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에듀 | 학창시절을 돌아보자. 교실은 늘 새로운 구성원으로 채워졌고, 그곳에서 다양한 역사가 만들어져 왔으며, 어른이 된 오늘도 그 시간을 그리워한다. 한 가지 색이 아닌 셀 수 없는 무수한 빛깔로 가득 찬 곳에서 수없이 많은 꿈을 꿀 수 있었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더에듀>는 ‘꿈몽글 교사들’과 함께 교실에 펼쳐진 다양한 색을 찾아가는 여정 ‘오늘의 교실’을 시작한다. 교실은 그때도, 지금도, 내일도 살아있다는 것만 기억하자. |
“우리는 왜 ‘겉모습’으로 교실을 판단하는가. 20년 전의 기억으로 오늘의 학교를 설명하려는 태도는 과연 정당한가.”
학교를 향한 사회적 담론에는 일정한 관성이 존재합니다. 낡은 건물, 삐걱거리는 복도, 오래된 책걸상. 이러한 외형적 요소들은 곧바로 ‘낡은 교육’이라는 인식으로 연결되곤 합니다. 마치 물리적 환경이 곧 교육의 질을 설명하는 결정적 증거라도 되는 듯 말입니다.
그러나 실제 교실을 들여다보면, 이러한 인식이 얼마나 단순한 추론에 기반하고 있는지, 사실과 동떨어진 것인지 금세 드러납니다. 다음은 ‘오늘의 교실 4화’를 관찰한 기준의 메모를 정리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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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O. 40대 여. 학급 목표: 우분투(우리가 있어 내가 있다.)
2교시: 사회 수업(역사 신문 제작) - 모둠별 조사 자료를 바탕으로 기사 구성 - 역할 분담과 책임 강조 - 미완 과제 학생에 대한 즉각적 개입 - 무임승차 최소화, 집단 내 조정 기능이 작동
3교시: 수학 수업(직육면체 전개도) - 교과서 기반의 체계적 개념 정리 - 연습 문제를 통한 단계적 확장 - 모둠 자리 구조를 활용한 사실상의 개별화 학습 - 서열화 없이 수준 차이를 완충
4~5교시: 미술 수업(그라데이션·풍경 표현) - 기초 기술 훈련 → 심리적 표현으로 확장 - 발문을 통한 지각적 사고 촉진 - 동료 피드백 + 교사 비계(scaffolding) 제공 - 기술 수업이 사고력 훈련으로 연결되는 구조
수업 외 현실: - 쉬는 시간에도 행정 업무 지속 - 상담 주간과 무관하게 상시 상담 진행 - 학부모의 생활기록부 문장 트집 및 반복 민원 - 사소한 갈등도 ‘학폭 신고’ 프레임으로 압박 - 초과근무 인정 구조의 한계 속에서 수업 준비 이월
◆ 오늘의 교실 스냅샷_작성 이기준. |
겉모습은 교육의 본질을 설명하지 못한다
개교 20년이 넘은 이 학교는 낡은 시설을 갖추고 있습니다. 복도는 삐걱거렸고, 건물은 최신식과는 거리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안에서 이루어지고 있던 수업은 단단했습니다.
사회 시간의 모둠 활동은 단순한 이벤트가 아니었습니다. 역할 분담과 책임 구조가 명확했고, 교사의 개입은 시
기적절했습니다. 수학 시간은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체계적이었으며, 교과서만으로도 충분히 개별화의 수업이 가능함을 보여주었습니다. 미술 수업 역시 기술 훈련을 넘어 사고의 확장으로 설계되어 있었습니다.
우리는 종종 ‘새로워 보이는 수업’을 혁신이라 부릅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외형의 신선함보다 학습 구조의 설계가 더 중요합니다. 이 교실은 그것을 증명하고 있었습니다. 낡아 보이는 건물과 정교하게 작동하는 수업은 동시에 존재할 수 있습니다. 외형이 본질을 규정하지는 않습니다.
상담은 호의가 아니라 전문 영역이다.
이 교실에서 더 인상적이었던 것은 수업이 아니라 상담의 장면이었습니다. 학생의 생활 습관과 학습 어려움에 대해 보호자와 논의하려는 교사에게 돌아온 반응은 “왜 문제아처럼 만드느냐”라는 항의였습니다. 생활기록부의 완곡한 표현 하나에도 민원이 제기되었고, 쌍방 갈등 상황조차 ‘학폭 신고’라는 언어로 압박됐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교사의 태도가 아니라 구조입니다. 상담은 학생의 성장을 돕기 위한 전문적 개입입니다. 그러나 그것이 곧바로 ‘비난’이나 ‘낙인’으로 해석되는 순간, 교사의 전문성은 위축됩니다. 학폭 신고를 ‘절차’가 아닌 ‘협상 카드’처럼 사용하는 관행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이 문제를 교사 개인의 대응 방식으로만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이미 여러 교실에서 반복적으로 관찰되는 현상이기 때문입니다.
좋은 수업은 ‘준비 시간’을 필요로 한다.
촬영이 끝난 뒤에도 교사 O는 교과서와 자료를 챙겼습니다. 퇴근 이후 집에서 수업 준비를 이어가야 하기 때문입니다. 좋은 수업을 요구하는 사회적 목소리는 높습니다. 그러나 수업 준비를 제도적으로 충분히 보장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침묵이 이어집니다.
수업은 1차시 40분만으로 완성되지 않습니다. 설계, 자료 탐색, 학생 수준 분석, 발문 구성 등 보이지 않는 노동이 선행됩니다. 이를 ‘당연한 헌신’으로만 간주한다면, 교육의 지속 가능성은 약화할 수밖에 없습니다.
20년 전의 기억으로 오늘을 판단할 수 있는가?
가장 근본적인 질문은 이것입니다. ‘우리는 왜 과거의 기억으로 현재의 학교를 재단하려 하는가.’
20년 전의 경험은 분명 개인에게 강한 인상을 남깁니다. 그러나 그사이 교사도, 학생도, 교육과정도 달라졌습니다. 그럼에도 외형이 비슷하다는 이유만으로 ‘변하지 않았다’라고 단정하는 것은 논리적으로도 무리입니다.
기업을 20년 전 제품만으로 평가하지 않듯, 학교 역시 과거의 기억만으로 규정될 수 없습니다. 교실은 매년, 매일 새로 구성됩니다. 구성원이 달라지고, 관계가 달라지고, 맥락이 달라집니다.
오늘의 교실 4화는 단순히 한 교사의 사례를 보여주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우리에게 묻습니다.
“당신은 현재의 교실을 직접 본 적이 있는가. 아니면 오래된 기억 속 이미지로 오늘을 설명하고 있는가.”
교실은 외형으로 바뀌지 않습니다. 관계와 설계, 그리고 매일의 선택으로 바뀝니다. 그리고 그 변화는 이미 여러 교실에서 조용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이야기를 담은 O 선생님 교실의 자세한 상황은 다음의 링크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https://brunch.co.kr/@ggummongle/152
글: 이준기 / 교실과 학교 밖 공간을 잇는 글을 쓰기 위해 노력합니다.
- 그림책 『내 마음 네 마음』, 『민정이의 등굣길』 글 담당 - 장편소설 『학폭교사 위광조』 공저자
- 꿈몽글 팀 글작가
그림: 이예솔 / 따뜻한 시선으로 마음에 닿는 그림을 그리고자 합니다. - 꿈몽글 팀 그림작가

꿈몽글 = 글과 그림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다. 교사와 전문 작가들이 힘을 합쳐 학교와 교실 속의 따뜻한 이야기를 기억으로 엮어내고자 노력하고 있으며 대표작으로는 ‘학폭교사 위광조’, ‘내 마음 네 마음’, ‘민정이의 등굣길’ 등이 있다. <더에듀> 연재 ‘오늘의 교실’에는 14인의 교사들이 함께 한다. 교실에서 교육을 실천한 앤솔로지 프로젝트에 참여한 교사들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