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에듀 지성배 기자 |가정형편을 묻는 문항이 담긴 유아흡연 예방 설문조사가 각 시도교육청을 통해 전국 학교에 배포돼 적절성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설문을 시행 측은 익명 조사일 뿐만 아니라 분석 시 교란 요인 통제를 위한 통계적 변수로만 활용된다며 개인의 생활 환경이나 학업 수준을 드러내기 위한 용도가 아니라고 해명했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은 각 시도교육청에 ‘2025 흡연예방사업 효과성 조사 협조’를 요청, 각 시도교육청들은 설문 문항이 담긴 공문을 무작위 선정한 학교에 배포했다. 현재까지 <더에듀>가 확인한 곳은 세종·울산·인천·광주교육청이다. 실제 설문은 리서치랩컨설팅이 진행한다.
설문은 초등학교 5학년부터 고등학생까지를 대상으로 하며, 이들에게 유아기(만 3~5세 전후)에 참여한 흡연 위해 예방교육이 현재 어떠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확인하고자 한다. 유아기에 받은 교육의 효과성을 파악하기 위함이다.
문제는 설문 문항 중 가정형편과 학교 성적 수준을 묻는 내용이 담겼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우리 집의 가정형편(돈)을 물으며 △상(돈이 넉넉) △중상(돈이 꽤 여유) △중(보통 정도) △중하(돈이 조금 부족) △하(돈이 많이 부족)로 나눴다.
또 ▲학교 성적 수준을 묻는 질문에는 △상위권(상위 10% 이내) △중상위권(상위 30% 이내) △중위권(중간 수준) △중하위권(하위 30% 정도) △하위권(하위 10% 이내)으로 구분했다.
두 문항의 답변에는 공통적으로 △응답하고 싶지 않다가 포함돼 있다.

교육계에서 진행하는 가정환경조사의 경우, 학생 인권 침해와 불필요한 선입견 조장 등을 이유로 학부모의 재산과 직업, 학력 등을 기재하지 않는다. 이는 교육부가 지난 2013년과 2016년 두 찰에 걸쳐 과도한 정보 수집을 지양하라는 공문을 각 시도교육청에 내린 후 생긴 변화이다.
전국보건교사노동조합(보건교사노조)은 “개인정보 기입은 매우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며 “금전적 배경이나 학업성취도를 답하도록 하는 것은 학생들에게 불필요한 심리적 부담과 수치심을 야기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설문을 시행하는 (주)리서리랩컨설팅은 조사의 신뢰도와 정확도를 높이기 위한 통제 변수를 둔 것일 뿐, 개인의 생활 환경이나 학업 수준을 드러내기 위한 용도가 아님을 분명히 했다.
이들은 “본 조사는 이름, 전화번호, 주소 등 개인 식별 정보는 일절 수집하지 않는 익명 조사”라며 “‘가정형편’이나 ‘학교 성적 수준’과 같은 문항은 개인 파악용이 아니라, 분석 시 교란 요인을 통제하기 위한 통계적 변수로만 활용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문항들은 범주형·선택형으로 제시되며, ‘응답하고 싶지 않다’ 항목을 포함해 응답자가 원치 않을 경우 거부할 수 있다”며 “개별 응답자와 개인정보가 연결될 수 있는 구조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특히 “민감정보(가정형편과 성적) 항목도 범주형으로 조사(예: ‘상/중상/중/중하/하’)해 구체적인 수치나 서술형 기입을 요구하지 않는다”며 “개인을 특정할 수 없는 집단 수준의 정보로만 처리된다. 분석 과정에서 학생의 배경 변수를 통제해 유아기 흡연예방교육 경험과 현재 흡연 태도 간의 순수한 연관성을 확인하기 위한 목적일 뿐, 개인의 생활환경이나 학업 수준을 드러내기 위한 용도가 아니다”고 밝혔다.
교육청 담당자들, 설문 문항 확인 안 해
교육계에서는 금기하다시피 한 내용이 들어간 설문 문항이 담겼지만, 이를 책임 있게 검토하지 않은 교육청들 역시 비판의 대상이 됐다.
실제 <더에듀>가 각 교육청 관계자들에게 확인한 결과, 이들은 보건복지부의 협조 요청이라는 이유로 신뢰를 전제해 설문 문항까지는 확인하지 않았다고 답변했다.
세종교육청의 경우 앞으로 설문 내용도 꼼꼼이 확인하겠다고 답변했다. 울산·광주·인천교육청은 <더에듀>에 입장을 밝히기로 한 상태이다.
‘유아기 기억 의존 설문은 무리 아닌가’ 의문
리서치랩컨설팅 “실제 당시 교육자료 제시해 회상하도록 해”
이 설문은 또 최소 5년, 최대 12년 전의 일을 기억에 의존해 답해야 한다는 한계도 지적됐다.
보건교사노조는 “초등학교 고학년 및 중고등학생들에게 유아기의 경험을 회상하도록 요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가장 중요한 조사 변수를 불확실하게 만드는 근본적 오류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문제 의식에 설문 시행 기관에 문제를 제기한 교육청 관계자들도 있었으나, 결국 공문은 학교 현장에 내려갔다.
이에 리서치랩컨설팅 측은 “응답자가 10년 이상 지난 유아기의 경험을 무리하게 회상하지 않도록, 실제 유아기 흡연예방교육 자료를 제시하여 기억을 환기하는 방식을 사용했다”고 말했다.
또 “문항에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항목을 포함해 응답자가 불확실할 경우 추측하지 않고 그대로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며 “조사 대상 학교 역시 당시 교육이 실시된 기관 인근(1km 내) 학교를 선정하여 교육 노출 가능성을 높였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조사 결과 신뢰 여부에는 다른 의견이 존재한다.
김성천 한국교원대 교수는 “교육을 받은 시기와 실제 흡연을 하게 되는 시기 간에 시간 차이가 상당히 벌어지는 상황”이라며 “연구 설계나 해석에 상당한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아래는 리서리앤컨설팅 입장문 전문.
1. 조사 설계의 과학성
조사 설계 과정에서 유아교육·통계 분야 전문가를 대상으로 총 3회 자문회의를 실시하여, 조사 내용, 표본 설계, 우려사항 등을 면밀히 검토하였습니다. 이를 통해 설계 타당성과 과학성을 확보하고자 했으며, 분석 단계에서는 가정형편·학업수준과 같은 혼란 변수를 통제하여, 유아기 교육 경험과 현재 흡연 태도 간의 순수한 연관성을 추정할 계획입니다.
2. 기억 회상 한계 보완
응답자가 10년 이상 지난 유아기의 경험을 무리하게 회상하지 않도록, 실제 유아기 흡연예방교육 자료를 제시하여 기억을 환기하는 방식을 사용하였습니다. 또한 문항에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항목을 포함시켜 응답자가 불확실할 경우 추측하지 않고 그대로 선택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조사 대상 학교 역시 당시 교육이 실시된 기관 인근(1km 내) 학교를 선정하여 교육 노출 가능성을 높였습니다.
3. 설문 문항과 개인정보 보호
본 조사는 이름, 전화번호, 주소 등 개인 식별 정보는 일절 수집하지 않는 익명 조사입니다. ‘가정형편’이나 ‘학교 성적 수준’과 같은 문항은 개인 파악용이 아니라, 분석 시 교란 요인을 통제하기 위한 통계적 변수로만 활용됩니다. 이 문항들은 범주형·선택형으로 제시되며, ‘응답하고 싶지 않다’ 항목을 포함하여 응답자가 원치 않을 경우 거부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개별 응답자와 개인정보가 연결될 수 있는 구조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민감정보(가정형편과 성적) 항목의 경우에도 범주형으로 조사(예: “상/중상/중/중하/하”)하여 구체적인 수치나 서술형 기입을 요구하지 않으며, 개인을 특정할 수 없는 집단 수준의 정보로만 처리됩니다. 이와 같은 문항은 분석 과정에서 학생의 배경 변수를 통제하여 유아기 흡연예방교육 경험과 현재 흡연 태도 간의 순수한 연관성을 확인하기 위한 목적일 뿐, 개인의 생활환경이나 학업 수준을 드러내기 위한 용도가 아닙니다.
4. 조사 진행의 자율성 보장
조사는 각 학교 자율에 맡겨져 있으며, 실제로 연락한 299개 학교 중 74개(24.7%) 학교가 조사 참여를 거절하였습니다. 이는 참여 여부가 강제적이지 않음을 보여줍니다. 또한 조사는 가정에서 온라인으로 자기기입 방식으로 진행되어, 교사나 학교가 직접 개입하지 않습니다. 참여하지 않더라도 불이익이 없음을 사전 안내했으며, 개별 문항에서도 ‘응답하지 않음’을 선택할 수 있어 응답자의 자율성이 보장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