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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학교 아이들 성장 기록] 김하연 학생, “사람들과 함께 걸어온, 나를 사랑하는 길”

더에듀 | 2022년 기준 학업중단학생이 매년 5만여명을 넘어선 것으로 조사됐다. 학업 중단 학생들은 대안교육기관을 통해 기초·기본 교육을 받으며 검정고시 등을 통해 학력 인정을 받고 있다. 그렇다면, 대안교육기관에서는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위해 어떤 교육을 진행하고 있을까. 또 그 안에서 학생들은 어떤 성장의 과정을 거치고 있을까. <더에듀>는 금산간디학교 아이들이 작성한 자신의 성장기록을 통해 대안교육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기회를 마련하고자 한다.

 

 

저는 한때 제 자신을 사랑하지 않았어요. 언제부터인지 저보다 다른 사람들이 더 중요하게 느껴졌고, 저를 돌보는 방법을 잊어버린 지 오래였어요.

 

내가 나를 사랑하지 않고, 아끼지 않는 것은 나뿐만 아니라, 제 주변 사람들도 힘들게 하고 있었어요. 그걸 깨닫고 나서 결심했어요. 나를 사랑하기로 말이에요.

 

제가 사람들에게 고마움을 전하는 과정에서, 스스로를 사랑하는 법을 배우게 된 긴 여정을 담아봤어요.

 


애정을 노래로 담아내게 된 이야기


저는 어릴 때부터 애정표현이 익숙한 환경에서 자라왔어요. 금산간디중학교로 편입한 후에도 적극적으로 애정을 표현하며 친구를 사귀려 했죠.

 

그러나 한 친구에게 “집착하지 말라”는 말을 들었어요. 그 말은 저에게 꽤 큰 충격이었어요. 이후로 그 친구와 멀어지며 다른 친구들과도 친해질 기회를 놓쳤어요. 다가갈 용기조차 없었죠.

 

이 경험으로 인해 애정 표현에 대한 두려움이 생겼어요. 그래서 그동안 표현하지 못한 마음을 노래로 담고 싶었어요. 노래는 제 마음을 있는 그대로 전달할 수 있는 가장 적절한 도구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에요.

 

가사와 멜로디가 함께 할 때는 그 감정이 말보다 덜 직설적이어서 부담이 줄어드는 것 같아요. 그런 지금이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평소엔 부끄러워서 두려워서 하지 못했던 말들을 노래에 담았어요.

 


15기에게 전하는 노래 – 열 넷 여름에서, 열 일곱 겨울까지


처음 만난 순간부터 지금까지 제가 지켜본 15기는 애정표현에 익숙하지 않은 분위기였어요. 저도 이에 맞추다 보니 솔직한 마음을 전하지 못한 적이 많았어요.

 

“넌 친구로서 참 좋은 사람이야.”, “네가 미울 때도 있지만, 여전히 좋아해”라고 말하고 싶을 때도 마음을 표현하는 게 어색해 차마 표현하지 못했어요.

 

그렇게 시간이 흘러 3학년이 된 지금까지도 친해지지 못한 친구들이 있었어요.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친해지겠지’라는 막연한 기대는 큰 오해였어요. 마음을 열고 관심을 가져야 그때부터 비로소 관계가 시작되는 것인데 말이지요.

 

혹여나 너무 늦게 깨달은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지금부터라도 행동해야겠다고 마음먹었어요.

 

“논문 잘 되고 있어?”, “잘 자”와 같은 가벼운 말로 다가갔어요. 친밀하지 않은 사이에 깊이 있는 대화는 부담스러울 것 같아서예요. 작은 말 한마디라도 꾸준히 건네는 것부터가 시작이었어요.

 

논문 준비로 바쁘고 예민한 지금도, 시간이 지나면 좋은 추억으로 남을 것이에요. 아직 늦지 않았으니, 후회 없이 이 순간을 즐기자는 메시지를 담아 노래를 만들었어요.

 

이 노래를 통해 친구들이 졸업 후 가끔이라도 15기를 떠올려 줬으면 좋겠어요. 그렇게 된다면, 이 노래로 고마움과 그리움을 전했던 저, 그리고 노래의 주인공인 15기 모두가 함께 기억 속에 남을 것이에요. 15기에 대한 향수를 떠올리게 해주는 작은 매개체가 되었으면 해요. 그럼 함께 노래 들으러 갈까요?

 

# 다 전하지 못한 마음

노래에 다 담지 못한 마음은 글로 적어 내리려고 해요. 제가 혼자 밥을 먹고 있을 때 옆에 앉아 묵묵히 밥을 먹었던 친구들, 나의 슬픔과 기쁨을 함께 나눠주던 친구들.. 곰곰이 떠올려 보니 15기는 제 곁에서 늘 머물러 주었어요. 그 모든 순간이 당연한 것은 아니었기에, 진심으로 고마울 뿐이에요.

 

존재만으로 저의 일상을 밝게 물들여 준 15기에게 늦지 않게 제 마음을 전할 수 있어 좋아요. 아직은 관계에 서툰 저지만 그럼에도 함께해 주어 고마운 마음이에요.

 


부모님께 전하는 노래 - 늘 함께여서 잠시 잊어버린 소중함


저는 금산간디학교에 입학하기 전 엄마와 자주 싸웠어요. 서로에게 모진 말을 하며 상처를 주는 일이 일상이었어요. 엄마가 나를 이해하려 하지 않는 것 같아 화가 났고, 사춘기 때문인지 내 성격 때문인지 아니면 엄마와 내가 너무 달라서인지 알 수 없었어요. 우리의 다툼은 가족 모두에게 영향을 미쳤고, 아빠와 동생에게도 피해를 주어 미안했어요.

 

하지만 기숙사 생활을 시작하면서 엄마를 일주일에 한 번씩만 보게 되자 마음이 달라졌어요. 익숙한 집과는 달리 낯선 환경에서 지내며 새로운 사람들과 다투는 일이 많아서 힘들었어요.

 

그 과정에서 엄마와 함께했던 일상들이 떠올랐어요. 자기 전에 “잘 자”라며 방의 불을 꺼주던 엄마의 모습, 내가 힘들 때 위로해 주던 엄마가 그리워졌어요.

 

주말에 엄마를 만나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고, 지난 다툼을 돌아보며 과연 그렇게까지 화낼 일이었는지 스스로를 돌아보게 되었어요.

 

부모님이 내 곁에 계실 때 진심을 전하는 일이 정말 중요하다는 걸 깨달은 순간이 있어요. 늦은 밤, 엄마와 크게 다투고 엄마가 집을 나가신 적이 있어요. 곧 돌아오실 거라고 생각했지만, 몇 시간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으셨어요. 머릿속에는 밤늦게 뉴스에서 보았던 교통사고 소식들이 스쳐 지나갔어요. 불안한 마음에 곧바로 엄마에게 전화해 사과했던 기억이 있어요.

 

그제야 깨달았어요. 우리 삶에서 부모님은 늘 곁에 있을 것 같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말이에요.

 

부모님께 진심을 전하는 순간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느끼게 되었어요. 지금 그 마음을 표현하지 않으면, 나중에 후회하게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어요. 전할 수 있을 때 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이렇게 노래로 고마움을 전하게 되었어요. 그럼 함께 노래 들으러 갈까요?

 


나에게 전하는 노래 - 자신을 존중하고 가치있는 존재라고 인식하는 마음, ‘자존감’


저는 어릴 적부터 외모에 대한 콤플렉스를 갖고 있었고 늘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는 등 자존감이 낮았어요. 3학년이 되어서야 저를 사랑하는 법을 조금씩 깨닫기 시작한 것 같아요. 하지만 여전히 저의 낮은 자존감을 다른 사람들의 칭찬과 인정으로 채우려는 경향이 있었어요. 지금까지 받아온 사랑으로는 부족하다고 느꼈나 봐요.

 

2학년 때 친구와 무대에 섰던 경험은 사람들의 호응과 칭찬을 통해 저를 다시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어요. 칭찬을 받을 때마다 자존감이 채워지고, 마치 내가 더 나은 사람이 된 것만 같았어요.

 

하지만 무대에 대한 열정과 사랑은 동시에 큰 부담으로 다가왔어요. 완벽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저를 짓눌렀고, 이는 기타 연습과 다이어트에 대한 집착으로 이어졌어요. 극단적인 식단과 부담감은 저를 더 예민하고 불행하게 만들었죠. 기타 연주가 능숙하지 않아서 짧은 시간 내에 연주 실력이 늘어나는 것은 어려웠어요. 하지만 연습이 잘 되지 않을 때마다 좌절했고, 그런 저의 모습이 더욱 싫어졌어요.

 

평소 밥보다 디저트를 좋아하는 나지만, 다이어트로 인해 건강하지 못한 식단을 유지하며, 제 몸과 마음은 점점 초췌해지고 있었어요. 그러던 중 그동안 다이어트로 인해 참았던 간식을 먹으며 기분이 좋아지는 것을 느꼈어요. 마음의의 여유가 생기고, 작은 실수도 가볍게 넘길 수 있게 되었죠.

 

이런 저의 모습을 보며 이 모든 것은 저의 낮은 자존감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걸 깨달았어요. 이제 저는 제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려고 노력 중이에요. 언제쯤 제 그대로의 모습을 온전히 사랑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어요. 하지만 앞으로도 계속 저를 사랑하기 위해 노력할 거예요. 자존감을 타인의 인정에서 찾기보다는, 제 스스로에게 조금씩 사랑을 베풀며 나아가 보려 해요. 그럼 함께 노래 들으러 갈까요?


# ‘나는 나 자신을 사랑하고 있는가?’


저 자신한테 몇 가지 질문을 던져보려 해요.

 

첫 번째, 나는 나 자신을 사랑하고 있는가?

 

사랑하려고 노력하는 중이에요. 저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존중하며, 온전히 사랑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라요.

 

두 번째, 나는 언제 행복과 슬픔을 느끼는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웃을 때, 예쁜 풍경을 볼 때,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 행복해요. 내가 노력한 만큼 성과가 나오지 않을 때, 타인이 나를 존중하는 것 같지 않을 때 슬퍼요.

 

질문에 대답하다 보면 스스로를 더 깊이 알아갈 수 있어요. 내 감정과 상태를 들여다보는 섬세한 질문부터 시작하려고요. 이후에는 중요한 선택의 순간마다 나에게 질문을 던지고 대답하며 제 마음속의 수수께끼를 하나씩 풀어나가고 싶어요. 제 마음을 더 잘 이해하고, 저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삶을 살기 위해 앞으로도 노력할 거예요.


# 글을 마무리하며


글을 쓰는 과정을 통해 나 자신에 대해 깊이 알아가고, 고마움을 표현할 수 있어서 좋아요. 이 글은 단순히 글을 쓰는 작업이 아니라, 내가 어떤 사람인지 탐구하고 이해하며, 더 나은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발판이 되어 준 것 같아요.

 

이제 나는 이 글을 시작으로 내 삶의 다음 장을 써 내려가고 싶어요. 오늘의 이 깨달음들이 내일의 나를 더 즐겁게 행복한 사람으로 이끌어 갈 것이라 믿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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