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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학교 아이들 성장 기록] 장형석 학생 "어렵던 관계 맺기, '나눔'으로 풀다"

마음을 나누며 찾아간 행복

더에듀 | 2022년 기준 학업중단학생이 매년 5만여명을 넘어선 것으로 조사됐다. 학업 중단 학생들은 대안교육기관을 통해 기초·기본 교육을 받으며 검정고시 등을 통해 학력 인정을 받고 있다. 그렇다면, 대안교육기관에서는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위해 어떤 교육을 진행하고 있을까. 또 그 안에서 학생들은 어떤 성장의 과정을 거치고 있을까. <더에듀>는 금산간디학교 아이들이 작성한 자신의 성장기록을 통해 대안교육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기회를 마련하고자 한다.

 


관계의 어려움


초등학교 때 저는 친구들과 어울려 놀며 수다 떠는 것만으로도 행복했고 제 삶에 만족했어요. 하지만 중학교는 달랐죠.

 

처음엔 설레는 마음으로 <금산간디학교> 생활을 시작했어요. 기숙사 생활을 하니까 함께 하는 시간이 자연스레 많았고, 친구들과 당연히 친해질 것이라고 생각했죠. 누군가 말했어요. “너는 친구들과 잘 지내는 것 같아” 라고요.

 

하지만 저는 친구들과 웃고 떠드는 게 자연스럽지만은 않았어요. 그리고 예전 친구들처럼 저에게 친구들이 다가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어요. 아무리 생각해 봐도 이유를 알지 못했어요. 가끔은 친구들과 함께 놀고, 어울리고 싶었지만, 친구들에게 다가가기가 어려웠고 힘들었어요.

 

함께 어울릴 수 있는 것을 찾기 위해 수업으로 악기를 배워보기도 하고, 매일 운동장에서 축구하는 아이들 속으로 들어가 보기도 했어요.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즐겁게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은 쉽지 않았어요. 그래서 저는 헬스 수업이나 프로젝트 수업 등 혼자 할 수 있는 것들을 찾기 시작했죠. 아마도 그때부터 행복을 찾고 있었나 봐요.

 


첫 번째 만남- 필리핀


그런 저에게 뜻밖의 행복이 찾아왔어요. 2학년이 되었고 우리는 15주 필리핀 이동학습을 떠나게 되었지요. 필리핀 이동학습 중에는 매일 아침 건물 주변을 청소하시는 푸티쌤과 식당 청소를 하셨던 진쌤이 눈에 들어왔어요. 왜인지 모르겠지만, 두 분에게 계속해서 신경이 쓰였어요. 푸티쌤과 진쌤에게 다가가서 말을 걸어 보고 싶었지만 영어도 안될 뿐 아니라 숫기가 없어서 그런지 정말 어려웠죠.

 

저는 어떻게 다가가야 할지 고민하다 ‘푸티쌤과 진쌤이 하시는 일을 함께하면 좀 더 친해지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어요.

 

우리는 그렇게 만남을 시작했어요. 푸티쌤은 묵묵히 일하시는 분이셨어요. 매일 같은 시간 청소를 하시지만, 제가 도우려 할 때마다 어딘가로 사라지셨고, 굉장히 내성적인 분이신지 처음엔 대화하기 쉽지 않았어요. 그래도 최대한 다가가 보려고 노력했어요.

 

푸티쌤을 찾으려면 꽤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꾸준히 청소를 같이하며 대화를 시도해 보았어요. 처음엔 대화가 어려웠지만, 함께 하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짧은 대화가 가능해졌고, 서로 웃기도 했어요.

 

진쌤은 푸티쌤과는 다르게 정말 밝은 분이셨어요. 아침마다 함께 청소할 때면, 저에게 먼저 다가와 주셨고 말도 걸어 주셨죠. 그래서인지 진쌤과는 훨씬 빨리 친해졌어요. 저의 이름도 외워주시고 청소할 때만이 아닌 평소에도 서로 이야기하는 사이가 되었죠.

 

그렇게 조금씩 알아가기 시작했어요. 쌤들이 요구한 것도 아니고, 내 마음이 움직이는 대로 했을 뿐인데 자연스럽게 관계가 맺어지는 것 같았고 그래서 기분이 좋았어요.

 

친구들과는 노력해도 친해지기 어려웠던 것들이 필리핀 쌤들과는 청소 하나로 너무도 자연스럽게 친해졌어요. 그래서인지 진쌤과 푸티샘은 짧은 시간이었지만, 너무도 소중한 추억으로 남는 분들이고 언젠간 다시 보고 싶은 분들이에요.

 


더 큰 행복을 찾아서


이제 용기와 자신감이 조금씩 생기기 시작했어요. 더 넓은 세상의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싶어졌어요. 그러면서 관계에 대한 생각은 조금씩 변해갔어요. 이것만으로도 너무 행복했죠.

 

논문 주제를 잡기 위해 고민하던 중, ‘필리핀에서 행복했던 순간들은 나의 자발적 돕기에서 시작된 것 아니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나는 더 큰 행복을 찾기 위해 세상으로 한 발짝 나아가 보고 싶었어요. 그것은 바로 나눔이었죠.


행복한 만남 : 희망의 언덕(활동단체)


세상 밖의 나눔을 찾는 것은 중학생으로서 쉽지 않았어요. 그래서 나눔을 하고 있는 단체를 찾았으나 학교생활을 유지하면서 활동하는 것은 어려웠어요.

 

3학년 1학기 비바봉 수업을 통해 알게된 「희망의 언덕」은 금산에서 활동하는 봉사단체라서 다행이 함께 할 수 있었어요.

 

희망의 언덕과는 무료급식, 수재민 돕기, 어르신 집청소를 함께 할 수 있었어요.

 

 

행복1 : 무료급식

희망의 언덕과 함께 가장 많이 한 활동은 무료급식이에요. 무료급식은 첫 활동이면서 오랫동안 꾸준하게 한 활동입니다. 무료급식은 몸이 불편하시거나, 연세가 많으신 어르신들을 위해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에 음식을 만들어 나누어 드리는 활동이에요.

 

여러분들은 이런 어르신들을 보면 어떤 생각을 하시나요? 저는 저희 할머니, 할아버지처럼 그저 연세가 많으신 분들이라고 단순하게 생각했어요. 무료급식을 하며 본 현실은 걷는 것이 많이 불편하시고, 눈도 침침해 잘 보이지 않는 등 여러모로 다른 사람들의 도움 없이는 일상의 생활을 하는 것이 어려운 분들이 대부분이었어요.

 

그렇게 누군가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한 분들에게 비록 작은 힘이지만 내가 할 일이 많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저는 최대한 많이 움직이려 노력했습니다. 한분 한분에게 정성을 다해 도움을 드리며 뿌듯함도 느꼈지만, 한편으로는 마음이 찡했어요. 그래서 친 할아버지, 친 할머니를 대하는 마음으로 나누는 것에 집중하게 되었어요.

 

어느 날 매번 뵙던 할머니가 저에게 5000원을 주시며 고맙다고 말씀하셨어요. 뜻밖의 상황에 당황했지만 할머니에게 오히려 감사함과 사랑을 느꼈고, 마음이 더 무거워졌어요. 그러면서 그 순간 무엇이라고 형용할 수 없는 살아있다는 느낌을 갖게 되었죠. 친구들과 뛰어 놀며 느끼던 행복과는 다른 느낌이었어요.

 

 

행복2 : 수재민 돕기

이 사진은 어떤 사진일까요? 이 사진은 저의 두 번째 활동인 ‘남이면 수재민 돕기’ 활동이에요. 지금부터는 잠깐 활동 일지를 읽어 드리고 다시 이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사진에 보이는 것처럼 가족분에 집은 처참한 광경이었어요. 집 청소를 「희망의 언덕」단체 분들과 함께 하며 주인 아저씨의 얼굴을 계속 보았어요. 웬지 서글퍼 보였고 거대한 자연 앞에 나약한 인간의 무력감 같은 것을 느끼고 계시는 것은 아닌지, 그분의 마음을 온전히 공감할 수는 없었지만, 조금이라도 더 도와 드려야겠다는 생각만 했다.”

 

 

행복3 : 독거노인 어르신 집 청소

무료급식 활동 이후 금산에 살고 계시는 다른 어르신들도 만나고 싶어졌어요. 그래서 「희망의 언덕」과 함께 몸이 불편하신 어르신 댁을 청소하는 활동도 했어요.

 

 

쓰레기 더미가 뒤덮인 집을 보고는 청소할 의욕을 갖는 것이 쉽지 않았어요. 어르신 집 앞에는 어마어마한 쓰레기가 쌓여 있었고, 창고에는 버릴 물건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죠. 먼저 모든 물건을 밖으로 꺼내서 분리수거 했어요. 집에 있는 물건 중 아마도 90% 이상은 쓰지 못하거나 버릴 물건이었죠. 어르신 집 청소는 「희망의 언덕」과 함께 치우지 않았다면 결코 끝내지 못했을 거예요.

 


만남이 만드는 관계의 확장


저는 「희망의 언덕」과 함께 하며 뿌듯함과 보람에서 오는 행복을 느꼈어요. 왠지 행복이 확장되는 것 같았어요.

 

금산간디학교에 입학해 간디 공동체를 느끼며 살아왔던 제가, 금산 안에서 이웃들을 도우며 마을 공동체로도 확장되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희망의 언덕」 분들과 계속 활동하다 보니 그중 끈끈한 관계를 맺계된 분들도 있었어요. 그분들과 활동도 하고, 이야기도 나누다 보니 학교 밖에서 또 다른 선생님들을 만나고 있구나 싶었어요.

 

나눔을 할땐 어떤 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교훈1 : 나눔의 태도

희망의 언덕 사무국장님은 저에게 “나눔 활동의 태도는 중간을 잘 지켜야 해”라고 말해주셨어요.

 

그리고 나눔할 때 스킨십을 정말 조심해야 한다고 말씀해 주셨죠. 남을 위해 활동할 때 너무 친근하거나 차갑게 상대를 대해서는 안 되고 딱 그 사이인 중간의 태도를 지켜야 한다고 하셨어요.

 

처음에는 무슨 뜻인지 이해되지 않았지만 봉사활동에 적극 참여하게 되면서 ‘도와준다는 생각보다 나를 위해서 봉사활동을 한다’라는 생각이 아닐까 싶었어요. 사무국장님의 말씀을 조금씩 이해하게 되었던 것 같아요.

 

교훈2 : 나눔의 방식

희망의 언덕 대표님은 저에게 “나눔은 꼭 돕는 것만이 아니라 대화만으로도 충분한 나눔이 될 수 있어”라고 하셨어요. 그리고 “봉사는 주는 것도 봉사지만, 호의를 받는 것도 봉사야”라고 하셨죠.

 

처음엔 이 말씀이 이해되지 않았지만, 어르신들과 대화하면서 환하게 웃는 표정을 생각해 보면 아마도 외로움을 잠시나마 있게 해주어서가 아닐까요? 여전히 나눔은 참 어려운 것 같아요.

 


만남의 또 다른 유형 : 아름다운 가게


희망의 언덕과 활동하며 자연스럽게 나눔이라는 것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일상에서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어요. 그래서 아름다운가게 자원봉사를 해보기로 했지요.

 

아름다운가게는 물건의 재사용과 재순환을 하며 친환경적인 세상을 만들자는 목적으로 운영되는 사회적 기업이에요. 지금까지의 활동처럼 직접적으로 이웃을 돕는 활동은 아니지만, 지속가능한 세상을 위한 환경 보호 운동을 하는 가게예요.

 

지금까지는 사람을 만나고 함께 한다는 생각으로 활동했지만, 아름다운가게는 일종의 기업이었어요. 그래서인지 매일 바뀌는 봉사자, 사람을 만난다는 것이 아닌 생산자와 소비자의 관계로 이루어져 있어 지루함이 있었어요.

 

그래도 이 활동을 계속할 수 있던 이유는 다양한 활동가들을 만날 수 있었기 때문이에요. 새로운 사람과의 만남과 소통을 통해 겪어보지 않은 세상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나를 만나다

지난 3년을 돌아보면 관계의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서라도 누군가를 돕는 활동을 해야 했어요. 처음엔 직접적으로 도움을 주는 활동이었지만, 나눔을 하면 할수록 초반과는 다르게 마음을 나누고 있는 저를 발견했지요. 그래서 지금은 사람과의 진정한 만남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저를 돌아보며 자연스럽게 스스로 질문을 던지게 되었어요. 저는 왜 나눔을 하는지에요.

 

나는 왜 나눔을 하는가?

지금까지 저는 관계를 중요시하는 사람임을 증명하고 싶어서 나눔을 했던 걸지도 몰라요.

 

아직은 저의 행복이 무엇인지 확실하게 정의내리지 못해요. 그럼에도 ‘행복한 친구들과의 관계 속에서 모든 것을 찾으려 했던 생각이 오히려 저를 알아가는 노력을 해준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어요.

 

관계는 사람을 만나는 모든 상황에서 만들어진다고 생각해요. 관계를 만드는 것은 제가 맺고 싶어서 다가가 볼 수 있으나,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죠.

 

어릴 때부터 자연스러운 만남만 가지던 제가 이번에는 나의 적극적 의지를 가지고 나눔을 실천하는 것을 통해 만남을 시도했고, 여러 가지 관계의 방법 중 이제야 한 가지를 제대로 경험하게 된 것 같아요.

 

이번 논문을 정리하는 과정을 통해 조금씩 성장하고 있는 것 같아요. 만남을 통해서 얻은 교훈과 생각이 저를 더 고민하고 사유하는 사람으로 만들어 주었고, 활동을 통한 경험과 함께 나눈 대화들이 넓은 시야를 같게 해주었어요.

 

이렇게 관계를 확장해 나간다는 것은 저를 좀 더 인간답게 살아가게 하는 힘이 아닐까요?

 

이제는 알 것 같아요. 제가 하고 싶은 만남은 진정으로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것이에요. 저와 어르신들, 저와 이웃분들, 저와 「희망의 언덕」 분들처럼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함께하며 연결하고 넓혀가는 것이 내가 하고 싶은 만남이에요.

 


마무리, 이런 질문


저는 이번 개인졸업작품을 통해 사람과 연결되는 공동체의 행복을 느끼며 살아가는 경험을 하게 된 것 같아요. 여러분에게 두 개의 질문을 던지며 마무리를 하려고요.

 

 

여러분은 평소에 <나눔>의 진정한 가치를 느껴본 적 있으신지요?

여러분은 행복을 어디에서, 어떤 순간에 느끼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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