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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교사의 한 해 살이] ⑫우리 학교도서관엔 어떤 책이 있지?..."장서 관리, 교육과정 지원 필수 요소"

[더에듀] 사서교사들은 독서교육, 정보활용교육, 미디어리터러시 교육, 도서관 활용 및 협력 수업처럼 직접적인 교육활동에 더해 신간도서 수서, 도서관 행사 등을 함께 추진하는 등 교육과정 안팎으로 아이들의 세계를 성장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이처럼 사서교사에게는 도서관 운영뿐만 아니라 교육에 대한 책임과 권한이 있으나 2024년 사서교사의 배치율은 15.4%로 매우 낮은 게 현실이다.

 

이에 <더에듀>와 <전국사서교사노동조합>은 기획 ‘사서교사의 한 해 살이’를 통해 이들이 어떤 교육 활동들을 하는지, 장서 및 환경 관리를 통해 어떻게 교육적 기반을 다지는지 등을 알리고자 한다. 존재 자체로 가치 있는 학교도서관, 사서교사를 통해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 확인하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시대가 변화하면서 도서관의 역할과 기능이 무한정 확장하고 있지만, 도서관의 근본적인 힘은 아무래도 ‘장서’([藏書]: 도서관에 간직하여 둔 책)일 것이다.

 

장서를 이용자의 요구와 도서관의 역할에 맞게 관리하고 순환시키는 것도 사서의 역할이다. 특히 사서교사는 교사로서 장서를 통해 학교의 교육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는데, 이를 위해 사서교사가 행하는 일을 몇 가지 소개하려 한다.

 

 

첫째, 장서점검

 

‘장서점검’이란 도서관에 있는 책을 도서원부와 대조·점검하는 일을 말한다. 쉽게 말해서, 도서 목록에 적힌 것과 실제 도서관에 있는 책이 일치하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도서관을 운영하다 보면 이용자들이 분실했다고 신고하는 도서 외에도 자연스럽게 없어지는 도서가 생긴다. 간혹 인근 학교도서관이나 공공도서관의 책이 서가에 꽂혀있기도 하다. 장서점검은 이런 오류들을 바로잡고 장서를 개선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사실 장서점검은 품이 무척 많이 드는 일이다. 장서점검을 위해서는 도서관의 모든 책을 스캔해야 하기 때문이다. 당연히 시간도 노력도 많이 든다.

 

사서교사 혼자 많게는 3만권의 책을 스캔하는 것은 휴관기간을 늘려 이용자의 불편을 초래하기 때문에, 대부분 전문 용역업체의 도움을 받는 것을 권장한다. 이런 수고스러운 일을 1~2년에 한 번씩 하길 권장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도서관은 장서로서 이용자에게 신뢰를 줘야 하기 때문이다.

 

검색시스템에서는 소장 중이라고 한 도서가 실제로는 도서관에 없으면 이용자는 당황할 것이다. 막상 찾아간 서가에 낡고 이용하기 어려울 정도로 손상된 책이 꽂혀있으면 도서관에 대한 호감도가 떨어질 것이다. 이런 일을 방지하기 위해 장서점검을 통해 전체 장서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장서점검의 절차는 다음과 같다.

 

전체 장서를 스캔한 뒤, 해당 자료를 DLS(도서관리시스템)에 업로드하여 기존 도서목록과 대조를 진행한다.

 

이후 스캔한 데이터와 일치하지 않는 부분을 확인하고, 실제 현황과 맞게 데이터 항목을 변경하거나 제적하여 장서목록의 신뢰도를 높인다.

 

이 과정에서 도서관의 현황을 파악하며 장서구성에 대한 전문성을 가진 사서교사의 능력이 필요하다.

 

장서점검 데이터는 장서의 질을 높이는데 좋은 참고자료가 된다. 문학 등 일부 주제의 도서가 자칫 필요 이상으로 많아지기 쉬운데, 이러한 데이터를 참고하여 도서를 구입하면 균형 있는 신간도서 구입이 가능하다.

 

특히 교육과정과 장서점검 데이터를 비교하여 필요한 도서를 구입해, 교육과정과 연계된 장서구성을 실현할 수 있다. 이렇게 교육과정과 연계된 장서는 교사의 수업연구 자료가 되며, 교과교사와 사서교사가 협력하는 도서관활용수업의 기반이 된다.

 

이렇듯 장서점검은 교육과정 지원이라는 학교도서관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필수적인 요소이다.

 

 

둘째, 서가 정배열

 

장서점검이 실제 있는 책과 도서 목록의 일치성을 높이는 작업이라면, 서가 정배열은 서가(책꽂이) 안의 혼돈을 바로잡는 작업이다.

 

이용이 많아지다 보면 자연스럽게 서가의 책들이 뒤섞이게 된다. 이렇게 어지러워진 서가에서는 적절한 서비스가 어려우므로, 서가 정배열로 서가 안의 책을 다시 청구기호 순으로 바로 꽂음으로써 원활한 도서 이용을 돕는다.

 

도서관의 책은 일정한 분류번호와 저자기호로 구성된 ‘청구기호’라는 체계에 따라 꽂혀있다. 청구기호는 일반 이용자가 이해하기에는 쉽지 않은 복잡한 기호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훈련받은 인력이 정배열을 진행한다.

 

사서교사 1인이 감당하기에는 방대한 양이므로, 사서교사가 교육한 도서부 부원이나 학교도서관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을 받아 꾸준하고 주기적으로 행한다.

 

다만 학교도서관은 다양한 발달수준의 이용자와 요구가 존재하는 곳이다. 특히 초등학교 도서관의 경우는 이용자의 신장을 고려하여 도서를 배치하거나, 한글을 익히기 전의 학생들을 위해 글자가 적은 도서를 모아 서가배열을 하기도 한다. 분류체계를 무조건적으로 따르기보다는 학교도서관의 상황에 맞추어 융통성 있게 구성하는 것이 적절하다.

 

서가 정배열은 질서를 잡아 이용을 편하게 할 뿐 아니라, 정배열 과정에서 도서 구성을 확인하고 불필요한 도서를 폐기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정배열 도중 너무 오래되어 최신 교육과정을 지원하기 어려운 책이나, 필요 이상으로 복본(같은 책)이 많은 책, 보수가 어려운 파훼손도서를 찾아내어 폐기한다. 도서 폐기는 전문가가 신중하게 해야 하는 일이지만, 늘어나는 신간도서의 자리를 확보하고 장서를 순환하기 위해서 주기적으로 꼭 해야 하는 작업이다.

 

 

서가를 배열하는 일은 도서관 리모델링 시에 사서교사의 전문성이 발휘되는 분야이기도 하다. 실제로 도서관 위치를 이전하는 리모델링을 한 적이 있는데, 서가의 개수와 위치가 완전히 달라지면서 새로운 서가를 구성해야 했다.

 

서가 구성은 단순히 책을 모두 서가에 집어넣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이용자의 동선과 주제의 연속성, 교육과정과 연계성, 그리고 미래의 장서 확장성까지 고려해야 한다.

 

서가 종류가 변경된 경우 서가 칸의 크기와 장서의 물리적인 양까지 모두 계산하므로 고도의 전문성을 요한다.

 

도서를 실제로 이사하기 위한 서가 라벨링 작업과 이사 지시도 필수이다. 리모델링을 준비하면서 가장 신경을 많이 썼던 것 중 하나가 서가의 재구성이었다.

 

 

셋째, 도서 수리

 

도서는 도서관의 소중한 재산이므로, 정말 크게 파훼손 된 경우 아니면 수리하여 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학교도서관은 학생들이 이용하다 보니, 파훼손이 자주 일어나는 편이다. 특히 인기도서의 경우에는 피할 수 없는 숙명(?)과도 같다.

 

이런 도서를 수리하는 것도 사서교사의 일 중 하나이다. 도서 정리 중 발견하거나 학생의 신고로 접수한 파훼손 도서는 그 훼손의 범위에 따라 다양한 도구와 방법이 동원된다. 주로 보수용 테이프와 양면테이프, 책누름자 등을 많이 이용한다. 파훼손은 워낙 흔한 일이다보니 도서관 전문 쇼핑몰에는 파훼손 도서 보수세트를 판매하기도 한다.

 

파훼손 된 도서는 이용자의 불편을 초래하고 도서관의 인식을 떨어뜨리는 요소로 작용하기 때문에 꾸준히 장서를 보수하고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팝업북이나 페이퍼커팅북, 고가의 도서 같은 경우는 대출이 불가한 비치도서로 지정하여 파훼손을 최소화하고 많은 이들의 이용을 보장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도서관의 힘은 질 높은 장서에서 온다. 사서교사가 장서를 꾸준히 관리·개발하고 교육적으로 활용하면, 이용자는 장서의 바다에서 더 깊고 풍부한 배움을 건져 올린다.

 

장서관리는 이렇게 중요한 일이지만, 사실 가장 눈에 띄지 않는 작업이기도 하다. 수많은 노력을 통해 무질서를 바로잡은 질서의 상태가 이용자에게는 ‘당연한’ 도서관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다음에 도서관에 방문한다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이루어지는 사서교사의 노력을 느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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