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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도움 요청하면 업무 폭탄 오는 게 현실"...정원화 특수교사노조 대변인 "교사 증원이 해답"

인천특수교사 사망...고인은 어떤 환경에서 근무한 걸까

정원화 대변인, 과밀학급에 29시수... "지원 요청 받은 교육청은 업무 폭탄만"

과밀학급 해소·특수교사 확보·특수학급/학교 신증설·행정업무 부담 해소·민원 대응 시스템 마련 필요

유가족이 다른 특수교사는 지켜주겠다 의지..."순직 신청으로 명예 회복시킬 것"

 

더에듀 지성배 기자 | 故인천특수교사의 명복을 빕니다.

 

지난 8일 오후, 인천교육청 앞에는 눈물로 가득 채워졌다. 지난달 24일 세상을 등진 결혼을 앞둔 30대 특수교사의 추모제가 열렸기 때문이다.

 

특수교사노조 등 7개 교원단체와 인천교육청이 합동으로 연 이번 추모제에는 전국에서 600여명 참여해 아픔을 나누는 동시에 특수교육계가 처한 현실에 슬픔을 표했다.

 

지난해 7월, 서이초 사건 이후 교권을 보호하겠다며 교육 당국과 사법 당국은 여러 대안을 내놓았지만 왜 또 이런 일이 발생했을까.

 

<더에듀>는 정원화 특수교사노동조합 대변인과의 인터뷰를 통해, 인천특수교사 사망 사건을 통해 나타난 문제를 확인하는 동시에 현재 특수교육현장에 닥친 어려움과 해결책을 살피고자 한다.

 

 

▲ 과밀학급 이야기가 있는데, 어떤 상황이었나.

 

법적 정원 6명에 전학생 2명이 와서 총 8명의 학생이 있었다. 저도 9명의 과밀학급을 겪어봤는데 죽으라는 소리 맞다. 이건 단순히 학생이 두 명 더 생기는 게 아니라, 관리해야 하는 별개의 교육과정 두 개가 더 생긴 것이기 때문이다.

 

보통 교육과정은 교사교육과정으로 한 학급에서 과목별로 하나씩을 짜지만, 특수학급은 아이들이 각자 수업받는 과목에 대해서 학생별로 모두 교육과정을 수립해야 한다. 특수학급 학생들은 학년과 반이 달라 기존 학년과 반에서 구성한 시간표를 그대로 적용해야 한다.

 

학생 A는 1학년에 1교시가 국어, B는 6학년에 1교시가 수학이면 동시간에 진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학생 C는 내일 생존수영을 가서 지원인력을 붙여줘야 하는데, 학생 D가 내일 체육수업에 지원인력이 필요하다고 한다. 한 사람이 이걸 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더 문제는 학교는 감축을 원하지 않았고 의견을 제시했지만 교육청이 감축을 단행했다. 이미 2월에 전학생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니 과밀학급으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어째서 반영되지 않은 것인지 그 소극행정이 너무 통탄스럽다.

 

▲ 인천교육청은 인력 지원을 했다고 하는데.

 

맞다. 고인은 계속 교사 추가배치와 학급 증설을 요구했지만 인천교육청의 답은 지원인력이었다.

 

특수교육 지원인력은 실무사, 사회복무요원, 자원봉사자 등을 가리킨다. 이 인력들은 특수교육법에 따라 ‘교사의 지시를 받아 학생을 지원’하는 역할이다. 독자적으로 교육적 판단을 할 수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는 뜻이다. 교사가 어떻게 학생을 지원할지 일일이 안내하고 설명해야 한다. 업무만 늘어난다는 것이다.

 

지원인력에 대한 행정업무도 너무 큰 문제다. 특수 글자가 붙는 모든 업무는 특수교사 앞으로 자동 배정되는 것이 특수교육계의 고질적 문제라, 꽤 많은 학교에서는 지원인력의 급여를 지급하거나 피복을 구입하는 등의 일까지 교사가 담당한다.

 

이 외에도 복무관리나 교육 등 지원인력 한 명을 배정받으면 교사가 처리해야 하는 행정업무의 양이 폭증한다. 도와달라고 손을 뻗었더니 그 손에 업무폭탄을 올려놓은 꼴이다.

 

▲ 고인은 주당 29시수의 수업을 진행했다고 하는데, 어느 정도의 강도인가.

 

근무를 29시간 하는 게 아닌 수업만 29시수인 것이다. 일주일 전체 교육과정 운영 시간이 29시수로 모든 수업시간을 다 운영한 것이다.

 

보통 초등학교 교사들은 20시수 내외의 수업을 진행하고, 24시수 정도를 넘어가면 많다는 공통의 합의가 있다. 그런데 29시수를 한 것이다.

 

교사들은 보통 수업을 하다가 교과전담 시간으로 수업이 없으면 40분 바짝 행정업무를 처리하고, 아이들이 교실로 복귀하면 다시 수업을 하는 형태로 업무를 처리한다.

 

그런데 이 선생님은 비는 시간 자체가 없었던 것으로, 전일로 특수학급 학생도 있어서 쉬는 시간과 점심 시간도 제대로 쓰지 못했을 것이다.

 

아이들이 다 하교하고 나면 3시로 그때부터 행정업무를 겨우 시작한다는 고인의 호소가 있었다. 수업 중간중간 하더라도 너무 많아서 퇴근이 늦어지는 게 행정업무고, 특히 특수교사의 행정업무량은 더 많은 편인데, 이 선생님은 도대체 언제 퇴근하고 언제 쉬셨을지도 모르겠다.

 

▲ 전일제 특수학급 학생도 있었다고 했다.

 

특수학급에 전일 분리되어 있는 학생들을 특수교사들끼리는 속칭 전일제 특수학급이라고도 하지만 공식 용어는 아니다.

 

원래는 일반 교실에서 수업 받는 특수교육대상 학생이 국어, 수학 등의 수업을 받기 위해 특수학급으로 온다. 즉 특정 시간만 특수학급으로 이동해 수업을 받고, 일상은 일반 교실, 그러니까 통합학급에서 시간을 보낸다.

 

그런데 이 반에는 통합학급에서의 수업에 참여 없이 하루종일 특수학급에만 머무르는 아이가 있었던 것으로, 고인의 손길이 계속해서 닿아야 했던 상황이다.

 

이유는 두 가지 정도다. 먼저 학생이 적응행동면에서 어려움을 너무 크게 보여서 다른 학생들과 같이 수업하기 어렵다고 요구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건 입시가 중요해지는 중고등학교로 올라갈수록 더 심해지는 경향이 있다.

 

또 하나는 학부모가 먼저 요구하는 경우다. 특수학교에 진학하고 싶었는데 특수학교가 부족해 못 갔으니 특수교사가 있는 특수학급에서 하루종일 수업을 받아야겠다고 요구하는 것이다. 특히 특수학교가 부족하고 과밀한 지역 중심으로 이런 요구가 있는 경우가 아주 많다.

 

법에도 맞지 않는 요구를 하지만 학교가 막을 수 있는 시스템은 없다. 특수교사가 알아서 설득하고 이해시키고 통합 수업을 독려할 수 있으면 다행이지만, 고인처럼 저경력이거나 마음이 여려서 혼자서 다수에게 반대 의견을 피력할 수 없는 경우에는 어떤 제도적 방어도 없이 그냥 그렇게 전일 분리되는 것이다.

 

▲ 학생의 부적응 행동에 대한 행동중재 컨설팅을 요구했더니 오히려 업무가 늘었다고 하는데.

 

장애학생의 부적응행동들을 줄이고 바른 행동으로 대체해 주기 위한 일련의 과정을 행동중재라고 한다.

 

행동중재는 지난해 웹툰작가의 특수교사 아동학대 고소 사건 이후 더 확대된 정책으로 사실 특수교사노조는 조합원 의견을 받아 교육 당국에 두 가지 문제점과 해결책을 제시했다.

 

첫째 문제는 학생 행동을 중재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아이가 잘못된 행동을 할 때 목소리를 높이면 정서학대고, 옆 친구를 때리는 아이 손목을 잡으면 신체학대다. 아동학대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서는 실질적으로 행동을 중재할 수가 없어, 그런 법적 책임을 줄일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요구했다.

 

둘째 문제는 알더라도 실행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특수교사는 교육과정에 따른 수업을 진행해야 하는데, 수업을 진행하면서 동시에 학생 행동까지 중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현장에 실질적으로 행동을 중재할 수 있는 교사를 더 늘려달라고 했다.

 

특수교사들의 요구가 잇따르자 교육부는 지난해 12월 ‘장애학생 행동중재 가이드라인’을 냈고 ‘행동중재 전담교사’ 양성이 담겼다.

 

우리는 교사를 ‘충원’해달라고 했는데, 교육부는 이미 있는 교사에게 연수를 받게 해서 다른 교사들한테 컨설팅을 제공하는 형태로 구성했다. 양쪽 다 그냥 업무가 되어 버렸다.

 

특히 받는 쪽은 더 심각한 상황에 몰렸다. 전문적 행동중재는 치료실 같은 정제된 환경에서 세부 분석을 통해 이뤄지는데, 교육부는 교사가 수업하면서 체크리스트 기록하고, 학생 행동과 반응과 전후상황과 배경사건 등을 하나하나 다 자세하게 기록하라고 하고 있다.

 

생각을 해 보라. 일반 학생도 아닌 특수교육대상 학생들은 집중해서 보아도 사고가 터진다. 그런데 체크리스트를 기록하고 이상행동이 발생하면 즉시 전후상황을 기록하라니.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다.

 

고인은 그걸 요구받았고 그게 너무 힘들다고 호소했다. 근본적인 해결이 전혀 안 되고 있는 것이다.

 

 

▲ 학부모의 과도한 민원과 요구사항이 있었다고 하는데, 확인된 것은 무엇인가.

 

밤 10시에 연락이 오거나, 비교육적인 요구 등 특수교사뿐만 아니라 지금의 모든 교사가 작년 이후로도 여전히 겪고 있는 것들이다.

 

대표적으로 고인은 아파트 단지 안에까지 들어와 본인 대신 등하교를 해 달라는 요구를 보고 다들 탄식했다.

 

학교 교육활동 자체가 존중받지 못하고 있지만, 특수교육계는 그러한 경향이 좀 더 강하다. 학부모님들의 불안한 마음을 심정적으로는 이해한다. 문제는 그러한 잘못된 요구를 중간에서 제지할 민원 대응 시스템이 없었다는 점이다.

 

▲ 그렇다면, 어떤 문제부터 해결해야 할 것으로 생각되나.

 

교사 증원으로 특수교육 현장에서 계속해서 요청하고 있는 것이다. 이미 법으로 규정된 숫자도 현장에서는 무리라고 이야기한다. 그러니 과밀학급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들은 어떻겠나.

 

특수교사를 늘려서, 필요한 곳에 충분히 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 교사가 있으면 그 교사가 수업을 할 곳도 있어야 하니 교사 증원과 기관 확보는 함께 다니는 실행방안이다. 특수교사를 늘리고, 특수학급과 특수학교를 충분히 확보해 달라.

 

 

▲ 유가족을 만난 것으로 알고 있다. 유가족은 어떤 입장을 견지하고 있나.

 

슬픔이 너무 큰 일이라 함부로 말하기 조심스럽다. 어떻게 감히 표현할 수 없는 아픈 일이지만, ‘다른 특수교사들이 이런 희생을 또 해서는 안 된다’는 의지를 보여주셨다.

 

앞으로 특수교사노조, 인천교사노조와 함께 순직 인정과 시스템 개선에 대한 절차를 함께 밟아주실 것이고, 두 노조는 그 과정에서 항상 유가족의 의사를 최우선으로 할 것이다.

 

▲ 순직 신청을 결정했는데, 인사혁신처 등 순직심의 관련 기관에게 하고픈 말이 있나.

 

교직의 특수성을 반영한 순직 인정 시스템이 필요하다. 백승아 의원실에 따르면 최근 5년간의 교육·소방·경찰·일반공무원 순직 승인 현황 중 교육공무원의 순직 승인율이 가장 저조했다. 순직을 신청하고 나서 그 입증하는 과정이 길고 어려워 유족에게 더한 고통을 남기지 않을 수 있기를 바란다.

 

 

▲ 마지막으로, 남길 말씀은.

 

지금 특수교사들이 울면서 하는 이야기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계속 해 온 이야기들이라는 점이 가장 슬프다.

 

고인이 겪으신 일들은 지금 현장에서 특수교사들이 겪고 있는 일들이다. 과밀학급 해소, 특수교사 확보, 특수학급/특수학교 신증설, 행정업무 부담 해소, 민원 대응 시스템 마련, 관리자와 교육 당국의 특수교육 책무성 확보 등을 시급히 해야 또 다른 아까운 목숨을 잃지 않을 수 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이지만, 남은 소는 지켜 달라. 이런 비극을 겪고도 또 바뀌지 않는다는 결과만은 남지 않았으면 좋겠다. 특수교사노조도 고인의 명예를 회복하고 남아있는 선생님들을 지키기 위해서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하겠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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