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에듀] 사서교사들은 독서교육, 정보활용교육, 미디어리터러시 교육, 도서관 활용 및 협력 수업처럼 직접적인 교육활동에 더해 신간도서 수서, 도서관 행사 등을 함께 추진하는 등 교육과정 안팎으로 아이들의 세계를 성장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이처럼 사서교사에게는 도서관 운영뿐만 아니라 교육에 대한 책임과 권한이 있으나 2024년 사서교사의 배치율은 15.4%로 매우 낮은 게 현실이다.
이에 <더에듀>와 <전국사서교사노동조합>은 기획 ‘사서교사의 한 해 살이’를 통해 이들이 어떤 교육 활동들을 하는지, 장서 및 환경 관리를 통해 어떻게 교육적 기반을 다지는지 등을 알리고자 한다. 존재 자체로 가치 있는 학교도서관, 사서교사를 통해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 확인하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
미디어리터러시 교육이 트렌드다. 중요하다는 말을 많이 들어보았다. 하지만 그 중요한 미디어리터러시 교육을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는 잘 알지 못했다.
학교 내에서 누구보다 다양한 매체를 다루는 교사인 사서교사가 미디어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생들에게 도구로서 미디어를 단순히 경험하는 것이 아닌 미디어 자체의 특성과 그 속에서 디지털 민주 시민 역량을 갖춘 미디어 이용자가 될 수 있도록 하고 싶었다.
사서교사는 학생들에게 정보를 찾고 분석, 해석, 정리, 종합, 표현하는 정보활용능력을 함양하는 교육목표를 가지고 수업을 진행하는 것과 같이 다양한 미디어에서 쏟아지는 방대한 정보에 체계적으로 접근하고, 비판적으로 분석, 평가, 활용하는 능력인 ‘미디어리터러시’ 또한 정보활용능력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다.
무언가 모를 용기가 샘솟아 올랐다. 미디어리터러시 수업을 하겠다는 마음을 단단히 먹고 난 뒤 미디어리터러시에 관한 연수를 들으러 전국 방방 곳곳을 찾아다녔다. 주로 서울 지역의 연수가 많았던지라 기차를 타고 2박 3일이건, 1박 2일이건, 화상 연수를 포함해 미디어를 가르쳐 보겠다는 열정 하나로 뭐든 배우러 대구에서 짐 가방 하나를 이끌고 올라갔다.
그렇게 2021년부터 2023년까지 총 112시간의 디지털 미디어 문해력 관련 연수를 이수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미디어리터러시 최초 고등학교용 인정 교과서인 ‘청소년과 미디어’를 개발했다는 소식을 접해 듣고, 해당 교과로 수업을 해보겠다는 도전장을 내밀었다.
해당 과목은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에서 미디어 제작 교육을 넘어 학생들이 갖추어야 할 실제적인 미디어리터러시 역량을 함양할 수 있으며 보통 교과의 진로 선택 과목이었기에 전국 시도교육청에 속한 모든 학교에서 활용이 가능하며, 과목 신설이 가능했다.
OECD 교육 2030: 미래 교육과 역량에서 모든 학생들이 갖추어야 할 복합 소양 중 하나로 ‘미디어리터러시’를 제시한 것처럼 비대면에 친숙한 세대, 기술의 사회적 영향력을 고민해야 되는 세대, 디지털이 생활 환경이 되는 세대인 청소년들이 미디어와 방대한 콘텐츠 세상 속에서 미디어로 전달되고 소비되는 내용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가지고 올바른 디지털 민주시민으로 살아가기 위해 미디어 자체에 대한 교육인 미디어리터러시 교육이 필요함에 깊이 공감했다.
이후 학교에서도 미디어리터러시에 대한 중요성에 대해 공감하여 본교 교육과정 중 고등학교 3학년 진로 선택 과목으로 ‘청소년과 미디어’가 편제되었으며, 2023년 해당 교과목의 수업이 진행되었다. 수업은 1년으로 진행되었으며 1학기, 2학기 모두 2시수로 진행되어 총 67차시를 진행하였다. 평가는 진로 선택 과목이었기에 이수/미이수로 실시하였다.
막상 수업을 앞두고 정규 교과 수업을 맡게 되었다는 기쁨과 설렘도 잠시, 교육과정 템플릿 설계, 평가 계획 작성, 교과 진도표 설계, 교육과정 재구성 등 수업 진행 전 고려해야 할 사항들이 많았고, 1년간의 수업을 어떠한 방향으로 이끌어 나갈지에 대한 지도를 그려야 했다.
교과 수업을 맡아보니 하나의 교과를 담당하는 고충도 알 수 있었다. 수업을 진행하기 위한 고려사항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미디어리터러시 수업의 교육목표라고 생각했다.
교사가 ‘미디어리터러시 교육은 왜 중요할까?’, ‘미디어리터러시 교육은 어떻게 해야할까?’라는 질문을 늘 품으면서 미디어 에듀테크 도구만을 활용(with media)하는 수업이 아닌, 미디어 자체(about media)에 대한 수업을 만들어 가보자는 미디어리터러시 교육의 목표를 상기하며 수업을 진행하였다.
교육과정 템플릿 설계 과정에서는 교육비전을 반영하기 위해 본교의 핵심역량인 공동체 역량, 창의융합 역량, 공감소통 역량, 자기관리 역량을 교과에서 어떻게 연계시킬 수 있을 것인지를 드러냈다.
예를 들면 공감소통 역량은 ‘청소년과 미디어’ 교과에서 세상을 바꾼 미디어 사례를 조사하고 발표하는 과정에서 미디어가 개인과 사회에 미친 영향력을 이해하고 미디어를 활용한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함양됨을 연결 지었다.
또한 개념 중심 융합교육을 실시하기 위해 교수학습 접근법을 고려할 때 미디어 및 미디어리터러시의 개념과 관련어의 개념을 이해하고 정확하게 사용할 수 있으며, 디지털 미디어 시대에 따른 미디어 생산과 소비에 대한 변화의 흐름을 파악하는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설계하였다.
경험과 실천을 통한 본격적인 수업 사례를 소개한다.
본 과목은 수행평가 100%로 실시하였으며 1학기와 2학기 2차례 총 4번의 평가를 진행하였다. 수행평가의 대표 사례는 ‘세상을 바꾼 미디어’ 발표하기로 총 12차시에 걸쳐 진행되었다.
본 수업은 미디어에 대한 심층적탐구를 바탕으로 세상을 바꾼 미디어를 선택한 후 해당 미디어가 개인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카드뉴스라는 매체를 통해 발표하는 흐름으로 구성되었다.
12차시의 수업을 개괄해 보자면 다음과 같다. 1~3차시는 미디어의 개념과 컨텐츠 미디어 비교 활동, 4~7차시는 미디어 산업의 구조와 플랫폼 미디어 탐구 활동, 8차시 도구 미디어에 대한 스토리보드 작성 및 카드뉴스 구성 이해, 9차시 세상을 바꾼 미디어 카드뉴스 제작, 10~12차시 세상을 바꾼 미디어 카드뉴스 발표 활동을 진행하였다. 수업 시간에는 개인 디바이스 기기(크롬북, 태블릿, 노트북 등)를 지참하여 자료 탐색, 분석, 정리 활동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하였다.
마지막 10~12차시 미디어 카드뉴스 발표 활동은 공개 수업으로 실시하였다. 수업 흐름은 생각열기를 위해 미디어로 열고 닫는 하루를 살펴보며 나와 세상을 이어주는 존재란 무엇인지 생각해보고 우리가 미디어를 배워야 하는 이유에 대한 질문을 갖는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본격적인 발표하기에 앞서 개념 확인을 위해 미디어의 범위를 다시 한번 확인하고, 어제와 오늘의 미디어와 미디어 사용자에 대한 개념을 살펴보았다.
발표는 개인별로 이루어졌으며 카메라, 키오스크, 삐삐, 휴대폰, 태블릿, 워크맨, 신문, 라디오, 텔레비전 등 각 미디어가 어떻게 세상을 바꾸었는지에 대한 내용을 중심으로 역사, 특성, 기능, 가치, 사용법, 삶과 사회에 미치는 파급효과 및 영향력에 대한 내용을 포함해 실시하였다.
수업의 초점은 학생들이 디지털 미디어 시대에 미디어의 변천 및 미디어의 생산과 소비의 변화를 탐구하며 도구 미디어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것과 카드뉴스의 구성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해당 미디어를 소개하는 발표를 통해 미디어가 삶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을 인식하며 주체적이고 비판적으로 미디어를 활용할 수 있는 민주시민으로서의 역량을 기르게 하는 데에 있다.
공개 수업을 통해 다른 교과 선생님들에게 교과 수업을 공개하고 수업에 대한 피드백도 받으며 자연스럽게 동료 장학을 실시하였다.
미디어 교과 수업을 통해 사서교사가 미디어 교육의 주체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으며 미디어·매체 전문가로서 충분히 수업을 운영할 수 있음을 입증하는 기회가 되었다. 이를 통해 미디어를 도구로 활용하는 교육이 아닌 미디어 자체에 대한 교육이 가능해졌으며 초연결 사회와 21세기 미디어 환경에서 학교 현장에서 디지털 미디어 문해교육 활성화 및 리터러시 교육의 공감대를 형성하게 되었다.
2022 개정교육 교육과정에 기초소양으로 디지털 소양을 교육 전반에서 강조하고 있는 동시에 2025년 고교학점제 도입을 앞두고 이러한 미디어 교과목의 수업이 지속되고 확대된다면 사서교사의 미디어 전문가로서의 역할이 확대될 것이며, 수업과 연구를 통해 미디어 교과 역량을 함양한다면 폭 넓은 교육활동을 하는 사서교사가 양산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