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에듀 | 정부와 학교 차원에서 오랜 세월 사이버불링 예방 교육과 캠페인이 이루어졌으나, 혐오사회, 혐오경제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심각해지고 있다. 새로운 디지털 기술이 도입될 때마다 몰카, 딥페이크 등 신종 사이버불링 수법이 등장하고, 사회 변화에 따라 사이버불링의 개념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에 디지털리터러시협회(CDL)와 구글은 2023년부터 사이버불링 문제를 재조명하고 해법을 제시하기 위해 '잠시만요 캠페인'을 개시했다. 유튜브 크리에이터들이 참여해 캠페인 영상을 만들어 사이버불링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이해를 돕고, 교육 콘텐츠를 개발해 학교에 보급하고 학교에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더에듀>는 박일준 '디지털리터러시협회' 회장을 통해 교육자와 교육 행정가들이 알아야 할 사이버불링의 위험성을 안내하며 '잠시만요 캠페인'의 성과와 실천 방안을 공유로 예방 활동 및 인식 확산에 나서고자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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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연예인이 자신의 SNS에서 “사람들은 보여지는 모습만 가지고 나를 평가한다”라며 불평 아닌 불평의 글을 포스팅했다. 이 글을 본 수많은 사람이 댓글을 달았다. 동조하고 응원하는 댓글이 달렸고, 그중에는 다소 부정적인 댓글도 있었다.
그중 하나의 댓글이 문제의 시발점이 되었다. 그 댓글은 “누구나 다 보여지는 모습만으로 평가하지 않나”였다. 해당 연예인은 이 댓글에 상처를 받았고, 팬들은 네티즌 수사대가 되어 이 댓글의 주인공을 찾아 마녀사냥을 시작했다.
알고 보니 댓글을 단 사람은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의사였고, 그는 악의 없이 생각하는 그대로의 사실을 이야기했을 뿐이었다. 결국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이 사례는 사이버불링에 대해 생각해볼 만한 여러 가지 시사점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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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사용이 늘어나면서 사이버불링은 더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 익명성을 이용한 악플에서 시작된 사이버불링은 허위 정보를 덧대며 보다 악질적으로 발전했다. 이후 사이버렉카 영상과 같이 콘텐츠 형태로 진화하고, 최근에는 딥페이크와 같은 기술까지 사용하면서 사이버불링이 더욱 고도화되고 있다.
사이버불링 수법이 이렇게 교묘하게 발전하는 반면, 사이버불링 예방과 처벌은 제자리걸음에 있다. 사이버불링을 단순한 재미 추구나 복수가 아니라 금전적인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런 이들에 의해 혐오 경제가 만들어지고 있어 앞으로의 일이 더욱 걱정된다.
사이버불링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는 사이버불링을 가해자 중심으로 정의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학계에서는 사이버불링을 ‘온라인에서 의도적으로 타인을 괴롭히는 행위’라고 정의한다. 가해자의 의도성이 사이버불링 여부를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인 것이다. 피해자가 있더라도 가해자의 의도가 없었다면 그것은 사이버불링이 아닌 것이 된다. 피해자 입장에서는 억울하고 환장할 노릇이다.
이러한 이유로 악성 댓글을 단 가해자가 잡히면, 열에 아홉은 “아무 생각 없이 한 장난이었다”고 주장한다. 악의가 없었다고 답해야 처벌받지 않거나 경미한 수준에서 끝나기 때문이다.
법적으로는 사이버불링의 ‘행위’ 자체를 더 중요하게 보지만, 사회적으로는 사람의 ‘의도’를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사이버불링을 법정으로 가져갈 수는 없고, 사회관계 속에서 해결해야 하기에 사회적으로도 ‘의도’보다는 ‘행위’ 자체를 보고 판단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변화는 기존에 사이버불링을 ‘가해자 중심’으로 바라보던 관점을 ‘피해자 중심’으로 바라보는 것으로 해결할 수 있다.
성범죄의 사례를 보면 이해가 쉽다. 과거에는 성범죄에 대해서도 가해자 중심의 시선을 갖고 있었다. 가해자가 “농담이었다”라든가, “의도가 없었다”라고 하면 처벌을 감경해 주거나 면제해 주던 시절이 있었다. “취중이라 기억이 없다”라는 변명은 성범죄로부터 빠져나가는 단골 메뉴였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성범죄에 대해서도 피해자 중심의 시선을 갖게 되었다. 현재는 가해자의 의도성보다 피해자가 입은 실질적인 피해와 피해에 대한 인식이 중요해졌다. 이 덕분에 미투 운동도 일어났고, 반대로 억울한 피해자도 생기곤 했지만, 이러한 관점의 변화가 성범죄 문제를 예방하고 해결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말 그대로 가해자의 의도가 없었다 하더라도 피해자가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면 범죄가 성립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이로 인해 “그러게 왜 짧은 치마를 입고 다니냐”와 같은 무식한 발언은 사라져 가고 있다.
소수의 악플러에 의한 사이버불링이 중요한 사회 문제지만, 본 칼럼의 첫 회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다수의 사람이 모르고 하는 사이버불링도 큰 사회 문제다.
사실 비율로 따지자면, 후자가 더 클 수 있다. 가랑비에 젖듯, 많은 사람이 악의 없이 모르고 하는 괴롭힘의 말들이 사회를 병들게 한다.
사이버불링이 더 이상 소수의 문제가 아니라 다수의 문제라는 점에서 이제 사이버불링을 다시 정의해야 할 필요가 있다. 사이버불링을 ‘온라인에서 의도적으로 타인을 괴롭히는 행위’가 아니라, ‘온라인에서 의도적으로 또는 의도치 않더라도 타인을 괴롭히는 행위’라고 재정의해야 한다. 이렇게 정의한다면, 사이버불링에 대한 처벌도 쉬워지고, 성범죄와 같이 예방과 해결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사이버불링을 피해자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많은 것이 달라질 것이다. 잠재적 가해자들은 말하기 전에 잠재적 피해자의 입장을 한 번 더 생각할 수밖에 없다.
버지니아 셰어 교수가 네티켓의 원칙 첫 번째로 ‘네트워크 넘어에 있는 상대가 나와 같은 인간이라는 것을 기억하라’를 언급하며 디지털 세계에서의 공감을 강조한 것처럼 잠재적 피해자에게 공감하려는 노력을 시작할 수 있다.
처벌 시에도 더 합리적인 접근이 이루어질 수 있다. 최소한 “네가 그럴 만한 행동을 한 거 아냐”라든가, “다 그런 거지. 네가 그냥 참아”라는 식의 대응은 사라질 것이다.
사이버불링은 비정상의 정상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김여사’, ‘잼민이’, ‘개극혐’과 같은 말들이 그냥 흔한 말들이 되어 가고 있다. 처음엔 자극적으로 느껴졌던 조미료가 익숙해지면서 더 이상 자극이 되지 않는 것처럼 쓰지 말아야 할 말들이 일상의 언어로 자리 잡고 있다. 더 늦기 전에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그 조치는 대단히 새로운 것일 필요는 없다. 기본을 다지고 충실히 하는 것으로도 충분하다. 가장 기본이라 할 수 있는 사이버불링을 다시 정의하고, 그에 따라 바라보는 시선을 바꾼다면 모든 것이 달라질 수 있다.
사이버불링도 더 이상 사회적 난치병이 아니라, 우리가 관리할 수 있는 감기와 같은 병이 될 수 있다. 사이버불링의 예방과 해결은 우리의 생각에 달려 있다. 오늘부터 실천해 보자. 사이버불링을 목격했을 때, 가해자가 아니라 피해자 관점에서 생각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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