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에듀 지성배 기자 | 손덕제 울산 농소중 교감이 국가교육위원회(국교위) 위원으로 위촉돼 2028년 3월까지 3년간 활동하게 됐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부회장을 지닌 그는 현재 국교위원 중 유일한 현장 교원 출신이라 유·초·중등 교육계의 큰 관심을 받고 있다.
국교위는 출범 이후 정파성 이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 앞으로 10년 교육의 틀을 세우는 중장기 발전계획을 마련하는 중차대한 시간을 보내고 있어 손덕제 위원의 역할은 더욱 중요할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이에 <더에듀>는 손덕제 신임 위원 인터뷰를 통해 그가 가진 교육에 대한 생각과 국교위를 바라보는 시선 또 앞으로의 활동 계획과 각오 등을 들어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 국가교육위원으로 위촉됐다. 소감은
국내 최대 교원단체인 교총의 추천 위원으로서 교원의 대표 역할을 맡게 되어 막중한 책임감을 느낍니다. 학교 현장과 교원을 충실히 대변하며, 교육의 본질을 바탕으로 학생들의 미래를 여는 사랑과 감사의 교육공동체를 만들고, 모두가 행복한 교육 비전을 마련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 유일한 현장 교원 위원이다. 각오는
교육의 근본이자 출발점은 유·초·중등 교육입니다. 탄탄한 기초 위에서만 백년대계가 올바르게 세워질 수 있다고 믿습니다.
그러나 현재 국교위 내에서 학교 현장을 대변할 수 있는 현장 교원 위원은 저 하나뿐입니다. 저는 학교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전달해 국교위의 방향성과 심의·의결이 실제 교육 현장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도록 가교 역할을 하겠습니다.
현재 학교 현장에서 교사들은 점점 더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아동복지법 등 교육 현실과 맞지 않는 법 적용으로 인해 교권이 지속해서 추락하고 있으며, 학교 안전사고와 교실 내 몰래 녹음으로부터 교원을 보호할 대책도 미비한 상황입니다. 또한, 성과급제와 점점 낮아지는 처우로 인해 교사들의 자긍심이 위협받고 있습니다.
교사가 바로 서야 교육이 바로 설 수 있습니다. 이에 중장기 국가교육계획에서 ‘교권 확립’이 핵심 어젠다가 될 수 있도록, 교원 대표로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 앞으로 3년, 활동의 기본 방향은
중장기 국가교육의 비전은 결국 교사가 학교에서 어떤 역할을 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교육공동체 모두가 행복한 교육을 만들기 위해서는 교원의 역할이 절대적입니다. 교육에 대한 거대 담론도 교사가 교실에서 열정과 소신을 가지고 교육할 수 있어야 의미가 있습니다.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넘을 수 없습니다.
교원을 개혁의 대상으로 보지 않고, 교육의 주체로 자리할 수 있도록 하며, 교원이 자존감을 가지고 당당하고 소신 있게 가르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교육정책을 마련하는 데 앞장서겠습니다.
▲ 국교위 출범 이후 정파성 논란이 끊이질 않는데
국교위 위원 다수가 대통령과 정당 추천으로 임명되다 보니 정치적 성향에 따른 갈등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습니다.
그러나 국교위는 교육의 자주성,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을 표방하는 기구이므로 중장기 국가교육발전 계획안은 정파성을 최소화하고 헌법과 법률에 부합하는 가치중립적인 내용으로 구성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향후 국교위의 교원 위원 수를 늘리고 정파성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 중장기 국가교육발전계획 마련이 내년으로 미뤄졌다
국교위는 당초 올해 1월까지 중장기 국가교육발전계획 시안을 마련하고 3월에 확정할 계획이었으나, 더 심층적인 논의와 내실 있는 방안 마련을 위해 일정을 내년으로 연기했습니다. 사회적 합의를 추구하는 국교위의 설립 취지를 고려하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남은 기간 동안 다양한 전문가와 학교 현장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현실적인 국가교육발전계획을 수립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 논란이 된 수능 이원화에 대한 입장은
수능이 이원화될 경우 학생들의 입시 부담과 사교육 경쟁이 더욱 심화할 가능성이 큽니다. 수능 체계가 복잡해질수록 수험생이 겪을 변수가 많아지고, 결과적으로 공정성 문제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특히 서술·논술형 평가 도입은 공정성 논란과 평가 관리 부담을 증가할 우려가 있습니다. 선다형 평가를 보완할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현재의 교육 환경에서 서술·논술형 평가를 도입할 경우 사교육 수요가 더욱 증가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 모든 대안을 반대한다는 것이 아닙니다. 대입 및 학생평가 제도의 변화는 학생, 학부모, 교원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신중한 논의와 현장의견 수렴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국교위는 현장성과 예측 가능성을 고려해 장기적인 관점에서 대입제도를 논의해야 하며, 학령인구 감소 등 사회적 변화에 대한 심도 있는 분석을 바탕으로 고교 교육 정상화를 도모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한국 교육의 가장 큰 문제와 대안은
대학입시에 지나치게 집중된 현실입니다. 이는 과중한 사교육 부담, 저출생, 교원 및 교육재정 감축 등의 사회적 문제를 야기하고 있습니다.
학벌 중심 사회에서 능력 중심 사회로의 전환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교육과 사회가 함께 변화해야 합니다. 학교는 진로·직업교육을 강화하고, 사회와 국가는 고졸 취업자를 충분히 대우하며, 평생교육을 통해 지속적인 능력 개발이 가능한 환경을 조성해야 합니다.
‘직업을 갖기 위해 반드시 대학을 갈 필요는 없다’, ‘대학은 학문 연구가 필요한 학생들이 가는 곳이다”라는 인식이 확산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인구가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는 현실 앞에 대학의 역할도 변화하게 되리라 생각합니다.
▲ 국교위 역할 중 가장 중요한 것은
‘고졸만세’(고교 졸업만으로도 만족하며 살아가는 사회)를 실현하는 것이 국교위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능력중심의 사회로 전환해 모두가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그 기반을 다지는 것이 국교위의 역할입니다.
국교위는 직업·평생교육특위를 지속해서 운영할 필요가 있습니다.
교총은 2023년 국교위에 직업교육특별위원회의 정규·상시 기구화와 ▲직업계고 졸업자 채용 확대 ▲대입 동일계 특별전형 비율 상향 등을 포함한 ‘직업계고 활성화 방안’을 공식적으로 제안한 바 있습니다.
▲ 국교위와 교육부의 역할 분리가 모호하다는 지적이 있다
현재 국교위와 교육부는 독립된 기관이지만, 권한과 업무 영역이 명확하지 않은 부분이 있습니다.
법적으로 국교위는 중장기 국가교육발전계획 수립, 국가교육과정의 기준과 내용 고시, 교육정책에 대한 국민 의견 수렴·조정 등의 역할을 담당합니다.
따라서 국교위는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안정적인 교육정책을 계획하고, 교육부는 이를 실행하는 역할을 맡아야 합니다. 즉, 국교위가 교육정책의 설계도를 만들면, 교육부는 이를 바탕으로 정책을 집행하는 시공사의 역할을 수행해야 합니다.
▲ 국교위는 2028 대입에서 심화수학을 제외하고 내신 5등급제와 상대평가 등을 포함하기로 했다. 평가한다면
2028 대입개편안에서 심화수학을 제외한 것과 내신을 9등급제에서 5등급제로 축소한 것은 학생의 학습부담을 줄인다는 것에서는 긍정적으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대학입시의 변별력 문제가 다시 제기될 수 있습니다.
또한 내신 상대평가 유지는 고교학점제에서 점수를 잘 받을 수 있는 쉬운 과목으로 편향될 수 있습니다. 소신껏 배우고 싶어서 모집단이 적은 어려운 과목을 선택한 상위권 학생이 만약에 한 과목이라도 2등급이 나오면 자퇴를 고려하는 경우도 발생하게 되리라 예상됩니다.
결국 대학입시를 위해 고교학점제의 취지와는 다르게 상대평가에 유리한 과목으로 몰리게 되는 부정적 효과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학교현장에서 교사의 부하가 가중되지 않고 학생의 혼란을 야기하지 않는 방법을 찾기 위한 지혜가 필요합니다.
▲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말씀
저는 현장 교원으로서 국교위원으로 참여하는 유일한 위원입니다. 국교위에서 만드는 정책은 제가 직접 학교현장에서 경험하고 실행해야 하는 실제적인 과제가 되는 것입니다.
그러기에 내 집을 짓고 다시 돌아간다는 마음으로 국가의 미래 교육과 방향을 설정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며, 학교 현장에 사랑과 감사가 회복되고, 교육공동체 모두가 행복한 교육을 실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교육 공동체 모두의 많은 응원과 격려를 부탁드립니다.
# 인터뷰는 서면으로 진행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