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에듀 | 인공지능과 입시 경쟁이 한꺼번에 뒤엉킨 시대, 학생과 학부모, 교사는 진로 앞에서 더 많이 흔들리고 있다. 이에 <더에듀>는 '좋은 대학'과 '안정적인 직업'이라는 좁은 기준을 넘어 아이가 자기 삶을 주도적으로 설계할 수 있는 힘을 기르는 법을 소개하고자 한다. 저자는 당장 꿈이 없어도 괜찮은 이유, 성적과 적성 사이의 간극, 문해력과 진로의 관계, 오래가는 능력과 직업 선택의 현실 등을 차분하게 짚어나간다. |
“어떤 직업을 선택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어떤 전공을 골라야 할지 모르겠어요.”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잘 하는지 모르겠어요.”
여기저기서 쉽게 접하는 청소년들의 고민이다. 한 번 정한 직업을 영원히 되돌릴 수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왕이면 불필요한 시행착오를 줄이는 게 좋다. 그러기 위해선 직업을 선택하기 전에 적어도 이 네 가지 질문을 하길 바란다.
첫 번째, 충분히 알아보았고 경험했는가?
요즘은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이다. 게다가 인공지능이 막대한 정보를 생산하는 덕분에 정보의 홍수를 넘어 정보의 쓰나미 시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관심 있는 직업과 관련된 정보가 부족한 것도 문제이지만, 지나치게 많은 것도 문제이다. 양질의 정보와 참(진실)인 정보를 가려내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늘어나는 선택지가 좋은 결과를 보장하지도 않는다.
책, 영상 등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정보 덕분에 직접 경험하지 않으려는 문제 또한 발생한다. 간접 경험의 효과를 무시하는 건 아니지만, 직접 몸으로 체험해 봐야 알 수 있는 영역이 반드시 존재한다. 보고 듣는 것만으로 직업에 대해 면밀히 알 수는 없다. 적성과 체질에 맞는지, 실제로 재미와 흥미가 있는지도 직접 해봐야만 알 수 있다.
직업을 알아볼 때 간과해선 안 될 게 있다. 직업의 명과 암을 모두 볼 줄 알아야 한다. 단편적인 모습, 밝고 화려한 모습만 보고 섣불리 판단하면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밝은 면 뒤에 어떠한 고뇌와 고충, 애로사항이 있는지도 내밀하게 살펴야 한다. 360도 모든 면을 보고 나서 결정해야, 나중에 힘든 시기를 겪더라도 예상했던 범주이기에 크게 흔들리지 않고 견딜 수 있다. 반면 일면만 보고 결정했다면 크게 당황하고 흔들릴 것이다.
내가 글쓰기를 경험하지 않았다면 나이 마흔이 넘어 작가로서 제2의 삶을 살고 있을 리가 만무하다. 글쓰기 경험을 통해 쓰는 재미와 보람을 느꼈고, 나의 쓰기 잠재력을 발견할 수 있었다. 경험하지 않으면 절대 알 수 없었을 것이다.
세상엔 두 부류의 사람으로 나뉜다. 해본 자와 해보지 않은 자. 반드시 전자가 되길 바란다.
두 번째, 1~2년 앞만 내다보는 게 아닌 더 먼 미래까지 고려했는가?
시대의 변화 속도가 점점 더 빨라지고 있다. 가속도에 가속도가 붙는다. 하루 자고 일어나면 어제의 세상과 사뭇 다르다. 인공지능이 여기에 큰 몫을 하고 있다. 이렇게 급변하는 시대에 한 치 앞만 내다보고 직업을 선택한다면 곤란해지기 쉽다.
예컨대 전혀 예상치 못한 일로 내 직업이 사라지거나, 금세 인공지능으로 대체되는 일이 있을 것이다. 물론 앞날을 정확히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정부와 연구기관에서 공개하는 직업 전망 자료 등 철저한 조사와 데이터를 근거로 5년, 10년, 그 이후의 시간까지 큰 틀은 예상해 볼 수 있다.
어떤 직업이 빨리 소멸하거나 인공지능에 의해 쉽게 대체될 것인지, 반대로 상대적으로 영향을 덜 받거나 오래 존속할 것인지에 관한 고민을 충분히 거친 후 직업을 선택할 필요가 있다.
내가 작가라는 생애 두 번째 직업을 택할 때 이 점을 충분히 고민했다. 노후에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인가. 인공지능에 의해 쉽게 대체되지 않을 일인가. ‘예스’라는 답을 내렸기에 과감히 선택했고 그 일을 열심히 해 나가고 있다.
세 번째, ‘나’의 기준으로 선택했는가?
아이들이 직업 선택 시 흔히 저지르는 실수 중 하나가 내 기준이 아닌 남의 기준으로 선택하는 거다. 부모님·선생님·친구의 권유, 미디어 노출 등이 그 예다.
유튜브에서 본 직업 순위표나 인플루언서의 라이프스타일만 보고 막연히 따라가려는 것도 같은 실수이다. 등이 떠밀려서, 남의 손에 이끌려서 직업을 선택한다면 그 결과는 보통 좋지 않다.
타자의 말만 듣고, 타자의 시선을 의식해 선택한 결과는 후회 가능성이 높을 수밖에 없다. 반드시 기억하자. 기준을 내 안에 두어야 한다. 내 재능과 소질, 적성, 취향, 기호를 고려해서 선택해야 한다. 그래야 후회하지 않는다.
나는 고2 때 스스로 진로를 정했다. 수의사가 되겠다고. 모든 입시 원서를 수의대에 지원했고 운 좋게 수의사가 되었다. 당시 기준은 오직 내 안에만 있었다. 내가 원해서 선택했기에 그 결과도 당연히 내가 책임졌다. 남에 의해 선택하면 남 탓을 하게 된다.
네 번째, 돈 때문에 선택하는 것은 아닌가?
직업을 선택할 때 가장 큰 고려 요인으로 금전적 보상을 두진 말자. 부를 추구하는 게 나쁘다는 게 아니다. 다만 그것이 직업 선택의 첫 번째 이유가 된다면 행복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설령 돈을 많이 번다 해도 허무함이 들거나 더 많은 돈을 추구하다 결국 불행해진다.
돈보다 더 우선순위로 두어야 할 것은 재미와 보람이다. 100세 시대이다. 지금의 아이들은 앞으로 생애 주기에 걸쳐 다양한 직업을 경험하며 살게 될 것이다. 60세 혹은 70세 이후에도 일하며 살 가능성이 농후하다.
재미와 보람 없는 일을 오래 지속한다면 일상이 지옥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재미와 보람, 둘 중 하나는 있어야 한다. 그래야 즐기며 지속할 수 있다. 의미도 중요하다. 인간은 의미 없는 일을 할 때 불행해진다. 의미 있는 일을 하거나, 하려는 일에 의미를 부여해야 한다.
수의사가 되기로 결정했을 때 수익적인 측면은 후순위였다. 타자에게 도움을 주는 일을 하고 싶다는 삶의 방향에 수의사가 부합했다는 게 가장 큰 이유였다. 사회에 공헌하고 기여하는 삶을 살고 싶은 게 내 인생관이다. 직업 선택 시 자신의 인생관에 잘 부합하는지 꼭 따져봐야 한다. 이것이 일치하지 않으면 행복하기 어렵다.
꿈이 있는가. 갖고 싶은 직업이 있는가. 그러면 우선 위 네 가지 질문에 꼼꼼히 답해보자. 만약 그러고 나서도 그 꿈이 수정되지 않았다면, 힘차게 그 길로 걸어가도 좋다.
박근필 = 임상 수의사로 20년 가까이 현장을 지키며 생명과 삶을 가까이에서 마주해왔다. 마흔에 글쓰기를 시작해 저서 4권을 펴냈다. 강연가·커리어 스토리텔러로서 진로·커리어·독서를 주제로 청소년과 학부모, 직장인을 만나고 있다. 칼럼니스트로 여러 교육·독서 매체에 칼럼을 연재 중이며, 박근필성장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