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1.24 (월)

  • 맑음강릉 18.2℃
  • 연무서울 16.4℃
  • 구름조금울릉도 16.9℃
  • 연무수원 16.0℃
  • 맑음청주 17.3℃
  • 맑음대전 17.9℃
  • 맑음안동 17.1℃
  • 맑음포항 19.5℃
  • 맑음군산 17.4℃
  • 맑음대구 18.2℃
  • 맑음전주 18.6℃
  • 맑음울산 19.7℃
  • 맑음창원 18.1℃
  • 맑음광주 19.5℃
  • 맑음부산 18.7℃
  • 맑음목포 18.6℃
  • 맑음고창 18.6℃
  • 구름조금제주 21.1℃
  • 맑음강화 14.5℃
  • 맑음보은 16.9℃
  • 구름조금천안 16.3℃
  • 맑음금산 17.9℃
  • 맑음김해시 19.3℃
  • 맑음강진군 19.1℃
  • 맑음해남 19.1℃
  • 맑음광양시 19.0℃
  • 맑음경주시 20.5℃
  • 맑음거제 17.6℃
기상청 제공

[대안학교 아이들 성장 기록Ⅱ] 최윤진 학생 "음악, 회피한 다양한 감정을 만나게 해주다"

더에듀 | 2022년 기준 학업중단학생이 매년 5만여명을 넘어선 것으로 조사됐다. 학업 중단 학생들은 대안교육기관을 통해 기초·기본 교육을 받으며 검정고시 등을 통해 학력 인정을 받고 있다. 그렇다면, 대안교육기관에서는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위해 어떤 교육을 진행하고 있을까. 또 그 안에서 학생들은 어떤 성장의 과정을 거치고 있을까. <더에듀>는 지난해에 이어 금산간디학교 아이들이 작성한 자신의 성장 기록을 통해 대안교육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기회를 마련하고자 한다.

 

 

작사 작곡을 하며 저의 일상에서의 발견과 경험을 노래로 풀어낸 이야기를 하려고요. 이런 저의 일기장 같이 보러 가실까요??

 

작곡을 처음 시작할 때 종혁쌤께서는 “일상에서의 모든 경험은 작사 작곡의 소재가 될 수 있으니 일단 노래를 만들어 보라”고 하셨습니다.

 

어떤 소재로 노래를 만들까 고민하던 중, 제가 마시던 메밀차가 눈에 들어왔어요. 학교에서 저 말곤 아무도 메밀차를 마시지 않았거든요. 저는 무대 때문에 목 관리를 하기 위해 메밀차를 마셨는데, ‘무대가 끝나면 이제 아무도 찾지 않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메밀차를 주제로 노래를 만들어 보았습니다.

 

처음 노래를 만들게 됐을 땐 ‘이렇게 해도 되나?’ 막막하면서도 ‘이게 나름대로 노래가 되네?’ 하며 재밌어했던 게 기억이 나네요. 첫 번째 곡 <메밀차> 들려드리겠습니다.

 

 

여러분은 살면서 지치신 경험이 있으신가요? 저는 학년이 올라가면서 점점 더 바빠져 자주 지치게 되었는데요. 학교협동조합 이사장이라는 처음 해 보는 리더의 역할과 논문, 여러 교내 이벤트 등 해야 할 것들은 많았지만, 시간은 늘 부족했죠.

 

지금 들려드릴 노래는 제가 바쁘고 힘들 당시 저의 그 기분을 온전히 느끼며 조금씩 써왔던 구절들을 모아 만든 곡입니다. 살면서 누구나 한 번쯤은 느껴봤을 것 같은 힘듦을 담아 이 노래를 듣는 여러분께서 “나도 그랬었지”하며 공감해 주셨으면 하는 마음이네요.

 

그럼 <오늘은 그냥> 들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다음으로 들려드릴 노래는 <길고양이 미안해>라는 곡입니다.

 

이 곡을 만들 땐 제가 친구들과 친해지고 싶어서, 놀고 싶어서 다가가면 몇몇 친구들이 귀찮아했던 것이 고양이와 친해지고 싶어 귀찮게 하는 제 모습이 닮아 보여 고양이에게 하는 말인 양 가사를 썼어요.

 

그래서 노래를 부를 땐 고양이에게 삐져서 틱틱 거리는 느낌을 내기 위해 일부로 음을 길게 늘어트리며 불렀어요. 편곡 과정에서 좀 더 투정 부리는 느낌을 위해 원래는 없던 레게리듬을 차용해 박자를 나눠주었어요. 음을 찹 찹 끊는 소리에 약간의 장난스러움 또한 담아냈답니다.

 

여러분은 보통 고양이를 부르실 때 어떻게 하시나요? “나비야~” 하고 부를 수도, 핑거 스냅을 쳐 고양이의 관심을 돌리려 할 수도 있죠. 그래서 중간중간에 박수 소리를 넣어 고양이를 부르는 상황을 연출해 봤습니다. 노래 들려드리겠습니다.

 

 

저는 이번 논문 활동을 하며 무대 경험을 쌓기 위해 최대한 많은 공연에 참여했어요. 언제부터인가 무대를 오르기 전, 걱정이 너무 많아졌어요.

 

‘내가 연습한 만큼 못하면 어떡하지?’, ‘나는 잘하고 싶은데, 또 망하면 어떡하지?’

 

하지만 그런 생각은 오히려 저를 더 긴장하게 만들었고, 저에게 있어 무대는 점점 더 잘해야만 하는 존재가 되었어요. 안 그래도 칭찬을 잘 받아들이지 못하는 성격인 저는 더욱 저의 단점만을 보게 되었어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회피하고 있던 열등감을 발견하게 되었지요. 1학년 기말 축제. 제 공연엔 별 반응이 없던 관객들이 신나는 노래를 한 다른 밴드의 공연에 호응하는 모습을 보며 ‘밴드는 신나야지만 잘하는 것’이라 생각하게 되었어요. 밴드를 계속 이어 나가면서 묘하게 생긴 경쟁 구도 때문에 열등감이 심해지기도 했고요.

 

하지만 저는 이 부러움을 티 낼 수 없었어요. 친구와 사이가 안 좋아질까 봐, 애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부끄러웠거든요. 이러한 부러움을 들키지 않기 위해 저는 “밴드는 너희가 최고지”, “너희는 잘하잖아” 같이 일부러 더 그 팀을 칭찬했지만 그럴수록 저의 마음만 더욱 힘들어졌어요.

 

이런 마음을 친구들에 마음 편히 털어놓고 이야기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믿음직한 사람이 되고 싶어 진지하게 표현하려 하지 않았어요.

 

“나 힘들어서 죽으면 어떡하지?” 같은 말로 장난처럼만 말을 하고 했어요. 하지만 그럴수록 더 제 생각은 더 무거워졌고, 사람들 눈에는 가볍게만 보였어요.

 

그러던 어느 날, 기숙사 방에서 한 친구와 저 단둘이 있을 때 저는 용기를 내어 이 이야기를 털어놓았어요. 제가 먼저 말을 꺼내니 그 친구도 자신에게도 그런 때가 있었다고 공감해 주었고, 서로 힘들었던 경험을 나누게 되었어요. 그때 했던 얘기는 묘하게 마음을 가볍게 해주었어요. 이때의 경험을 떠올리며 노래로 표현했습니다.

 

저의 마지막 노래 <물물교환> 들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앞서 언급한 음악에 대한 무거움을 덜어내게 된 순간이 하나 더 있었는데요, 올해 1학기 축제를 준비할 때 계속 불안하고, 자신감이 사라져 “왜 나는 계속 무대에 서고 있는 걸까?”라는 생각이 들었고, 이번을 끝으로 밴드를 그만두겠다고 마음먹게 되었어요.

 

하지만 공연 당일, 저는 이전과 달리 긴장하지 않고 무대에 설 수 있었어요. ‘어차피 우리는 잊힐 순서고, 뛰지도 못하는 잔잔한 곡이니 다음을 위해 쉬어가세요’라는 생각으로 무대를 하니 실수에도 크게 개의치 않고 무대를 즐길 수 있었어요.

 

처음으로 무대가 후련하고 기분 좋게 느껴졌습니다. 이 경험을 계기로 저는 무대에 대한 부담감을 덜어 놓는 방법을 배운 거 같아요. 무대는 여전히 떨리지만, 조금 실수한다고 해서 스스로를 너무 오래 몰아붙이지 않게 되었습니다.

 

음악은 무작정 회피하고 숨기려 했던 다양한 감정을 만나게 해줬어요. 음악으로 제 이야기를 꺼내다 보니 친구에게도 제 이야기를 털어놓을 수 있는 용기가 생겼고, 대화하며 나의 열등감을 마주 보게 되었어요.

 

예전에는 그 감정이 온전히 부끄러운 것이라고만 생각했지만, 이제는 조금 인정하게 되었고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게 되었어요. 제 노래를 듣고 친구들이 공감을 해줄 땐 묘한 위로가 되기도 했죠.

 

 

저에게 음악은 순간과 감정을 풀어 놓을 수 있는 좋은 일기장이 되어주었어요. 저는 아직도 음악과 작곡에 대해 모르는 것이 많아요. 그렇기에 저의 논문이 끝난 이후에도 작곡을 하고, 배우며 계속해서 음악과 함께이고 싶습니다.

 

앞으로 시간이 지나며 점점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들지도 모르지만, 무대에 서게 되었을 때 즐거운 무대를 계속하고 싶어요. 계속 지금처럼 언제 어디서나 음악을 듣고, 처음 음악과 친해졌을 때처럼 기타를 치고 노래를 부르며 일상에서 계속 음악을 즐기고 싶습니다.

 

배너
배너
좋아요 싫어요
좋아요
0명
0%
싫어요
0명
0%

총 0명 참여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