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에듀 | 교직에 들어선 지 어느덧 17년 차가 되었다.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이 어디 있겠는가.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그보다 더 긴 시간 동안 교육 현장 역시 많은 변화가 있었을 것이다.
물론 교직이라는 한 영역에만 몸담고 살아온 내가 다른 분야와 비교해 교육 현장이 더 많이 변했다고 단정하는 것은 무리가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있다. 교육 현장이 변해 온 방향의 모든 것이 전부 다 반갑지만은 않다는 점이다. 어색함이 느껴지는 때가 있다. 그리고 때로는 마음이 무겁다.
최근 몇 년 사이 교사들의 안타까운 사건들이 연이어 언론에 보도되며 교육 현장이 사회적 관심의 대상이 되었다. 그러나 교육 현장을 오래 지켜봐 온 교사로서 느끼는 답답함은 단순히 그런 사건들 때문만은 아니다.
교육이 제 역할을 하고 있는가. 학교는 제대로 교육을 하고 있는가. 이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보면 쉽게 답하기 어려운 순간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언제부터인가 교육 현장에서 너무도 자연스럽게 사용되는 말이 하나 있다. ‘교육의 3주체’. 학생, 교사, 학부모가 모두 교육의 주체라는 의미로 쓰이는 표현이다.
교육 정책에서도 자주 등장하고, 학교 현장에서도 익숙하게 들을 수 있는 말이다. 교육에 대해 이야기할 때면 거의 관용어처럼 사용되는 표현이기도 하다. 그런데 한 번쯤은 질문해 볼 필요가 있다.
“이 표현은 과연 정확한 말일까?”
물론 이 말이 등장한 이유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한 아이를 성장시키는 과정에는 분명 여러 존재가 참여한다. 교사도 중요하고 학생도 중요하며 학부모 역시 중요하다. 아이들의 올바른 성장을 이끌어내기 위한 교육은 학교만의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학생의 성장에는 가정의 역할도 중요하고, 학교와 학부모 사이의 협력 역시 필요하다. 그러므로 교육이 더 나은 방향으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서로의 의견을 듣고 함께 고민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교육의 3주체’라는 표현은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등장했을 것이다.
그러나 중요하다는 것과 역할이 같다는 것은 다른 문제이다. 역할의 관점에서 들여다보면 ‘교육의 3주체’라는 표현은 생각보다 많은 혼란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교육의 구조는 비교적 분명하기 때문이다.
교사는 학생을 가르치는 사람이다. 학교는 교육을 하는 기관이다. 학생은 학습의 주체이다. 배우고 성장하는 존재이다. 그리고 학부모는 아이를 양육하는 주체이다. 아이의 삶을 가장 가까이에서 책임지는 존재이다.
이 세 존재는 모두 중요하다. 하지만 역할은 같지 않다. 그런데 ‘교육의 3주체’라는 표현은 이 역할의 차이를 종종 흐리게 만든다. 교육에 참여하는 모든 존재가 마치 같은 위치에서 같은 역할을 해야하거나, 할 수 있는 것처럼 들리기 때문이다.
물론 교육은 절대로 교사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래서 학교와 학부모 사이의 협력은 매우 중요하다. 아이의 성장을 위해 서로 소통하고 의견을 나누는 일도 필요하다. 하지만 협력과 역할의 구분은 함께 존재해야 한다.
조금 다른 예를 생각해 보자. 아이가 병원에서 치료를 받을 때 의사와 환자, 보호자를 두고 ‘치료의 3주체’라고 말하지는 않는다. 치료의 주체는 의사이다. 환자는 치료의 대상이고 보호자는 보호자이다.
교육도 크게 다르지 않다. 교사는 교육을 담당하는 사람이고, 학생은 학습을 하는 존재이며, 학부모는 아이를 양육하며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교육의 과정을 두고 소통하며 협력하는 존재이다. 이 관계가 분명할 때 교육은 안정적으로 작동한다.
교육의 방향을 세우고 교육 활동을 설계하며 그 결과에 책임을 지는 곳은 학교이다. 그래서 학교는 교육기관이다. 학부모는 아이의 성장을 위해 학교와 소통하고 협력하는 존재이다.
하지만 역할의 경계가 흐려질 때 교육은 조금씩 다른 모습으로 변하기 시작한다. 학교의 교육적 판단은 때때로 ‘서비스’처럼 평가되기도 하고, 교육 활동은 ‘만족도’의 문제로 바뀌기도 한다.
우리는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교육의 3주체’라는 말은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가. 이 표현을 통해 우리가 말하고 싶었던 것은 아마 교육의 중요성과 협력의 필요성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협력은 역할의 구분 위에서 이루어질 때 가장 건강하게 작동한다.
학교는 교육기관으로서 교육의 방향을 세우고 책임을 진다. 학부모는 아이의 성장을 위해 학교와 소통하며 협력한다. 학생은 배우고 성장하는 학습의 주체다. 이 역할이 분명할 때 학교와 가정 사이의 관계도 훨씬 안정적으로 작동한다.
그래서 다시 묻게 된다. ‘교육의 3주체’라는 말은 우리가 생각하는 의미 그대로 사용되고 있는 것일까. 혹시 그 표현이 교육의 협력을 강조하기보다 오히려 역할의 경계를 흐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교육이 건강하게 이루어지기 위해 필요한 것은 거창한 구호가 아닐지도 모른다. 서로의 역할을 분명히 이해하는 것, 그리고 그 역할을 존중하는 것이다. 어쩌면 그것이 교육을 다시 바로 세우는 가장 단순한 출발점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다시 묻는다. 교육의 주체는 누구인가. 그리고 학교와 학부모의 관계는 과연 어떠해야 하는가.<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