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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썹쌤일기] ⑭교사를 놀리려 드는 아이들

더에듀 | 캐나다 온타리오주 동남권 여러 학교에서 보결 교사로 근무하는 정은수 객원기자가 기자가 아닌 교사의 입장에서 우리에게는 생소한 캐나다 보결 교사의 하루하루를 생생한 경험담을 통해 소개한다. (연재에 등장하는 학교명, 인명은 모두 번안한 가명을 쓰고 있다.)

 

 

“쌤, 기계가 기름이 없어서 안 켜지는 거 같은데 기름 좀 넣어도 돼요?”

“안 돼. 왜냐면 난...”

“아, 쌤은 정규가 아니라서 못하시는구나.”

“아니, 난 미술 선생이라 기계 안전을 못 봐주니까 안 돼. 그냥 켜지 말고, 살펴만 봐.”

 

지난 학기 봄에 학교 전체 인터넷이 다운됐는데 운송 기계 수업의 계획이 자동차 부속에 관한 온라인 모듈 학습이었던 적이 있다. 할 수 없이 자습을 시키고 있는데 갑자기 실습실 뒤쪽에서 기계음이 났다. 가보니 남자애 넷이서 잔디깎이 시동을 걸고 있는 것이었다.

 

다가가서 “얘들아, 오늘 인터넷이 안 되는 바람에 계획돼 있던 온라인 모듈을 못 하게 돼서 자습을 시켰지만, 안전하게는 있어야지”라고 하니까 심심하던 것들이 기회를 만났다 싶었나 보다. 선생님을 갖고 놀려고 들었다.


선생님을 놀려보려고 애쓰는 아이들


여기 말로는 '로스팅(roasting)'이라고 하는데, 학생들이 다른 학생들 앞에서 교사나 학생을 말로 놀리거나 조롱하는 행동을 말한다. 원래는 관객 앞에서 한 캐릭터를 조롱하는 행위가 이어지는 형식의 코미디를 말할 때 사용되던 용어가 교실의 은어가 되면서 자발적 역할이 아닌 만만한 희생자로 맥락이 바뀌어서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그런 코미디를 로스팅이라고 하게 된 것은 태우는 행위 또는 화상을 의미하는 번(burn)이 사람에게 상처를 주거나 아픔을 주는 말을 하는 행위에서 기원해 이런 태우는 행위를 반복해서 하는 것을 음식을 불에 계속해 굽는 의미의 로스팅이라고 하게 된 것이다.

 

괴롭힘보다는 놀림에 방점이 있으니 맥락은 꽤 다르지만, 우리니라에서도 일부 직역에서 선배나 상급자가 사람을 괴롭히는 걸 태운다고 표현하는데, 이 로스팅이라는 표현의 출발도 태운다는 데서 온 걸 생각하면, 사람이 사람을 괴롭히는 걸 태운다고 하는 점에서는 참으로 사람 사는 데는 비슷한가보다.

 

학교에서는 학생이 그런 행위를 해도 교사가 기껏해야 주의를 주는 정도밖에 못하니까 사실상 사회적 권력 관계의 우위를 이용하는 부분이나 이를 통해 집단 안에서 우월적 지위를 차지하려고 한다는 성격은 조금 겹칠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만만한 선생님 찾아서 로스팅하는 게 이곳 중고등학생들의 취미 생활이다.

 

교실 뒤편 잔디깎이에서 한 번, 두 번 찔러도 효과가 없이 선생님이 가버리니까 아쉬웠나 보다. 이것들이 교탁 앞에 있는 실습용 원동기로 와서는 다시 시동줄을 당기면서, 다시 로스팅에도 시동을 걸어본다.  


때로는 선을 넘을 정도의 수위까지


“쌤, 이거 디디 기계라고 부르는 거 아세요?”

“야, 내가 아무리 미술이지만 아닌 거 알거든.”

“아니 진짜 디디랑 똑같잖아요. 넣었다 뺐다 하는데 아무 일이 없어요.”

“쌤, 이 디디 기계도 기름이 없어서 안 되나 봐요. 기름 좀 쑤셔 넣어도 될까요?”

 

여기서 '디디'는 미성년자 성매매 전력에 인신매매, 갈취 혐의로 기소돼서 최종 선고를 앞두고 있는 퍼프 대디의 이름이다. 당시 배심원 유무죄 판단을 앞두고 기사가 쏟아져 나오고 있던 시기였다.

 

일부러 교사를 당황시켜 보려고 미성년자 성폭행을 하고도 오랫동안 잡히지 않았던 퍼프 대디와 같다는 얘기를 저렇게 대놓고 한다. 헛소리하지 말라고 손을 젓고는 관심을 안 주니까, 관심을 안 주는 틈을 타서 기름을 넣으려고 비품 캐비닛을 열어보려고 한다.

 

“야, 걔가 잠가놓고 갔나 봐.”

 

아주 자기들 선생님 얘기를 하는데도 저런 식이다. 안 받아주니까 어떻게든 급우들에게라도 관심을 받아보려고 계속 자기들끼리 ‘디디’를 이어간다.

 

“이 디디 기계가 디디를 안 하네.”

“이게 디디 너트라는 건데 이걸 끼워야 팍팍 힘이 들어간다고.”

“야 너트가 아니라 볼트가 디디 아니냐.”

 

그런데 다행히도 급우들도 관심이 없다. 여기서는 고2쯤 되면 이 정도 망나니짓에 호응해 주는 애들도 줄어든다. 각자 자기 관심사 찾아서 진로를 준비하기에 바쁘니까.

 

이 이야기를 해줬더니 우리나라에서는 고등학교에서도 가르쳤던 아내는 여기 고등학교는 못 가겠단다. 역시 사람은 자리가 있나 보다. 난 정신 없고 개념 없는 저학년 애들은 상대 못하겠지만, 큰 애들이 저런 소리 해서 어떻게 해보려는 건 대수롭지 않은데.

 

물론 앞서 만만한 교사를 찾아서 한다는 점에서 사람마다 당하는 수위가 다르기는 하다. 키 작고 약해보이는 여교사의 경우 더 심한 일을 겪은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  

 

이곳에는 실종되거나 피살된 원주민 여성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는 붉은 드레스의 날(Red Dress Day)이 있는데, 어느 미술 교사가 이 날에 관한 설명을 할 때 몇몇 남학생이 “그런 여자들은 성폭행을 당해서 죽어도 싸다”는 식의 말을 교사에게 대놓고 계속해서 결국 선생님이 못 견디고 울면서 교실을 나갔다는 이야기다.


중학교에선 수위 낮아지는 대신 빈도 높아져    


중학교에 가면 대놓고 조롱하는 수위에서 조금 내려가도 아이들이 엉뚱한 소리를 하면서 교사를 놀려보려고 하는 시도는 더 잦다. 아직은 교사의 경계를 시험해보는 아이들이 더 많기 때문이기도 하고 미성숙한 방법으로 교사와 상호작용을 시도하고 싶어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형, 우리 오늘 그냥 놀면 안 돼?”

“안 돼. 그리고 나 네 형 아니니까 그렇게 부르지 마라.”

“아니 왜 쟤도 삼촌이라고 불렀잖아요? 그게 더 심한 말인데요!”

“응, 너도 삼촌이라고 부르지 마라.”

 

툭하면 선생님을 삼촌(unc)이나 형(bruh)이라고 부른다. 물론 내가 저희들 형이나 삼촌도 아니지만, 이 표현들이 액면 그대로 삼촌이나 형이 아니라는 것이 더 문제다.

 

‘삼촌(Unc)’은 좀 더 맥락을 반영해 번역하면 ‘아재’와 의미가 비슷하고, ‘형(Bruh)’이라고 번역했지만, 사실은 손위·아래 없는 형제라는 표현으로 친구들끼리나 쓰는 표현인데 어떻게든 놀리거나 맞먹어보려고 하는 짓이다.

 

가끔 이슈가 있을 때는 이 녀석들도 순한 맛 이야기만 하지는 않는다. 한창 퍼프 대디 사건이 이슈였을 때는 옥토중 까불이들도 그 얘기를 꺼내며 주변 아이들 사이에서 관심을 끌어보려고 했다.

 

“쌤, 쌤, 퍼프 대디 노래 좋아해요?”

“아니, 난 옛날 사람이라 젊은 애들 듣는 노래 몰라.”

 

사실 대학생 시절에 퍼프 대디가 오히려 지금보다도 유명했으니 모를 리가 없지만, 이미 뉴스를 봐서 이런 이야기를 수업 중에 이어지게 두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 녀석들이 포기를 안 한다. 옛날 사람이라 하니까 같은 이슈가 있는 옛날 가수를 꺼낸다.

 

“쌤, 썜, 그럼 마이클 잭슨은 아시죠?”

“알지, 근데 지금 가수 얘기하는 시간이 아닌데?”

“아니, 마이클 잭슨이 애들한테 무슨 짓을 했는지 아시죠? 퍼프 대디가 그런 짓을...”

“응, 안다고. 너희 공부한 거나 보여줘봐.”

“에이, 형.”

“난 네 선생님이지 형이 아니라니까.”


온몸으로 장난치려 드는 중학교 남학생들


중학생들은 종종 온 몸으로도 교사를 놀리려고 들기도 한다. 어느 날은 몇몇의 학생이 교실에 있던 예전 미술 수업에서 만든 반짝이가 뒤덮인 작은 크리스마스트리 모형을 던지면서 소란을 일으켰다.

 

아이들 예닐곱 명이 모형을 서로 던지면서, 떨어진 곳에서는 반짝이 가루가 날려 동참하지 않은 애들도 피한다고 난리였다. 말로는 멈추라고 해도 멈추지를 않고, 제지를 하려고 하면 못 빼앗게 서로에게 던져줬다. 그럴 때 보면 7학년은 여전히 초등학생 같다는 생각도 든다.

 

결국 빼앗아서 넣고 칠판 앞에 놔뒀더니, 이번에는 한 명이 질문을 하는 척 주의를 끌고는 다른 학생이 그걸 다시 가져와 보려고 교탁 밑으로 기어 가지를 않나, 안 속으니까 이번에는 진짜로 다른 아이들하고 문제를 일으켜서 중재하러 가게 만들고 기어코 빼가기를 몇 차례 반복하고 나서야 다들 다시 할 일을 하게 만들 수 있었다.

 

그런데 이렇게 교실에서 뭔가를 던지면서 교사를 놀려보려고 하는 일은 종종 일어난다. 때로는 필기구나 물통, 모자 등 온갖 물건을 갖고도 하는데 특정 학생을 괴롭히려는 의도보다는 수업 시간에 딴 짓을 하면서 공부를 안 하고 급우들의 관심을 끌어보려는 의도일 때가 더 많다.

 

그런 행동을 하는 학생이 많은 학급에서 수업하고 교사 휴게실로 오면 다른 선생님들이 한 번씩 “살아남으셨네요”, “살아남았으면 된 거죠, 뭐” 하고 농담 반 진담 반 인사를 하고는 한다.

 

때로는 아이들에게 뭔가를 나눠줄 때 다른 걸 달라고 하는 아이들에게 하는 말인 “주는 대로 받고 불평하지 말자”에서 따서 “주는 대로 받는 거지 뭐” 하고 위로를 하기도 한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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