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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정책 리터러시] ⑦정미라: 현장체험학습 지속가능성을 위한 첫 걸음, '문제점 진단'

[더에듀] 교육정책은 정치권에서 교육부, 교육청을 거쳐 학교 현장으로 내려오는 구조가 일반적이다. 때문에 과거에는 대통령이나 교육부장관이 모든 교육정책을 수립하고 결정하는 주체로 여겨지면서 현장과의 괴리라는 문제가 나타났다. 결국 정책 수립 과정에 교사들의 참여 필요성이 대두했고, 교사들도 대학원 등을 진학해 정책적인 면모를 갖춰 나가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현장은 흔들리는 교육정책에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이에 <더에듀>는 교육정책을 공부하고 논의하고 제안하는 역할을 하는 <교육정책디자인연구소> 회원들이 제안하는 교육정책을 살펴보면서 교사가 교육정책 소비자에서 생산자로 자리매김하는 데 일조하고자 한다.

 

 

현장체험학습이 실시될 즈음 학생들은 분주해진다. 공식적으로 학교와 가정을 탈출하여 친구들과 즐거운 추억을 만들기 위해 자신을 탈바꿈할 의복을 준비하고 친교 계획을 세우면서 한껏 들뜬다.

 

학부모도 자녀의 설렘을 지켜보면서 자신의 행복했던 과거 추억을 떠올리면서 응원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예측할 수 없는 안전 사고에 대한 걱정도 한다.

 

교사들은 학생들의 해맑은 담소들을 지켜보며 학생들에게 행복한 순간이 도래했음을 인지하지만 그보다 현장체험학습에서의 학생 지도와 안전에 대한 막중한 부담으로 시간이 어서 빨리 무사히 지나가기를 고대한다. 얼마 전 한 학생이 현장체험학습 도중 버스에 치여 사망하는 사고 뉴스를 접하게 되면 그 불안감과 부담은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실제로 숙박형 현장체험학습을 운영해야 하는 학년은 교사들에게 기피 학년이었다. 이 글을 쓰는 집필자인 나도 올해 2박 3일 현장체험학습을 담당하면서 현장체험학습이 학생들에게 진정으로 행복의 시간이 되고 학생들을 성장시키는 효과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지만, 이 업무를 다시 담당하라고 하면 선뜻 반기지는 못할 것 같다.

 

 

무엇 때문일까? 유·초·중·고 별로 모두 다양한 형태로 현장체험학습을 운영하고 그 나름대로의 문제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문제 진단을 위해서는 현장체험학습을 추진하는 과정을 구체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 글에서는 본 집필자가 근무하고 있는 고등학교의 현장체험학습 추진 과정을 자세하게 들여다봄으로써 현장체험학습의 문제와 어려움을 구체적으로 탐색해보고자 한다.

 

많은 언론에서 현장체험학습은 교사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지만 실제 얼마만큼의 업무를 감당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자세하게 논의된 적은 없는 것 같다. 이에 2024년 올해 총괄 담당자로서 추진한 업무의 과정을 표로 정리해 보았다. 정리해 놓고 보니 ‘업무 총괄과 담당자로서 다시 이 업무를 추진할 수 있을까?’ 하는 질문에 망설임이 느껴진다.

 

무엇보다 업무 담당자는 동료 교사, 행정실, 교육청, 학생, 학부모, 여행사(담당자 및 안전요원), 교육청 지원단 등 다양한 구성원들과 지속해서 소통하고 협력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지만 큰 부담으로 나타날 수도 있을 것이다. 일단 이 글에서는 현장체험학습의 전 과정을 들여다보고 관련된 주요 구성원을 중심으로 문제점과 어려움에 대해 알아보기로 한다.

 

먼저, 교사 요인을 살펴 보자.

 

첫째, 업무 부담이 크다 보니 인솔교사를 배정하는 것이 쉽지 않다.

 

해당 학년을 기피하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부담임까지 포함해서 함께 운영해야 하는 숙박형 현장체험학습의 경우 인솔교사를 확보하는 것이 쉽지 않다.

 

게다가 공무원 출장을 기준으로 교통비와 숙식비가 현장체험학습 비용으로 자동 지출되어 해당 금액이 제외된 2박3일 전 일정 5만원도 안 되는 출장비 잔액이 지급되고 오전 6시부터 12시까지 학생 지도를 담당해야 하지만 시간 외 수당도 하루 4시간만 지급된다.즉, 교사의 노고에 대한 충분한 보상이 주어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최대한 부담임까지 인솔하도록 설득하고 못 하는 경우 잔류학생 지도교사로 역할을 부여하게 된다.

 

둘째, 현장체험학습은 교사에게 간헐적인 업무이다. 다시 말해 어쩌다 한 번씩 담당하게 되어 현장체험학습 업무가 익숙하지 않다.

 

업무 담당자의 경우 사전에 엄청난 분량의 매뉴얼과 이전 공문을 숙지하고 이전 업무 담당자와 여행사 직원 및 안전요원과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협업해야 한다. 사전 교사 연수를 진행하지만 워낙 방대한 정보가 있다 보니 사전에 전 과정에 대한 철저한 이해와 숙지 과정이 없다면 현장체험학습 일정 동안 학생 지도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셋째, 현장체험학습에 있어 교사의 경험에 따라 이해도와 지도에 있어 다양함이 있다.

 

특히 현장체험학습 지도 경험이 없는 교사의 경우 전과정에 있어 아무리 사전에 연수 내용을 숙지한다 할지라도 지도에 부담이 막중하게 여겨질 수밖에 없다.

 

이 밖에도 2개 연도에 지속해서 진행되는 숙박형 현장체험학습의 경우 거의 매년 업무가 재배정되는 학교의 경우 담당자의 업무가 지속되지 않을 수도 있다. 담당자가 바뀌거나 학교를 떠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담당자의 현장체험학습 운영에 입장 차이가 있는 경우 업무 추진에 대한 부담감이 증가하기도 한다.

 

 

다음으로, 학생 요인이다.

 

첫째, 학생들은 다양하다.

 

교사의 지도를 잘 수긍하는 학생도 있지만 평소 학교생활 과정에서 소통이 어렵거나 교사의 지도를 거부하는 학생까지 있다. 또한 음식에 있어 알레르기가 있는 학생들이나 교사의 지도 내용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학생들도 있다.

 

그럼에도 현장체험학습에는 극소수의 학생들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학생이 참여하기 때문에 2박 3일 전 일정에 있어 교사의 학생 지도 및 관리에 부담감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더욱이 학생의 일상생활에서의 개별적인 특성을 세세히 모르고 있는 교사의 입장에서는 혼자서 학급의 모든 학생을 관리하기란 쉽지 않다.

 

둘째, 학생들의 참여 신청에 변동사항이 많다.

 

참여를 희망했다 취소하거나 참여를 거부했다 희망하는 학생들이 현장체험학습을 실시하는 날까지 계속해서 변경된다. 때로는 한 학생이 취소와 신청을 반복하기도 한다.

 

현장체험학습 일주일 전부터는 여행사와의 계약 조건으로 인한 공동경비 부담 의무가 있어 학생 1인당 경비 산출이 달라지기에 담당교사는 수차례 경비를 재산출해야 한다.

 

셋째, 학생들의 요구사항이 많다.

 

현장체험학습에 있어 학생마다 체험장소별, 활동별 만족도가 다르기 때문에 불만과 요구사항이 제기된다. 교사마다 지도 경험의 차이가 있어 이에 대한 대응에 차이가 발생하게 되고 이로 인해 교사는 체험학습 내내 심적 부담감이 증가한다.

 

넷째, 학생들은 교우관계 있어 민감성이 크다.

 

특히 버스 좌석 배치, 방배정에 매우 민감하며 친한 동료와 같은 공간에 배치되고 싶어 하는 의지가 매우 강하다. 때로는 모든 학생이 기피 하는 학생들도 있어 담임교사가 주어진 공간에 학생을 배정하는 업무는 정말 쉽지 않다.

 

다섯째, 학생들은 현장체험학습에서 자유로움을 발산하고 싶어 하는 경향이 있다.

 

교실보다는 학교 밖에서의 지도가 더욱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특히 흡연이나 음주를 하려고 하거나 숙소를 이탈하려고 하는 시도가 자주 발생한다.

 

 

학부모 요인도 있다.

 

첫째, 현장체험학습에 적잖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일단 체험 비용은 올해부터 교육청에서 지원하여 학부모의 부담을 줄어들었지만 자녀의 현장체험활동을 위한 의복 구입비, 용돈 등의 부담은 여전하다.

 

둘째, 현장체험학습 운영 과정에 대한 이해가 충분하지 않아 여러 가지 질문과 의견이 제기된다.

 

교통수단, 체험 장소, 학생 방배정, 음식, 안전지도 등 걱정이 되거나 불만이 있는 경우 학교에 연락을 취한다. 무엇보다 학생의 수만큼 학부모의 수도 많다.

 

셋째, 간혹 자녀에 대한 배려를 강하게 요구하는 학부모도 있다.

 

대부분의 학부모는 현장체험학습 과정에 적극 동의하거나 수긍한다. 그러나 좌석 배치, 방배정 등등에서 자녀가 부모에게 졸라대거나 불평할 경우 학교로 연락을 취하는 학부모도 있다.

 

여행사 관련 요인 역시 무시할 수 없다.

 

첫째, 최종 계획 수립 과정에서 이익 창출을 위해 계약 조건과 다른 제안을 하기도 한다.

 

담당교사는 계약 조건을 계속해서 꼼꼼히 확인하고, 여행사 직원과 명확하게 소통해야 하며 소통과정은 가급적 문서로 남겨야 한다.

 

둘째, 안전요원 배치와 활용에 있어 변경이 많다.

 

계약 당시 확인한 안전요원과 다르고, 매뉴얼에 제시된 기준에 적합하지 않은 안전요원이 배치되기도 하여 행정실에 안전요원에 대한 아동학대와 성범죄 조회를 급하게 요청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 또한 비용의 문제 때문일 수 있다.

 

셋째, 안전요원과의 소통과 협업이 쉽지 않을 수 있다.

 

안전요원은 교사가 아니기 때문에 학생 지도 책임에 있어 교사와는 차이가 있다. 교사에게 거의 모든 책임이 전가된다. 게다가 현장체험학습 당일 처음 만나기 때문에 교사와 안전요원 사이에 서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여 갈등이 야기되기도 한다. 때로는 안전요원이 학생 지도에 있어 주도권을 가지려 하여 간혹 교사가 학생을 지도하는 데 있어 의견 차이가 생기기도 하고 이로 인해 학생 지도에 혼선이 발생할 때도 있다. 더욱이 학생에 대한 이해도가 낮거나 지도 경험이 거의 없는 안전요원이 배치되는 경우 교사에게 또 다른 부담으로 작용될 수도 있다.

 

넷째, 여행사에서 제공하는 자료에 오류가 있을 수 있다.

 

숙소 객실 배치나 방별 학생 명단 등 현장체험학습에서 여행사가 출력해서 부착하는 정보에 오류가 있을 수 있어 교사가 꼼꼼히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아무래도 여행사와 함께 진행하는 업무는 담당교사가 철저히 확인하고 명확하게 소통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현장체험학습, 교육적 효과 크지만..."교사 책임과 책무성 유지되면 지속 가능 보장할 수 없어"


마지막으로 위에 제시되어 있는 현장체험학습 업무 추진 과정은 각 과정마다 겪어야 하는 시간과 교사의 노고가 따른다. 그리고 항상 예측하지 못하는 상황들이 발생하여 교사들이 당황하게 된다.

 

반면 학생 입장에서는 현장체험학습의 즐거움과 자유로움이 먼저이다. 그 마음을 이해하기에 업무와 학생 안전에 대한 막대한 부담을 감수하고 현장체험학습을 운영하는 것이다.

 

실제로 현장체험학습은 학생들의 폭넓고 생생한 사회 경험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고 그만큼 학습 효과도 크다. 그러나 교사에 대한 책임과 책무성에 대한 부담이 현재와 같다면 지속가능할 수 없을 수도 있다.

 

짧은 글 속에 구체적인 해결방안까지 싣기엔 무리가 있어 모두 밝히진 못하지만, 교사의 해당 업무 추진과 책임에 대한 막대한 부담을 경감할 수 있는 지원이 반드시 모색되어야 한다. 그리고 학교 교육공동체 간의 상호 이해와 협업일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전 과정 교사와 학부모가 주체적으로 함께 준비해야 하는 과정이며 일부 과정에 있어서는 학생들과 학생회의 주체적인 참여도 필요하다.

 

또한 학교에서 평소 수업과 학생 지도를 감당하고 있는 교사가 현장체험학습을 추진하기 위해 추가적으로 많은 야근과 열정을 소모해야 하는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해 교육청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더 이상 학생들에게 의미가 있으니 교사가 감당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논리는 교사의 인권 보장과 더 나아가서는 학생들의 지속적인 학습 효과와 성장을 고려해볼 때 바람직하지 않다.

 

무엇보다 이 글을 쓴 목적은 현장체험학습을 문제점과 어려움을 효과적으로 대처하여 현장체험학습을 활성화하기 위해서이다. 문제점을 파악하지 않으면 해결방안을 모색할 수 없기에 현장체험학습의 전과정을 제시해 본 것이다.

 

문제점 분석 이전에 교사가 추진하는 현장체험학습에 있어 교사 입장에서의 역지사지의 공감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또한 교사이기 이전에 아이를 키우고 있는 부모로서 이를 근거로 아이들의 행복한 시간인 현장체험학습을 더 이상 운영할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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