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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정책 리터러시] ①고성은 장학사 : 학폭조사관 도입 취지 살리려면?..."열린 마음이 필요해"

학폭조사관 제도의 나아갈 길 : 도입 취지 살리기와 교육공동체 니즈 반영을 중심으로

[더에듀] 교육정책은 정치권에서 교육부, 교육청을 거쳐 학교 현장으로 내려오는 구조가 일반적이다. 때문에 과거에는 대통령이나 교육부장관이 모든 교육정책을 수립하고 결정하는 주체로 여겨지면서 현장과의 괴리라는 문제가 나타났다. 결국 정책 수립 과정에 교사들의 참여 필요성이 대두했고, 교사들도 대학원 등을 진학해 정책적인 면모를 갖춰 나가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현장은 흔들리는 교육정책에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이에 <더에듀>는 교육정책을 공부하고 논의하고 제안하는 역할을 하는 <교육정책디자인연구소> 회원들이 제안하는 교육정책을 살펴보면서 교사가 교육정책 소비자에서 생산자로 자리매김하는 데 일조하고자 한다.

 

 

◆ 들어가며

 

2024년 2월 20일 국무회의에서 ‘학교폭력예방법’ 시행령이 심의‧의결되었다. 이 개정안의 신설된 조항 중 제8조(전담부서의 구성 등) ②항1)에 따라 교육현장에서 학교폭력 사안 조사업무는 학교폭력전담조사관이 하게 되었다.
1) 교육감은 법 제11조의 2에 따른 학교폭력 조사•상담 업무의 효율적인 수행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는 제1항에 따른 전담부서에서 학교폭력 조사•상담 관련 전문가를 활용하도록 할 수 있다.

 

2024년 3월 1일 기준 17개 시·도 교육청 산하의 177개 교육지원청에서 1880명이 모집되어 현재 운영되고 있다.2)
2)출처: 에듀프레스(2024.03.29.) 학폭조사관 도입..‘교사 동석’등 부담 여전

 

이 글에서는 학교폭력전담조사관 제도가 도입 취지에 맞게 운영되고 있는지 돌아보고 교육공동체가 원하는 방향으로 학교폭력전담조사관 제도가 나아가야 하는 길을 제언하고자 한다.

 

학폭전담조사관 제도의 도입 취지는 크게 두 가지로 압축된다.

 

첫째는 학교폭력사안 조사과정에 공정성과 전문성 확보 차원이다.

 

2023년 사회 고위층 자녀의 학교폭력 사안조사에서 공정성과 전문성에 대한 의문이 드는 사건이 연달아 발생했기에 검증된 학교 외부의 인력이 사안조사를 담당해 공정성과 전문성을 확보하고자 했다.

 

둘째는 교사의 부담 완화였다.

 

서이초 사태에서도 볼 수 있듯이 교사에게 학교폭력 사안은 가장 큰 민원의 발생요인이며 막중한 책임감과 업무부담으로 다가온다.

 

2020년 3월 1일부터 학교폭력 사안에 대한 심의는 학교에서 교육지원청으로 이관되었으나 여전히 사안조사는 학교의 몫이었다.

 

 

교권보호가 크게 이슈화되던 2023년 10월 6일 윤석열 대통령이 현직 교사들과 가진 자리에서 “선생님들이 학교폭력 관련 일을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학교전담담경찰관(SPO)이 전담할 수 있도록 하라”고 지시3)했으며, 이후 현실가능한 대안을 찾는 과정에서 나온 제도이기에 교사부담 완화를 도입 취지로 손꼽을 수 있다.
3)출처: 오마이뉴스(2023.10.07.) 윤 대통령“학교폭력, 학교경찰관이 전담해야”

 

그렇게 도입된 학교폭력전담조사관 제도는 현재 취지를 잘 살리며 운영되고 있을까?

 

 

◆ 학교폭력전담조사관 제도의 현 상황과 문제점

 

공정성 측면에서는 성과가 있다. 최소한 학교 내부 인사보다는 전담조사관이 외압으로부터 더 자유로워 보인다.

 

하지만 이는 추측에 불과하다. 학교에서 일어나는 학교폭력 사안 중 외압으로 인해 공정하지 않게 사안조사가 이뤄진 사안들이 얼마나 있었는지와 조사관 제도 시행 이후 개선되었는지에 대한 데이터는 없다.

 

사실 학교에서 외압으로 인해 사안조사가 공정성을 잃는 경우 자체가 매우 이례적인 일이거니와 외압으로 사안조사가 불투명하게 이루어진 경우 자체를 조사해서 찾아내는 것도 어려운 일이기에 검증은 어렵다.

 

전문성 확보는 되었을까?

 

강득구 의원(더불어민주당, 안양만안)이 지난 3월 발표한 시도별 학폭조사관 위촉현황을 보면, 퇴직 경찰은 전체 1880명 중 704명으로 전체의 37.4%이며 퇴직교원 445명(23.7%), 청소년전문가(상담가 등) 427명(22.7%)으로 다양화되어 있다. 사안조사에 특화된 퇴직경찰, 교육현장에 이해도가 높은 퇴직교원, 학생 심리에 장점이 있는 청소년 전문가 등으로 다양하게 구성하려 노력한 점이 엿보인다.

 

시행 1년차인 올해부터 높은 전문성을 보여주기는 힘들겠지만 역량강화 연수가 꾸준히 이뤄지고 조사 경험이 축적되면 사안조사의 전문성은 차츰 확보되리라 예측된다.

 

그렇다면, 교원의 학폭사안조사 관련 업무는 줄어들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기존 대비 줄어든 것은 사실이지만 기대만큼 줄어들었다고 하기는 힘들다.

 

대통령이 현장교원과의 대화에서 말한 것을 교사들은 학폭사안조사에서 ‘완전한 해방’으로 해석했을 것이다. 하지만 미성년자인 학생을 대상으로 외부인인 전담조사관이 조사하는 것 자체가 여러 위험부담이 있을 수 있다.

 

그 결과 교육부의 2024 학교폭력사안처리 가이드북에 교사는 전담 조사관의 사안조사 시 자료 준비는 물론, 학부모 면담 요청 장소 및 각종 자료를 제공해야 하며, 실제 조사 때는 동석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4)

4) 출처: 한국일보(2024.03.29.) 학교폭력 전담관 뽑았으나...“조사시 교사 동석 조항 실효성 떨어져”

 

서울, 경북 등 5개 교육청은 교사 동석이 원칙이고 경기 등 10개 교육청이 학교장, 대전은 학폭조사관이 교사 참여여부를 판단한다. 사안조사에서 교사 동석을 아예 배제하는 곳은 제주가 유일하다.

 

특히, 학폭 조사관과 학생 및 보호자와의 일정을 조율하는 것은 학교의 새로운 업무가 되었다. 이런 교사 동석으로 인해 교사들의 2%만이 조사관 제도 시행 후 교사 학폭업무가 줄어들 것이라고 답했으며5) 교사노조연맹은 조사관 제도가 학폭업무에서 교사를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조사관의 업무보조인으로 전락시킨다고 지적했다.

5) 출처: 2024. 3월 인천교사노조 인천교원대상 설문조사 결과(응답자 1033명)

 

더불어 여전히 사안에 대한 1차 조사는 교사가 실시하고 있는 현실도 고려한다면 이 부분에서 제도도입의 취지는 무색해지는 면이 크다.

 

 

◆ 대안은 무엇인가?

 

2024년 5월 좋은교사운동의 전담조사관제도에 대한 교사 175명의 만족도를 보면 만족한다는 의견은 매우 그렇다(6%)와 그렇다(14%)를 합쳐 20%인데 비해 매우 그렇지 않다(35%)와 그렇지 않다(26%)는 61%로 만족하는 응답의 3배가 넘었다.

 

응답자의 87%는 학폭조사관 제도의 개선을 원했고 조사관의 조사대상과의 직접 소통(65.5%), 심각한 사안만 조사관 출동(35.6%), 교사 동석여부 학교 결정(28.2%) 순으로 나타났다. 이를 토대로 개선점을 도출해 보았다.

 

첫째, 언제 해야 하는지를 생각해 봐야 한다. 학교가 원하는 경우에만 전담조사관을 보내거나 학교장 종결이 가능하지 않은 사안에 한정해서 보내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일부 시·도 교육청마다 달라진 경우는 있지만, 교육부의 초안은 학교에 선택권이 없이 사안조사를 전담조사관이 하는 게 원칙이다. 하지만 외부인사의 개입으로 공정한 조사가 어려워 전담조사관이 필요한 경우는 극히 소수이며, 경미한 사안의 경우는 학교가 자체적으로 해결할 때 교육공동체 모두가 만족하는 경우가 많다.

 

한성준 좋은교사운동 공동대표에 따르면 학폭 접수 사례의 60% 정도는 학교장 종결처리 되는 경미한 사안이다. 이러한 사안마저 조사관이 나가는 것은 예산의 낭비와 학폭의 교육적 해결이라는 궁극적 목표를 흐리게 만들 수 있다.

 

학교는 학교폭력 사안조사시 상담과 훈육 등을 병행하여 당사자 간의 반성과 사과가 이루어지는 경우도 많기에 학교폭력 사안의 교육적 해결을 위해 경미한 사안은 학교가 조사할 수 있는 권한을 줘야 한다.

 

둘째,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생각해 봐야 한다. 조사관과 조사대상자의 일정조정과 교사동석이 요점이다.

 

올해부터 교육지원청으로 위임된 교권보호위원회의 경우 학교 측이 1차 조사 후에는 업무담당자가 추가조사를 장소와 시간을 조사대상자와 직접 소통하며 정한다.

 

이를 학폭에도 적용하면 학교의 불필요한 부담을 없애줄 수 있다. 조사관의 조사 시 교사동석의 문제도 교사를 전적으로 배제하는 제주의 경우를 일반화할 필요가 있다.

 

셋째, 누가 해야 하는지를 생각해 봐야 한다.

 

앞서 말했던 전담조사관의 대안 제시에서 4가지 핵심을 짚어보자. 조사관은 사안을 공정하게 조사해야 하고 조사를 하면서 훈육과 상담을 병행할 수 있는 역량이 있으면 금상첨화다. 또한, 교원들을 업무와 책임감에서 벗어나게 해주기 위해 조사관이 조사대상자와 일정을 조정하고 교사의 동석이 필요 없는 자격을 갖춘 인물이어야 한다. 그런 주체가 있다면 학폭조사관에 가장 적절한 인물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현직 교원을 학폭전담조사관으로 위촉하는 것은 어떨까?

 

충북교육청과 경남교육청이 현직교원을 위촉했다가 여론과 노조의 반대에 위촉을 취소했다. 두 개의 교육청에서 위촉을 했던 것은 현직교원을 위촉할 수 없다는 제한 규정이 없었고 현직 교원들이 전담조사관 모집에 응해 가능했던 일이다. 위촉을 취소한 건 규정의 문제가 아니라 여론의 반대로 인한 것이었다.

 

여론의 반대사유는 조사관 제도가 사안 조사를 별도의 전문인력에게 맡겨 조사의 객관성을 강화하고 교사는 학생들의 관계 개선과 회복, 피해학생 지원에 집중하기 위함인데 현직 교원이 조사관이 되면 본연의 교육활동에 지장을 준다는 것이다.6)

6) 출처: 경남도민일보(2024.02.22.) “학교폭력 전담 조사관에 현직 교원참여 철회해야”

 

하지만 현직교원이 조사관이 된다고 해도 본인의 학교가 아닌 다른 학교 사안을 조사하게 되니 현재 조사관인 퇴직 교원, 퇴직 경찰, 청소년 전문가 대비 객관성이나 전문성에서 문제가 되진 않을 것이다.

 

사안이 발생한 학교의 교원은 오롯이 사안의 교육적 해결과 피해학생 지원에 집중할 수 있기에 여론의 반대 사유는 냉정히 보면 설득력이 떨어진다.

 

조사관 제도가 교사의 짐을 덜어주기 위한 건데 현직교원이 조사관을 하는 게 취지에 어긋난다는 지적 또한 기존의 사안조사가 교내의 교사가 무급으로 사안조사를 하던 거고 조사관으로서 교원이 사안조사를 나가게 되면 타교의 사안을 수당을 지급 받으며 조사를 하게 되는 점을 간과하는 것이다.

 

같은 논리라면 교원의 짐을 덜어주기 위해 교육지원청으로 이관이 된 학교폭력대책위원회와 교권보호위원회의 심의 위원과 시·도 교육청별 학교 갈등상황에서 중재를 지원하는 지원단 위원에 포함된 현직 교원 역시 배제되어야 한다.

 

해당 위원에 현직 교원들이 포함되는 것은 학교현장에 대해 이해도가 높아 활용도가 높은 인적자원임을 감안한 것인데 조사관에 현직교원을 철저히 배제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오히려 현직 교원이 타교의 사안을 조사관으로서 조사하게 되면 앞서 말한 4가지 핵심을 상당 부분 충족시킬 수 있으며 그 충족도는 다른 조사관들과 종합적으로 비교우위에 있게 된다.

 

현직교원을 학교급과 학교 위치를 고려해 적절하게 배정하면 사안조사의 공정성은 문제될 소지가 적고 조사과정에서 훈육과 상담으로 교육적인 조치도 가능해진다.

 

조사대상자의 하교 시간, 교육과정 및 학생들의 방과후 생활패턴에 대한 높은 이해도로 일정 조정도 수월하며 결정적으로 교원자격증을 갖추고 학생들을 대하기에 교사 동석의 필요성도 매우 낮아진다.

 

학폭 사안별 적절한 조사관 배치가 필요한데 인적 구성을 다양하게 해놓는다면 큰 도움이 된다. 현직 교원이 있다면 경미한 사안이나 초등 저학년 대상 사안조사에서 교사 동석의 부담이 줄어든다.

 

현재 중·고등학생 대상으로는 교사 동석을 배제하는 교육청도 있으니, 심각한 사안이나 중·고등학생 대상에 한정해 퇴직경찰, 청소년전문가 등을 활용한다면 학생, 학부모, 교사 입장에서 학교폭력의 공정한 처리와 교육적 해결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게 된다.7)

7) 교권침해의 경우 별도의 인력 증원없이 업무담당자(장학사)가 사안 보충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조사관 제도의 외연확장도 장기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학교폭력만 전담으로 조사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인권침해, 교육활동침해 등으로 영역을 확장할 필요가 있다. 이미 교육청에서 해당 사안들에 대해 조사와 심의가 이뤄지고 있으니 조사관 제도의 외연 확장이 자연스러워 보인다.

 

◆ 나가며

 

모든 상황에 들어맞는 제도는 설계가 근본적으로 어렵다. 현재 학폭조사관 제도는 속전속결로 도입되어 검토와 의견 수렴 과정이 부족했다. 모든 사안조사를 조사관이 하고 교사 동석을 원칙으로 발표하면서부터 제도 설계과정에서 면밀히 들여다보지 못한 여백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지금이라도 학교가 조사관 없이 내부에서 조사를 할 수 있는 경우, 교사 동석이 필요하지 않은 경우에 대해 고려해 보고 조사관에 다양한 인적자원이 들어올 수 있도록 열린 마음을 가져본다면 조사관 제도가 제도 도입의 취지를 살리며 교육공동체가 원하는 방향으로 운영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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