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에듀 | “기승전 대학입시, 수능시험!!”
학교에서 교사들이 교육 문제를 고민하다 결국은 자조적으로 나오게 되는 말이다.
올해 수능 시험일은 11.14일(목)이다. ‘수능디데이’를 검색하다가 깜짝 놀랐다. 2028년 수능시험까지 1/100초 단위로, 끊임없이 실시간으로 시간이 흐르고 있었다. 빠르게 바뀌는 시간을 계속 보고 있자니 수능과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필자에게도 긴장감이 절로 느껴진다.
그리고 ‘실시간으로 바뀌는 광고문구에 나와 있는 위 문구대로 수능은 ‘성장을 이끄는 힘’이 될 수 있을까?’
아마 차마 노골적으로 ‘성공’이라 쓰지 못하고 ‘성장’이라는 말로 두리뭉실 우회했으리라 짐작된다. 실재는 학생들에게 성공도 성장도 아닌, 경쟁과 고통의 길이다.
대학입시, 유초중등교육 시계가 향하는 곳은?
수능시험은 마치 블랙홀처럼 유초중등교육을 파행의 길로 빨아들인다. 아무리 좋은 교육정책도 대학입시 앞에서는 길을 잃고 휘청인다.
어쩌면 태어나는 순간부터 입시교육은 시작된다. 한때 영어교육 조기 열풍 속에서 좋은 영어발음을 위해 혓바닥 밑부분을 절개하는 수술이 유행이었다. 전문가 의견으로 ‘해부학적으로 말도 안되는 수술’이었다. 한때 이 문제는 정부가 대응 홍보영화를 만들고 서방에서도 보도할 정도로 사회적 이슈가 되었다. 이런 현상은 나아지기는커녕 점점 더 심각해졌다.
얼마 전에는 아동학대 수준의 4세 고시, 7세 고시가 방송되면서 사회적으로 큰 충격을 던졌다. 아동학대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지켜보는 다른 학부모들 속에서는 ‘이러다 우리 아이만 뒤처지는 거 아닌가’ ‘우리 아이도 뭐라도 시켜야 하나?’하는 불안감이 다시 엄습한다.
악순환의 고리이다. 이 문제를 이슈화할 때 전혀 의도하지 않았지만 학부모들이 느끼게 되는 ‘나쁜’ 결과이다. 경쟁의 늪에 빠져있는 우리교육의 현실을 보여주는 가슴 아픈 모습이다.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사교육이 본격적으로 일상화된다.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2024년 초중고 사교육비 총액은 약 29.2조원, 사교육 참여율은 80.0%, 주당 참여시간은 7.6시간으로 전년대비 각각 7.7%, 1.5%p, 0.3시간 증가했다. 전년대비 전체 학생수는 감소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사교육비 총액, 참여율, 주당 참여시간이 모두 증가한 것이다.

참여학생의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 또한 59.2만원으로 전년대비 7.2% 증가했다.
학교급별로 보면 초등학교 50만 4천원(4.1만원, 9.0%↑), 중학교 62만 8천원(3.2만원, 5.3%↑), 고등학교 77만 2천원(3.3만원, 4.4%↑)였다.
다자녀인 경우 사교육비는 자녀수에 비례해 증가할 것이다. 대학입시를 향한 이런 사교육비 실태는 출산을 포기하게 만들어, 초저출산 국가를 만든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되었다.
유초중등교육 시기 아이들의 현실은 대학입시에 맞춰져 돌아가고 있다.
입시가 가까울수록 ‘진짜 교육’은 사라진다
지난 19일 국정감사에서 국회 교육위원회 진선미 의원은 고교학점제 이후 1등급 학생수가 10배가 되었다며 ‘변별력이 낮아진 상황’을 지적했다. 이에 언론과 입시학원들은 대학입시가 아수라판이 될 수도 있다고 논평했다.
학업성취도가 높아진 것은 당연히 환영해야 할 일임에도 이런 반응이 나타나는 것은, 현재 우리나라 유초중등교육이 무엇을 목표로 가고 있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준 모습이다.
그것은 국가교육과정이 목표로 하는 학습목표 성취가 아니라, ‘대학입시가 아수라판이 되지 않게 변별력을 갖추도록 학생들을 한 줄로 잘 세우는 것’이다. 이렇게 유초중등교육은 철처하게 전적으로 대학입시에 종속되어 있다.
학교에서 교사들은 교육의 주체가 되지 못하고 달라지는 교육정책과 입시제도에 따라 교육과정을 운영해야 한다. 고등학교 교사들이 시험 기간에 가장 난감해하는 것은 ‘쓸데없이 문제를 배배 꼬아서 어렵게 내야’ 하는 현실이다.
국가교육과정은 수립된 학습목표를 성취해야 한다고 제시되어 있다. 학습평가는 교육과정에 제시된 학습목표가 잘 성취되었는지 진단하는 것이 목적이 되어야 함에도 ‘변별력 있게 한 줄로 세워야’ 하는 시험문제를 ‘억지스럽게’ 만들어내야 한다.
이런 시험문제로 치른 시험결과는 충격적이다. 배배꼬인 문제를 풀어낸 높은 성적을 받은 몇 명의 학생 이외에는 점수가 밑으로 뚝 떨어진다고 한다. 1등급을 받는 100점에 근접한 학생 이후에는 중간점수대 없이 갑자기 70점대로 뚝 떨어진다는 것이다. 1등급을 만들기 위한 참담한 학교평가가 만들어낸 결과이다. 학생 한명한명을 책임진다는 교육당국의 문구는 완전히 ‘뻥’이다.
초중고로 학년이 올라갈수록 ‘진짜 교육’은 점차 더 사라져간다. 공교육 정상화 정책인 혁신학교 수가 고등학교로 갈수록 급격히 적어지는 것도 이런 현실이 반영된 결과이다.
좋은 교육을 하는 혁신학교는 좋지만, 입시가 가까워질수록 높은 등급을 받기 위해 ‘배배꼬인 변별력 있는’ 문제를 풀 수 있는 ‘기술’이 점점 더 필요해지기 때문이다.
대학생 선발은 대학에서 책임지자
수능시험일은 중학교 학사일정에도 중요한 날이다. 교사들이 시험감독관으로 차출되어 학교수업은 불가능해진다. 이로 인해 수능 당일은 물론 전날과 다음날까지 수업이 파행된다. 감독관회의와 수능감독의 과로로 교사들이 수업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교사가 서로 가기 싫어하는 수능감독관에서 벗어나는 길은 큰 병이 있거나 나이가 많아져서야 가능하다.
상식적으로 정말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왜 대학에서 가르칠 대학생을 뽑는 시험일인데 고등학교는 물론 중학교까지 교육과정이 파행적으로 운영되어야 하는가?’
대학생을 뽑는 수능시험감독에 교사들이 감독관으로 동원되기 때문이다. 같은 논리라면 중고등학생을 뽑는 학사일정에 대학교직원을 차출하는 것도 가능해야 한다.
이제 대학입시와 유초중등교육은 교육과정목표를 기준에 맞게 구분되어야 한다. 복잡한 문제일수록 원칙이 중요하다. 유초중등교육은 대학입시가 목표가 아니라 국가교육과정에서 제시한 목표에 충실하게 교육활동을 펼치는 것이 최종목표가 되어야 한다.
대학입시는 대학이 대학교의 이념과 비전에 맞는 학생을 알아서 선발하면 될 일이다. 태어날 때부터 분초침까지 대학입시에 맞춰져 ‘학습기계처럼’ 살아가야 하는 너무나 슬프고 참담한 우리 현실을 이제는 정말 멈춰야 한다.

홍제남 = 강원도의 농부 집안에서 7녀 1남 중 3녀로 태어났다. 춘천여고를 졸업하고 서울대 지구과학교육과에 진학했으나 광주학살을 접하고 교육에 배신감을 느꼈고 학생운동에 뛰어 들었다. 이후 서울 구로공단에서 노동운동을 했으며 2000년 마침내 과학교사로 임용된다.
2011년 서울 오류중학교에서 혁신부장을 맡아 혁신학교 시스템과 문화를 구축했으며, 2019년에는 오류중학교 공모교장이 된다. 2024년 2월 서울남부교육지원청 교육지원국장으로 명퇴하며 그는 “정치적 천민에서 탈출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후 같은 해 8월 서울교육감 보궐선거에 예비후보로 등록, 민주진보진영 단일 후보 최종 경선까지 치렀으나 아쉽게 고배를 마셨다. 현재 '다같이배움연구소장'을 맡고 있다.
교육혁신을 주제로 한국교원대 대학원에서 석사를, 교육정책전문대학원에서 박사를 받았으며, 저서로는 과학 톡톡 카페(공저, 2009), 더 나은 세상을 위한 학교혁명(공저, 2018), 교장이 바뀌면 학교가 바뀐다(2024) 등이 있다.
홍제남 소장은 <더에듀> 연재를 결심하며 “교육자로서 24년의 시간을 보내며 학생, 동료교사와 많은 일들을 함께 했다"며 ”이 중 ‘교육다운 교육’, ‘진짜 교육’을 만드는 일을 학교 차원에서 집단지성으로 실천한 혁신학교 실천은 매우 특별한 일이었다. 학생, 교사, 보호자, 지역사회가 온전한 교육 주체로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고민하며 실천했다"고 평했다.
또 “과학교사, 교장, 장학관, 연구자로 현장에 뿌리내리고 실천하며 다양한 경험을 했다”며 “이 과정에서 교육자로서 용납할 수 없는 일은 교육이 교육의 논리가 아닌 신자유주의적 정치적 이해집단의 논리에 따라 좌지우지된다는 점”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백년지대계인 교육은 학생들이 학교에 머무는 짧은 몇 년의 모습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장기적 과제”라며 “교육의 지향과 목적,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사회가 교육을 위해 해야 할 일, 그 결과로 학생들은 교육을 통해 성취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경험과 고민을 나누며 같이 길을 찾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