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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학교 아이들 성장 기록Ⅱ] 김서준 학생 "낯설게 보기"

더에듀 | 2022년 기준 학업중단학생이 매년 5만여명을 넘어선 것으로 조사됐다. 학업 중단 학생들은 대안교육기관을 통해 기초·기본 교육을 받으며 검정고시 등을 통해 학력 인정을 받고 있다. 그렇다면, 대안교육기관에서는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위해 어떤 교육을 진행하고 있을까. 또 그 안에서 학생들은 어떤 성장의 과정을 거치고 있을까. <더에듀>는 지난해에 이어 금산간디학교 아이들이 작성한 자신의 성장 기록을 통해 대안교육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기회를 마련하고자 한다.

 

 

이번 졸업 프로젝트로 사진집 ‘낯설게 보기’를 만들었습니다. 사진집에 들어가는 사진들을 찍고 고르며 제 사진을 통해 발견한 저의 마음에 대해서 깊게 들여다볼 수 있었어요. 제 사진집은 단순히 사진을 모아놓은 책이 아니라, 사진을 통해 스스로를 바라보며 성장해 온 1년의 기록입니다.


사진을 시작하게 된 계기


저는 모두가 인정해 주는 취미를 갖고 싶었어요. 기타를 치는 친구들처럼 저도 뭔가에 몰입하고 싶었죠.

 

그 즈음에 사진기를 들며 사진을 찍는 친구가 있었어요. 혼자 셔터를 누르며 자신만의 시간을 즐기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죠.

 

카메라는 셔터, 조리개, 감도 이 3가지만 다룰 줄 알면 무엇이든 찍을 수 있다고 해서 입문 난이도가 낮다고 생각했고, 저도 해볼 수 있을 것 같았어요.


필리핀에서의 첫 사진집 : 순간포착


 

 

사진에 흥미가 생겼을 무렵, 필리핀 이동학습을 떠났어요. 출사팀과 같이 사진을 찍고 공유하는 것이 즐거웠어요. 그토록 원하던 취미가 생겼죠. 몰입할 수 있는 도구가 생긴 것만으로도 행복했어요.

 

그때 저의 첫 사진집인 ‘순간포착’을 만들었죠. 제가 직접 만든 결과물을 다른 사람에게 나눌 수 있었고, 저도 몰입할 수 있는 무언가가 생겼다는 걸 사람들에게 알릴 수 있다는 게 정말 뿌듯했어요.

 

하지만, 사진집을 판매하며 제가 찍은 사진이 인기가 없는 것 같아 작아지기도 했어요. 그래서 사진에 흥미를 잃기도 했죠.

 

그럼에도 사진은 제가 유일하게 할 수 있는 것이라 생각했고, 하나뿐인 취미를 잃고 싶지 않았던 저는 이번에 또 다른 사진집을 만들기로 결심했어요.

 

사진을 찍으며 꼭 사진집을 만들지 않아도 되지만, 사진을 찍으면서 변화했던 저의 이야기를 책으로 만들어 담고 싶었고, 다시 용기를 갖고 사람들에게 제가 카메라를 통해 바라보는 것들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무엇을 찍을까


출사를 나가면 무엇을 찍어야 하는지 모를 때가 많았어요. 가끔은 한 컷도 안 찍고 돌아올 때도 있었죠. 그럴 때마다 제가 진심으로 좋아하고, 찍고 싶은 것을 찾고 싶었어요. 찍은 사진들을 정리하면서 내가 사진에 즐거움을 느끼는 순간은 그냥 예쁜 사진을 찍을 때가 아닌, 나만의 특별한 사진으로 찍을 때였어요.

 

저는 한없이 익숙한 공간과 피사체라도 기법, 구도 등을 이용해 낯설게 담아낼 때 진짜 제 사진을 찍는 것 같았어요. 그렇게 빛을 피사체로 삼아보기도 하고, 흔들린 사진 속에서 의도하지 않은 아름다움을 발견하기도 했습니다.


챕터 1. 언제나 예측 불가능


올해 초, 필름 카메라로 사진을 찍으며 빛의 색감에 대한 아름다움을 느꼈던 적이 있어요. 제 사진에 빛은 항상 있었지만, 빛 자체를 피사체로 둔 적은 없었어요. 빛을 찍으며 느꼈던 것은, ‘예측할 수 없음’이었습니다. 빛은 늘 제 뜻대로 움직이지 않았어요.

 

출사를 나갔는데 하늘은 흐리고, 구름이 많이 껴 있었어요. 원래 노을을 촬영하는 게 목적이었지만, 노을은 잘 보이지 않았고, 구름이 해를 덮고 있었죠.

 

실망하던 찰나, 날씨가 흐려 아름다워지는 것들이 보였어요. 빛이 새어 나오는 것 같은 구름은 ‘구름과 빛’이라는 소재를 매력적으로 만들었고, 어두워서 더 강하고 다양하게 빛나는 조명들도 발견했죠.

 

그렇게 촬영을 이어가다 금방 밤이 되었어요. 그러다 우연히 밝기를 올리려 이용한 저속 셔터가 사진을 흔들리게 했고, 흔들린 사진은 오히려 특별한 장면을 연출했죠. 자주 보던 풍경에서 다름을 상상하고 표현하는 것이 재밌었어요. 그렇게 ‘있는 그대로 찍는다’는 생각보다 ‘내 시선으로 다시 만든다’는 느낌으로 사진을 찍기 시작했어요.

 

그렇게 찍은 사진들로 ‘챕터 1, 언제나 예측 불가능’이 탄생했죠.

 


언제나 예측 불가능


깜깜하게 변한 하늘 뒤, 여러 색 LED가 눈에 띄었죠. 사람들은 앉아서 한강의 불빛들을 보며 얘기를 하거나 버스킹 공연을 보고 있었어요. 은은한 네온사인 덕분에 빛으로 퍼져있는 안개가 더 잘 보였고, 순간 모든 풍경이 몽환적으로 느껴졌어요.

 

찍을 때마다 의도대로 되지 않는 빛은 예측할 수 없고, 그렇기에 사진의 소재가 무한했어요. 나에게 이런 사진들은 특별하고, 특이하다. 있는 것을 그냥 사진을 찍는 것이 아니라, 내 것을 만든다고 생각했어요.

 

이처럼 모든 상황과 장소에 아름다운 장면은 있고, 포착하려는 마음이 있다면 어디서든 장면을 아름답게 볼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 준 출사였어요.


챕터 2. 익숙함에서 새로움을, 새로움에서 익숙함을


낯선 곳에서 새로운 공간을 담고 싶다는 마음으로 여름 방학 기간에 유럽 여행 캠프에 참여했어요. 넓은 세상을 경험하고 직접 눈과 카메라에 담을 수 있어서 기대가 컸어요. 한번쯤 가 보고 싶었던 공간들에 호기심도 있었기에 즐거운 마음이었죠.

 

하지만 낯선 사람들과 함께하는 일정은 쉽지 않았고, 카메라를 들 여유도 없었어요. 기대와는 다르게 새로웠던 풍경은 금방 익숙해졌고, 열심히 찍은 사진들은 전부 뻔한 여행 사진 같았죠. 재미가 없었어요.

 

지루함을 느끼고 있을 때 캠프에서 만난 선생님께서 “타지가 낯설고 신기하겠지만, 관광지를 너무 담으려고 하다 보면 진짜 중요한 순간들을 놓치기 쉽고 그 나라를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다”고 하셨죠. 그 말을 듣고 유명한 관광지가 아닌, 평범한 풍경을 새롭게 볼 수 있었어요. 이곳에서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도 새롭게 느껴지는 사진을 찍고 싶어졌어요.

 


익숙함에서 새로움을, 새로움에서 익숙함을


남들이 보고 지나친 장소와 시간을 나의 시선과 시간으로 다시 들여다보곤 했어요. 넓은 세상을 경험하고 오자는 마음으로 여행을 떠났어요. 평소에 가보고 싶었던 프랑스와 이탈리아에서 발견한 건 제 마음가짐이었어요.

 

낯선 두 나라에 대한 호기심도 있었기에 즐거운 마음으로 카메라를 들었어요. 하지만 그것도 잠시, 저는 타지에서 외로움을 느꼈고, 호기심 가득했던 곳도 일상이 되니 한국에 있는 것처럼 익숙하게 느껴졌어요.

 

여행을 떠나면 모든 게 아름다울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지만, 어디를 가던 아름답게 보려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시간과 장소를 현지인만큼 익숙하게 바라보고 싶었고, 이곳에서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도 새롭게 느껴지는 사진을 찍고 싶었어요.

 

여행하면서 저는 눈으로 담는 즐거움도 배우게 되었어요. 빡빡한 일정 속에 카메라를 드는 대신, 눈으로만 바라봤던 순간들이 아쉽기도 했지만, 점점 눈으로 담는 것을 즐기게 되었어요. 카메라를 일부러 들지 않을 때도 있었죠. 저는 이제 카메라가 없어도 아름다운 세상을 눈에 담을 수 있어요.


챕터 3. 무엇이든 끝이 있기에 아름다운 것


마지막 챕터는 혼자 서는 법을 배워가는 이야기예요. 생각해 보면 저는 혼자 있는 시간이 지루했어요. 친구들과 수다를 떨며 한 공간에 있으면 멈춰있던 시간이 흐르는 것 같았죠. 우울한 모습을 보이는 친구가 있으면 내가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고, 저를 필요로 해줬으면 했어요.

 

1년 동안 개인 졸업 작품을 하면서 혼자 사진을 찍는 시간이 많아졌어요. 외롭기도 했고, 다른 친구들과 비교가 되기도 했어요. 주변을 보면 사진을 찍을 때 외로움을 느끼는 저와는 다르게 다들 혼자 있는 시간을 잘 보내는 것 같았고, 외로운 시간을 버티게 해 주는 각자의 취미가 있는 것 같았죠.

 

‘유일하게 취미라고 생각했던 사진도 혼자 있는 시간을 의미 있게 해 주는 것이 아니라면 나을까?’, ‘주변에 사람들이 없어지면 나는 살아가는 이유를 어떻게 찾아야 할까?’

 

혼자 사진을 찍을 때 마음 한 부분이 공허했고, 16기 친구가 한 명이라도 있었으면 이런 공허한 감정이 안 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지금까지 곁에 있던 여행의 동반자가 친구들이었다는 생각이 소중하면서도, 친구들과 늘 함께할 수 없다는 게 실감이 났죠.

 

그래도 함께했던 기억을 되돌아 볼 때 슬픔과 외로움보단 좋은 감정을 기억하고 싶었어요. 그러기 위해선 타인에게 너무 의지하는 모습도 조금 버려야 했고, 저의 가치를 스스로 찾고 홀로 서는 법을 연습해야 했어요. 끝의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같이 있어도 혼자 있어도 모두 채워져 있는 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을 마지막 챕터에 담았습니다.

 


무엇이든 끝이 있기에 아름다운 것


1년 동안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혼자 사진을 찍는 날이 많았어요. 외롭기도 했고, 혼자 출사를 갈 때면 지금 함께하고 있는 같은 반 친구들을 자주 떠올렸어요. 그럴 때마다 저는 혼자 행복을 느끼기 어려운 사람인 것 같다는 생각도 했어요.

 

중학교 3년의 기억을 쭉 간직하고 싶지만, 새로운 인연을 만날 때 지금의 시간으로 돌아가고 싶지는 않을까 걱정이 돼요.

 

즐거웠던 기억, 서로에게 상처 줬던 기억 전부 추억으로 남길 준비를 해요. 늘 붙어있던 우리가 다른 길을 간다는 게 슬프지만, ‘끝’이 있다는 게 우리를 더 소중하게 만드는 것 같아요. 이 뭉클한 기억을 사진으로 표현하고 싶었어요.

 


카메라는 세상을 보고, 나를 보는 눈


사진집을 만드는 과정에서 사진과 저의 관계를 다시 생각해 보기 시작했어요. 필리핀 이동학습 때 사진과 저는 매우 가깝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카메라는 저와 친구들을 연결해 주는 도구였던 것 같아요. 그리고 이번에는 제 성장을 도와준 도구가 되었죠.

 

 

홀로 사진을 찍으며 외로움도 많이 느꼈지만, 사진은 저 자신을 낯설게 바라보게 했어요. 또 사진은 제가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은지, 어떻게 자라고 싶은지 알게 해줬어요. 친구들과 항상 같이 있던 게 좋았던 저는 혼자가 되어보며 스스로에게 집중할 수 있었고, 평범한 일상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었어요.

 

16기 단체 사진을 볼 때면 저희가 걸어왔던 시간이 생각나듯이, 저는 저의 사진을 볼 때면 스스로 던졌던 질문들이 떠올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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