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에듀 김연재 수습기자 | 학교폭력(학폭) 가·피해 경험 청소년의 10명 중 4명은 부모폭력(부모에게 행하는 폭력)을 행하는 것으로 조사됐으며, 특히 가해 청소년보다 피해 청소년의 부모폭력 비율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피해 경험 청소년의 경우, 효과적인 좌절·분노 조절이 어려울 때 부모폭행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봤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은 지난 11월 30일 ‘한국청소년연구’ 제30권 4호에 이 같은 내용이 담긴 ‘학교폭력 경험이 청소년의 부모폭력에 미치는 영향’(신나은, 강현지, 김요한)을 게재했다. 연구는 2018년 아동종합실태조사 자료 중 만 13세 이상 18세 미만 1552명의 청소년과 그들의 부모 응답을 조사한 내용을 담았다.
학폭 경험 청소년 495명 중 149명이 부모 폭행
피·가해 청소년 가장 높아...가해 청소년보다 피해 청소년 많아
보고서에 따르면, 1552명 중 495명이 학폭을 경험했으며, 부모를 폭행한 학폭 피해 청소년은 33명, 가해 청소년은 13명, 피·가해 청소년은 103명으로 총 149명이었다.
부모를 폭행한 청소년은 전체 학생 대비 9.6%이나, 학폭 경험 학생 대비 30.1%에 달했다. 구체적으로 피해 22.1%, 가해 8.7%, 피·가해 69.1%의 비율을 보였다.
학폭 피·가해 청소년의 부모 폭행 비율이 월등히 높은 것.
연구진은 가·피해 청소년은 정서적 불안정성과 공격적 행동이 복합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을 원인으로 봤다.
이들은 “타인으로부터 받은 상처와 좌절을 적절히 해소하지 못한 채 부모와 같은 가까운 관계 속에서 부정적 감정을 표출할 위험이 더 높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학교폭력 경험을 단순히 가해자와 피해자로 이분법적으로 구분하는 접근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피해와 가해가 중첩된 중복경험자를 별도의 고위험군으로 인식하고 이들에 특화된 개입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가해 청소년이 아닌 피해 청소년이 부모에게 행사한 폭력 비율이 높은 점에 대해 “또래에게 피해를 경험한 청소년이 좌절과 분노를 효과적으로 조절하지 못하면 부모를 근접하고 비교적 안전한 대상으로 인식하여 그 감정을 전가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이를 대치 이론으로 설명했다. 대치 이론이란, 위협적인 대상에게 직접적으로 표현하기 어려운 부정적 감정을 덜 위협적인 대상으로 전가해 표출하는 심리 역동을 의미한다.(Freud, 1936)
가해 청소년의 부모 폭행 비율이 낮은 것에 대해서는 “학교에서는 또래 집단 내 지위 확보나 권력 관계 유지 필요를 이유로 공격성을 표출할 수 있지만, 가정에서는 부모의 권위나 가족 규범을 의식해 행동을 억제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한편, 연구진은 위계적 로지스틱 회귀분석 결과, 가해 청소년의 부모 폭행은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 않게 나타났다고 밝혔다.
학폭 피해 자녀에게 폭행 당하는 부모, 해결책은
푸른나무재단(2024) 조사에 따르면, 학교폭력 피해 자려를 둔 학부모의 98.2%가 정서적 어려움을 겪었으며, 가장 힘든 것으로 ‘자녀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모른다(44.4%)’를 꼽았다.
연구진은 이를 두고, 학폭 피해는 청소년에게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부모에게도 심리적 고통과 양육의 어려움을 초래하는 복합적 위기로 봤다.
그러나 현재 학교 현장은 대부분 학생 개인에 초점을 두고 개입하며, 부모는 여전히 방치되거나 수동적 협조자의 역할에 머무르고 있다고 연구진은 지적했다.
이들은 “가족 전체를 아우르는 통합적 지원이 절실하다”며 “피해 학생의 부모를 개입 주체로 포함하고, 정서상담, 부모교육, 가족관계 회복 프로그램 등을 통합적으로 제공해 부모를 단순한 협조자가 아닌 개입의 주체로 포함해야 한다” 제안했다.
또 “학교는 지역 내 청소년상담복지센터, 정신건강복지센터, 가족센터 등과 연계해 ‘심리・관계 회복 중심의 가족 지원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활성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