이유로 한동안 글쓰기를 멈췄습니다. 그러자 내 마음 한구석에 공허함 그 비슷한 마음이 자리 잡았습니다. 그래서 일주일에 책 한 권을 읽고 에세이를 써보기로 다짐했습니다. 지난해 2월 호기롭게 시작한 이 다짐은 지금도 꾸역꾸역 이어가고 있습니다. 책을 통해 내 안의 나와 만나는 일은 제 삶을 더욱 반짝이게 한다는 걸 알아가고 있는 중입니다.

 

 

 

글쓰기에 관한 유튜브를 보다 우연히 서울대 나민애 교수의 영상을 보았다. 여느 서울대 교수들의 영상보다 재밌고 유쾌한 데다 내용이 귀에 쏙쏙 박혔다. 나민애 교수는 현재 서울대학교에서 글쓰기 담당 교수로 재직 중이며, 2007년부터 매년 최소 200명 이상 학생들을 만나 최소 한 해에 200편부터 400편에 달하는 학생들의 글을 읽고 첨삭 지도를 한다고 한다. 문학평론가로, 현재 동아일보 주간 시평을 쓰고 있다. 글을 잘 쓰고 싶었고, 서울대 학생들의 글쓰기는 어떨까 엿보고 싶어 고른 책이 나민애 교수의 <책 읽고 글쓰기>다.  

 

'서평이라고 다 같은 서평은 아니다'라고 시작한 글은 우선 나의 서평 체급부터 뒤돌아보게 했다. 나교수는 서평러 수준을 울트라 상급자(책의 전체를 장악하고 저자의 의도를 알고 있다)에서 상급자 1,2→중급자 1,2 →초급자 1,2→그 외 특수한 상황으로 구분했다. 책을 읽는 것 자체가 고통이라는 그 외 특수한 상황의 사람들에게까지 솔루션을 제공한 걸 보면 나 교수는 분명 친절한 분일 거라는 짐작을 해본다. 난 다행히 상급자 2정도는 되는 것 같아 마음이 놓였다.(상급자 2: 책의 전체 요지를 알고 핵심을 파악했고, 자기 의견을 피력하지만 어디까지가 내 의견인지, 감상인지 자신이 없다)


그렇다면 저자가 말하는 서평이란 무엇일까?

 

가장 기본적이면서 중요한 문제다.
많은 사람들이 서평 쓰기를 고민하면서도 정작 서평의 뜻은 잊고 있다.
서평이란 책을 평가하는 글이다.
그러므로 평가를 위한 분석과 판단이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 p34

 

저자는 서평과 독후감의 차이를 강조했다.

 

'독후'에 '감상', 그러니까 '마음의 소리'와 '내 영혼의 목소리'를 담아내는 것이 독후감이라면, 그것보다 '마음의 소리' 지분을 줄이고, '머리의 소리' 즉 '이해와 판단의 목소리'를 담아내는 것이 서평이다. p33

 

책 초반부터 나의 글쓰기에 대해 심각한 고민을 하게 됐다.
내가 글을 쓰는 목적과 이유는 무엇인지? 글의 정체성과 유형은 무엇이었나? 매주 책 한 권 읽고 느낀 점 등을 쓰기로 했는데, 독후감과 서평 사이에서 저울질하고 고민하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이대로 시간에 쫓겨 매주 책 한 권 읽고 우수수 떨어지는 낙엽처럼 급하게 토요일 새벽 마감을 칠 것인가? 아니면 나교수의 책을 완전히 습득해 본격적으로 서평이란 것을 써볼까? 또 다른 마음엔 서평이면 어떻고 독후감이면 어떤가?

 

매주 즐기듯이 책을 읽고 부담 없이 쓰려면 독후감, 독서 에세이 정도가 좋을 테고, 좀 더 전문적인 영역으로 나 자신을 발전시키려면 서평에 도전해 보는 것도 좋을듯하다. 하지만 당장 결정은 못 하겠다. 하루에도 열두 번씩 내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포커페이스 한채 민원인을 대할 때가 많고, 비판과 분석 영역에 가까운 기사를 오래 써온 탓에 글 쓸 때만이라도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고 싶은 마음도 상당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책 표지에 적혀 있는 '서울대 나민애 교수의 몹시 친절한 서평 가이드' 란 말처럼 이 책은 참 친절하다. 서평 체급 정하기부터 종류, 서평 쓰기 실전 활용 꿀팁까지. 서평을 쓰기 위한 정보가 아주 알차게 들어 있다. 다만 한 권의 책을 읽었다기보단 실제 대학 강의를 듣는 것만 같은 느낌이 강했다.

 

이를테면 "책을 제대로 평가하려는 서평러에게 부치는 당부 "절대, 네버, 쫄지 마시라."라는 부분을 읽을 땐 강단에 선 교수가 학생들에게 당부하는 모습이 저절로 연상됐다. 이런 교수님께 수업을 들으면 얼마나 재밌을까? 실제 경험해 봐야 알겠지만 책을 읽다 보면 자꾸 그런 생각이 든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분석을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실행에 옮긴 순간 이미 절반 이상 한 셈이다"라는 문단이었다.

 

'분석을 어렵게 생각하지 말자. 분석의 시작이자 절반은 '선택'이다. 점심 메뉴 고르기도 힘든데, 무슨 선택이냐고? 아니다. 서평러의 선택은 어렵지 않다. 책을 읽으면서 접어놓는 페이지, 긋는 밑줄. 이것이 바로 당신의 중요하고도 중요한 '선택' 그 자체다. 다시 말해서 페이지 잘 접고, 포스트잇 붙여놓고, 연필로 밑줄 그어놓는 행위 (꼭 자기 책인 경우에만 그으시오. 대출도서는 밑줄 금지) 이것만 잘해도 분석은 이미 절반 이상 한 셈이다. p120


이 책을 통해 서평에 대해 알고, 나의 글쓰기 주소를 진단하고, 단순한 글쓰기를 넘어 서평이란 걸 써볼까?라고 진지하게 고민한 것 자체만으로도 이미 절반 이상 한 셈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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