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정교육의 부재에서 시작된 교육의 붕괴
며칠 전, 서울의 한 고등학교에서 고3 학생이 교사를 폭행한 사건이 발생했다.
수업 중 휴대폰을 수업과 상관없이 사용한 것에 대한 금지였고, 정당한 교육활동을 위한 요구였다. 그러나 학생은 분노를 참지 못하고 책상을 내려치는가 하면 급기야 교사를 폭행했다.
이 사건은 우리 교육 현장이 얼마나 심각한 위기 상태에 있는지를 상징적으로 드러낸 사건이었다. 수업 중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하던 학생은 이를 지적한 여교사를 폭행했고, 그 장면을 지켜보던 학생들은 오히려 방관하거나 조롱했다. 이는 단순한 충동적 폭행을 넘어서, 오늘날 학교가 ‘교육’의 공간으로서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경고음이다.
이 같은 사태는 우연이나 일부 학생의 일탈로만 볼 수 없다. 가정에서 시작된 교육 부재가 공교육을 마비시키고, 그 속에서 교사의 권위와 역할마저 무력화되고 있는 구조적 문제의 산물이다.
교육의 본질은 단순한 지식의 주입을 넘어, 인간다운 성품과 책임감을 기르며,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살아갈 수 있도록 만드는 데 있다. 그러나 지금의 교육 현장은 이 본질로부터 너무도 멀리 와 있다. 가정에서의 훈육 부재, 학교 안에서의 교권 추락, 사회 전반의 교사 불신은 교육을 갈 길 잃게 만들고 있다.
가정에서 무너진 첫 단추, ‘제멋대로’ 자라는 아이들
얼마 전 SNS 상에서는 한 아이가 빵집 진열대의 빵에 혀를 갖다 대는 영상이 확산하며 논란이 됐다. 그러나 더욱 심각한 것은, 이를 ‘철없는 행동’이라며 관용을 요구하는 일부 어른들의 반응이었다. 우리는 어쩌다 이렇게까지 교육적 경계가 무너진 사회가 되었을까?
가정은 아이가 사회의 규범과 타인의 존재를 처음 배우는 공간이다. 부모는 아이들에게 타인의 권리를 존중하고, 책임감 있는 행동을 가르쳐야 할 의무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정에서부터 올바른 윤리를 배우지 못한 아이들은 결국 학교에서도 규율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남의 물건을 함부로 만지지 말라”, “공공장소에서는 예의를 지켜야 한다”, “잘못했으면 사과해야 한다”는 최소한의 인간적 훈련은 어릴 적 가정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하지만 오늘날 많은 가정에서는 이러한 훈육이 ‘자율성 억압’이나 ‘구시대적 방식’으로 치부되면서 아이는 본인 중심으로 세상이 돌아간다고 오해하고 있다.
문제는 이 아이들이 학령기에 접어들면서부터 학교라는 공동체 속으로 들어오게 된다는 것이다. 타인을 배려하지 않고, 규칙을 무시하고, 자신의 행동에 책임지지 않는 태도는 결국 교사와의 충돌로 이어진다.
이때 교사는 학생을 가르치기보다, 스스로를 보호하는 데 더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게 된다. 그리고 그 순간부터 교실은 더 이상 ‘교육’이 이루어지는 공간이 아닌, ‘갈등’이 일어나는 전장으로 변질된다.
그러니 정부와 교육당국은 부모를 대상으로 한 가정교육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부모가 아이들에게 올바른 가치를 심어줄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할 필요가 절실해지고 있다.

교실의 위기, 교사의 침묵과 고립
한 교사가 수업 시간 중 학생의 스마트폰 사용을 지적했다가 폭행을 당하고, 그 상황을 다른 학생들은 촬영하며 웃고 있었다는 사실은 단지 충격을 넘어서 분노와 슬픔을 자아낸다.
교사는 왜 보호받지 못하는가? 왜 학생은 교사의 지도를 ‘억압’으로, 제재를 ‘권력의 남용’으로 받아들이게 되었는가?
그 배경에는 교사에 대한 사회적 신뢰의 붕괴와 교육 현장의 권위 해체가 있다. 특히 학생인권조례는 이러한 흐름 속에서 중요한 논란의 중심에 있다. 물론 학생의 인권 보호는 매우 중요한 가치이다. 그러나 그것이 교사의 훈육과 지도 권한을 마비시키는 방향으로 적용된다면, 이는 교육의 근본을 흔드는 결과를 낳는다.
현재 교사들은 정당한 수업 지도나 생활지도 과정에서도 혹시 고소당하거나 징계를 받을까 두려워해야 한다. 이로 인해 많은 교사는 문제 행동 학생을 방치하거나 침묵하고, 이는 교실 질서의 무너짐으로 이어진다. 교육의 질서가 무너지면, 결국 학생 스스로도 배움의 기회를 잃게 되는 것이다.
교육의 본질 회복을 위한 첫걸음, 교사의 ‘교사다움’과 제도적 안전장치
우리는 지금 교육의 본질을 되묻고, 그것을 회복하기 위한 실천적 노력을 시작해야 한다. 교육의 본질은 아이를 보호하되 책임 있게 성장시키는 것이며, 그 중심에 교사가 있다. 따라서 교육의 본질은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책임감 있는 시민을 길러내는 데 있다.
그러나 현재 한국의 교육 현장은 이러한 본질에서 점점 더 멀어지고 있다. 가정에서는 아이들에게 기본적인 윤리와 책임을 가르치지 못하고 있으며, 학교에서는 학생의 일탈행위를 인권이라는 이름으로 방치하고 있다. 이로 인해 교사는 학생에 대한 훈육과 지도를 포기하게 되고, 학생들은 규율 없는 환경에서 성장하며, 결국 사회는 책임감 없는 개인들로 채워지게 되는 것이다.
교사는 다시 ‘교사다움’을 회복해야 한다. 학생에게 맞춰주는 존재가 아니라, 때로는 쓴소리도 할 수 있는 사람, 옳고 그름을 분명히 구분 지어줄 수 있는 사람, 아이가 혼란스러울 때 기준점이 되어줄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반드시 전제가 있다. 교사가 자신의 역할을 온전히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보호 장치와 사회적 신뢰의 회복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교사의 훈육 행위에 대해 교육적으로 접근하고, 정당한 지도를 사법적인 판단으로부터 분리할 수 있는 법적 안전망이 필요하다. 또한 학교 내 갈등 상황을 교사 개인이 떠안지 않도록, 학부모와의 조정 기구나 교육청 차원의 중재 시스템도 구축되어야 한다. 더불어 학부모 역시 자녀의 교육을 교사와 함께 ‘공동의 책임’으로 인식하고 협력하는 문화가 자리 잡아야 할 것이다.
가정교육과 공교육이 실패한다면 실패는 단순히 교육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의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제대로 배우지 못한 아이들이 결국 사회의 구성원으로 성장하며, 공동체의 윤리를 무너뜨리고,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을 일삼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교육의 본질을 회복하기 위한 노력이 지금 당장 필요하다.

공교육 정상화를 위한 제안
교육의 본질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가정과 학교, 사회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
공교육이 흔들릴 때, 그 피해는 가장 취약한 아이들에게 집중된다. 사교육으로 보완할 수 있는 가정은 버틸 수 있겠지만, 공교육만을 기대는 대다수 학생은 정서적, 학업적으로 큰 손실을 입게 된다. 결국 교육의 실패는 사회 전체의 불평등과 분열로 이어지며, 미래 세대의 역량을 저하하는 결과로 귀결된다.
따라서 교육당국은 지금 이 위기를 절실히 인식하고, 교실을 ‘배움의 공간’으로 되돌리기 위한 정책적 전환을 감행해야 한다. 이를 위해 다음과 같은 제안을 하고자 한다.
첫째, 학생인권조례의 전면 재검토 및 교사의 안전한 교육활동을 위한 장치 마련
학생인권조례는 학생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도입되었지만, 현재의 조례는 교사의 지도권을 지나치게 약화하고 있다. 이런 학생인권조례는 전면 폐지하거나, 교사의 정당한 교육활동을 보호할 수 있는 방향으로 수정되어야 한다. 학생의 인권은 중요하지만, 그것이 교사의 권위를 훼손하고 교실의 질서를 무너뜨려서는 안 될 것이다.
교사가 두려움 없이 가르치고 지도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 교사와 학생 간의 마찰을 교육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한다.
교사를 보호하는 법적·제도적 장치가 강화되어 교사의 권위를 보호하는 동시에, 학생의 인권을 ‘책임’과 함께 교육하는 방향으로의 인권 교육은 재구성될 필요가 있다. 또한, 교사가 교육의 본질에 충실할 수 있도록 사회적 신뢰와 지원이 필요하다.
둘째, 가정-학교-지역사회가 연계된 공동체 교육 모델 도입의 필요
교사, 학생, 학부모가 서로의 역할을 존중하는 문화를 다시 세워야 한다. 교사는 학생을 가르치고, 학생은 교사의 지도를 따르며, 학부모는 학교와 교사를 믿고 협력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교육당국은 교사와 학부모 간의 소통을 강화하고,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함과 동시에 가정-학교-지역사회가 연계된 공동체 교육 모델 도입이 필요하다.
우리는 지금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교육을 방치한 채, 교실 붕괴를 방관할 것인가. 아니면 지금이라도 교육의 본질을 회복하고, 건강한 교육 공동체를 다시 세울 것인가.
교사 폭행 사건은 단지 하나의 사건이 아니라, 수면 아래 가라앉아 있던 교육 위기의 빙산이 수면 위로 드러난 신호다. 우리는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다. 이 사회의 어른들이 이제는 말해야 한다.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무조건적인 자유가 아니라, 올바른 기준과 책임이라는 것을.
가정에서부터, 학교에서부터, 교육이 바로 서야 한다. 그리고 그 시작은 ‘교사가 두려움 없이 가르칠 수 있는 교실’을 만드는 것이다.
이제는 변화가 필요하다. 가정교육을 바로 세우고, 공교육의 본질을 회복하며, 교사들이 두려움 없이 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는 환경을 재정비해야 한다.
공교육이 다시 교육의 중심이 될 수 있도록, 교사와 학생, 학부모와 사회가 함께 해야 한다. 그 변화는 지금 당장, 우리 모두의 실천으로 시작되어야 한다.
교사, 학생, 학부모가 함께 협력하여 ‘제대로 가르치고, 제대로 배우는 교실’을 되찾는 것이야말로 한국 교육이 나아가야 할 길이 될 것이다. 교육은 방임이 아니라 책임과 규율 위에서 이루어져야 하며, 이를 위해 우리 사회 전체가 함께 노력해야 할 때가 바로 지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