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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가람시인들] <도화지>

더에듀 | 제주 서귀포여자중학교 자율동아리 ‘슬가람시인들’ 소속 학생 12명이 지난해 1년 동안의 문학활동을 결산하는 시 문집을 세상에 내놨다. 1년간 매월 2회씩 모여 시를 쓰고 토론을 하며 서로의 생각을 나누고 공감하는 과정을 거쳐 정서적 성장과 소통 능력도 함께 높아졌다. <더에듀>는 시 문집 ‘슬가람시인들’을 세상에 소개하며, 학생들의 지난 1년을 기록하고자 한다. 시인 학생들 소속은 시 작성 당시를 기준으로 한다.

 

 

<도화지>

                                       고은향

 

다양한 색채로 물든 수 많은 도화지들은 

저마다의 것들을 그려나가며 그림을 채운다

 

다양한 도화지들 사이

아무것도 없는 나의 흰 도화지는

그저 볼품없어 보여서

그저 하얗게만 보여서

그저 초라하게만 보여서

그저 채우려 했는데

 

어느새 나타난 작은 붓

조용하게 굴러온 몇 안되는 물감들이

그저 볼품없게 보였던

그저 하얗게 보였던

그저 초라해 보였던

나의 도화지를 채운다

 

남들보다 느리게 그리는 작은 붓은

느리지만 섬세해서

느리지만 신중해서

 

유려하게

아름답게

자유롭게

나의 도화지가 채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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