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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시선] 인구절벽 시대, 문해력 차원의 '우천시' 논란 접근이 아쉽다

 

더에듀 지성배 기자 | 최근 한 어린이집 교사가 인터넷 카페에 올린 ‘우천시’ 논란이 뜨겁다.

 

‘우천시 장소를 변경한다’는 교사의 안내에, 학부모가 전화를 해 ‘우천시가 어디냐’고 물어 당황했다는 내용으로 학부모의 문해력 논란으로 번졌다.

 

그간 사생대회를 ‘죽기살기 대회’로, 금일을 ‘금요일’로, 십분 이해한다는 표현을 ‘십분 동안’만 이해한다로, 고지식한 분이다를 ‘지식이 높은 분’이라는 식으로 해석하는 등 또 다른 다양한 논란을 보아 왔다.

 

지난해에는 ‘사흘’을 4일로 인식하는 일도, 또 그전에는 ‘심심한 사과’라는 표현에 사과의 진정성이 없다는 비판을 제기해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되었다.

 

이 같은 언어 사용의 차이는 역사적인 배경을 기본으로 하고 있는 데다 앞으로 더 확대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에서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

 

2023년 국립국어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일상어 중 한자어의 비율은 33% 수준이며, 전문어 중에는 59%에 이른다.

 

역사적으로 한자어가 본격적으로 우리의 언어생활에 활용된 것은 고조선이 한나라에 멸망 당한 기원전 108년 이후로 추정된다.

 

이후 한자어는 강력한 중앙집권체제의 도구이자 선진문물의 유입 매개체로 역할을 했으며 한글이 창제된 조선시대 역시 그 중요성을 줄이지 못했다.

 

1948년 한글 전용에 관한 법률 제정으로 한글이 공문서에 본격 사용되고 있지만 한자어를 우리 생활에서 완전히 배제하기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개인의 언어 사용은 개인의 삶이자 정신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가 언어를 사용하는 데 있어 이런 역사적 과정을 겪어 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우천시 논란을 문해력 차원으로만 접근하는 데에는 한계가 분명하다.

 

대한민국은 해방 후 짧은 시간 선진국 반열에 오른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나라이다. 그러나 짧은 시간이었던 만큼 다양한 분야에서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특히 세대 간 인식 차이는 대표적 부작용 중 하나이고 이는 세대 간 사용 언어에도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요즘 초중학생들은 줄임말을 많이 사용하고 있다. 학교급만 달라져도 서로가 모르는 언어를 사용하는 언어 분리 시대에 살고 있을 정도이다. 초중학생의 언어를 대학생만 되어도 알아듣기 힘든 시대라는 점은 한자어가 포함된 단어 사용을 전국민이 같은 개념으로 이해하는 데 명확한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많은 기사에 달린 댓글들에서는 이러한 문제를 받아 들이는 태도에 대한 내용을 적잖이 발견할 수 있다. 모든 것을 다 알 수 없는 시대에 살고 있는 만큼 상대를 비꼬거나, 무시하는 행동이 더 큰 문제라는 지적이다.

 

대한민국은 인구절벽 시대에 살고 있고 출생율이 전세계 최소치를 기록하고 있다. 앞으로 다문화에 대한 가림막을 내려야 우리나라가 생존할 수 있다는 문제의식이 힘을 얻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다양한 언어가 우리 사회에 자리 잡아갈 가능성은 점차 커지고 있는 셈이다.

 

이번 우천시 논란을 ‘나는 아는 데 너는 모르냐’는 식으로 대응하지 말자. 개인의 포용력을 키우고 상대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기회로 삼으면 글로벌 시대 속 다문화 사회로의 변화가 불가피한 국가위기 상황도 벗어날 수 있는 또 다른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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