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에듀 정은수 객원기자 | 인스타그램이 10대 계정을 도입하기로 하는 등 소셜미디어(SNS)가 청소년에게 끼치는 악영향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SNS가 고교생들 사이에서 따돌림, 악성 루머, 낙인의 장이 되고 있다는 연구 보고서가 나왔다.
노르웨이 교육부는 지난 9일, 이런 내용을 포함한 2023년도 연례 학생 설문조사에 대한 심층분석 연구 보고서를 공개했다. 노르웨이 교육부는 매년 연례 학생 설문조사를 시행해 발표한 이후 심층분석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노르웨이 과기대(Norges teknisk-naturvitenskapelige universitet, NTNU) 연구진이 ‘압박 속의 학교 일과: 안전과 소속감을 찾아서’라는 제목으로 진행한 이번 연구는 고교생의 안전한 학교 환경과 소속감에 대한 경험을 심층적으로 분석했다.
고교생 댑분 SNS 사용, 따돌림 등 악용의 장이 되기도
보고서에 따르면 노르웨이 고교생의 97.4%가 SNS를 이용해 타인과 상호작용을 하고 85%가 SNS를 통해 새로운 친구를 사귀었다고 응답했다. 또한, 69%는 SNS가 없었다면 더 외로웠을 것이라고 응답했다.
이런 SNS가 따돌림, 루머, 낙인 등 부정적인 사안이 발생하는 장이 되기도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따돌림의 형태가 많았다. 다른 학생들이 자신을 제외하고 모임(52.2%), 다른 학생들이 SNS 앱에서 자신에게만 알리지 않은 채 활동을 계획(50.7%), 많은 다른 학생이 참여하는 그룹에 가입을 거절당하거나 초대받지 못함(46.5%) 등이 가장 많은 응답을 기록했다.
원하지 않는 사진을 촬영해 공유(38.3), 불쾌한 말을 하거나, 루머를 퍼트리거나, 싫어하는 행동을 SNS상에서 함(34.5%), 다른 학생들이 자신이 알 수 없는 비밀 그룹 생성(29.7%), 자신의 곤란했던 경험을 타인이 SNS에서 공유(28.5%) 개인적으로 보낸 메시지나 사진을 친구가 허락 없이 공유(27.9%), 참여를 원하지 않는 채팅방에 추가됨(26.9%) 등이 뒤를 이었다.

따돌림 경험 가장 많고 여학생 피해 더 커
개인적인 메시지나 사진 등을 공유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모두 여학생이 남학생보다 응답 비율이 높았다. 특히 다섯 개 항목에서는 여학생이 남학생보다 통계적으로 매우 큰 차이로 많은 경험을 했다. 그중 네 항목은 따돌림에 관한 항목들이었고, 하나는 루머였다.
이런 부정적인 SNS 경험에 대한 사례 연구도 진행됐다. 특히 유럽 고교생, 대학생들이 많이 사용하는 익명 앱인 요들(Jodel)에서는 특정 학생의 외모, 성격, 몸무게, 심지어 성기 크기까지 비하하는 포스팅들이 메인에 올라올 정도였다.
사례 연구에 응답한 한 학생은 “SNS에 있는 나쁜 글들 때문에 학교에 가는 것이 두려워지기도 했다”면서도 “그것도 청소년의 삶의 일부분이며 지나치지만 않다면 괜찮다”고 했다.
연구진은 이에 대해, 학생이 학교에 가는 것이 두려울 정도의 일을 겪으면서도 부정적인 SNS 경험을 십 대 생활의 일부분이자 받아들이고 살아가야 할 일로 일상화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했다.
학교 소속감, 만족도 등 저해
부정적인 SNS 경험들이 학교생활에 끼치는 영향도 조사했다. 33.9%의 학생이 부정적인 SNS 경험으로 화가 나거나, 슬프거나, 불쾌했다고 응답했다. 이 경우도 여학생(41.9%)이 남학생(23.6%)보다 월등히 많았다.
감정에 영향을 받았던 학생들에게 그 결과를 묻는 추가 질문에 대한 응답은 동기 상실(74.4%), 집중력 저하(71.5%), 등교에 대한 두려움(54.7%), 학교를 싫어하거나 학교에서 자신의 모습을 싫어함(53.1%), 등교 거부(36.6%) 순이었다. 역시 모두 여학생의 높은 응답률을 보였다.
이런 부정적 SNS 경험과 동기, 만족도, 소속감의 관계를 분석한 결과, 세 가지 항목에 모두 유의미한 상관을 보였으며, 그 정도는 소속감, 만족도, 동기 순이었다.

다만, SNS가 부정적인 영향만 끼치는 것은 아니었다. 학생 중 75%는 어려운 상황에서 SNS를 통해 도움을 받았다고 했으며, 48%의 학생이 어려운 시기에 만나서 이야기하는 것보다 SNS를 통해 이야기하는 것이 쉬웠다고 응답했다.
학교에서도 SNS를 학교 규칙과 그에 대한 조치의 사례를 소개하는 도구로 사용하는 긍정적인 예도 있었다.
연구진은 “SNS가 친구를 사귀고 친구 관계를 유지하는 만남의 장소로 기능하고 있다는 것은 명백하지만, 이 디지털 만남의 장이 새로운 사회적 도전을 가져오기도 한다”고 해석했다.
특히 부정적인 경험에 대해 “조성된 불안감이 긍정적인 학교 환경 형성에 기여할 수 있는 학생의 능력에 영향을 끼친다”고 봤다.
결과보다 노력과 과정 강조하면 긍정적 영향
연구진은 SNS 이외에도 전체적인 스트레스 증감, 고교 졸업 축제 기간이 스트레스와 따돌림에 끼치는 영향, 학교들이 안전하고 지원받는 환경을 위해 하는 노력과 그 효과, 학습 중심 접근과 성취 중심 접근 학교의 안전과 소속감 차이 등도 살폈다.
노르웨이 교육부는 SNS 부분을 제외한 연구 중 지난 10년간 고교생 사이에서 성적과 외모 스트레스 지속 상승한 문제 해소 등 건강한 학교 생활을 위해서는 학업 성취 등 결과 중심의 문화보다 노력과 학습 과정에 중점을 두는 학교 문화가 도움이 된다는 조언을 부각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요나스 가르 스퇴레(Jonas Gahr Støre) 총리 주도로 SNS 이용 최소 연령을 13세에서 15세로 상향하는 개인정보법 개정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정부의 입법 추진 동력을 더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