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에듀 | 캐나다 온타리오주 동남권 여러 학교에서 보결 교사로 근무하는 정은수 객원기자가 기자가 아닌 교사의 입장에서 우리에게는 생소한 캐나다 보결 교사의 하루하루를 생생한 경험담을 통해 소개한다. (연재에 등장하는 학교명, 인명은 모두 번안한 가명을 쓰고 있다.) “선생님, 제 대사 좀 봐주시겠어요?” “어디? 다시 문제를 읽어봐. 그냥 아무 대사나 쓰면 되는 게 아니고, 둘이 만난 이유와 앞으로 이어질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넣어야지.” “세희는 아무것도 안 하고 있네? 아무 캐릭터든 괜찮아.” “근데 아는 캐릭터가 없어요.” “어릴 때 디즈니 영화는 봤지? 그런 것도 괜찮아.” “어, 쌤, 얘가 제 연필 가져갔어요.” “연필 돌려주고 너는 돌아 앉아서 앞 보고 니 꺼 해.” “그치만 우린 짝으로 같이 하고 있어요.” “한 번 봐봐, 그래서 뭘 같이 쓰고 있는데?” 어느 날 영어 수업 중 서로 다른 작품에 나온 두 캐릭터의 대화를 쓰라는 창의적 글쓰기 활동 중의 모습이다. 이 아이에서 저 아이로 끊임 없이 교실을 돌아다니면서 때로는 행동에 주의를 주고, 때로는 개별적인 조언을 해주기도 해야 했다. 교사에게 수업 시간은 걸어다니는 시간 그런데 사실 이건 이 수업의 모습만이 아니다. 여기서는 어느 수업을 해도 교사가 앞에서 강의 위주로 진행하는 수업은 없다. 강의로 내용 전달하는 시간은 짧고 대부분 학생들이 학습 활동을 하는 시간이 많기 때문이다. 그런 학습 활동이 꼭 핸즈온 활동이거나 적극적인 모둠 활동은 아니다. 떄로는 그냥 학습지를 푸는 활동일 때도 있지만, 그럴 때도 돌아다니면서 개별적으로 피드백을 하면서 지도를 하거나 짧게 짧게 소그룹으로 지도를 하거나 하는 모습이 여기서는 일상이다. 예를 들어, 허진희 선생님의 수학 수업 기본 내용은 우리나라와 크게 다를 바가 없다. 처음에 개념을 새로 가르칠 때 조금 스토리를 갖고 실생활에서 시작하는 점만 빼면 수학 개념과 공식을 알려주고 나서 문제 풀이를 하는 식이다. 학습지나 강의 방식에서도 특별히 개별화를 위한 조정 같은 건 많지 않다. 다양한 선택권을 주거나 색다른 접근을 제공하지 않는다. 중학교 수학까지는 수학도 좀 더 다양한 방식의 접근을 사용하지만 고등학교가 되면 그럴 여지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그럴 때 할 수 있는 개별화라는 건 결국 교사가 각 학생이 부족한 부분을 직접 지도하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잘 하는 아이들은 스스로 하게 두고, 잘 못 하는 아이들은 도와주고, 같은 부분에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이 보이면 모아서 지도하고... 수업 시간에 딴짓하고 말썽을 일으키는 아이들도 돌아다니면서 감독하기 위해서라도 수업 시간 내내 교실을 돌 수밖에 없다. 학생 활동에 대한 개별적 지원이 필수인 교육 문제행동을 하는 학생들에게 일일이 옆에 가서 주의를 환기시키는 것은 앞에서 큰 소리를 내어 지적하면 수업에 방해가 너무 많이 되고, 그냥 넘어가면 신경 안 쓰는 거라고 생각하고 그러는 아이들이 너무 많아져 또 수업에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보결이 아닌 정규 교사의 경우 이런 목적으로 돌아다닐 필요는 줄어들지만, 그만큼 피드백을 많이 하게 되는 차이지 별로 덜 돌아다니는 건 아니다. 같이 부전공 연수를 받는 선생님들의 수업 계획을 보면 수업시간 내내 교실을 돌아다니며 피드백을 하는 일이 기본이긴 한 것 같고, 실습 때 본 선생님들의 모습도 대개 그렇다. 아무래도 학생들이 직접 활동을 하면서 지식을 구성하는 사회구성주의가 온타리오주 교육부 교육과정의 기본적인 관점이기 때문에 학생들 스스로 활동을 하는 비중이 높고 그 결과 강의로 전달하는 비중이 적기 때문에 학생들이 스스로 해나갈 때 지속적인 개별 지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학생들도 이런 수업이 익숙하다 보니 교사가 돌아다니지 않으면 보결이라 별 관심이 없다고 여겨 더 쉽게 딴짓을 하기도 한다. 안 그래도 보결 교사가 오면 수업을 어떻게든 안 할 생각이 가득한 중학생들의 경우는 더하다. 그래서라도 교실을 수업 내내 돌아다닐 수밖에 없다. 따로 산책이 필요 없는 일상 그렇게 걷다 보면 어느새 만 보를 걷게 된다. 이전에 회사에서 일할 때는 점심 시간에 산책이라도 해서 5천보를 채우고는 했는데, 교실 안에만 있었는데도 퇴근 전에 1만보를 채우는 날도 많다. 심지어 쉬는 시간에도 교무실에 가지 않고 같은 교실에서 다음 수업 아이들이 와서 수업을 하는데도 그렇다. 그래도 학교급이 올라갈수록 덜 걷게 되기는 한다. 학생들도 선생님의 도움을 구하는 일이 줄어들고, 문제행동 때문에 옆에 가서 주의를 환기시킬 필요도 줄어드니까. 군포초에서 담임으로 근무할 때는 따로 재보지를 않았지만, 아무래도 가장 많이 돌아다녔던 것 같다. 옥토중에 가면 말한 대로 근무가 끝나기 전에 1만보를 채우지만, 상지고를 가면 7천보만 걷거나 심지어 수업에 따라서 5천보만 걷기도 한다. 예를 들어, 고학년 선택과목의 경우 관심이 있어서 과목을 선택한 학생 비율도 높고 고학년이라 문제행동도 스스로 덜하니까 돌아다닐 일이 적다. 그렇게 5천보만 학교에서 걸어도 캐나다는 땅도 넓고 사람들도 걷는 거든 뭐든 몸 쓰는 걸 힘든 수고로 생각하지 않아서 모든 환경이 ‘편리하고 가깝게’ 돼 있지 않아서 결국 일상생활을 하다 보면 하루 만 보를 채우게 되기는 한다. 덕분에 우리나라에서는 퇴직하고 나서 집에서 아이들을 돌볼 때가 회사 다닐 때보다 더 건강했었는데, 여기서는 집에 있는 날이 많은 기간보다 학교에 나가는 날이 많은 기간에 확실히 운동도 더 되고 건강한 생활이 되는 것 같다. <계속>
더에듀 여원동 기자 | (주)가딘랩이 아마노코리아의 청소로봇 국내 학교 독점 공급권을 따냈다. 학교에서 실내 체육 활동이 증가하는 시점이라 학교체육관에서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가딘랩과 아마노코리아는 지난 6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청소로봇 독점 판매 및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본 계약은 아마노코리아가 수입·공급하는 청소로봇의 국내 학교 공급 독점권을 가딘랩이 보유하는 것으로 2028년 8월까지 3년이다. 아마노코리아의 청소로봇은 인공지능을 탑재한 모델로 고급 센서를 활용해 사람이 개입하지 않고도 스스로 청소를 수행한다. 따라서 24시간 가동이 가능, 학교 체육관의 경우 사용하지 않는 야간을 활용해 청결을 유지할 수 있다. 또 작업자의 컨디션이나 숙련도의 영향 없이 동일한 수준의 청결을 보장할 수 있어 인력 수급 어려움이나 야간 청소 공백 문제도 별도의 추가 인력 없이 커버할 수 있다. 특히 모바일로 간편하게 청소 구역을 설정할 수 있으며, 1시간에 최대 800㎡를 처리할 수 있다. 특히 강력한 흡입력과 세척 기능도 탑재하고 있다. 또 25.6V의 대용량 배터리 사용으로 3시간 충전이면 11시간까지 작동이 가능하다. 소음 역시 50db이하로 저소음을 유지한다. 3D 레이더 센서로 원거리 장애물을, 2D 레이더 센서로 근거리 장애물을 감지하며, 낙하방지센서로 계단 및 도랑에서도 활용할 수 있다. 안전터치 기능도 담아 근거리 물리 충돌도 감지한다. 오수찌꺼기 거름망과 물기제거 스퀴지, 브러시와 같은 소모품을 보통 3~4개월 주기로 교체만 하면 돼 유지보수에도 최적화되어 있다. 때문에 현재 학교 및 대학 캠퍼스. 쇼핑몰 및 레스토랑, 호텔, 상업 및 사무실 등 다양한 공간에서 활용되고 있다. 학교 체육관의 경우 현재 체육교사가 청소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광범위한 공간의 청결을 유지하는 데 어려움이 있어 아마노코리아의 로봇청소기가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독점 공급권을 따낸 천세옥 가딘랩 대표는 “체육관 등을 활용해 실내 교육활동이 많아지고 있는 학교의 사정을 볼 때, 학교체육관의 청결 유지는 필수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며 “교사 등 학교 관계자들이 추가 인력 부담 없이 깨끗한 학교체육관에서 학생들에게 교육활동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100%에 가까운 A/S 콜 응답률 등을 기록하고 있어 사후 관리도 철저하다”며 “더 나은 교육환경 제공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가딘랩은 국내 유일의 펜 솔루션 개발업체로 교사들의 수업 중 교육내용 전달을 위한 판서 솔루션을 개발해 보급하고 있다. 강원교육청 비대면 수업기자재 펜솔루션 공급사업과 경기교육청 교원수업용 판서모니터 시범사업에 참여하는 등 전국에 걸쳐 교실에 펜 솔루션 제공하고 있다. 이밖에 저체력 학생의 체력향상프로그램인 메타바이크도 보급하고 있으며, 코스타리카에서는 K-lab 메이커스페이스 구축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더에듀 | 고등학교 1학년의 고교학점제 때문에 1학기가 파행되었고, 2학기를 앞두고는 보완 방법에 대해 설왕설래가 많습니다. 2009년생 고1은 고교학점제를 기반으로 바뀐 첫 번째 입시를 치루게 됩니다. 아직 2년 후이기에 공통과목과 선택과목 등에서 교사들은 무엇을 준비해 줘야 하고, 학생과 학부모는 무엇을 선택해야 하며, 각 대학은 어떤 부분에 어떤 방식으로 가중치를 둘 것인지 혼란합니다. 그런데, 입시 혼란은 이번이 처음일까요? 저학력 학생의 책임교육은 처음일까요? 사실 생각해 보면 매번 입시제도가 바뀔 때마다 ‘입시 변별력’과 ‘책임교육’은 외형만 바뀌어 교육과정에서 계속 시도되고 있습니다. ■ 고교학점제란?...“대학처럼 필수학점과 선택학점을 학생이 신청하는 것” 고교학점제는 대학교처럼 졸업할 때까지 공통과목과 선택과목을 본인이 신청해 이수해야 합니다. 각 과목별로 40% 이상을 받아야 하며, 40% 미만이 되면 방학 때 동일과목을 수강해서 ‘Pass’를 받아야 이수로 인정됩니다. 1학년 공통과목(수능출제)과 2, 3학년의 선택과목(수능제외)으로 구분됩니다. 선택과목은 학생의 관심사에 맞춰 심화과정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고, 대학은 전공과 학생의 선택과목이 어떤 연관관계가 있는지를 볼 예정입니다. 예를 들어 공대라면 공통과목인 ‘공통수학1, 2’ 또는 ‘기본수학 1, 2’만으로는 부족하고, 선택과목에서 ‘미적분’, ‘미적분II’를 이수해야 전공별 추가점수를 받습니다. 공통과목은 생활기록부에 절대평가(시험점수)와 상대평가(성적석차)를 동시에 기입하고, 선택과목은 절대평가만을 반영하며, 재수강은 통과(Pass)/낙제(Fail), 학교 간 공동교육과정은 상대평가없이 절대평가만을 기입합니다. 2022 교육과정(고교학점제) 개편은 “미래 사회 변화에 대응하고 학습자의 성장과 발달을 지원하기 위한 교육과정의 기본 방향, 추구하는 인간상, 핵심 역량 등을 제시한다”고 고등학교에서는 도대체 어떤 일이 벌어진 것일까요? ■ 하위권 학생, ‘유급’ 현실화 현재 고등학교는 의무교육이 아닙니다. 따라서 고등학교 졸업은 국가가 책임져야 할 영역이 아닙니다. 과거에도 유급이 존재했습니다만 현실에서는 전교 꼴등, 전과목 0점일지언정 성적을 이유로 유급당한 사례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다릅니다. 고교학점제에서는 대학교와 같이 40% 미만의 ‘과락’이 발생하면, 재수강해야 합니다. 그래서 40% 미만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으면 ‘방과 후 보충학습’을 통해 성적을 올리거나, 방학 때 수업을 듣고 ‘PASS’를 받아야 합니다. 해당과목을 통과하지 못하면 학점 부족으로 학년진급이나 졸업이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저학력 학생들에게는 큰 부담입니다. 학기중 수업도 제대로 듣지 않는데 보충수업이나 방학 때 수업을 들어야 한다는 것은 전에 없던 일입니다. 그래서 오히려 성적 하위권에서 검정고시를 보겠다며 자퇴하는 학생들이 늘어나고, 교원들은 이를 방지하기 위해 시험을 쉽게 내거나, 일부 문제를 사전 공개하는 비정상적인 상황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번 여름방학에는 EBS 인강을 출석만 하면 PASS를 주는 학교가 많았다고 합니다. ‘학업성취를 돕는 책임교육’이란 슬로건 아래 시작했지만 인강에 출석만 하면 PASS가 되는 현실. 수천억의 예산을 들여서 방과 후와 방학 때 절차만 하나 더 만든 것은 아닐까요? 의무교육도 아닌 고등학교의 수업에서 학생들은 왜 자신의 관심사를 학교에서 찾지 못하는 것일까요? ■ 중/상위권 학생, 입시 변별력 불안 해소법 안 보여 중/상위권 학생은 너무 많은 선택에 불안해서 다시 자퇴와 검정고시를 고민합니다. 불과 한 학기 동안 발생한 걱정들은 아래와 같습니다. ① 새로 늘어난 교과목에 대한 교원의 교수학습능력은 적정한가? → 교원 1인당 3~5개 과목을 담당해야 하는데 수업은 잘 준비되었는가? ② 상대평가(내신 1~5등급)는 과연 적절한가? → 학교별 차이가 있는데 학교 석차별로 내신등급을 부여하는 것이 변별력이 있는가? ③ 대학 전공별로 선택과목별 가중치가 다를 것으로 예상됩니다. → 학생의 진로변화에 따라 선택과목의 변경/추가 수강이 가능할까? → 소규모 학교에도 학생에게 필요한 모든 선택과목이 개설될까? ④ 1학년 공통과목은 수능에 출제되지만, 2, 3학년 선택과목은 출제되지 않습니다. → 2, 3학년의 수업이 제대로 이루어질까? ■ 입시변별력을 위한 상대평가, 교원 능력과 학교 여건 차이가 학생에게 낙인된다 공통과목에서의 불안은 입시 변별력을 위한 상대평가에서 발생합니다. 상대평가란 소위 내신 등급 (1~5등급)을 말하고, 내신 등급은 학생 개인의 실력만이 아니라, 같은 학년의 비교우위로 정해지기 때문입니다. 시험점수가 80~100점 사이에 10명이 있어도 1등에서 10등이 되고, 50~100점 사이에 10명이 있어도 1등에서 10등이 되며, 50~80점 사이에 10명이 있어도 1등에서 10등이 됩니다. 즉, 같은 80점일지라도 10등급, 5등급, 1등급이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경쟁이 치열한 학교에서 3~4등급을 받느니, 인근 학교에서 1~2등급을 받는 것이 효과적이라며 전학을 가거나, 상위권 학생들은 전학이 어려우니 신속한 자퇴>검정고시>수능 이라는 선택을 하기도 합니다. 고등학교는 교원에 따라 극단적인 상황들도 발생합니다. 같은 과목에 교원이 여러 명이기 때문에 소위 능력 있는 선생님이 교과목 담임이 되거나, 무능한 선생님이 교과목 담임이 되지 않도록 하는 민원이 발생합니다. 그래서 상당수 학교는 1년이 아닌 6개월 단위로 교과목 담임을 변경합니다. 고교학점제의 선택과목은 한 선생님이 여러 과목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즉, 무능한 교원도 2~3개의 선택과목을 해야 하는 상황이니 학생과 학부모는 불안합니다. 선택과목에서는 학교의 규모(학생수)도 고민입니다. 소규모 학교의 1개 학년은 십수명 수준이지만 학생의 선택은 정말 다양할 수 있습니다. 수학만 해도 공통수학 1/2, 기본수학1/2의 필수과목 이외에 대수, 미적분Ⅰ/II, 확률과 통계, 기하, 경제수학, 인공지능수학, 직무수학, 수학과 문화, 실용 통계, 수학과제 탐구라는 총11개의 선택과목으로 이루어집니다. 선택과목당 최소인원이 있으므로 십수명의 수준으로는 학생의 선택이 아니라 과목별 몰아주기를 해야 합니다. 큰 학교에서도 상대평가(내신등급)을 위해 수업 몰아주기가 발생합니다. 소규모 학교는 인근학교가 가깝지 않습니다. 물론 인터넷 수강이 가능하지만 코로나를 통해 대면학습과 인터넷학습의 차이가 있음을 모두 체감한 상태입니다. 이 차이를 대학이 어떻게 반영할지 아직 모릅니다. ■ 입시변별력, 대학에게 어떤 손해가 있기에 고등학교를 이리 흔드는 가 사실 입시변별력은 상위권 대학의 요구사항입니다. 최근 기사에는 ‘대학생 기초학력 저하’라는 표현이 많이 나옵니다. 특히 이공계/자연계의 경우 미적분으로 대표되는 수학 심화과정이나 물리와 화학 중 하나만 선택하는 경우가 많아 대학에서 고등학교 과정을 다시 교육한다는 표현이 종종 등장합니다. 사실 이는 고등학생 전체의 문제가 아니라, 고등학생 중 대학 진학, 그것도 상위권 대학 이공계열의 대학생들의 문제입니다. 고등학교는 상위권 학생을 위한 대학의 입시변별력과 하위권 학생의 최저학력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을까요? 생각해 보면 이 문제는 필자가 입시를 경험한 30년 전에도 동일하게 제기되었지만 아직도 실험 중입니다. ■ 상위 50개 대학을 위한 전국 2380개 고등학교의 생고생! “입시변별력이 필요하다 = 대학생 기초학력 저하로 피해가 크다”라고 말하는 상위권 대학은 지난 수십년간 거의 변동이 없습니다. 전체 대학(일반대+전문대+교대+산업대)은 330여개이지만, 상위권이라 불리는 인서울 및 지방국립대의 숫자는 약 50개 전후이고, 1학년 입학정원은 약 7만명대로 추산됩니다. 이에 비해 고1에 해당하는 2009년생의 숫자는 44만 5000명이고, 고등학교(일반고+특목고+특성과고+자율고)는 전국에 2380개가 있습니다. 입시를 바라보는 관점을 뒤집으면, 44만 5000명 중 약 50개 상위권 대학의 신입생 15% 7만명을 위해서, 전국 2380개의 고등학교는 시설 개보수 공사를 하고, 교원 부족에 시달립니다. 특히 상대평가를 도입해 42만명의 학생을 분쟁과 공포에 몰아넣고 있는 것입니다. 한 반에 30명이라면 4명을 위해 26명이 고생하고 있는 것입니다. ■ 발상의 전환 : 전국 2380개 고등학교 지원 Vs. 상위권 50개 대학 지원 초/중/고에서 기초학력 저하가 발생한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는 상위권 대학이 말하는 학력저하와는 다릅니다. 상위권 대학이 말하는 학력저하는 이공계열에서 미분/적분과 물리/화학을 더 잘해야 한다는 것이고, 초/중/고의 기초학력 저하는 삶을 살아가는 데 불편한 정도로 곱셈, 나눗셈조차 제대로 하지 못 하는 것을 말합니다. 50개 상위권 대학의 입시변별력과 학력부족을 막기 위해 2380개의 고등학교를 지원하는 것보다 차라리 50개 대학교에 직접 지원하는 게 더 효율적이지 않을까요? 고등학교마다 1명씩 교원 2380명보다는, 50개의 대학교에 2380명 인건비를 지원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지 않을까요? 대학은 비슷한 수준의 학생들이 모여있으니 수업 난이도 조정도 쉽습니다. 입학시 고3 미성년자들을 대상으로 변별력을 확보하기 보다는, 대학에서 입학은 여유 있게 받고 성인이 된 학년별 수료시점이나 졸업시점에 변별력을 발휘하는 것은 어떨까요? ■ 학생은 줄었는데, 입시는 변하지 않았다 1970년 출생해 90년대 초에 입시를 경험한 세대는 100만명, 학력고사 세대로 불립니다. 50년 동안 학력고사는 수능으로 바뀌었고, 학생부 전형으로 대표되는 수시/전국 일제 고사로 표현되는 정시로 변화했습니다. 40년이 흘러 2009년생 고1은 44만 5000명, 다시 15년 후인 2024년생 인구는 24만명으로 줄었습니다. 모두 입시를 원인으로 합니다. 그런데 정작 입시는 변하지 않습니다. 30년 전과 마찬가지로 어려움은 상위 몇 대학교에서 발생하는데, 고등학교에서 입시를 통해 해결하려 합니다. 입시변별력, 대학 기초 수학능력과 무관한 학생들이 절반을 넘어 85%에 달하는 학생에 대한 진로/진학 지원보다, 15%를 위한 상대평가를 통해 상위권 대학 변별력 지원에 교육부는 더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 귤(고교학점제)도 회수(입시)를 건너면 탱자가 된다 이제 입시에 대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대학교의 어려움은 대학교를 직접 지원해서 해결하고, 고등학교는 학생에게 더 집중해야 합니다. 85%의 학생들이 고등학교에서 자신의 관심사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모든 학생을 서울대에 보내겠다는 설익은 아이디어나 상위권 대학의 입시변별력 확보 요구에 맞추려는 시도보다는 고교학점제의 취지가 무엇인지, 85%의 학생들을 위한 정책방향이 필요합니다. 고등학생에게 필요한 교육이 무엇인지 85% 학생의 학부모들은 다시 생각해야 합니다. 지금의 고교학점제는 고등학생의 미래를 여는 선택이 아니라 상위권 대학을 위한 제도일 뿐입니다.
더에듀 | 가상세계가 수업에 활용되면서 교실과 학교라는 공간의 벽을 자유롭게 넘나들고 있다. 교사들은 확장된 교육공간 속에서 아이들은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없었던 것들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게 하면서 흥미도와 참여도가 향상했다고 말한다. 이에 <더에듀>는 가상현실을 활용한 교육활동에 도전장을 내민 ‘XR메타버스교사협회’ 소속 교사들의 교육 활동 사례 소개를 통해 아이들과 수업에 어떤 변화가 나타나고 있는지 살피고자 한다. 이제는 너도?...나도! 가능한 생성형 AI 동화 제작 글을 잘 쓰는 사람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람은 대부분 작가일 것이다. 작가는 그만큼 전문적이고 필력이 좋아야 하는 사람이다. 동화책이나 소설책 제작은 누구나 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있었다. 그러나 요즘은 동화 출판까지는 아니더라도 누구나 내가 생각한 내용을 글로 풀어쓸 수 있고, 이를 다른 사람들과 공유할 수도 있다. 또는 주제나 주인공, 장소와 시간 등만 정해주면 누구나 간단한 동화 한 편을 제작할 수 있다. 손으로 직접 쓰지 않아도 요즘엔 ‘브런치’라는 어플이 있어서 쉽게 글을 타이핑해 공개적으로 올릴 수 있다. ‘브런치’ 어플에서는 작가 등단이 가능하며 나의 일상이나 생각, 나누고 싶은 주제에 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필자도 ‘브런치’ 어플에서 작가로 활동한 경험이 있다. 그리고 요즘엔 글 자체를 인공지능이 써주기도 하는데 텍스트 생성 AI가 대표적이다. ‘뤼튼’, ‘chatGPT’, ‘Gemini’, ‘Grok’ 등 다양한 플랫폼이 있지만 초등학교 학생들과 함께 사용할 수 있는 플랫폼은 많지 않다. ‘뤼튼’과 울산교육청에서 만든 ‘우리아이AI’를 활용해서 학교 학생들과 동화를 아이들의 손으로 제작해 보는 수업을 진행하였다. 생성형 AI에서 원하는 답을 얻기 위해서는 프롬프트 제작이 가장 선행되며 사실 이 작업도 필력이 꽤 필요하다. 학생들이 원하는 내용의 동화를 얻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통제가 필요한데 이를 위해서 프롬프트 제작 연습을 미리 하는 것이 좋다. 사전 작업에 ‘주인공, 주제, 교훈, 일이 일어나는 장소, 일이 일어나는 시간’ 등 제한점을 주어야 생성형 AI 답변의 자유도가 낮아진다. 여기서 자유도가 낮아진다는 것은 내가 원하는 방향의 가이드라인을 잘 지킨다는 뜻이다. 이렇게 누구나 생성형 AI를 활용해서 간단한 동화를 제작할 수 있다. AI 동화 제작은 6학년 학생 대상으로 과학 교과에서 진행하였고, 3~6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바다 이야기를 만드는 수업에도 활용하였다. 학생들은 생성형 AI라는 플랫폼을 통해서 동화를 제작하지만 사실 사전 작업에서 주제와 교훈, 등장인물 등 다양한 부분을 고려하기 때문에 아무 생각 없이 만드는 것이 아니다. 또 생성된 동화가 원하는 방향이 아니라면 거듭 프롬프트를 수정하여 내용 변경도 가능하다. 그래서 학생들은 단순히 생성형 AI에서 동화를 ‘얻기만’ 하지 않는다. 생성형 AI에서 제공하는 동화 내용을 읽어보고 내가 생각한 방향이 맞는지, 수정할 부분은 없는지 생각해 보며 동화의 방향을 확인한다. 그렇다면 생성형 AI를 통해 글을 얻는 수준을 넘어서 생성된 글에 대한 검토를 통해 비판적인 사고력을 기르는 작업까지도 가능한 부분이다. 내가 만든 동화로 배움의 경계를 넘어서 생성형 AI로 원하는 내용에 대한 동화 내용을 받아 검토를 마치기만 하고 끝내자니 뭔가 아쉽다. 배움의 경계를 확장할 수 있는 다른 도구들과 방향이 필요하다. 이후 ‘브루(vrew)’라는 인공지능 기반 영상 제작 플랫폼을 통하여 AI 동화 영상을 제작하였고, ‘딜라이텍스(구. 코스페이시스)’로 원하는 동화 내용의 한 장면을 제작하고 이를 AR(증강현실)과 VR(가상현실)로 친구들과 함께 둘러보며 나누었다. ‘브루(vrew)’는 인공지능 기능이 굉장히 잘 탑재가 되어 있어서 영상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손쉽게 영상을 제작할 수 있다. 특히 동화 내용을 넣기만 하면 알아서 인공지능 기반으로 내용과 맞는 이미지를 생성하여 영상을 제작해 준다. 처음 사용해 봤을 때 이 플랫폼은 놀라웠다. 2010년대 중반쯤 학교폭력 예방 영상을 몇 년 동안 만들면서 사용했던 기본적인 기능을 가진 ‘무비 메이커’와는 전혀 달랐다. 물론 그 이후에 캡컷이나 블로 등 다른 영상 제작 플랫폼들이 나왔지만 vrew는 노트북이나 태블릿으로 작업했을 때 생각보다 원하는 결과물이 잘 나왔다. 자막을 입력하면 인공지능이 자막을 분석하여 다양한 목소리로 더빙하는 것도 일반인들이 사용하기에 매력적인 부분이었다. 이 플랫폼을 통해서 학생들이 영상을 쉽제 제작할 수 있었고, 자막을 넣는다거나 인공지능이 만든 동화 이미지를 원하는 방향으로 재생성하더라도 작업 시간을 크게 단축할 수 있었다. 6학년 학생들과 만든 동화 영상을 함께 관람하였는데 자신들이 제작한 내용과 영상이다 보니 학생들이 집중을 잘하며 흥미로워하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었다. 생성한 바다 동화 내용에 대해서 ‘딜라이텍스’로 장면을 구성하였다. 필자는 이미 딜라이텍스로 해커톤 대회에 몇 번 참가했었고 입상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3D 사물 배치나 기본 조작에 대해서는 학생들에게 바로 알려줄 수 있었다. 학생들은 처음에는 조금 어려워하는 듯 보였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자신만의 3D 장면을 구성하고 블록 코딩까지 진행해 사물들의 움직임과 대화를 실감 나게 구현했다. 딜라이텍스에는 다른 사용자가 만든 맵을 모아놓은 갤러리가 있는데 갤러리를 탐색할 수 있는 시간을 줬더니 확실히 작품의 완성도가 올라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학생들이 딜라이텍스로 만든 3D 장면은 AR, VR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휴대폰에 딜라이텍스 어플을 설치하고 AR 기능을 선택하면 증강현실로 자신이 만든 3D 장면이 보인다. 여기서도 학생들이 신기해 했지만 끝이 아니다. 메타퀘스트3 기기를 활용하여 VR 체험을 진행했다. VR 속 맵은 정말 신기했고, 학생들의 반응 또한 뜨거웠다. 특히 VR의 장점은 상호작용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3D 장면을 눈으로 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컨트롤러를 활용해서 앞, 뒤, 옆으로 움직이기도 하고 뛰기 등 물리적 현상의 실현이 가능하다. VR을 통해서 학생들의 배움의 경계를 진짜 현실에서 증강현실로, 더 나아가 가상현실로 확장하는 순간이었다. 양날의 검,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성형 AI를 활용한 동화 제작이 창작일까 하는 의문을 가질 수 있다. 생성형 AI로 동화 제작하는 과정을 통해서 학생들이 프롬프트를 제작하고 AI로 제작된 동화를 검토하여 비판적인 사고력을 길렀다면 다른 측면에서 교육의 역량을 성취했다고 할 수 있겠다. 생성형 AI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하고 제공되는 내용을 아무런 의심 없이 받아들이게 된다면 여러 문제가 생길 수 있지만, 위와 같이 학생의 역량을 기르는 방향으로 활용한다면 긍정적인 효과를 낼 수 있다. 또한, VR을 학생들이 체험해 보면서 어지러울 수 있다거나 눈이 나빠질 수 있을 것 같다 등의 부작용 예시들에 대해서도 직접 의견을 나누었다. 반대로 장점으로는 ‘바닷속을 언제 들어가 보겠어요’ 등 우주 공간이나 바다 공간처럼 가기 힘든 곳을 가볼 수 있다는 점이 나왔다. 의사들이 수술 연습을 할 때에도 직접 사람을 수술 연습 대상으로 삼기 힘들기 때문에 가상현실을 활용해서 다양하게 시뮬레이션 해 볼 수 있다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이야기도 나누었다. 학생들도 직접 체험하고 사용해 보면 나름의 장단점을 생각한다. 교육에서 다양한 플랫폼과 기술을 교육에 접목하면 학생들의 체험을 통해 배움의 경계가 넓어지고 시야도 함께 넓어지는 경험을 해 볼 수 있을 것이다. XR메타버스협회 소개 XR메타버스 교사협회는 XR과 메타버스에 관심을 가진 전국의 교사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만든 비영리 단체다. 초·중·고등학교 현장에서 직접 학생들을 가르치며, 교육에 접목할 수 있는 XR·메타버스의 다양한 가능성을 연구하고 실험해 보고 있다. 단순히 이론적 분석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교재를 개발하여 수업에 투입하고, 교사 연수 프로그램을 운영하여 더 많은 동료 교사들에게 노하우를 확산하고 있다. 또한 기업과 협업해 기술적 자문과 지원을 받고, 이를 교실 현장에 검증하는 과정도 거치며, 각종 학회나 박람회 부스를 통해 교육 혁신을 적극적으로 홍보해 오고 있다. 박수진 = 디지털 기반 교육에 관심을 갖고 있으며, 디지털 기반 교육혁신 초등교사 역량강화 연수 강사, 2024 교실혁명 선도교사, 충북교육청 플랫폼 다채움 선도교원, AI 정보교육 중심학교 운영 담당 등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또한 교육과정-평가와 디지털 교육의 접목을 고민하며 교육혁신에 도움을 주고자 노력하고 있다.
더에듀 | 18년간 기자 생활을 하다 소위 말하는 어공(어쩌다 공무원)이 되어 교육감을 보좌하는 비서관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인생의 반절 가량을 글쓰기란 업을 갖고 살아왔는데, 새 옷을 입고 여러 가지 이유로 한동안 글쓰기를 멈췄습니다. 그러자 내 마음 한구석에 공허함 그 비슷한 마음이 자리 잡았습니다. 그래서 일주일에 책 한 권을 읽고 에세이를 써보기로 다짐했습니다. 지난해 2월 호기롭게 시작한 이 다짐은 지금도 꾸역꾸역 이어가고 있습니다. 책을 통해 내 안의 나와 만나는 일은 제 삶을 더욱 반짝이게 한다는 걸 알아가고 있는 중입니다. 덴마크의 철학자 키에르 케고르는 ‘나는 걸으면서 나의 가장 풍요로운 생각을 얻게 되었다. 걸으면서 쫓아버릴 수 없을 만큼 무거운 생각이란 하나도 없다.’라고 하지 않았는가? 요 며칠 머리가 좀 무거워 대청호반을 무작정 걷기로 했다. 반짝이며 너울거리는 호반의 윤슬은 유난히 눈부셨지만 슬퍼 보였고, 피부에 와닿는 강바람은 아직 찼다. 두 발은 바쁘게, 두 눈은 봄 맞을 채비에 조금씩 변화하고 있는 풍경을 바라본다. 둘레길 한 바퀴를 다 돌고 나니 무거웠던 마음도 송골송골 맺힌 땀방울과 함께 바람에 날아가 버렸다. 건너편에서 오는 몰티즈를 보고 우리집 강아지 푸딩이가 짖어 대 벤치에 앉아 뉴스와 sns를 기웃거린다. 자연을 눈에 담고 돌아와 슈테판 츠바이크의 ‘어두울 때에야 보이는 것들이 있습니다’를 펼쳤다. 이 책의 저자 슈테판 츠바이크는 1881년 오스트리아 빈에서 태어나 베를린대학교와 빈대학교에서 철학과 문학을 전공하고, 시와 단편 소설을 발표해 명성을 쌓았고 세계 여행을 하면서 여러 나라의 작가, 유명인사와 교류했다. 1938년 나치의 박해를 피해 영국으로 이민을 떠났고, 1940년에는 미국으로, 1942년에는 브라질로 건너가 그해 2월 페트로폴르시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어두울 때에야 보이는 것들이 있습니다>는 그가 생애 마지막 2년 동안 남긴 미공개 에세이다. 이 책에 실린 아홉 편의 글 중에서 내게 가장 큰 위로와 지혜를 준 글은 ‘센강의 낚시꾼’이다. 작가가 80여 년 전 쓴 글임에도 불구하고 그의 글 속에는 인생의 진리와 삶의 가치 척도를 판단하는 기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따뜻하고 아름답게 담겨 있다. 책을 읽는 내내 대청호의 반짝거리는 강물이 몇 번이고 스쳐 지나갔다. 최근 몇 달간 가슴이 답답했던 이유는 온 나라가 고통 속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데, 나만 1인칭 시점이 아닌 관찰자적 시점에서 한 발짝 떨어져 바라보고만 있어야 하는 자신이 비겁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이런 마음이 점점 짙어져 바쁘다가 좀 한가해지기라도 하면 울적함이 밀려오곤 했는데 이 책을 읽고 마음에 짐이 덜어졌다. 저자는 루이 16세가 처형되는 날의 일화를 예로 들었다. 광장에는 안달하는 군중들 위로 단두대가 우뚝 솟아 있었다. 왕은 팔이 묶인 채 계단 위로 끌려 올라가고, 번쩍이는 칼날이 떨어지고, 기름 부음 받은 프랑스 왕의 피 묻은 머리가 바구니 안으로 굴러 들어갔다. 군중들은 일제히 열광하며 환호성을 질렀다. 공화국은 최종 승리를 축하했다. 금세기 최대 사건이 그렇게 마무리되었다. 그러나 그 책의 저자가 다소 분개하며 적었듯이, 역사적으로 잊을 수 없는 이 순간에 콩코르드광장과 단두대에서 엎어지면 코 닿을 곳에 있는 센강에서 수많은 낚시꾼이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낚시로 하고 있었다. 그들은 이 대단한 광경에 등을 돌리고 서서 강물에 떠 있는 코르크 찌만 노려보았다. 국가 최대의 역사적 사건이 일어났음을 알리는 군중의 환호에도 그들은 고개조차 돌리지 않았다. -p52-53 작가는 젊은 시절, 이 사소한 일화를 처음 읽었을 때 사실이라고 믿고 싶지 않고, 강한 거부감이 일었다고 한다. 역사적인 순간에 그런 이기적인 무관심이라니, 말도 안 된다며... 하지만 시간이 좀 흐른 후에는 그 시간에 유유자적 센강에서 낚시하는 사람들을 경멸한 것이 어쩌면 부당했던 게 아닐까? 분명 그 낚시꾼들도 늘 그날처럼 시대에 무관심하진 않았을 터라며 생각을 바로잡았다고 한다. 우리는 적어도 프랑스혁명이나 종교개혁 못지않게 극적인 시대에 살고 있다. 지금 시대에도 매주, 매일이 역사적 사건들로 가득하다. 수백 년 된 제국이 무너지고, 인간의 자유를 빙자한 사상 최대의 전쟁이 진행 주이다. 매일, 매시간 새로운 긴장이 닥치고, 후세 젊은이들은 이 엄청난 세계적 격변을 목격하고 거기에 참여한 우리를 무척이나 부러워할 것이다. -p53-54 그런데 이 시대의 우리는 정말로 세계적 격변을 모두 목격하고 그것에 빈틈없이 참여하고 있을까? 아니면 이렇게 묻는 게 더 낫겠다. 이 시대의 우리는 쏟아지는 이 모든 사건을 매일, 매시간 주의를 기울여 따라갈 여력과 참여의식을 충분히 가졌을까? 솔직하게 자문해 본다면, 우리 중 누구도 이렇게 끊임없이 닥치는 높은 긴장에 대처할 여력이 없고, 우리는 그저 이따금 좌절과 절망의 눈으로 사건을 바라볼 뿐임을 깨닫게 될 것이다. -p54-55 나라가 곧 멸망할 것 같은 극한 갈등과 위기 상황, 역사적 중대한 사건들은 수 백 년 전에도 수천 년 전에도 끊임없이 계속 되어왔다. 그런데도 우리가 삶을 이어갈 수 있는 것은 이 엄청난 고통의 시대에도 자연은 끊임없이 순환하고, 어떤 중단도 용납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수많은 역사적 사건 그 위에는 늘 위대한 자연이 있었다고. 우리가 흔히 말하는 중도층은 극단으로 치닫는 정치 행위에 환멸을 느끼고 적극적인 정치 참여 행위보다는 일상을 이어간다. 어쩌면 한 발짝 떨어져 더 객관적으로, 더 날카로운 매의 눈으로 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지도 모른다. 늘 선거철이면 캐스팅보트, 선거 바로미터란 수식어가 붙는 충청도, 충북의 중심 청주에 살면서 가끔 마음이 불편한 건 때때로 마음을 숨기는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무너져 가는 세계를 건설하려고 노력할 때 비로소 우리는 거부할 수 없는 자연의 명령에 순종하게 된다는 작가의 글처럼 순리대로 흘러가리라. “가장 무의미한 파괴가 벌어지고 있고, 수많은 무고한 사람들이 끌려가는 것을 알고 있는데, 내가 어떻게 숨을 쉬고 자고 먹을 수 있겠습니까? 창작은 뭔가를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가장 악의적인 파괴가 현재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 어떻게 뭔가를 만들 수 있겠어요!” - 1940년 11월 비행기 사고로 사망한 쿠바의 동료 작가를 위해 <알폰소 에르난데스 카타릴 위한 추도사>에서 그가 강조한 내용은 츠바이크 자신에게도 적용되었다. 그의 호탕한 성품에 모두가 그의 내적 풍요를 공유하고 싶어 했다. -p139-140 내게 많은 깨달음을 준 슈테판 츠바이크, 동시대를 살지 않았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바로 곁에서 들려주는 것만 같았던 값진 위로가 이 책 곳곳에 묻어있다.
더에듀 지성배 기자 | 제주중앙중학교와 제주중앙여중이 2028년 3월 1일부터 남녀공학으로 전환된다. 제주교육청은 14일 학생들의 원거리 통학 불편 해소와 신제주권 남녀학급 불균형 개선, 다양한 교육과정 운영을 통한 학생 맞춤형 교육 실현을 위해 두 학교를 남녀공학으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제주교육공론화위원회의 권고에 따름이다. 제주중앙중은 10학급(남 5학급, 여 5학급), 제주중앙여중은 6학급(남 3학급, 여 3학급) 규모이다. 그동안 신제주권 남녀공학 중학교에는 여학급이 학년당 3~4학급 초과 배치돼 성비 불균형 문제가 발생했다. 제주교육청은 2028학년도부터 제주중앙중의 남녀공학 전환으로 남녀 학급을 균형 배치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또 제주중앙여중도 남녀공학으로 전환되면서 학교 인근 지역 거주 남학생들이 가까운 학교로 배정 받을 수 있게 됐다. 두 학교는 남녀공학 전환에 따라 필수시설인 화장실과 탈의실 구축 등 학교 시설 개선 공사에 돌입한다. 또 준비기인 2027학년도부터 4년간 교육활동 지원예산으로 총 4억원을 지원한다,. 교원 업무 지원, 성인지 교육, 학생생활지도, 체육교구 등도 지원한다. 김광수 제주교육감은 “이번 남녀공학 전환을 통해 학생들의 학교 선택 폭이 넓어질 것”이라며 “남녀가 함께하는 교육활동을 통해 다양한 시각과 경험으로 두 학교 모두 학교 경쟁력을 더욱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또 “전환 학교의 학생과 교육가족들이 불편함이 없도록 필요한 부분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전국 중학교의 남녀공학 비율은 80.2%이며 제주도내 중학교의 남녀공학 비율은 이번 전환 확정된 두 학교를 포함하면 종전 68.9%(31교)에서 73.3%(33교)로 늘어난다.
더에듀 | 교육자로 24년의 세월을 보내며 학생, 동료 교사와 많은 일을 함께 했다. 과학 교사, 교장, 장학관, 연구자로 현장에 뿌리내리고 실천하며 다양한 경험을 하였다. 백년지대계인 교육은 학생들이 학교에 머무는 짧은 몇 년의 모습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장기적 과제이다. 교육의 지향과 목적,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사회가 교육을 위해 해야 할 일, 그 결과로 학생들은 교육을 통해 성취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경험과 고민을 나누며 같이 길을 찾고자 ‘홍제남의 진짜교육’을 시작한다. 더에듀 | 지난 13일 최교진 세종교육감이 교육부장관 후보자로 지명됐다. 진보 진영 교육계는 일제히 환영했다. 이진숙 후보 낙마 뒤 교육부 장관 후보로 누가 지명될지 관심이 큰 상태에서 최교진 세종교육감을 추천하는 서명운동도 있었고, 필자도 적극 참여했다. 교육 현장의 문제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뿐더러 교육개혁의 성과를 내온 후보라 기대하는 마음이 크다. 이재명 정부 교육 목표, ‘인재 양성’이 핵심? 국정기획위는 같은 날 이재명 정부 123대 국정과제를 발표했다. 교육 분야를 재구조화해 제시한 내용을 살펴보면 ‘AI 디지털 시대 미래인재 양성-초·중·고 AI 활용 교육 강화’를 첫 번째 과제로 제시했다. 게다가 ‘기초·인문학 교육 강화’ 앞에 ‘AI 역량의 기반인’이라는 수식어가 붙어 있다. ‘이재명 정부가 초중고 교육의 교육 목표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이 무엇일까?’ 하는 의구심이 절로 든다. ‘과연 공교육 목적이 AI 인재 양성이 우선인가?’, ‘기초·인문학 교육 강화는 그 자체로 교육목적이 되어야 마땅하지 않은가?’, ‘교육의 방향이 경제 논리에 종속된 것은 아닌지’ 우려되는 지점이다. 우리나라 교육의 가장 큰 목표가 무엇인지, 이재명 정부는 교사 출신 교육부 장관 지명을 계기로 사회적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지난 윤석열 정부의 AI 디지털 교과서(AIDT) 추진은 학교 현장에 큰 혼란을 초래했다. 이재명 정부 들어서야 교과서가 아닌 교육자료로 바뀌었지만, AIDT 논쟁에서 제기되었던 본질적인 문제의식이 국정기획의의 교육정책 밑그림에 제대로 반영되었는지 의문이다. 우리나라 교육의 목적은 ‘교육기본법 제2조’에 명확히 제시되어 있다. ‘홍익인간의 이념 아래 인격을 도야하고, 자주적 생활 능력과 민주시민으로서의 자질을 갖추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는 것’이다. 더불어 사는 이타적인 삶, 전인적인 인간, 주체적인 삶의 능력, 민주시민의 자질 함양으로 인간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기르는 것이 교육목적이다. 핀란드가 학생들의 ‘웰빙’을 교육 목표로 삼아 주목받는 것처럼, 교육은 전인적인 인간을 기르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 교육 문제는 심각하다. 자살 학생 수는 세계 최고 수준에 달하며, 교사 자살률 또한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교진 후보자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교육개혁 방향은 무엇일까?’ 교육목적에 부합하는 세 가지 개혁 방향 첫째, 경쟁이 아닌 공존과 협력의 교육으로 학교 공동체를 살려야 한다. 1등부터 꼴찌까지 줄 세우는 상대평가, 경쟁에 기반한 교원 평가와 성과급, 도를 넘는 학부모 민원 등으로 학교는 병들고 있다. 그럼에도 진보 교육감이 추진한 ‘혁신학교 정책’은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었다. 이 성과가 일부 학교에 그치지 않고, 교육 혁신 정책으로 제도화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둘째, 유초중등 교육이 교육목적에 맞게 운영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 학교를 지원해야 한다. 그간의 혁신 교육 성과는 상당 부분 교사들이 자신의 영혼과 시간을 ‘갈아 넣을’ 정도의 헌신과 희생이 있어서 가능했다. 그래서 일반화되기 어렵다. 교사들이 학교에서 교육활동에 전념할 수 있는 교육활동 중심의 학교가 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올해부터 전면 시행된 고교학점제도 현행 입시제도 불일치와 함께 ‘교육 외 업무 과중’이 큰 장애 요소 중 하나이다. 아무리 이상적인 방향이라도 세심한 정책적 지원 없이는 공염불이 될 수밖에 없다. ‘악마가 디테일에 있다’라는 말처럼, 천사 또한 디테일에 있다. 교육 혁신의 주체인 교사들이 교육 본연의 업무에 전념할 수 있는 ‘제도적 변화’가 절실하다. 셋째, 학교 혁신과 자치를 위해 유초중등 교원의 정치 기본권을 보장해야 한다. 학교 현장의 교육 문제와 해결책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교육 현장 전문가는 교원들이다. 교육개혁을 위해서도 교사들의 정당한 시민권은 보장되어야 마땅하다. 이재명 정부는 대선 과정에서 근무시간 외 시간에 교원의 정치 기본권 보장을 공약한 바 있다. 그러나 중요한 이 공약은 국정기획위의 국민보고대회 발표 자료에는 보이지 않았는데, [과제102]에 하부과제로 들어있다는 언론 보도가 있어서 다행이다. [과제102] 학교자치와 교육 거버넌스 혁신(교육부) -교권 보호 및 정치기본권 확대 교원 직무 특성과 학교 실정을 반영한 민원 대응 지원 및 교원의 시민으로서 권리 보장 추진 자료출처: 교육언론[창] 그러나 교원 정치기본권은 국민보고대회에서 언급조차 없었고, ‘확대’라는 표현은 여러 해석이 가능하다. 교원 정치 기본권은 정당 가입과 정치자금 후원, 피선거권의 전면적인 보장이어야 한다. 사회적 논쟁을 피하려 적선하듯 찔끔 주는 방식의 ‘확대’여서는 안된다. 근무시간 외의 정치활동은 다른 국민과 동일하게 보장되어야 한다. 공약을 잘 지키는 이재명 대통령과 평생 교육 개혁을 실천해 온 최교진 후보에게 거는 공교육 정상화의 기대가 그 어느 때보다 크다. 홍제남 = 강원도의 농부 집안에서 7녀 1남 중 3녀로 태어났다. 춘천여고를 졸업하고 서울대 지구과학교육과에 진학했으나 광주학살을 접하고 교육에 배신감을 느꼈고 학생운동에 뛰어 들었다. 이후 서울 구로공단에서 노동운동을 했으며 2000년 마침내 과학교사로 임용된다. 2011년 서울 오류중학교에서 혁신부장을 맡아 혁신학교 시스템과 문화를 구축했으며, 2019년에는 오류중학교 공모교장이 된다. 2024년 2월 서울남부교육지원청 교육지원국장으로 명퇴하며 그는 “정치적 천민에서 탈출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후 같은 해 8월 서울교육감 보궐선거에 예비후보로 등록, 민주진보진영 단일 후보 최종 경선까지 치렀으나 아쉽게 고배를 마셨다. 현재 '다같이배움연구소장'을 맡고 있다. 교육혁신을 주제로 한국교원대 대학원에서 석사를, 교육정책전문대학원에서 박사를 받았으며, 저서로는 과학 톡톡 카페(공저, 2009), 더 나은 세상을 위한 학교혁명(공저, 2018), 교장이 바뀌면 학교가 바뀐다(2024) 등이 있다. 홍제남 소장은 <더에듀> 연재를 결심하며 “교육자로서 24년의 시간을 보내며 학생, 동료교사와 많은 일들을 함께 했다"며 ”이 중 ‘교육다운 교육’, ‘진짜 교육’을 만드는 일을 학교 차원에서 집단지성으로 실천한 혁신학교 실천은 매우 특별한 일이었다. 학생, 교사, 보호자, 지역사회가 온전한 교육 주체로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고민하며 실천했다"고 평했다. 또 “과학교사, 교장, 장학관, 연구자로 현장에 뿌리내리고 실천하며 다양한 경험을 했다”며 “이 과정에서 교육자로서 용납할 수 없는 일은 교육이 교육의 논리가 아닌 신자유주의적 정치적 이해집단의 논리에 따라 좌지우지된다는 점”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백년지대계인 교육은 학생들이 학교에 머무는 짧은 몇 년의 모습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장기적 과제”라며 “교육의 지향과 목적,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사회가 교육을 위해 해야 할 일, 그 결과로 학생들은 교육을 통해 성취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경험과 고민을 나누며 같이 길을 찾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더에듀 지성배 기자 | 최교진 교육부장관 후보자가 ‘무거운 책임감’을 지명 소감으로 밝힌 가운데, 교원단체들은 대체로 기대감을 보이는 모습이다. 그러나 음주운전 경력에 대한 비판과 교육공무직의 우려 섞인 목소리도 섞여 있는 모양새다. 강훈식 이재명 대통령 비서실장은 지난 13일 李대통령이 최교진 세종교육감을 교육부장관 후보로 지명했다고 밝혔다.(관련기사 참조 : https://www.te.co.kr/news/article.html?no=26756) 이에 최 후보자는 본인의 SNS를 통해 “새로운 정부와 함께 한다는 영광보다 무거운 책임감이 앞선다는 말씀을 드린다”로 시작하는 소감을 남겼다. 그는 “교육계 현안이 많고 각계각층의 의견도 많다”며 “낮은 자세로 경청하면서 교육공동체와 함께 지혜를 모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인사청문회 과정을 성실히 준비하겠다”며 “국민 모두가 우리 교육 현실과 미래를 고민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마무리했다. 전교조 “유초중등 전문성 바탕 교육개혁 추진” 긍정 평가 교사노조 “교사 목소리 적극 반영한 교육정책 펴 달라” 당부 세종교사노조 “교육 개혁 추진 중대 전환점” 적극 환영 실천교사 “소통과 협의로 무게 있는 정책 실현 적임자” 기대 최 후보자 지명 소식을 접한 교원단체들은 일제히 기대감을 보이는 입장을 내놨다. 우선 그가 속했던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교육혁신을 위한 제도적 지원과 세종 교육의 민주적 환경 구축에 노력했다”며 “유초중등 교육에 대한 전문성을 바탕으로 교육개혁을 추진해 줄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전교조가 소개한 그의 교육감으로서의 업적은 ▲코로나 시기 초등 1~2학년 대상 학급당 학생 수 20명 상한제 가장 먼저 도입 ▲교사 정원 감축 반대 ▲수업지원 교사 제도 운영 ▲학교 지원본부 설립 ▲공교육 멈춤의 날 교사 행동 지지 ▲교육활동 보호 제도 마련 ▲AIDT 도입 반대 ▲학생정신건강센터 설립 등이다. 교사노동조합연맹(교사노조)은 “초중등 교육 전문성을 강조한 요구에 맞는 정부의 신속한 지명을 환영한다”며 “2학기 학사일정 시작 전까지 장관을 임명해 혼란을 겪고 있는 교육행정이 조속히 안정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특히 “교원정원 확보, 교권보고, 유보통합, 늘봄, 고교학점제 등 중요도를 매길 수 없는 중대한 과제들이 남아 있다”며 “이러한 교육정책들이 실효성을 갖기 위해서는 교원단체와의 긴밀한 협의와 소통이 필수적이다. 현장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교사의 목소리를 적극 반영한 교육행정을 펼쳐 달라”고 요구했다. 세종교사노조는 깊은 환영을 표하며 가장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들은 “이번 인사는 교육부가 현장의 다채로운 목소리를 심도 있게 수렴하고, 실질적이며 지속 가능한 교육 개혁을 추진하는 중대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면서 “국회 청문회를 통해 후보자가 지닌 현안 해결 능력과 혁신비전을 면밀히 검증해 청사진을 제시해주길 요청한다”며 “건설적인 비판과 협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실천교육교사모임(실천교사)도 환영을 표하며 “학부모와 학생, 시민 모두의 교육을 향한 기대와 염원을 구현하는 의미 있는 전환점이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실천교사는 “교권 회복, 입시경쟁 완화, 고교학점제, 돌봄 재편, 교육과정 자율화, 교사 전문성 신장 등 과제가 산적하다”며 “현장과의 지속적 소통과 전문가 집단과의 협의를 바탕으로 무게 있는 정책을 실현할 적임자”라고 평했다. 특히 예정된 국회 청문회에 대해 “당면한 교육무제를 인식하고 해법을 찾아가는 정책청문 자리가 되길 기대한다”며 “우리 사회가 지향해야 할 교육 철학에 대해 논의하는 생산적인 장면이 펼쳐지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정재석 전북교사노조 위원장 “음주경력 잣대 달라선 안 돼” 교육공무직본부 “소통 경험 없다”...정치적 표 계산 못 벗어나 반면, 최 후보자의 높은 현장감에 대한 기대와는 별개로 음주운전 경력에 우려를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정재석 전북교사노조 위원장은 자신의 SNS에 “박순애 장관 후보자의 만취 상태 음주 운전 이력을 문제 삼고 지명철회를 요청한 적이 있다”며 “잣대가 달라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최 후보자는 지난 2003년 음주운전으로 벌금 200만원 처분을 받은 이력이 있으며, 박 전 후보자는 2001년 선고유예 처분을 받았다. 정 위원장은 “교사는 5대 비위(성적조작, 금품수수, 횡령, 아동폭력, 음주운전)가 있으면 교감 교장이 될 수 없으며, 교장은 교감으로, 교감은 교사로 강등된다”며 “최교진 교육부장관 후보자를 환영하지 못한다”고 아쉬워했다. 그러면서도 공교육 멈춤의날 교사 편에 선 인물, 중등 단기보결교사 과목별 선발, 단설 유치원 학교 간호사 선발 등은 성과로 인정했다. 최 후보자가 특정 집단에만 쏠린 인물이라는 평으로 집단 내 균형을 잡을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도 제기됐다. 전국교육공무직본부는 “미래를 향한 공교육 패러다임 혁신보단 현재에 머무는 관리와 안정을 선택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대학교육에만 쏠린 인사 무게감을 유초중등에 안배해 균형감을 회복했다”면서도 “충청권 안배와 특정 집단 의견만 반영된 것은 아닐까 하는 점, 즉 교육 비전에 앞서 정치적 표 계산을 벗어나지 못한 흔적은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고 밝혔다. 또 “최 후보자를 소통령 리더로서 경험해본 기억이 없다”며 “특정 집단만 호명할 것이 라니라 학교를 구성하는 다양한 교직원과 소통하고 그들과 함께 공교육의 비전을 말하는 장관을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더에듀 여원동 기자 | 인공지능(AI) 시대, 대한민국을 세계 일류 국가로 도약시키는 데 지식층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진다는 주장이 나왔다. 국가AI위원회 상근 부위원장으로 강하게 거론되는 임문영 미래전환 대표의 시선이라는 점에서 더욱 관심이 쏠린다. 임 대표는 지난 12일 도산아카데미(이사장 구자관, 원장 김철균)와 교육언론 더에듀(발행인 여원동)가 공동 주최·주관한 제334회 스마트포럼에 ‘AI 시대 지식리더십’을 주제로 강연에 나서 이 같이 주장하며, 지식층이 새로운 리더십을 만들어 내야 전환기를 맞이한 이 시대를 헤쳐나갈 수 있음을 강조했다. 그는 역사적으로 지식과 권력, 지식과 민중의 결합이 시대변화의 중심에 있었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를 예로 들면, 해방 이후 산업화 시기는 지식과 권력의 결합으로 성장 동력을 마련했고, 민주화 시기는 지식과 민중의 결합으로 민주주의를 정착할 수 있었다는 것. 시대의 변곡점에서 지식층이 권력층과 민중층 중 어느 쪽과 결합하냐가 국가의 방향을 결정해 왔다는 의미로 지식이 시대 변화의 중심에 있었다는 뜻이다. 이는 AI 시대에는 지식의 중요성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는 일각의 주장과 배치되는 것으로, 오히려 인간이 축적한 지식과 이를 활용하는 역량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즉 AI 등 디지털 전환의 중심에 놓여 있는 현 시대를 지식층의 지혜가 더욱 필요한 시점으로 파악한 것으로, 임 대표는 “새로운 사회 제도와 성장 동력,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지식의 개념은 기존의 학력이 아닌 시대를 헤쳐 나갈 수 있는 역량”이라며 “누구나 지식인이 될 수 있는 시대, 누구나 새로운 리더십으로 이 시대를 역사적 변곡점으로 만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단순한 지식과 지식들의 결합은 인공지능을 넘어설 수 없다”며 “지식과 권력의 결합, 지식과 민중의 결합 등 기존 문법을 넘어 지식과 권력 그리고 민중의 복합적 결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의 AI 책사로 불릴 뿐만 아니라 현재 국가AI위원회 상근부위원장으로 강하게 거론되고 있는 만큼 이 같은 주장이 국가의 AI 정책 전략에 어떤 식으로 반영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도산아카데미 스마트포럼은 1996년 ‘한국 정보화 사회 지도자 포럼’으로 출범해 2012년 ‘스마트포럼’으로 개편되었으며, ICT 산업의 주요 이슈와 최신 기술 트렌드를 중심으로 매월 국내외 전문가 초청 강연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7월에는 이교혁 카이어 대표가 연사로 나서,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자동화된 AI 솔루션이 기업의 업무 방식과 비즈니스 전략을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 살피는 시간이 진행됐다. 오는 9월 5일 저녁 7시에는 곽덕훈 전 한국교육방송공사(EBS) 사장이 서울 가산동 모비우스타워 특별홀에서 ‘AI(AX) 시대 : 에듀테크 현황과 발전 방향’을 주제로 발표할 예정이다. 곽 전 사장은 현재 도산아카데미 자문위원과 한국방송통신대학교 명예교수,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석좌교수를 맡고 있으며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 원장과 아이스크림미디어 부회장을 역임했다. 참가 신청 등 기타 문의는 교육언론 더에듀 사무국으로 하면 된다.
더에듀 | 교육은 궁극적으로 개인의 성장 자산이 아니라 사회 전체의 발전에 기여해야 한다. 교육의 목적과 방향성을 설정하는 데 있어 학생들의 경험과 고민을 공유하며, 함께 활용하는 방식을 찾아가는 소통 교육이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따라서 독자의 관점에서 교육의 가치를 다시금 생각하게 하고, 교육의 방향에 대한 이해와 토론을 이끌어 내는 의미 있는 커뮤니케이션을 이루기 위해 교육에 대한 생각을 공유하고자 한다. “수학은 머리 좋은 애들만 하는 과목이잖아요.” 지인의 중학교 2학년 학생의 이 한마디에는 한국 교육의 민낯이 담겨 있다. 수학이 ‘선택’이 아니라 ‘포기’의 대상이 된 현실, 그 중심에 ‘수포자’(수학을 포기한 사람)가 있다. 2023년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를 보면, 중학교 3학년 학생 가운데 수학 기초학력 미달 비율은 13.2%로 영어(3.9%)나 국어(4.7%)에 비해 훨씬 높다. 고등학교에 진학하면 그 수치는 더욱 심각해져, 2022년 고1 학생의 수학 기초학력 미달률은 19.6%에 이른다. 이는 수십만 명의 학생이 이미 수학을 포기한 상태에 있음을 의미한다. 하지만 ‘수포자’는 단순한 학업 부진이 아니다. 그 배경에는 ‘입시 위주의 교육’, ‘상위권 중심의 교과과정’, ‘사교육 의존 심화’, ‘가정환경에 따른 교육 격차’라는 복합적 사회문제가 얽혀 있다. ‘노력하면 된다’라는 말은 교과서 속에서나 유효하다. 아이들은 “나는 원래 수학을 못해요”라며 체념한다. 과연, ‘이 현실을 만든 사회의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그리고 ‘우리는 이를 구조적으로 해결할 의지가 있는가?’ 수포자 문제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사회 전체의 미래를 가늠하는 거울이다. 교육부는 2025년부터 ‘고교학점제’를 전면 시행하며, 국어·수학·영어 과목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최소 성취를 달성하도록 지도할 계획이다. 이는 ‘수포자’를 공교육 안으로 되돌리려는 시도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제도적 변화만으로는 부족하다. 기초학력 미달자 비율, 학생 간 성취 격차, 사교육 집중도, 양질의 공교육 기회에 대한 지역·계층 간 불균형은 여전하다. 수학은 단순한 점수 과목이 아니다. 논리력과 문제해결력, 구조적 사고 등 미래 사회의 핵심 역량을 키우는 필수 과목이다. 그럼에도 많은 학생이 ‘나는 수학과 맞지 않다’라는 낙인을 스스로 찍고 조용히 교실을 떠난다. 이는 개인의 능력 부족이 아니라, 사회가 만든 교육 구조가 특정 학생들에게 학습 포기의 길을 허용한 결과다. 이제는 ‘수포자’를 방치하지 말아야 한다. 첫째, 수학교육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 입시·정답·선행 중심 교육에서 벗어나, 학생의 삶과 연계된 탐구와 토론이 살아 있는 수업, 실패해도 도전할 수 있는 배움의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 둘째, 교육 격차 해소를 위한 맞춤형 지원이 절실하다. 저소득층, 비수도권, 다문화 가정 학생도 사교육 없이 기본기를 다질 수 있도록 공교육 내 체계적 지원이 강화돼야 한다. 셋째, 교사의 역량 강화와 자율성 보장이 필수적이다. 수학적 이해를 진단하고 유연하게 지도할 수 있는 교사를 중심으로 체계적인 연수와 평가 개선, 협력적 수업 문화가 조성돼야 한다. 넷째, 사회 전반의 인식 전환이 중요하다. 수학은 일부 아이들의 전유물이 아니라 모두가 배워야 하는 기반 과목임을 확산시키고, 부모와 지역사회가 함께 힘을 모아야 한다. 결론적으로, 수학교육의 총체적 기능부전이다. 세계는 지금 ‘수학 르네상스’ 시대다. 일본은 2019년 ‘수리 자본주의 시대’ 보고서에서 “4차 산업혁명의 승자는 수학”이라고 주장하며, 수학을 국부의 원천으로 봤다. 영국은 ‘수학의 시대’ 보고서에서 “21세기 산업의 심장은 수학이다”라고 선언했고, 투자 대비 경제가치 창출 효과가 588배에 달한다고 평가했다. 미국은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역량으로 ‘수학’과 ‘디지털 리터러시’를 강조하고 있다. 중국과 인도 역시 AI, 스마트 제조, 빅데이터 등 첨단 산업을 뒷받침하는 기반 과목으로 수학 교육과 연구에 국가적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수포자’ 문제는 더 이상 한 과목의 성취도 지표로만 볼 수 없다. 그것은 우리 공교육이 아이들을 끝까지 붙잡아 주지 못하고, 사회가 미래 인재의 싹을 스스로 꺾어버리는 구조적 결함을 드러내는 경고음이다. ‘뷔퐁’이 말한 ‘천재란 거대한 인내의 그릇’이라는 말처럼, 교육은 한 아이가 포기 직전까지 몰렸을 때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품어주는 인내의 그릇이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 우리의 교실은 인내보다 선별과 배제에 익숙하다. 수학을 포기한 아이들을 끝까지 붙잡지 않는다면, 우리는 머지않아 수학 선진국에 종속된 산업구조에 갇혀, 독립적 변인이 아닌 종속적 변인으로서의 위치에 고착될 것이 자명하다. 김영배= 교육자이자 비영리 사회 단체장으로 25년 이상을 교육 현장에서 활동하고 있다. 교육은 사회 성장의 기반이 되는 자양분과 같다는 철학을 바탕으로 교육학 박사로서 우리 사회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교육의 방향은 무엇인지를 중점적으로 연구하는 연구자이기도 하다. 특히, 인적자산이 대부분인 대한민국의 현실에 비춰, 소통과 협력 능력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으며, 지식보다 인문학적 소양과 다양성 교육이 미래세대에게 더 가치 있고 필요한 생활자산이라 생각하고 있다. 급변하는 사회 흐름 속에서 교육의 중요성이 더 강화되고 있다는 기본 인식 속에 미래 가치를 어떻게 준비하고 연구해야 하는지를 국내외 사례 분석을 통해 논해 보고 싶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