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9.19 (목)

  • 흐림강릉 26.8℃
  • 구름많음서울 31.9℃
  • 흐림울릉도 27.9℃
  • 구름많음수원 31.7℃
  • 구름많음청주 ℃
  • 구름많음대전 31.6℃
  • 흐림안동 29.6℃
  • 구름많음포항 30.3℃
  • 구름많음군산 34.0℃
  • 구름많음대구 33.6℃
  • 구름많음전주 32.3℃
  • 구름많음울산 30.5℃
  • 맑음창원 32.0℃
  • 맑음광주 33.3℃
  • 맑음부산 31.5℃
  • 맑음목포 33.3℃
  • 구름조금고창 34.9℃
  • 제주 28.1℃
  • 구름많음강화 28.4℃
  • 흐림보은 30.0℃
  • 흐림천안 30.9℃
  • 흐림금산 31.7℃
  • 맑음김해시 33.6℃
  • 구름조금강진군 32.6℃
  • 구름조금해남 32.1℃
  • 맑음광양시 35.2℃
  • 구름많음경주시 32.0℃
  • 구름많음거제 31.5℃
기상청 제공
배너

[좌담] 지적 희열? 성공 열망?...교육정책대학원을 선택한 교사들, 그들은 왜?

김수진, 김승호, 이종승 한국교원대학교 교육정책대학원 박사과정생들과의 인터뷰

실행자를 넘어 입안자를 꿈 꾸는 교사들의 솔직한 이야기

 

더에듀 지성배 기자ㅣ교육은 결국 교사의 질을 넘지 못한다는 말은 너무도 유명하다. 즉, 교사는 교육의 주체이자 교육정책 집행자의 역할을 담당하기 때문에 교사와 분리된 교육정책은 결국 실패의 길로 들어설 수밖에 없고 이는 곧 아이들에게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사실 정부도 이 같은 사실을 인지하고 정책 입안에 있어 교사 목소리 반영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참여 기회를 확대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현 이주호 교육부장관 체제에서는 교원 등과 함께 하는 ‘함께차담회’를 지난해 12월부터 열어 지난 4월까지 총 23차례를 진행했다. 늘봄학교, 교권보호, 교실 수업혁명 등 주요 정책 관련 총 82건의 과제에 대해 현장 의견이 가감 없이 제시됐고, 교육부는 그간 논의된 총 82건 과제 중 54건(65.9%)을 정책에 반영해 완료했거나 추진 중에 있다고 밝혀 교사들의 목소리 전달 창구가 원활히 운영되고 있음을 알렸다.

 

전임 유은혜 장관 체제에서는 교사 출신들을 교육부 보좌진 등 주요 요직에 배치하면서 정책 입안의 능동적 주체자로 등장시키는 등 교사들의 운신의 폭이 넓어지고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계속해서 정책과의 괴리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는 점에서 체감도는 그리 높지 않을 수도 있다는 한계도 존재한다.

 

이에 ‘교육언론 더에듀’는 한국교원대학교 교육정책전문대학원에 재학 중인 교사 신분의 대학원생들과 함께 교사의 교육정책입안자로서의 욕구와 효용성 또 현장의 요구 등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들어 봤다.

 

좌담에는 이종승 박사과정 3학기(포항제철초등학교 휴직), 김수진 박사과정 1학기(서울 금동초등학교 휴직), 김승호 박사과정 1학기(충북 서원고등학교 재직) 재학 중인 교사들이 참여했다.

 

 

Q. 소개한다면.

 

이종승 : 한국교원대 교육정책전문대학원 박사과정 3학기 이종승입니다. 포항제철초등학교 휴직 중입니다.

 

김수진 : 한국교원대 교육정책전문대학원 박사과정 1학기 김수진입니다. 서울 금동초등학교 휴직 중입니다.

 

김승호 : 한국교원대 교육정책전문대학원 박사과정 1학기 김승호입니다. 충북 서원고등학교에 재직 중이며 학교 근무와 대학원 과정을 병행하고 있습니다.

 

Q. 교육정책전문대학원 지원 계기는.

 

이종승 : 교사가 되기 위해 교육대학교에 가면서도 정책을 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어요. 교원정책대학원에 일반전형이 생기자마자 지원해 석사 과정을 거치면서 조금 더 전문성을 가지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 박사과정까지 밟게 됐죠.

 

김승호 : 고교학점제 등 고등학교의 주요 정책들이 만들어지던 시기에 이 같은 정책들이 현장에 어떻게 적용되는지 또 어떤 개선점들이 있는지를 공부해 보려던 생각을 갖고 있었어요. 마침 충북교육청에 교육정책전문대학원 파견 정책이 있다는 것을 보고 지원했습니다.

 

공부를 하다 보니 교육 정책이라는 학문이 굉장히 재미있고 의미가 있어서 박사 과정까지 계속 이어가게 됐습니다.

 

김수진 : 대학원을 가야겠다는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어떤 전공을 하는 게 좋을지에 대해서는 고민이 있었습니다. 학교 경험이 있으니 자연스럽게 교육 정책을 공부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특히 휴직을 하기 전까지 한 2년 정도 부장 교사를 맡으면서 선생님들께 어떤 정책에 대한 안내 또는 집행을 위한 계획 등 행정적인 업무를 좀 많이 했는데요. 정책과 현장의 괴리 등에 대해 조금 더 깊게 공부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입학하게 됐습니다.

 

김수진 : 정책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시야가 생겨

김승호 : 내가 한 말에 책임감이 무거워져

이종승 : 나만의 분야가 생긴다는 것에 대한 의문

 

Q. 현재 박사과정인데, 석사과정을 지낼 때와 어떤 차이를 느끼고 있나.

 

김수진 : 우선 석사과정은 다양한 주제를 접해보고 접근 방법을 공부하면서 내 흥미를 찾아가는 과정 같아요. 그러나 박사과정에서는 나와 잘 맞는 분야를 확인하고, 흥미가 있는 분야는 좀 더 깊게 공부할 수 있는 것 같아요.

 

또 석사과정에서는 경험이 부족하다 보니 교사 시각에서만 정책을 분석하고 바라보고 이해했다면 박사과정에서는 연구자의 입장에서 조금 더 정책을 객관적으로 분석해 보려는 관점의 변화도 있는 것 같아요.

 

김승호 : 석사과정에서는 처음으로 교육정책을 배우는 경험을 해서 그런지 되게 재미있고 흥미로웠어요. 근데 박사과정에 들어오면서 교육정책에 대해 단순하게 이야기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조금 더 깊이 있고 분석적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생각들이 생기다 보니 이전보다 내가 한 말에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들을 갖게 되더라고요.

 

이종승 : 석사과정은 포항과 청주를 오가면서 공부했는데요, 아무래도 물리적인 한계가 있었어요. 그런데 휴직한 상태로 박사과정을 보내다 보니 연구과제 등을 함께 하자는 제안이 많아서 좋은 것 같아요.

 

그렇지만 불안하다는 생각도 조금 있어요. 결국 박사가 된다는 것은 나만의 분야가 있다는 것인데 이게 가능할까에 대한 의문이 있거든요.

 

또 내가 박사가 되면 정말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 수 있을까라는 고민이 시작되는 것 같아요.

 

이종승 : 정책을 바라보고 이해하는 방법 위주로 교수법 변화

김승호 : 교사로서의 자아, 정책을 배우는 입장의 자아 공존

김수진 : 수동적 자세에서 접근과 이해법에 대한 변화 느껴

 

Q. 교사 신분을 갖고 있을 때와는 어떤 차이를 느끼나.

 

이종승 : 예전에는 단편적인 생각으로 청소년들에게 “정책은 이거야”라고 한다면 요즘은 “너희들이 정책을 이해하는 수준 단계에 따라 우리나라 발전 수준도 달라진다”고 말해요. 또 교육에 대해서도 “너희들이 이만큼 관심을 보여야 정책도 이렇게 바뀐다”고 말을 해요.

 

결국 교수법에 대한 더 진지한 고민을 할 수 있게 된 것이 가장 크게 다른 부분인 것 같습니다.

 

김승호 : 사실 큰 차이를 느끼지는 못해요. 교사라는 제 자아에 더해 교육 정책을 배운다는 또 다른 자아가 존재하는데, 아직 둘 다를 포기하지 못하고 있는 느낌이에요. 그러다 보니 두 개의 삶이 독립적으로 돌아가고 있는 것 같아서 특별히 다른 점을 못 느끼겠어요.

 

오히려 교육 정책을 바라보는 또 하나의 저와 학교에서 실행하고 교육하는 제가 존재하다 보니 어느 쪽이 힘들 때 다른 쪽으로 도피하는 경향도 좀 있습니다.

 

김수진 : 교사로 근무할 때는 정책이 공문으로 오잖아요. 사실 공문을 꼼꼼하게 보기 보다 그냥 계획을 세우고 거기에 맞춰 예산을 쓰는 기계적이고 수동적인 자세로 대했던 것 같아요.

 

대학원에 와서는 정책에 접근하는 방법과 이해하는 방법을 좀 배웠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한 번도 고민해 본 적이 없는 어떤 학술적인 질문들을 스스로 하게 되더라고요. 예를 들어 이게 어떤 의도가 있고 어떤 문제가 예상되는, 말하자면 해석하고 이해하는 능력이 좀 갖춰진 것 같아요.

Q. 그렇다면, 모교 등의 일반대학원이 아닌 교원대 정책대학원을 지원한 이유는.

 

김수진 : 저는 교원대 초등교육과를 졸업해서 모교 대학원이긴 합니다. 사실은 우리나라에서는 교육 정책뿐만 아니라 다른 정책학 자체를 전공으로 두는 곳이 많지 않아요. 저는 정책을 좀 더 전문적으로 공부하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지원하게 됐어요.

 

또 교수님들을 좀 찾아봤어요. 교수님들이 바라보는 시각이라고 해야 할까요? 연구자들 마다 어떤 가치라든지 무엇을 문제로 보는지 등 시각들이 되게 다양한데 제 생각과 부합하는 교수님이 계셔서 이곳을 오게 됐습니다.

 

김승호 : 제 고민은 일반 교육 행정과 교육 정책이 어떤 차이가 있느냐 하는 것이었어요. 그래서 지원 전에 교수님들께 여쭤보니 여기는 좀 더 실무적이고 좀 더 구체적인 정책을 다룬다고 하셔서 이곳에서 공부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교육행정은 좀 더 일반론적이고 좀 더 포괄적인 관점이라면 정책대학원에서는 좀 더 구체적인 정책을 다룰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습니다.

 

이종승 : 무작정 대학원은 가야겠다는 생각은 하고 있었습니다. 근데 제가 2015년도에 상을 하나 받으면서 10년 후에 이 대학원에서 공부하겠다고 적어 놓은 거에요. 어린 마음에 정책이라는 게 되게 멋있어 보였어요.

 

우리나라 잘하는 거 많다면서 교육정책 하나 제대로 못 하나 싶어서 대학 재학 중에 찾아보면서 정책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임용고시도 포기하고 면접도 봤죠.

 

포항에서 청주를 오가던 석사과정이 힘들긴 했지만 학교에서 경험한 업무들이 어떠한 정책에서 파생된 것임을 알게 되면서 잘 왔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종승 : 어떤 목소리가 반영되고 영향을 미치는지 의문..."교사 역량에 따라 자문다 효용성 달라"

김승호 : 자문단은 어떤 대표성이 있을까..."구색 맞추기용으로 변질되는 것 아닌가 의문"

김수진 : 자문단 운영 자체가 민주주의 진화..."대표성과 절차와 과정의 공정성 지속 관리 필요"

 

Q. 정부는 교육정책 결정 과정에 현장 의견을 반영하겠다며 교사 등으로 구성된 자문단을 운영한다. 자문단의 현실을 어떻게 보나.

 

이종승 : 현재 국민권익위원회에서 2030자문단에 소속돼 있고 교육부에서 구성한 여러 서포터즈 등에도 열심히 참여한 경험이 있습니다. 그러나 발표되는 정책을 보면 어디서 어떤 목소리가 반영되고 영향을 미치는지 정말 모르겠어요.

 

교사들마다의 역량에 따라서도 자문단 등의 효용성이 크게 달라지는 것 같아요. 예를 들면, 행위 주체성이 뛰어난 교사들은 잘 따라가고 활동에도 적극적이에요. 그러나 이런 분들이 교사 집단 전체를 보면 10%도 안 되거든요. 나머지 90% 교사들은 교실 현장에서 열심히 아이들 가르치고 묵묵히 연구하며 아이들하고 부대끼며 살아가고 있어요. 이런 분들의 이야기가 진짜 현장의 이야기 아닐까요.

 

그래서 실질적으로 현장의 냄새를 조금이라도 더 맡아볼 수 있는 체계를 계속해서 만드는 게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김승호 : 현재 교육개발원이 운영하는 교육정책 네트워크 현장자문단에 소속돼 있으며 이전 정부에서부터 5년째 계속 참여하고 있어요.

 

저 역시 자문단이 어떤 대표성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 물음을 제기하고 싶어요. 자문단에 참여하는 이들이 도대체 누구의 의견을 대변하는 것인지가 명확해야 한다고 봐요.

 

또 교육부 등은 자문단을 선정하면 대체로 이들이 관련 내용을 다 알 것이라는 전제를 두는 것 같아요. 이렇게 되면 관련한 특별 교육이 이루어지지 않고 그냥 바로 의견만 수렴하는 단계가 되거든요.

 

예컨대, 학교 교사는 교육부가 운영되는 프로세스나 이런 것들에 대해서 잘 알 수 없잖아요. 결국 그냥 몇 마디 하다가 “그건 이렇습니다” 하면 더 이상 얘기하기가 어려운 상황이 되죠.

 

전반적으로 구색 맞추기용으로 운영되는 건 아닌가 하는 걱정을 하고 있습니다.

 

김수진 : 자문단을 만들었다는 것 자체가 민주주의 사회에서 한 걸음 진보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교사뿐만 아니라 다양한 시민들에게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어 자문단 운영을 긍정적으로 생각합니다.

 

다만 대표성 문제는 충분히 고민할 필요가 있습니다. 자문단 참여자들은 대부분 교사의 대표 자격일 텐데, 그분들이 정책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객관적인 시각에서 말을 할 수 있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어요.

 

왜냐하면, 어떤 정책에 대한 연구나 구체적인 이해 능력 없이 본인의 주관적인 어떤 경험과 주변 이야기를 바탕으로 일반화해서 이야기할 수도 있는 거잖아요. 이런 부분을 생각한다면 대표성은 잘 갖추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하나 더 말씀드리면 형식이 잘 갖춰졌음이 그 안에서의 절차나 과정까지 공정하게 잘 이뤄짐을 담보하지는 않는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절차와 과정에 대한 지속적 관리가 필요할 것 같아요.

 

"무작위 추첨 등 선발 방식 다양화 필요" 한 목소리

 

Q. 자문단 구성 방안을 제안한다면.

 

김수진 : 현재 교원 단체에서 일을 하시는 분들이 대표 자격을 갖고 많이 참여하고 있는데요. 오히려 무작위 추첨이 다양한 목소리를 수렴하는 데 조금 더 공정하지 않을까 그리고 조금 더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김승호 : 고대 그리스 시대의 민주주의를 보면, 어떤 직을 맡는 사람들을 모두 선발 또는 선출하는 방식으로 운영하지 않거든요. 추첨이라는 형태를 통해서 공직을 맡기기도 했죠.

 

공립학교를 기준으로 보면 대부분 지역들은 순환 근무를 하고 있어서 대부분 비슷한 경험을 하고 있다고도 얘기할 수 있어요. 그중에서 어떤 교사는 열정을 갖고 있고 어떤 교사는 힘들어하기도 하죠.

 

현재의 모집 방식의 자문단에는 대부분 열정 있는 교사들이 지원하기 때문에 학교의 단면만을 볼 수밖에 없을 수도 있죠. 그래서 지원 방식에 추첨 등의 형식을 추가하는 것도 좋겠어요.

 

또 장관 같은 분들이 학교로 찾아가는 형태의 확대를 통해 현장 의견을 들어보는 게 필요하다고 봅니다.

 

이종승 : 세대 등 기본 정보를 토대로 무작위 추첨을 하는 방식도 필요합니다.

 

중등의 경우 사립이 절반을 넘는 지역도 있기 때문에 공사립 비율을 맞출 필요성도 있고요. 평준화 지역과 비평준화 지역 소속 교사들도 섞어서 이야기를 들어보면 좋을 것 같아요.또 각 교육지원청 소속 학교 당 한 명씩 무작위로 선발해서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인 것 같아요.

 

‘선생님들 살아가시는 얘기 좀 해주세요’ 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될 수 있고, 교육 수장인 장관이 직접 이런 곳에 찾아오고 하면 더 좋겠죠.

 

이종승 : 논리적 의사 표현 역량 가르치 수 있는 곳을 희망

김승호 : 정책과 현장의 괴리 좁히는 곳, 정책해설가의 역할 고려

김수진 : 교사 출신 연구자 또는 정책 사업 가능한 자리 원해

 

 

Q. 박사과정을 모두 마친 이후에는 어떤 진로를 그리고 있나.

 

이종승 : 아이들이나 교사, 예비 교사들이 정책 문해력을 가지면 좋겠어요. 알고 외치는 거랑 모르고 외치는 게 굉장히 다르잖아요.

 

일례로 요즘 이슈인 디지털 교과서만 봐도 그냥 나랑 이데올로기가 다르고 예산이 많이 들어가니까 싫다고 하는 것보다 “정책적으로 이런 부분에서는 효과성이 있지만 좀 과한 부분도 있는 것 같아”라고 논리적으로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역량이 필요한 것 같아요. 이후의 자리를 선택한다면 이런 역량을 기를 수 있도록 도움을 줄 수 있는 곳이라면 정말 좋겠어요.

 

또 저는 정책 의사결정과정에 관심이 많은데, 이 분야에서 제 능력이 필요한 곳이 있다면 원적교가 됐든 또 다른 곳이든 관계없을 것 같아요. 당장은 지금 다니고 있는 학교가 정말 좋습니다.

 

김승호 : 요즘 느끼는 현상들 중 하나가 교사와 정책 간에 존재하는 거리에요. 예컨대 정부에서는 정책을 개발하기 위해 몇 년씩 연구도 하고 토론회도 거치고 이 밖에 다양한 방식을 활용하는데요. 이러한 과정 속에서의 논의들이 교사에게는 전혀 도달되지 않기 때문에 최종 결정된 정책이 교사들한테는 굉장히 뜬금없이 느껴지는 것 같아요.

 

대표적으로 생애 주기에 따른 교원 정책을 개발하겠다는 논의가 나온 지 벌써 수십 년이 돼가고 있는데 사실 교사들한테는 전혀 들리지 않고 있거든요. 그냥 가끔 언론 보도로 나왔다가 사라지는 일로만 여겨지는 거죠.

 

이러한 논의들은 교사들이 중심이 되지 않고, 이해하는 과정들을 거치지 않고 어느 날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게 되면 왜 ‘현장 이야기를 듣지 않았어’라는 이야기들이 주로 나올 수밖에 없는 거죠. 이 차이를 메워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또 현장 교사로서 또는 교육적 철학을 배운 사람으로서 정책에 대한 해설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정책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교사들에게 “지금 이러한 프로세스가 진행되고 있고 언제쯤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으니 미리 준비하면 좋겠다”는 등의 의견도 제시할 수 있겠죠.

 

김수진 : 구체적으로 어떤 직을 반드시 얻어야겠다는 생각보다는 교사 출신의 연구자가 되고 싶다는 그런 막연한 생각을 가지고 있어요.

 

최근 교육청 산하에도 연구소가 많이 설립되고 있는데요, 그런 연구 기관에서 연구활동을 하거나 그렇지 않다면 학교로 돌아가 교사 생활을 하면서 다양한 연구 사업에 참여하고 싶어요.

 

김수진 : 이론과 현장 괴리감 좁힐 수 있을 듯

김승호 : 특별한 장점에 대한 고민은 필요

이종승 : 교직관이 바뀌는 시대, 전형적 선생님 모습이 장점될 수도

 

Q. 교사 출신은 교육정책입안자로서 어떤 장점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나.

 

김수진 : 교사는 가장 직접적으로 교육정책을 실현하는 실행가로 현장 문제를 가장 잘 알고 있어서 이론과 현장의 괴리감을 좁힐 수 있겠죠.

 

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집행 능력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현장 목소리를 들어야 드러날 문제들 또는 드러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다고 봐요.

 

정책이 잘 운영되려면 교육부, 교육청, 학교 관리자, 교사 등 모두에게 정책에 대한 공유된 가치 또는 합의된 목표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자발성을 촉진할 수 있겠죠.

 

과거처럼 교사에게 정책에 대한 단순 집행만을 강요한다면 교사는 어떤 기술자에 불과할 것 같아요. 좀 더 역할을 맡기면 학교 현장과 정책들이 잘 결합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래야 어떤 공통의 목표를 위해서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김승호 : 솔직히 특별한 장점이 있는지 잘 모르겠어요. 교육청에도 교사 출신 전문직이 존재하고 교육부에도 교사 출신 연구사들이 꽤 있는데 과연 이분들이 만들어 내는 교육 정책은 특별히 무엇이 다른가라는 생각이 좀 들어요.

 

현장 목소리를 반영한다는 명분을 내세우지만 사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전국 교원 40여만명 중에 한 명일 뿐이고, 경험한 학교 역시 매우 제한적인 공간이잖아요.

 

이런 관점에서 보면 교사 출신 교육정책입안자의 특별한 장점에 대해서는 조금 고민을 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이종승 : 교육적 시각을 바탕으로 학생 중심의 정책을 만들 수 있다는 주장은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교직관이 계속 바뀌는 이 시대에도 유효한 주장인지는 모르겠어요.

 

사회적으로 교사 집단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커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주변에 있는 교직 외의 사람들은 ‘교사들은 방학이 있다’, ‘다른 집단에서도 산업재해가 많은데 왜 교사들은 시위를 막 해’ 등의 이야기를 하는 게 많아지는 것 같아요. 참 슬픈 일이죠.

 

이에 맞서 앞으로 교사들이 내놓을 수 있는 카드는 다양성과 포용성 정도가 될 것 같은데요. 출생율이 낮아지고 다문화가 증가하는 현 상황을 비춰 보면, 앞으로 교육 방향 자체가 많이 바뀔 것 같아요. 이민자 등의 소수자와 사각지대를 대상으로 그간 우리가 고정관념으로 가지고 있던 ‘선생님은 이럴 것이야’라는 전형을 보여주면 오히려 장점으로 활용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종승 : 직위의 문제 아닌 경험의 문제

김승호 : 정치적 관점 부족으로 오히려 현장과 더 갈등 생길 수도

 

Q. 반대로 단점이나 한계 등은.

 

이종승 : 교사이기 때문에 갖는 한계라기보다는 경험의 문제라고 생각해요.

 

저는 교대 졸업과 동시에 교사가 됐고 바로 대학원을 지학했거든요. 그렇다면 제게 단점과 한계가 명확이 있어야 하잖아요. 그런데 교직에 들어오기 전에 국민은행 홍보대사도 했었고 아르바이트도 별의 별 것을 다 해봤어요. 그래서인지 동기 선생님은 제게 ‘노동의 소중함을 아는 것 같아 신기하다’고 하더라고요.

 

솔직히 교사들끼리도 초중등 할 거 없이 우리는 일반 사회 경험이 좀 부족하고 그래서인지 관점이 좁은 것 같다는 말을 하곤 합니다. 스스로도 자신의 집단에 색안경을 끼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고 다양한 경험을 통해 극복할 필요가 있다고 봐요.

 

특히 교육부 등의 사업 참여 기회가 온다면 적극적으로 참여해 보는 자세를 통해 경험을 쌓았으면 좋겠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현장을 이해하는 정책가의 역량이 생기는 것은 아니니까요.

 

김승호 : 교육적인 관점에서 합리적인 의견들을 많이 제시할 수는 있을 것 같아요. 그러나 정책이라는 것은 합리적인 측면과 동시에 정치적인 측면이 있거든요. 교사들이 약한 부분이 바로 이 정치적 측면인 것 같습니다.

 

교사들은 자기들이 만들어 낸 안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는데 왜 확산하지 않을까 하는 관점을 주로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오히려 교사 출신들이 만들어 낸 정책들이 현장과 더 부딪히는 경우들이 생겨날 수 있다고 봐요.

 

김수진 : 학부모와 교사 간 괴리 좁히고 싶어...기존 정책 보완하는 역할 하고파

김승호 :  교육부-교육청-지원청-학교로 이어지는 위계 질서 변화 연구 관심

이종승 : 입직 초기 교사들 연구 통해 즐겁게 일하는 교육현장 제안할 것

 

Q. 정책입안자가 된다면, 어떤 정책을 제안해 보고 싶나.

 

김수진 : 최근에 학부모와 교사 간의 갈등이 사회적으로 크게 알려졌는데요. 문서로 또는 법제화로 해결하려는 방식만을 취하는 것 같아 아쉬워요. 법률 제정이 필요하기는 하지만 자주 만나서 이야기하며 쌓아가는 협력적 네트워크와 거버넌스를 함께 구성하는 것도 고민할 필요가 있어요.

 

외국에서는 학부모가 정책 논의나 학교 활동에 참여할 때 유급 휴가를 주게 되어 있어요. 만남을 위한 장애 요소를 해소하는 다양한 노력의 하나라고 생각해요.

 

우리나라도 단순히 어떤 법과 제도로 관계 형성을 하는 게 아니라 학부모와 교사가 협력적 네트워크를 만들어 갈 수 있는 기회를 제도적으로 충분히 지원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또 우리나라는 수많은 정책들을 계속 양산하고 있거든요. 새로운 정책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만들어진 정책을 피드백하고 수정하는 환류과정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기존 정책들의 문제점을 찾고 보완해 가는 일을 해보고 싶어요.

 

 

김승호 : 학교 폭력 관련 문제와 교육부-교육청-지원청-학교로 이어지는 위계 질서의 변화에 대한 연구를 해 보고 싶습니다.

 

학교라는 공간에 개입하고자 하는 학부모의 요구가 많아지고 있고, 이들은 어떤 영향을 주고 싶어 하는 것 같아요. 구체적 방식으로 교육부를 직접적으로 압박하거나 교육감을 선출하는 대리 형식을 띄는 것 같습니다. 결국 기존 관청의 위계질서가 어떻게 보면 학부모들의 대리전 양상을 띄게 됩니다.

 

그런데 학교는 직접 소통이 가능한 공간이에요. 학교에서 직접 소통된 의견을 바탕으로 학교가 교육청과 교육부에 요구하는 방향이 맞는다고 생각해요. 현재는 학부모들이 학교를 바꾸겠다며 교육청과 교육부를 압박 어떤 지시가 내려오는 형태로 나타나고 있어 이 구조를 바꿔야할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구체적으로는 학교장 공모제를 좀 더 확대할 필요가 있고, 나아가 교육장 직선제도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러나 기본 단위는 지원청이 아니라 학교인 만큼 학교장 등 대표를 선출하는 다양한 방식을 우선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이를 통해 정확히는 학부모뿐만 아니라 지역사회 의견들이 학교 현장에 좀 더 반영되어야 하고 교장의 역할은 해결형 교장으로 바뀌어야 할 거에요. 이런 모델들이 과연 우리 사회에서 잘 적용될 수 있을지 계속해서 시험을 해 봐야 할 것입니다.

 

또 최근 정책 당국은 학교폭력 관련 대책들을 많이 내놨지만 진짜 문제는 이를 실행할 만한 동력이 없는 거라 생각해요.

 

이를 해소하기 위해 학교폭력의 개념의 분리와 교육적 처리와 수사기관 이관 조치 등의 명확한 구분이 필요해 보여요. 한 번씩 터지는 사건들을 토대로 학교폭력 정책을 만들다 보니 정책에 대한 인식들이 리셋되기도 하는 것 같아요. 이를 장기적 관점에서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에 대한 대안을 만들어 보고 싶어요.

 

이종승 : 입직 초기 교사에 대한 정책을 해 보고 싶어요. 최근 신규 교사들의 이탈율이 높아지고 있다고 합니다. 우리 사회가 교사에게 기대하는 것과 그 대가의 차이가 큰 것 때문이 아닐까 라는 문제의식을 갖고 있어요.

 

모든 교사들이 교사의 꿈을 갖고 대학에 진학하거나 임용고시를 준비하지는 않았을 것 같아요. 그래서 교사라는 직업을 갖게 된 이유부터 교직생활이 어떤 점에서 힘든지 또 왜 교직을 떠나고 싶어 하는 지 등에 대한 연구를 할 필요가 있다고 봐요. 지금 이대로 가면 교사 집단 전체가 무너질 가능성이 없지 않기 때문에 복지부터 시작해서 다양한 이유를 찾아봐야 할 것 같아요.

 

사회 변화에 따라 교직관의 변화도 확실히 있는 것 같아요. 새로 입직하는 교사들이 즐겁게 학교생활을 할 수 있도록, 회의감을 느껴 떠나지 않도록 교직이 자생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또 장학사, 교감, 교장 등을 안 하겠다는 교사들도 늘어나고 있어 인사제도 혁신도 필요하고요.

 

경제 상황, 시간 등 물리적 제약 많아..."국가의 지원 필요"

 

Q. 박사 등 대학원 과정, 현실적으로 어떤 어려움이 있나.

 

김수진 : 휴직 2년차를 맞이했는데요, 올해부터 경제적으로 힘들다는 게 느껴지고 있어 공부하는 입장에서는 조금 어려움이 있습니다.

 

특히 해외대학원 코스 과정은 일정 수준이 지원된다고 들었는데요, 국내 대학원은 지원하지 않아서 아쉬워요. 우리 스스로 국내 대학원 수준이 해외 대학원보다 낮다고 평가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해외 대학원 진학을 오히려 권장하는 형국이에요.

 

국내든 해외든 대학원 진학에 대한 지원이 비슷하다면 많은 교사들이 전문성을 키우기 위해 대학원에 진학하는 게 좀 더 수월할 것이라 생각해요.

 

김승호 : 학교 근무와 병행하고 있다 보니 물리적인 시간 등에 어려움이 있어요. 이런 어려움을 어떤 시각으로 바라봐야 하는지 더 의문이에요.

 

현재 각 시도교육청에서는 파견 제도를 통해 석사과정을 지원하고 있거든요. 그런데 박사과정 파견 제도는 없는 것으로 알아요. 다시 말하면 교육과 관련된 박사 수준의 학위는 필요 없다는 뜻이라 생각할 수도 있죠. 과연 교육부와 교육청이 정말 이런 관점으로 관련 제도를 운용하지 않는 것인지 확인이 필요하고 만약 그렇다고 한다면 관점의 변화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T/O가 많지 않더라도 박사과정까지 가고자 하는 교사들이 있다면 지원이 필요한 것 같아요.

 

학교가 소속 교사의 대학원 진학을 반기지 않는 것도 문제에요. 야간 자율학습, 방과 후 수업 등의 일부 업무를 할 수 없는 상황이 생기기 때문이죠.

 

교사가 공부를 한다는 게 학교와 교육 전체에 어떤 의미를 주는지에 대한 답이 내려져 있지 않기 때문이지 않나 생각합니다.

 

이종승 : 건강보험료 정도만이라도 부담을 덜어주면 좋겠어요. 이런저런 연구에 참여하면서 최저 생계비 정도 벌고 있는 것 같은데요, 6개월 이후부터는 정말 힘들더라고요.

 

그런데 국가에서 지원을 해줬을 경우 나만의 정체성으로서의 박사인 건지 국가 지원을 받은 박사인지에 대한 고민은 좀 더 필요한 것 같아요. 저는 교직에 왔으니 관련한 박사를 해야 한다는 정체성이 더 컸어요. 개인적으로의 지적 희열인 거죠.

 

그래도 앞서 말씀하신 것처럼 50% 지원을 받는 등 어느 정도는 타협을 하고 이를 요구할 필요는 있어 보입니다.

 

이종승, 김수진 : "고민하고 있다면 도전"

김승호 : "그냥 듣는 것 아닌 산출물 내는 곳임을 명심해야"

 

 

Q. 대학원 공부를 희망하는 동료 교사들에게 하고픈 말이 있다면.

 

이종승 : 저는 2년 동안 포항과 청주를 오갔었는데요. 가성비가 없다는 평가도 있지만 저에게는 가성비가 최고였어요.

 

선택지가 생겼을 때에는 고민보다 행동하세요. 고민하고 있다면 논문도 한 번 보시고 조금이라도 재미를 느낀다고 하면 바로 도전하는 것을 추천해요.

 

김승호 : 제가 석사 지도 교수님이 “교사들은 대학원에 무언가를 들으러 오는 분들이 많다. 대학원은 좀 더 연구를 해서 생산해 내는 곳인데 인풋 만을 너무 좋아하신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저는 어느 정도 동의합니다.

 

단순한 공부, 그냥 배우고 싶어서 대학원 진학을 생각하는 분이 계시다면 오히려 MOOC처럼 대학원 밖에서 배울 것이 훨씬 많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박사 과정으로 넘어 오시는 분들은 더 진지한 고민을 하고 있을 텐데요. 그 고민은 각자에게 달려 있다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대신 저는 저에게 이 말을 해 주고 싶습니다. “박사 과정이 되면 나에 대한 기준치도 높아지고 외부의 기대치도 생겨. 마냥 석사 하듯이 하면 안 되는 거야. 좀 더 힘 내자”라고 말이죠.

 

김수진 : 일단 대학원에 진학해서 고민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 같아요. 직접적으로 경험하지 않으면 체감이 잘 안 될 뿐만 아니라 어떤 분야에 대해 더 진지하게 공부해 보고 싶은 게 맞는지 등을 명확히 모르는 것 같기 때문이에요.

 

저도 처음에는 대학원 과정이 나에게 어떤 도움이 될까 하는 고민과 의문이 있었는데 막상 논문도 써 보고 학술지도 써 보고 하니까 지적 희열 같은 것을 느끼면서 잘 맞는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또 제 인생에서도 단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는 고민들도 하게 됐다는 점에서 제 인생이 좀 풍부해졌다고 느껴요. 고민을 하고 있다면 진학을 추천해요.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